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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대 더불어시민당 주요 공약[출처=iNIS]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미래통합당이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만들었듯이 더불어민주당은 더불어시민당을 창당했다. 민주당, 기본소득당, 시대전환이 연합해 선거에 임했으며 17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했다. 19명의 의원으로 1위를 한 미래한국당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창당 과정에 참여했던 가자환경당, 가자!평화인권당은 소속 당원들이 더불어시민당의 비례대표 후보 공천 과정에서 탈락하자 비례대표 후보를 독자 공천했지만 좋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 시대전환 소속으로 당선됐던 조정훈은 21대 국회 막바지에 보수 정당으로 당적을 변경했다. 2020년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위해 더불어시민당이 제시한 선거공약을 국가정보전략연구소(국정연)가 개발한 ‘오곡(五穀)밸리혁신(5G Valley Innovation)-선거공약’ 모델을 적용해 평가해 봤다.◇ 정치·사회·문화 공약 90.3% vs 경제·과학기술 공약 9.7%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정책·공약마당에 등록되어 있는 더불어시민당의 21대 국회의원선거 정당정책을 국가정보전략연구소 공약분석 모델로 분석한 결과 31개로 분석됐다.공약은 정치(행정)(11)·경제(산업)(3)·사회(복지)(16)·문화(교육)(1)·과학(기술)(0) 등으로 구성됐으며 사회(복지) 공약이 전체의 51.6%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정치(행정) 공약 35.3% △경제(산업) 공약 9.7% △문화(교육) 공약 3.2% △과학(기술) 공약 0.0%를 각각 기록했다. 요소별 주요 공약은 다음과 같다.정치(행정) 공약은 △개성공단 재가동 및 확대 추진 △남북철도 연결 사업 통한 ‘21세기 신 실크로드’ 구축 △남북 자원 공동개발 및 국제평화경제시대 구축 △인도적 교류 정상화 및 역사 문화 남북 공동 연구 추진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조속히 추진 △견제와 균형위한 검·경 수사권 조정 △전관예우 방지를 위한 공직자윤리강화 △상시국회 방식의 매달 본회의 의무화 △상임위원회와 법안소위의 정례개최로 법안심사 내실화 △소수정당의 국회활동 지원확충 등 11개다.사회(복지) 공약은 △감염병 국가 대응체계 구축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및 디지털 성범죄 가담자에 대한 처벌 강화 △온라인 성 착취물에 대한 수사기관 대응 시스템 구축 △피해자 보호 정책 및 디지털 성범죄 방지 교육 강화 △고용보험료 지원 대상에 영세 소상공인 포함 △자영업자 산재보험 가입 업종 제한 폐지를 통한 안전망 구축 △가짜뉴스에 대한 처벌 강화 및 피해자 구제를 위한 공적 제도 마련 △플랫폼노동자의 법적지위 마련 △플랫폼노동자의 고용보험·산재보험 적용 확대 △종사자 보호, 안전운행, 서비스 개선을 위한 지원 등 16개다.문화(교육) 공약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방송통신 융합 언론 정책 구현 1개뿐이다. 모체인 민주당이 다양한 공약을 제시했으므로 비례정당에 어울리는 문화 및 교육 공약을 제시했을 수도 있지만 아쉽다. 문화강국을 건설하겠다는 문재인정부의 정책과도 배치된다.경제(산업) 공약은 △소상공인 자영업자 소득 확대 및 안정적 운영 지원 △영세, 신규 자영업자에 대한 세액공제 확대 △청년 취업 확대를 위한 일자리 대책 추진 등 3개다. 2020년 2월부터 확산된 중국발 코로나19로 국가경제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 관련 공약이 3개로 9.7%라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과학(기술) 공약은 미래통합당, 민생당, 미래한국당과 마찬가지로 1개도 없다. 문화(교육) 공약에서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지만 정작 기술적인 측면보다는 방송, 통신, 언론 등의 대응력 관점에서 접근했다. 기술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방송이나 언론 모두 공멸을 피하기 어럽다.◇ 디지털 성범죄 대책이라는 공약은 좋지만 구체적인 실천 방안 없음▲ ‘오곡(五穀)밸리혁신(5G Valley Innovation)-선거공약’의 더불어시민당 정책 공약 평가 결과[출처=iNIS]더불어시민당의 공약을 국정연이 개발한 갑옷(ARMOR), 즉 달성 가능성(Achievable)·적절성(Relevant)·측정 가능성(Measurable)·운영성(Operational)·합리성(Rational) 지표를 적용해 평가했다. 간략한 내역과 개선방안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달성 가능성은 정당이 제시한 공약이 21대 국회 임기 동안 완료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며 최하점인 (下)로 분석됐다. 개성공단 재가동 및 확대 추진은 2016년 가동을 중단한 이후 재개되지 못하고 있으며 남북 대치상황으로 정상화는 요원할 실정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불가능해진다.남북철도 연결 사업 통한 ‘21세기 신 실크로드’ 구축은 2018년 남북철도 연결 및 현대화를 위한 공공조사를 진행했지만 구체적인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부산항을 출발해 북한을 경유하는 열차가 중국, 러시아, 중앙아시아를 거쳐 유럽의 주요 항구까지 연결하겠다는 구상이지만 실현되지 못했다.남북 자원 공동개발 및 국제평화경제시대 구축은 북한에 배테리 등에 사용되는 희토류가 대량을 매장돼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개발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별다른 진척 사항이 없다. 중국이 자원안보를 빌미로 희토류의 수출을 통제하지 가격이 폭등해 대체지에 대한 관심은 높은 상황이다.적절성은 공약이 더불어시민당이 국정운영과 전국, 지역구의 다양한 여건에 적합한지 평가하는 지표이며 달성 가능성과 마찬가지로 하(下) 점수를 받았다. 소득연계형 장학금 제도를 도입해 대학생 등록금 부담 완화는 2011년부터 도입했지만 등록금 부담은 해소되지 않았다. 청년과 신혼부부 주거안정을 위한 맞춤형 주거복지 서비스 확대 지원은 청년과 신혼부부 뿐 아니라 중장년층, 노인 등에게도 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 가짜뉴스에 대한 처벌 강화 및 피해자 구제를 위한 공적 제도 마련은 사회 피해가 심하므로 정부 차원의 대책 필요하다. 