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1
" 도의적 책임"으로 검색하여,
3 건의 기사가 검색 되었습니다.
-
1954년 창업한 동국제강은 포스코 및 현대제철과 더불어 국내 빅(Big) 3 철강회사에 속한다. 1961년 국내 최초로 철근을 생산하고 1966년 국내 최초로 전기로 제강기술을 도입한 혁신 기업이다. 철강은 대표적인 환경오염 사업을 영위하므로 환경단체의 주요 공격 대상으로 전락했다.전방산업의 경기 침체로 동국제강은 6월부터 인천 전기로공장을 기존의 4조 3교대 근무에서 밤에만 운영하는 야간 1교대로 전환했다. 공장 가동률은 80%에서 60%로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름과 겨울 전기료 인상으로 비용 절감이 가능한 야간 생산체제를 상시로 이어가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동국제강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현황을 진단하기 위해 홈페이지, 국가정보전략연구소(국정연) 데이터베이스(DB), 국정감사·감사원·사법기관 자료, 각종 제보 등을 참조했다. 글로벌 스탠다드를 지향하며 개발된 ‘팔기(八旗)생태계(8-Flag Ecosystem)’ 모델을 적용해 동국제강의 ESG 경영 현황을 진단해 봤다. ▲ 동국제강의 팔기(八旗)생태계(8-Flag Ecosystem) 모델 평가 결과 [출처=iNIS]◇ 전사적인 준법활동 추진하지만 오너 리스크 상존동국제강은 2023년 6월1일 기준 인적분할을 실시해 지주회사 동국홀딩스, 열연사업회사 동국제강, 냉연사업회사 동국씨엠을 신설했다. 본원 사업인 철강업의 전문성 및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특화된 관리체계를 통한 경영 효율성 증대가 주요 목적이다.경영 비전은 ‘최고 경쟁력의 Global Steel Company’로 정했다. ESG 경영의 3대 지향점은 △환경가치 기반 비즈니스 △신뢰받는 경영 △사회적책임이다. 경영이념은 ‘우리는 인간생활의 향상과 개선에 필요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나아가 문화의 발전에 기여한다’이다. 홈페이지에 ESG 경영헌장은 없으며 인권경영 추진방향과 인권경영방침은 수립했다.전사적인 준법활동 및 공정거래 활동 추진과 준법 리스크 관리를 위해 DK 준법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준법 프로그램 활동은 △기업경쟁력 강화 △법 위반 손실 방지 △글로벌 역량 배양 등 공정경쟁과 역량 강화가 목적이다. 하지만 장세주 회장의 일탈 행위가 반복돼 오너 리스크를 최소화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2019년부터 매년 환경보고서 및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인 ‘Steel for Green’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환경보고서를 발간했다. ESG 경영성과에 분할 이전의 열연사업 부문과 냉연사업 부문의 지속가능경영 추진 활동 및 성과를 포함했다.2024년 1분기 매출액은 9237억 원으로 전분기 1조1226억 원 대비 17.4% 감소했다. 1분기 영업이익은 525억 원으로 전분기 786억 원 대비 33.1% 줄어들었다. 1분기 순이익은 291억 원으로 전분기 439억 원 대비 33.7% 축소됐다. 사업 전반에 위기감이 고조되는 이유다.경기 침체와 건설 경기 악화로 주력사업인 봉·형강 부문의 판매가 감소했다. 중국 건설업 경기 악화와 일본 엔저 영향으로 인한 저가 수입산 유입으로 후판 부문의 판매량도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2024년 1분기 재고자산은 6044억 원으로 직전 분기 5986억 원에 비해 소폭 증가했다. 해외 수출로 판로를 확장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2025년부터 정년 62세로 높여 고령화 사회 대비 노력서울중앙지검은 1월 장세욱 동국제강 대표와 김연극 전 동국제강 공동대표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에 대해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2022년 동국제강 포항공장에서 크레인 안전벨트에 몸이 감겨 사망한 노동자의 유족이 2023년 장대표를 고소한 지 1년 만이다.