측정 가능성은 공약의 성과를 측정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며 더불어시민당의 공약은 하(下)로 조사됐다. 언론의 자본과 권력으로부터의 독립, 산업논리로 인한 훼손을 막기 위한 제도적 보완은 KNS, MBC와 같은 공영방송의 정권 압력과 낙하산 인사 관행이 해소되지 않았으며 '제도 보완'이 모호한 용어다. 전관예우 방지를 위한 공직자윤리강화는 어떻게 공직자의 윤리를 강화할 것인지 구체적이지 않다고 볼 수 있다. 고위공직자로 퇴직한 인사가 정부기관을 들락거리며 기업이나 이익단체의 로비스트로 활동하는 사례도 사라지지 않았다.소상공인·자영업자 소득 확대 및 안정적 운영 지원은 소득을 확대할 방안도 없고 평가 지준도 모호하다.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는 근본적으로 자신의 사업이 잘 운영돼야 소득이 늘어나는데 온라인 시장이 확대되며 매출 감소세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다.운영성은 행정조직과 공무원이 공약을 실천할 역량과 조직체계를 구축·운영했는지 평가하는 지표로 하(下) 점수를 획득했다. 온라인 성 착취물에 대한 수사기관 대응 시스템 구축은 해외에서 서비스되는 각종 성 착취물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지만 완벽하게 차단할 시스템은 구축이 어렵다.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및 디지털 성범죄 가담자에 대한 처벌 강화는 제도적 장치 도입이 중요하지만 국내 수사기관의 노력만으로 한계가 있다, 국가정보원과 같은 글로벌 정보망을 구축한 기관이 적극 개입할 필요성이 높다. 피해자 보호 정책 및 디지털 성범죄 방지 교육 강화는 실질적인 교육이 되도록 콘텐츠를 보강해야 한다. 합리성은 공약이 주민자치를 실현하고 주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 파악하기 위한 목적이며 다른 평가 항목과 달리 중(中)으로 낙제점을 벗어났다. 미세먼지 저감과 에너지산업 혁신을 통한 친환경 청정인프라 구축은 친환경 청정인프라가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지만 구축한다면 국민건강에 도움이 된다.저탄소 사회 전환 및 기후변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 체계 구축은 탄소중립 사회는 전 지구적 아젠다로 국가 차원에서 적극 노력해야 하는 사안이다. 플랫폼노동자의 고용보험/산재보험 적용 확대는 법의 사각지댁에 있어 보호가 필요하지만 구체적인 대안을 마렵하기 쉽지 않다. 종합적으로 더불어시민당의 정책공약은 5가지 영역 중 합리성만 중(中)으로 평가를 받았고 나머지 4개 영역은 최하점인 하(下)로 분석됐다. 정책에 대한 고려도 부족했으며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대응은 좋은 공약이지만 구체적은 실천방안이 없어서 공약(空約)으로 끝난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오곡(五穀)밸리혁신(5G Valley Innovation)-선거공약=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선거공약을 평가하기 위해 국내외 전문가들과 협력해 개발한 모델이다. 5G는 오곡(五穀·다섯 가지 곡식), 밸리(Valley)는 계곡을 의미한다. 문명은 ‘오곡백과’가 풍성한 계곡에서 탄생해 발전했기 때문에 국가·지자체가 번성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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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기업문화를 범현대가 중 가장 늦게 다뤘다. 현대에서 분리된 이후 좋은 실적을 내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을 현대보다 우선해 진단했다.현대자동차그룹은 정몽구 회장의 강력한 추진력 덕분에 급성장했다. 반면 현대중공업그룹은 조선업호황이라는 외부요인에 힘입어 막대한 이익을 창출했고, 계열사를 늘릴 수 있었다.반면 현대는 대북사업의 중단, 해운업의 불황, 경영권 분쟁으로 경영실적이 더욱 악화되었고, 현재도 이 기조는 이어지고 있다. 현대가 다시 전성기를 회복할 수 있을 가능성은 아주 희박하다. ◇ 다른 그룹에 비해 정략결혼은 적어범현대가의 가족관계를 정리하다 보니 다른 그룹에 비해 정략결혼은 많지 않았다. 한국의 정계, 관계, 경제계 등 주류층은 서로 혼인관계를 통해 끈끈한 인맥을 구축해 기득권을 유지한다.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는 말이나, ‘부자 3대 없다’는 말처럼 권력과 재산은 오랫동안 유지하기 어렵다. 하지만 어떻게든 이를 대대로 유지하고 싶은 것이 인간의 욕망이다.이런 욕망을 충족시킬 수 있는 방법이 정략결혼이다. 혼돈의 한국사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다.가난한 농사꾼의 자식으로 태어나 변변한 배경조차 없었던 정주영 회장은 권력자나 관료로부터 설움도 많이 당했을 것이다.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어떻게든 이들과 타협을 하고, 모든 사람이 선택하는 것처럼 정략결혼으로 위험을 최소화하는 결정을 했을 것이다.하지만 정주영 회장은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생각으로 정략결혼을 최소화했다. 자식들의 인생에 부모가 관여하는 것은 한계가 있고, 정략결혼이 인생을 조금 편하게는 해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행복한 것과는 연관성이 낮다고 본 것이고 생각된다.실제 다른 그룹에 비해 현대가의 자식들은 혼인생활이 조용한 편이다. 다른 그룹의 자식들이 이혼과 별거로 언론에 대서특필되는 것과는 대비된다.인생을 먼저 산 부모가 현명하게 판단해 결혼을 시켜도 의도대로 자식들이 행복하게 살기는 쉽지 않다. 부족한 것이 있을 때는 작은 불만이 드러나지 않지만, 모든 것이 풍족하면 사소한 것도 불평불만의 대상이 된다.자식들은 부모세대와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것도 부모 주도의 결혼이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려운 이유다. 부모가 대신 선택해준 배우자의 조건에는 만족하지만 행복한 인생을 사는 것은 별개다. 한국기업은 가부장적 유교의식이 강하게 배여 있기 때문에 대기업 경영자는 수십 만 명 그룹 구성원의 부모와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 수 십 개의 계열사와 수천, 수만 개의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을 경영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대기업 오너로서 돈은 많이 챙기겠지만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한다.