동국제강 노사는 5월 정년 적용 시기를 2025년부터 기존 만 61세에서 62세로 높이기로 합의했다. 대상자는 생산직을 포함한 전체 근로자 2522명이며 동국제강 근로자 1522명, 냉연사업 부문 기업인 동국씨엠 근로자는 1000명이다.동국제강은 2022년 정년을 60세에서 61세로 연장한 전례가 있다. 동종업계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정년은 만 60세인 것과 비교된다. 고령화 사회를 대비하고 철강업계의 숙련 인력 부족 문제를 고려한 인사정책으로 분석된다. 안전보건 경영의 비전은 ‘일하는 모든 사람들의 안전과 건강을 지키는 기업’으로 중대재해 제로(Zero), 재해율 30% 감소를 목표로 정했다. 경영 체계의 3S 활동은 △안전 인프라(Safe한 안전환경) △안전활동(Smart한 안전관리) △안전문화(Strong한 안전문화)이다.5월 수도권대기환경청, KG스틸과 함께 굴뚝 시료 채취 작업환경 개선을 위한 자발적 협약을 맺었다. 근로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낙상 및 낙하물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목적이다. 동국제강은 주기적인 시설 점검 및 보수를 실시하고 측정 대행업체와 안전협의체 구성을 통해 위험 요소를 제거할 방침이다.2023년 유관 부서 직원 32명을 대상으로 11시간 동안 준법교육을 실시했다. 교육 내용은 중대재해처벌법 및 ESG 경영 의미, 이슈 사항, 산업안전보건법 유의사항 등이다. 공정거래 관련 법령 이외 분야의 리스크를 줄이고 임직원의 ESG경영 관심 및 지식을 높였다. ◇ 제품 생산은 줄었음에도 공정용수 사용량 증가세동국제강은 제철회사인 포스코와 달리 고철을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환경파괴 논란에서 자유로운 편이다. 환경에너지 경영방침은 경영이념을 바탕으로 고객 만족과 인간 중심의 경영을 실천하는 것이다. 환경에너지 경영시스템은 △환경·에너지 경영시스템 △기후변화 대응 △환경·에너지 통합 관리 등으로 구축됐다.6월 미국 글로벌 안전환경기관인 UL*Underwriter’s Laboratory)로부터 환경성적표지(EPD) 인증을 취득했다. 인증받은 품목은 H형강, 열처리후판, 비열처리후판 3종이다. EPD는 환경성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제품의 원료 채취부터 생산, 유통, 사용, 폐기 등 전 과정에서 생기는 환경 영향을 정량화해 표시한다.동국제강은 1월 주력 생산품의 유럽 인터내셔널 EPD 인증 취득도 완료했다. 2024년 국내 인증을 추가로 취득하고 2025년 주요 품목에 대한 환경부의 ‘저탄소 인증’을 획득할 계획이다. 저탄소 제품 인증은 EPD 제품 중 동종 제품 대비 탄소 배출이 적어야 인증을 받을 수 있어 ‘녹색제품’으로 공공기관 의무 구매 제품에 해당된다.2023년 환경재단과 함께 ‘안전모아’ 캠페인을 진행했다. 기후변화 대응과 지역사회 나눔을 목적으로 폐안전모와 작업복을 수거해 지역사회의 취약계층 아동의 기후재난 및 위급상황 시 안전키트로 재활용했다. 동국제강의 포항, 인천, 당진, 공장과 협력업체에서 폐기 예정인 안전모와 작업복을 수거했다. 연간 소각 처리되는 안전모는 50만4000개로 대기오염도 초래한다.2023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열연과 냉연 제품 생산량은 △2020년 583만7000톤(t) △2021년 602만7000t △2022년 591만7000t으로 등락을 반복했다. 총 원부자재 사용량은 △2020년 665만9000t △2021년 686만7000t △2022년 666만3000t으로 집계됐다.제조 공정에 사용되는 공정용수 사용량은 △2020년 589만6000㎥ △2021년 663만㎥ △2022년 666만5000㎥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수질오염물질 배출량은 △2021년 82.85t △2021년 29.82t △2022년 40.42t으로 2021년 급감 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 안전사고에 대한 법적 책임 면했지만 도의적 책임 부담해야△거버넌스(Governance·지배구조)=오랜 역사로 업계 전반에 걸쳐 높은 인지도를 자랑하지만 오너 리스크가 반복되며 이해관계자의 자부심이 떨어지고 있다. 