오너가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한다면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극심해도 견뎌낼 수 있지만, 가정이 화목하지 못하면 일탈행위를 할 수 밖에 없다. 재벌 2세나 3세가 경영보다는 연예인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마약과 같은 약물중독에 빠지는 것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결혼을 하지 않았던, 혼인관계를 유지하던 마찬가지다. 정주영 회장은 어차피 한번 사는 인생인데, 행복하게 사는 것이 부자로 사는 것보다 더 좋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아니면 각자의 인생은 하늘이 정해준 것이기 때문에 부모가 억지로 꿰 맞춰 준다고 해도 바꾸기 어렵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혹은 배우자만이라도 자신의 뜻대로 결정해 가정에 충실 하는 것이 경영자의 길을 걷는데 유리하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정주영 회장이 어떤 생각을 했는지는 물어보지 않아 알 수가 없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로 유추해 해석해 보면 그렇다는 것이다. ◇ 현정은 회장체제에 대한 내∙외부 반발이 거셌다정몽헌 회장이 정주영 회장의 후계자로 지목된 것도 의외의 결과이지만, 정몽헌 회장이 사망한 이후 그의 부인인 현정은 회장이 그룹회장에 오른 것은 더 예측하기 어려웠다. 특히 현정은 회장이 전업주부로서 경영과는 전혀 거리가 멀었고, 특별한 경영능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어찌되었건 현정은 회장은 주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현대의 회장에 취임해 남편의 유지를 이어가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역동적이고 남성적인 조직특성을 보이는 현대에 여성, 그것도 전업주부가 회장으로 취임해 조직을 이끌어 간다는 것은 매우 낯설다. 실제 현정은 회장의 취임으로 조직 내∙외부의 반발은 거셌다.내부의 반발은 정주영 회장과 같이 현대를 일군 가신들을 떠나게 만들었고, 외부의 반발은 시숙의 난, 시동생의 난 등 경영권분쟁으로 나타났다. 가신들이 떠나면서 다양한 성공체험과 위기극복경험도 사라졌다.결과적으로 내∙외부의 불협화음을 잘 정돈한 것으로 평가를 받지만 현대가 외톨이가 되는 것은 막지 못했다.범현대가로 불리는 그룹들이 현정은 회장을 흔든 것은 정통성에 대한 불만에서 출발한다. 현대의 정통성은 현대차그룹이나 현대중공업, 혹은 KCC그룹이 아니라 현대가 갖고 있는데 정씨가 아니라 현씨가 그룹을 지배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본 것이다.정씨 성을 가진 아들이 없는 것도 아닌데, 정씨가 아닌 현씨, 아들과 딸도 아닌 며느리가 범현대가의 맏형인 현대의 회장으로 군림하는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이 기조는 아직도 해소되지 않고 있어 언제든지 기회만 되면 돌출될 것이다. 현대의 경영난이 심화되면서 정씨 일가들이 현대의 경영권을 되찾을 기회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현대가 보유하고 있는 현대상선, 현대아산 등의 계열사가 M&A를 대상으로 매력적인 기업은 아니지만 현대의 정통성을 잇는다는 입장에서 보면 현대자동차그룹이나 현대중공업그룹이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현대자동차그룹은 현대건설까지 인수했기 때문에 무리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현대상선은 인지도 측면에서 매력이 있다.계열사 일감몰아주기로 성장한계에 직면하고 있는 현대글로비스가 현대상선을 인수해 현대상선 브랜드로 통합할 경우 순식간에 대형 글로벌 해운사로 발돋움할 수 있다. 현정은의 현대호가 앞으로 순항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자동차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 등의 지원이 없는 상태에서 경영정상화는 요원하다. 현대아산도 개성공단이 정상화된다고 해도, 예상되는 매출이나 이익 규모가 작아 그룹정상화에 도움은 되지 않는다.어려움 속에서도 현대를 정상화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현정은 회장이 현대가 아니라 삼성그룹이나 LG그룹의 회장으로 취임했다면 오히려 더 좋은 결과를 내 놓았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여성 경영인으로서 좋은 자질을 갖췄지만 현대의 기업문화와 궁합이 맞지 않은 것이다. ◇ 위기를 돌파하려면 현정은 회장은 다른 리더십 보여야현대가 위기에 봉착해 있다는 것에 대해 부정하는 전문가는 아무도 없다. 현정은 회장이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전문가도 많지 않다. 현재의 상태로 가면 현대는 침몰할 가능성이 높다.대북사업, 글로벌 해운업, 건설업 등의 외부환경이 단기적으로 호전되기 어렵다. 그렇다고 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 정도로 내부역량이 뛰어난 것도 아니다. 위기상황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혁명에 가까운 충격요법이 필요하다고 본다. 혁명의 첫 번째 대상은 현정은 회장 본인이 되어야 한다. 현대 임직원의 평가에 의하면 현정은 회장은 과묵하고, 임직원들과 농담도 꺼려할 정도로 격식을 차린다. 초창기에는 가정주부로서 경영경험이 전무하고, 현대가 펼치고 있는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수동적인 경영스타일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고 판단된다.기업실적이 좋고, 외부환경이 우호적이면 현재의 스타일을 유지해도 무방하지만 회장이 침묵하고 수동적인 경영을 유지하는 동안 현대는 더욱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현대가 위기를 타개하고자 한다면 현정은 회장의 경영스타일부터 바뀌어야 한다. 10 여 년 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원론적인 토론이나 방향제시로 현대를 살릴 수는 없다. 직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안을 지시할 수 있어야 한다.현정은 회장은 이미 완성된 기업을 물려 받아 관리만 하고 있지만, 현상유지는 퇴보를 의미한다. 회장이 폼만 잡는다고, 대기업이 자연스럽게 굴러가는 것도 아니다. 본인은 단순한 관리자가 아니라 그룹의 오너이자 중요한 의사결정을 주도해야 하는 경영자라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직원들 앞에서 격식을 차리는 것도 권위주의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나이든 임원이나 직원들이 함부로 대하지 못하도록 거리를 유지하는 것도 좋지만, 더 가깝게 다가가 소통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대의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젊은 직원들과 대화를 하고, 이들의 열정을 이끌어 내야 한다.창업자나 남성 회장들이 권위주의적이고 독단적인 경영을 한다는 평가를 받지만, 여성인 현정은 회장은 이런 평가에서는 어느 정도 자유롭다. 직원들과 편안하게 소통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은 것이다.여성경영인이라는 이점도 있다. 여성이고, 관리자로 출발한 이력이 단점이지만, 장점으로 변환시킬 수 있는 여지도 많다. 세상의 모든 일은 자신의 마음에서 출발하고, 조직의 변화는 리더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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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부진은 사업구조에서 출발한다. 왕자의 난으로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제철, 현대중공업 등의 계열사가 분가할 때도 현대아산, 현대상선, 현대엘리베이터 등의 알짜 사업을 쥐고 있다는 판단했지만 오판이었다.조선과 해운업의 호황도 제대로 살리지 못했고, 대북사업도 지지부진해지면서 사업의 추진동력을 잃어 버렸다. 현대의 기업문화를 진단하기 위해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SWEAT Model의 2번째 DNA인 사업(Business)을 제품(product)와 시장(market) 측면에서 평가해 보자.◇ 기존 사업 모두 정체되어 있어 돌파구 찾기가 어려워현대는 현정은 체제로 바뀐 이후 비전 2010, 비전 2020 등을 그룹의 목표를 2차례 정립했다. 현정은 회장은 정체되어 있는 사업구조를 타파하기 위해 신성장동력 확보, 사업확장 전략 등을 중점적으로 제시했다.하지만 경영자가 된 이후 10여 년이 지났지만 그룹경영은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수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사업구조를 바꾸지도 못했고, 기존의 사업도 급격하게 경쟁력을 잃고 있다. 사업전략 수립이나 비전설정에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그룹의 간판기업인 현대상선도 세계 물동량의 감소와 화물선의 공급과잉으로 인해 실적을 개선하기 어렵다. 현대상선은 한진해운, STX팬오션, SK해운, 현대글로비스 등에 비해 장점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한진그룹은 한진해운을 비롯해 육상, 해상, 항공운수업을 하면서 종합물류업체로서 시너지를 내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도 현대자동차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그룹의 부실로 경영이 어려운 STX팬오션을 밀어내고 국내 3대 해운사로 성장하고 있다.현대상선은 화물을 밀어 줄 수 있는 계열사도 없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계열사도 제한적이라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애로가 있다.현대엘리베이터는 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유량기업이었지만 건설시장의 침체와 경영권 분쟁으로 앞날이 밝지 않다. 국내건설시장이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사업이 정체되어 있다. 국내 건설시장은 단기간에 회복될 가능성이 낮다.현대로지스틱스도 치열한 택배시장에서 현상유지만 해도 훌륭하다고 볼 수 있다. 물류업이 성장을 하고 있지만 국내 택배시장은 이미 레드오션에 진입해 있다. 한때 바이코리아 열풍을 주도하면서 국내 최고의 증권사로 군림하던 현대증권도 침체된 증권시장 때문에 과거의 화려한 시절로 돌아가기에는 불가능하다. 증권사들이 새로운 사업을 찾고 있지만 제대로 된 신사업을 찾은 기업은 없다. 대부분 증권시장에 봄날이 오기만 학수고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룹의 IT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해 만든 현대유엔아이도 ICT시장에서 존재감이 없다.대기업들이 일감몰아주기로 부를 편법승계하기 위해 만들기 시작한 기업이 그룹의 IT서비스기업인데, 현대유엔아이도 이런 목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당연하게 외부경쟁력을 확보하기 보다는 계열사 내부거래로 현상유지만 하고 있다.현대도 현정은 회장의 딸을 현대유엔아이에 배치해 실적을 몰아주면서 성공스토리를 만들고 있는 중이다. 일련의 경영활동은 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과는 관계가 없다. ◇ 신성장동력 확보하지 못해 미래 어두워현정은 회장이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하지만 결과는 마땅찮다. 결과가 좋지 않은 이유로 비전에서 목표설정이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실제 비전 2020에서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제시한 5대 추진전략 중 신성장동력 확보와 사업확장전략이 너무 모호하다.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것도 어떤 신성장동력을 목표로 하고 있는지 나타나 있지 않다. 그룹 내부적으로 전략이 수립되어 있을 수도 있지만 외부적으로는 파악하기 어렵다. 현재 외부에 노출되어 있는 신성장동력은 북방비지니스다. 북방 비즈니스 적극 전개로 대북사업을 활성화시키겠다지만, 북방비지니스가 무엇인지 알기 어렵다.1980년대 말 노태우 대통령이 추진했던 북방외교와 유사한 개념이다. 북방이라는 용어는 이데올르기적 냄새가 나는 냉전의 산물에 불과하다.현대가 북방비니지스로 지목하고 있는 대북사업도 현대의 의지가 아니라 남북한의 관계개선에 따라 추진여부가 결정된다. 대북사업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졌던 개성공단마저 폐쇄 100일이 지나 현대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다음으로 사업확장전략은 새로운 기업을 전략적으로 M&A해 사업포트폴리오를 구성하겠다는 것이다. 사업확장전략도 구체적이지 못하고 일반론에 불과하다. 어떤 산업의 새로운 기업을 목표로 하는지, 실제 이 산업이 현재 현대의 사업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에 대한 고민도 없는 것이다.