전사적인 준법활동을 강화해 공정경쟁을 추구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지속가능 경영에 대한 기반 구축은 미진한 실정이다. △사회(Social)=생산 공정 자체가 위험을 상시적으로 내포하고 있을 뿐 아니라 사고도 빈발해 근로자 보호 노력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포항공장의 안전사고로 법적인 처벌을 면했지만 도의적 책임은 부담하겠다는 자세를 견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환경(Environment)=국내 수요 부진으로 해외 판로를 확장하기 위해 EPD 인증을 취득한 것은 긍정적이다. 철강 제품 생산량이 감소세를 보이는 반면 공정용수 사용량과 오염물질 배출량이 상승하는 등 에너지 절감 체계에 더욱 신경써야 한다. ⋇팔기(八旗)생태계(8-Flag Ecosystem)=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정부·기업·기관·단체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평가하기 위해 국내외 전문가들과 협력해 개발한 모델이다. 팔기는 주역의 기본 8괘를 상징하는 깃발, 생태계는 기업이 살아 숨 쉬는 환경을 의미한다. 주역은 자연의 이치로 화합된 우주의 삼라만상을 해석하므로 기업이 직면한 다양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찾는데 유용하다.
-
KCC는 다른 대기업과 달리 전체적인 비전(Vision)이 있고, 연도별 비전을 따로 설정하고 있다.2000년대 초부터 국내 기업들이 비전을 새롭게 정립하면서 비전과 미션(Mission)을 혼동하는 경우가 많았다. KCC의 경우에도 비전을 어떻게 설정해야 하고, 기업이 비전이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하는지 이해도가 낮은 것으로 보인다.KCC의 기업문화를 진단하기 위해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SWEAT Model의 첫 번째 DNA인 비전(Vision)을 목표(goal)와 책임(responsibility) 측면에서 평가해 보자.◇ 세계인이 모두가 행복한 세상구현을 기업목표로 설정KCC는 세계인이 행복한 세상구현을 기업목표로 정하고, ‘환경친화적 경영과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를 통한 초 일류기업’을 비전으로 삼고 있다. 그리고 에너지 고효율성 및 친환경적 기술개발에 기반한 제품의 고부가차화와 더불어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ONE AND ONLY’제품개발에 기업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한다.고품질의 제품을 개발해 고객의 신뢰를 획득하고, 기업경쟁력을 향상시켜 경쟁사가 모방하기 힘든 ‘강한 KCC, 신뢰받는 KCC, 글로벌 KCC’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더 좋은 삶을 위한 가치 창조’라는 경영이념을 달성하기 위한 고부가가치 창출과 재무 건전성 확보를 통한 안정성장 지향, 지속적 혁신과 효율적 조직운영을 통한 선진경영 추구, 적극적인 교육투자를 통한 글로벌 인재육성, 끊임없는 기술혁신을 통한 최첨단 기술 리더십 구축 등 4가지 전략목표를 세웠다.혁신과 기술을 중시하는 기업과는 달리 기업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염두고 있는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 재무건전성과 안정성장은 성숙단계를 지난 기업들이 선택하는 경영전략으로 보수적인 KCC의 기업문화를 보여준다. 그리고 매년 중점사항이 변경되는 것을 반영해 경영전략을 수정한다. 2011년 경영전략을 보면 글로벌 초일류 정밀화학기업으로 도약, 세계적인 유기∙무기 종합실리콘 생산업체로 성장, 친환경 기술로 녹색기업 위상확립 등 3가지다.글로벌 초일류 정밀화학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중국, 인도, 베트남, 중동, 동남아시사, 남미 등으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장하기로 했다.세계적인 유기∙무기 종합실리콘 생산업체로 성장하기 위해 유기실리콘에 이어 폴리실리콘 시장에서도 시장지배력을 강화할 목표를 세웠다.친환경 기술로 녹색기업 위상을 확립하기 위해 차세대 친환경 미래주택 연구개발을 위한 건축환경연구센터를 오픈 했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지속된 2012년의 경우 KCC는 3가지 경영전략을 수익성 중심의 가치 우선 경영, 기술 리더십에 기초한 글로벌 역량강화,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생산성 강화로 정했다. 