예를 들어 물류사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주력기업인 현대상선이 해상운송, 현대로지스틱스가 육상운송을 하므로 항공운송을 위해 전략적 협력관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금호아시아나항공이 아니더라고 미국의 항공운수회사에 협력할 수도 있다.신성장동력 확보도 좋고, 사업확장전략도 좋은데, 과연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지금도 부채가 너무 많아 정상적인 자금운용이 어려운데, 새로운 방안을 또한 M&A를 하기 위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2010년 그룹의 자존심을 회복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추진했던 현대건설 인수도 실패했다. 당시 현대는 2,700억 원의 돈을 마련해 계약이행보증금으로 지급했지만 인수자금이 불투명하다는 채권단의 반대를 넘지 못했다. 당시 현대는 현대건설을 인수할 경우 현대엘리베이터, 현대택배, 현대상선 등의 계열사와 시너지가 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현대건설이 짓는 건물이나 아파트에 현대엘리베이터의 엘리베이터를 납품할 수 있고, 현대로지스틱스는 건설자재를 운반하는 업무를 맡으면 된다.현대상선도 현대건설이 수주하는 해외건설에 필요한 자재를 운송하면 안정적으로 일감을 확보하게 된다. 현대건설 자체도 현대아산이 주도하는 대북사업의 각종 사회간접자본건설에 참여할 수 있다. 실제 현대가 현대건설을 인수했다면 단기간에 의도한 성과는 낼 수 있었다고 보인다. 현대의 계열사 중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기업은 현대아산이다. 현대아산은 금강산관광이 중단되면서 사업이 축소되자 건설, 면세점 운영 등 부가사업으로 기업의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남북경협사업을 하던 현대아산이 오피스텔까지 분양할 정도로 궁색한 처지에 몰린 것이다.최근 남북대치국면이 조성되면서 개성공단까지 폐쇄될 운명에 처해져 미래가 불투명하다. 별다른 대책이 없고, 기업이라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저런 사업을 벌이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 해외사업을 강조하지만 정작 해외사업을 추진할 역량을 보유하지 못함현대는 현대건설, 현대상선 등을 필두로 5대양 6대 주를 거침없이 질주하던 글로벌 기업이었다. 1990년대 초 대우그룹의 김우중 회장이 세계경영을 내 세우기 이전에 이미 현대는 세계경영을 하고 있었다.하지만 1997년 IMF외환위기로 그룹경영이 위축된 후 경영권분쟁, 회장의 사망 등으로 사세가 위축되면서 글로벌경영은 차치하고 국내경영도 정상화되지 못하고 있다. 2013년 현대의 신년목표를 보면 주요 계열사별로 해외시장 공략을 적극적으로 나선다고 되어 있다.현대상선은 북미-남미 동안 항로 외에 아시아-남미, 북구주-남미 등의 항로로 취항해 경제활성화로 급성장하고 있는 남미지역을 공략할 예정이다. 유럽과 남미시장이 미래 시장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현대아산의 경우 마이스(MICE)를 신사업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국내용이지 해외사업은 아니다. 마이스는 회의(Meeting), 포상관광(Incentives), 컨벤션(Convention), 이벤트와 전시(Events & Exhibition)를 말한다. 현대아산의 마이스사업도 대규모 업체들에 틈바니에서 겨우 명맥만 유지하는 수준에 불과하고, 해외사업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로지스틱스도 해외사업을 벌이겠다는 구상이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 현대엘리베이터도 중국시장을 끊임없이 노크하고 있지만 실적은 좋지 않다.현대로지스틱스도 홈쇼핑과 온라인쇼핑몰의 활성화로 국내택배시장의 규모가 커졌지만 수익성이 하락해 사업전망은 낙관적이지 않다. 국내택배시장을 수성하기에도 힘들기 때문에 해외시장을 진출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현대증권도 제 2 바이코리아 열풍을 일으켜 해외사업을 벌이겠다고 한다. 현대증권은 토종 금융상품을 만들어 세계적인 상품으로 만들어가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K-FI(Korea Financial Innovation)’ 브랜드를 만든 것도 해외사업을 벌이기 위한 목적이라고 한다.지난 6월 취임한 현대증권 대표이사도 국내증권시장이 침체되어 해외사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밝히지 못하고 있다. 국내시장에서 돈을 벌지 금융기관이 해외사업에서 돈을 벌기란 매우 어렵다. 실제 국내금융기관이 해외사업에서 성공한 사례도 전무하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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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는 정주영 회장이 정계에 투신하기 전까지는 사업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현대가 국내 최고의 기업이라는 인식이 강했고, 안정적인 인프라관련 사업을 주도했다.대기업들이 창업자가 사업보국의 일념으로 기업은 경영했다고 주장하지만, 현대를 제외하고는 미사여구(美辭麗句)로 포장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현대의 기업문화를 진단하기 위해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SWEAT Model의 3번째 DNA인 성과(Performance)을 이익(profit)과 위험(risk) 측면에서 평가해 보자.◇ 대북사업은 사업적으로 실패지만 훌륭한 시도로 평가됨정주영 회장이 경영에 전념할 때 현대의 성과를 설명하는 것은 사족(蛇足)에 불과하다. 현대가 한국경제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고, 국가발전에 많은 기여를 한 것도 사실이다.1970년대 베트남 특수, 1980년대 중동 건설 붐을 통해 한국경제를 반석 위에 올린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소비재사업을 주로 했던 삼성그룹이나 LG그룹과는 달리 고용창출효과가 큰 인프라관련 사업을 주로 했다. 잘나가던 현대는 정주영 회장의 정치참여와 대북사업으로 체면을 구기기 시작했다. 정치참여는 1992년 14대 대통령 선거에서 낙선을 계기로 정치에 대한 꿈을 접었지만 정치적 압박은 피하지 못했다.절치부심하던 정주영 회장이 다시 전면에 나서게 된 것은 1998년 이른바 소떼 방북사건이다. 자신이 키운 소를 이끌고 판문점을 통해 북한에 들어가 남북경협의 물꼬를 튼 것이다. 이후 남과 북은 급격하게 가까워졌고, 남북 정상회담, 금강산관광, 개성관광, 개성공단 등 일련의 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다. 현대가 남북경협을 통해 정체되고 있는 사업구조를 혁신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었지만, 사업적으로는 실패한 의사결정이다. 현대아산을 내세워 각종 사업을 추진했지만 좋은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정몽헌 회장도 대북송금문제로 검찰에서 조사를 받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정주영 회장이 대북사업을 추진하지 않았다면 정몽헌 회장이 자살을 할 이유도 없었고, 정주영 회장 본인도 말년에 어려움을 겪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현대는 아직도 대북사업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정은 회장이 정몽헌 회장 사망 10주기 추도식을 위해 북한을 방문하고, 북한의 지도자인 김정은에게 구두 친서를 받았다고 하지만 대북사업은 아직까지 안개 속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대는 약속을 지키지도 않은 북한 정부를 향해 끊임없이 읍소를 하고 있지만 좋은 결과는 얻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남북관계가 호전되면 경협이 활발해지고, 현대의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현재 현대가 추진하고 있는 사업들이 정부의 정책자금이 없다면 정상적으로 수익을 내기는 어렵다. 북한이 현대아산의 대북 사업권을 계속 인정할지도 미지수다.현대는 금강산관광 사업에 대해 50년 동안 독점권을 갖고 있었지만, 북한은 2011년 취소했다. 개성공단의 폐쇄가 지속되면, 북한이 어떤 독자적인 행동을 할지 모른다. 북한의 정책변화에 따라 현대의 사업권 존속여부가 결정되는 취약한 구조다. 현재까지 보면 대북사업은 실패했다고 결론을 내릴 수 있지만 좋은 시도로 보인다. 정주영 회장처럼 강력한 의지를 가진 경영자가 아니면 시도자체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현대가 사업적으로 큰 이득을 보지 못하더라도, 대북사업은 한반도 평화에 큰 기여를 했다. 장기적으로 보면 한반도의 통일여건을 조성하는데도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본다.현대의 대북사업이 역사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것이다. 어떤 기업과 경영자도 도전하지 못한 일을 현대와 정주영 회장이 한 것이다. 아쉬운 점은 그의 후계자들이 대북사업을 제대로 이끌어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몽헌 회장도 대북사업을 이끌어갈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현정은 회장도 그동안 보여준 대북사업 추진경과를 보면 대북사업을 정상화하기 어렵다고 판단된다. 현대가 북한의 고차원적인 권모술수(權謀術數)에 이용당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북한의 말을 곧이 곧 대로 믿는 순진한 자세를 갖고 대북사업을 하기는 어렵다. 대북사업을 주도하는 사람은 부드러운 협상력, 냉정한 판단력, 명확한 직관력을 가져야만 복잡하게 얽힌 대북사업의 실타래를 풀 수 있다. ◇ 주력 계열사 모두 실적부진과 자금난으로 궁지에 몰려2012년 현대의 주력 계열사들은 하나 같이 실적이 부진했다. 그룹 전체 매출도 2011년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은 12조원 규모다.2013년 신년사에서 미래를 선도할 새로운 사업구조와 신성장동력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반년이 지난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나온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실적은 더욱 악화되고, 주력 계열사는 경영권분쟁과 부채문제로 휘청거리고 있다. 경영권분쟁이 치열한 계열사는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상선이다.나름 우량기업인 현대엘리베이터는 부실계열사인 현대상선을 지원하기 위해 약 1,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면서 주주들과 갈등을 일으켰다. 현대엘리베이터의 2대 주주인 독일 쉰들러 홀딩 아게(Schindler Holding AG, 이하 쉰들러)는 6월 유상증자가 현대상선을 지원하고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목적에서 추진되고 있다면서 반대했다.현대엘리베이터는 5월 현대상선의 실적을 담보로 하는 주식스왑, 주식옵션 등 파생상품에서 1,953억 원 규모의 손실을 냈다고 공시했다. 손실규모는 자기자본의 49.3%에 달한다.현대상선도 2012년 매출 7조 7,138억 원에 영업손실 5,197억 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손실을 보면 2011년 5,343억 원, 2012년 9,886억 원으로 적자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2013년 1사분기, 2사 분기도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적자규모가 조금씩 줄어들고는 있지만 부채비율이 850%이상으로 높다. 1분기 말 기준으로 현대상선의 총 차입금은 6조 2,700억 원이다. 최근 3년간 부채비율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사업을 통해 적자를 내고 있지만 올해 안에 갚아야 할 부채규모는 2조 4,000억 원이 넘는다. 현대상선이 이익을 내서 부채를 갚는 것은 불가능한 수준이다. 영업손실을 줄이는 것도 버거운 상황이다. 회사채를 추가로 발행하거나 차입금을 늘려야 하지만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5월에는 현대증권과 대우증권이 주간사로 1억 1,760만 달러 규모의 해외 교환사채(EB)를 발행했지만 실패했다. 또한 최근 나이스신용평가가 현대상선의 신용등급을 A(안정적)에서 A-(부정적)으로 떨어뜨렸다.신용등급이 떨어지면 채권의 발행이 어렵고, 발행하더라도 높은 이자를 물어야 한다.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리는 일도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셈이다. 현대아산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2008년 금강산 관광 자체 추산 약 1조 4,000억 원 정도 손해를 입었다. 북한이 2011년 현대의 금강산독점권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선언했기 때문에 사업이 재개된다고 해도 현대가 사업권을 되찾을 수 있다고 장담하기 어렵게 되었다. 2013년 들어 남북긴장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급기야 개성공단까지 폐쇄되었다. 개성공단은 2000년 정몽헌 회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 사업권을 획득한 이후 지금까지 318억 원이 투자되었다. 공단폐쇄 100일이 지났지만 남북한 정부 어느 쪽도 양보하지 않아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개성공단이 재가동된다고 해도 남북한의 관계가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는다면 불안한 체제가 유지될 수 밖에 없다. 현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폐쇄와 재가동이 반복될 수 있기 때문에 사업적으로 매우 큰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현대증권도 대표이사가 그룹 경영진과 갈등을 빚다가 사임했고, 새로운 대표이사는 노조와 갈등 중이다. 5월 현대상선의 해외 교환사채발행이 실패하면서 300억 원이 넘는 미매각 물량을 떠 안았다. 대우증권이 국내 최초로 해외 교환사채발행을 주도했지만 참패를 했고, 현대증권은 계열사란 이유로 부담을 떠 안았다.현대증권의 실적도 급락하고 있다. 영업이익을 보면 2010년 2조 763억, 2011년 1조 464억 원으로 유지하다가, 2012년 21억 원의 적자를 냈다. 2013년도에는 실적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항공기펀드와 선박펀드에서 대규모 손실이 났다고 하지만, 다른 증권사들과 비교할 때 실적이 너무 나쁘다.문제는 이들 계열사 모두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대엘리베이터도 유상증자로 숨통이 틔었지만 기업의 본원적 경쟁력 확보와는 전혀 연관성이 없다. 현대엘리베이터도 현대상선을 무리하게 지원하면서 재무구조가 너무 나빠졌다.현대상선은 자체적으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로 곧 유동성위기를 경험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반기에 적대적 M&A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현대아산도 소소한 사업을 통해 목숨을 연명하고 있지만 단기간에 금강산관광이 재개되기도 어렵고, 재개된다고 해도 현대아산이 주도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개성공단문제도 쉽게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아 현대아산의 실적이 좋아질 가능성도 낮다. 현대증권도 해외사업을 통해 실적을 개선한다고 하지만 의욕에 불과하다. 현대의 경영진들이 요술방망이로 충분한 자금을 만들어내지 않는 이상 현대가 다양한 위험을 해결하지는 못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미 2010년경부터 위험신호가 끊임없이 감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대처 시기를 놓쳤다고 보인다.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 경영자만이 위대한 기업을 일굴 수 있다. 현정은의 현대가 어떻게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진진한 일이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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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이하 현대차)은 2000년 현대그룹(이하 현대)의 분쟁과 분할로 인해 탄생한 자동차관련 기업이었지만, 전형적인 국내 대기업의 성장전략에 따라 문어발식 확장으로 전문성이 결여된 복합그룹이다.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와 모비스 등 자동차 계열사, 현대엠코, 현대건설 등 건설계열사,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 등 금융계열사, 야구구단, 서산농장 등 약 70여 개의 계열사를 가지고 있다. 정몽구 회장은 일명 ‘왕자의 난’으로 밀려났지만 정주영 회장의 장자로서 그룹의 정통성을 현대건설인수로 잇고자 했고, 표면적으로 성공한 것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 정주영 회장의 정치적 저항과 좌절대한민국의 재벌사에 빠지지 않는 것이 권력과의 유착이다. 박정희 정부가 경제개발을 추진하면서 효율성이 높은 재벌에게 특혜를 부여했고, 재벌은 개발이익을 정치권에 제공하는 정경유착의 고리를 훌륭하게 만들었다.국내 재벌은 정치와 유착하지 못하면 기업경영이 어렵고, 유착하면 기업경영이 소위 말하는 ‘땅 짚고 헤엄치기’식이라는 사실을 일찍 깨달았다. 미 군정의 식산자산 불하나 전후 미군의 원조물자 배급이나 매입은 재벌에 대한 정치적 특혜의 출발점이었고, 한국재벌의 기반을 제공했다. 정주영은 정치권과의 유착관계를 공고히 하기 위해 아들 정몽준을 국회의원으로 만들었다. 대통령 선거 때마다 단골 후보로 거론되는 정몽준 의원은 재벌의 아들이라는 것이 후광이자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하고 있다.아들을 국회의원으로 만들어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만족하지 못한 정주영 회장은 1992년 통일국민당을 창당해 대통령 후보로 입후보했다. 3당 합당을 한 김영삼이 대통령으로 당선됐지만, 자금력을 기반으로 한 통일국민당도 새로운 정치세력으로 부상하는 계기가 됐다.대통령 후보로 선거에 나서고, 정치활동을 벌인 대가로 정치적 탄압은 예정돼 있었다. 세무조사를 받고 어려움을 겪었지만 정치와 거리를 둔 덕분에 YS정부를 잘 넘길 수 있었다.외환위기를 극복하고 남북긴장상태를 해소하기 원하는 DJ정부의 의도를 알아차린 정주영 회장이 대북사업을 야심 차게 벌였다. 1998년 자신이 키운 소를 몰고 방북을 하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1999년 대북사업을 벌이기 위해 현대아산을 설립해 금강산관광, 개성공단 등의 사업을 벌였지만 사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현대의 대북사업은 남북대화의 돌파구를 마련하고 싶은 DJ정부의 정치적 목적과 현대건설의 사업거리를 확보하고자 했던 현대그룹의 의욕이 합쳐진 성과물이다.DJ는 대북사업으로 노벨평화상을 받았지만, 현대는 기업이 풍비박산(風飛雹散) 났다. 아직 현대아산이 대북사업을 총괄하고 있지만 MB정부 들어 남북긴장이 고조되면서 개점 휴업상태다.진보계열의 후보가 2012년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되었다면 대북사업의 돌파구가 마련되었겠지만, 보수진영의 후보가 당선되면서 이 희망마저 물거품이 됐다. 정주영 회장의 마지막 작품인 대북사업은 장기적으로 남북통일의 주춧돌이 되었다는 평가를 받을지 모르지만 사업적으로 철저히 실패한 프로젝트라고 볼 수 있다.◇ 후계구도의 혼란에 따른 왕자의 난 등 갈등의 연속2000년 현대의 기반을 흔든 소위 말하는 ‘왕자의 난’이 발생했다. 정몽헌 회장의 측근이 현대자동차의 회장으로 발령받으면서 시작됐다. 정몽구 그룹 공동회장은 정몽헌 회장의 측근인 이익치 현대증권 회장을 고려산업개발로 전보 조치하면서 정몽헌 회장이 반발했다. 이익치 회장은 정주영 회장의 비서이자, 정몽헌 회장의 후견인 역할을 하던 인물이었다.인사권행사로 대립하던 형제간의 분란은 정주영 회장이 정몽헌 회장을 그룹의 후계자로 지목하면서 종료됐다. 정몽구 회장은 아버지 정주영의 결정에 반발했고, 현대자동차를 갖고 독립했다. 이후 현대는 2번의 경영권 분쟁이 발생했다. 2003년 정몽헌 회장이 사망하자 부인 현정은 회장과 정상영 KCC 명예회장이 그룹경영권을 차지하기 위한 ‘시숙의 난’이 발생했다. 현정은 회장이 그룹의 경영권을 이어 받았지만 주력인 대북사업이 침체를 거듭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06년에 정몽준 의원이 대주주인 현대중공업그룹이 현대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현대상성의 지분을 매입하면서 ‘시동생의 난’이 일어났다. 왕자의 난과는 달리 시숙의 난과 시동생의 난은 발생배경이 다르다. 정몽헌 회장의 사후 현정은 회장이 경영을 총괄하자 정씨의 입장에서 현씨가 현대의 정통성을 잇고 있는 현대를 경영한다는 자체에 거부감을 갖게 된 것이다.재산분쟁의 배경에는 현대가 정주영 개인의 업적에 의해서가 아니라 정주영 회장의 형제, 자식들 모두가 그룹을 성장시키는데 일생을 바쳤기 때문이다. 서로 기여분을 정확하게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지분을 요구할 경우 분쟁조정이 어렵다. 정주영 회장의 동생인 정세영씨도 30여 년 동안 현대자동차 경영을 책임졌지만, 형의 말 한마디에 조카인 정몽구 회장에게 넘겨줬다. 현대차의 정몽구 회장은 1978년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특혜분양사건으로 아버지 정주영 대신 사법처벌을 받았다.2000년 왕자의 난 당시에 아버지가 3부자 퇴진론을 발표했을 때 강력하게 반발한 이유도 자신도 현대의 성과에 충분히 기여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장자상속이 일반적인 사회분위기라는 점도 정몽구 회장이 강력하게 항의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이제는 표면적으로 재산갈등이 나타나고 있지 않지만 언제 촉발될지 알 수가 없다. 적자라고 불리던 현대는 현대상선과 현대아산의 실적부진으로 침체일로를 걷고 있고, 서자취급을 받던 현대차와 현대중공업그룹은 승승장구(乘勝長驅)를 하고 있어 갈등의 여지가 남아 있다.현대가 정상적으로 경영실적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자발적인 M&A를 당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현대차가 정주영 회장의 업적을 홍보하기 위한 사이트를 개설하고, 현대중공업그룹이 광고에 정주영 회장을 자주 활용하는 것도 전부 이유가 있다고 봐야 한다.◇ 정몽구 회장의 불도저식 경영의 한계에 봉착현대그룹의 창업자인 정주영 회장은 저돌적이면서 열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그의 성격에 적합한 업종이 자동차산업과 건설업이었다.1946년 현대자동차공업사, 1947년 현대토건사를 설립했다. 두 기업이 합병돼 현대건설이 되었고, 현대의 모기업으로 역할을 했다. 정주영 회장이 후계자로 장가가 아닌 정몽헌 회장을 지목한 것은 자신과 달리 합리적이고 재물에 대한 욕심이 적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정주영 회장의 외양이나 성향을 가장 많이 닮은 자식은 장자인 정몽구 회장이다. 정몽구 회장도 열정적이고 저돌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전직 현대차의 직원들의 증언에 따르면 정몽구 회장의 업무추진이나 인사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고 한다.글로비스 비자금을 수사가 정몽구 회장의 구속까지 이어진 것도 내부고발로 구체적인 물증이 발각되었기 때문이다. 정몽구 회장의 인사에 불만을 품고 떠난 직원들이 수사기관에 비자금과 관련 서류가 보관된 비밀금고 위치와 비밀번호의 제보가 결정적이었다.그저 그런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를 이끌고, 글로벌 자동차그룹으로 성장시킨 것이 정몽구 회장의 뚝심, 불도저 경영이라는 주장을 하는 전문가도 있다.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이 보수경영을 하던 사이 공격적인 설비투자로 시장점유율을 획기적으로 높인 것은 높이 살 만하다. 해외수출이 살 길이라고 생각하고 미국, 유럽, 중국 등지에 공장을 늘리는 노력을 통해 글로벌 Top 3에 진입할 목표를 세웠지만 달성은 하지 못했다. 과감한 설비투자로 공격경영을 했지만 국내시장마저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국내 소비자를 홀대하고, 연비조작 의혹을 받으면서 수입차 업체들이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해외시장도 미국 시장에서 대규모 리콜사태로 주춤하던 일본 업체들이 공격적인 영업을 하면서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다.정몽구 회장이 극찬했다던 기아차의 신차도 판매량이 저조하다. 고급 이미지를 가진 수입차에 대항하기 위해 개발한 K9은 판매가 부진하자 가격을 내리고 있지만 판매가 늘지는 않고 있다. 정몽구 식의 독불경영, 불도저 경영은 산업화시대에 한계점에 도달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정주영 회장도 말년에 독불경영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자신이 물러나면 그룹회장이라는 명칭부터 없어질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정주영 회장 사후 10여 년이 흘렀지만 현대차는 여전히 회장 1인의 독단경영체제가 유지되고 있다. 수천 억 원의 개발비를 투입하고, 회장이 극찬했다던 신차가 목표량의 10%도 판매되지 않는다는 것은 의사결정과정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회장 주변에 ‘예스맨’들만 득실거리고, 회장의 판단능력에 문제가 있지 않는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현대차가 회장 1인의 직관과 판단만으로 끌고 갈 수 있을 정도로 사업구조가 단순하지 않고, 외부환경도 복잡하다. 경영자의 자질은 사업방향을 읽을 수 있느냐로 평가할 수 있는데, 시장 트렌드를 파악하지 못하면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다. 외형적인 과거 실적에 너무 매몰되면 미래를 준비할 수 없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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