폴리실리콘에 막대한 투자를 했지만, 큰 폭의 적자가 지속되면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지원을 하고 있어 수익성에 초점을 맞춘 경영전략은 중요했다고 보여진다.그리고 기술 리더십은 정확하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지만, 기술력이 뒷받침된 제품의 품질경쟁력이 글로벌 시장확대에 중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은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조직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한 목적에서 수립한 추진전략이었을 것이다. 2013년의 경영키워드는 상생, 친환경, 글로벌로 제시했다. 박근혜정부가 출범하면서 경제민주화, 골목상권보호, ‘갑’질 논란 등이 초래되면서 상생이 가장 중요한 경영방침이 된 것이다.대기업이 연초만 하더라도 협력업체, 소비자들과 상생하겠다며 의지를 불태웠지만, 지속적으로 추진할 이유가 없었다. 정부가 일자리창출과 투자환경조성 등의 명분을 내건 대기업에 굴복하면서 경제민주화가 박근혜정부의 정책에서 뒷전으로 밀려났기 때문이다.친환경은 제품개발의 방향을 제시한 것에 불과하고, 글로벌은 국내시장에 한정된 KCC의 사업구조를 다각화가 시급하다는 것을 나타낸 것이다.2014년이 되면서 KCC는 ‘최고의 기술개발을 통한 세계시장 주도’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2013년부터 기술 융∙복합화를 통해 ‘원 앤 온리(One & Only’제품을 개발해 세계시장에서 리더십을 보였다는 설명도 따랐다.그리고 KCC 정몽익 사장은 ‘기본부터 다지자’는 목표를 정해 실천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몇 년 동안 경영이념, 경영전략, 경영키워드, 비전 등의 다양한 이름으로 제시하고 있는 내용들은 모두 기업환경 변화에 수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술에 가깝다. 변화를 예측하고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전술적 대응보다는 전략적 경영계획수립이 필요하다. 그리고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KCC의 비전이 너무 자주 바뀌고 있으며, KCC가 경영이념과 비전의 정확한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경영이념은 기업을 경영하는 원칙이고, 비전은 기업이 지향하고자 하는 바람직한 미래의 모습이다. 따라서 경영이념보다는 비전이 상위의 개념이고,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수립한 전략이나 원칙이 경영이념이다.‘더 좋은 삶을 위한 가치 창조’나 ‘환경친화적 경영과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를 통한 초 일류기업’도 기업의 비전으로서 적합하지 않다. 환경친화적 경영도 비전이 아니라 경영전략에 해당된다. ◇ 친환경기업을 목표로 하지만 건축자재 유해논란은 회피2013년 10월 KCC의 핵심계열사인 ㈜KCC는 종합 건축자재기업으로서 유실되는 에너지와 유해물질을 ‘제로(0)화’해 ‘에너지를 지키는 친환경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비전은‘제로기술’을 통해 건축물 에너지 손실을 막고, 유해물질을 발생시키지 않겠다는 KCC의 기술적 의지를 담았다고 말했다.에너지 손실을 막기 위해 ‘1등급’이 아니라 ‘0등급’을 지향해 다른 경쟁사와는 차별화된 친환경기업이 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지난 몇 년 동안 고유가로 인해 에너지절감이 정부의 우선 정책과제로 부상했다는 점을 간파해 비전을 수립한 것으로 보인다. ㈜KCC는 건축자재와 도료를 제조 판매하는 기업으로 KCC의 건축자재가 없이는 집이나 건물을 짓기 어렵다고 볼 수 있다.국내 대표 건축자재기업인 KCC가 막강한 시장지배력을 자랑하고 있지만, 국내 건축자재시장은 유해물질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기업이 기술개발은 뒷전으로 이익만 추구하고, 정부가 관리감독을 소홀히 하는 사이 국민생활환경은 열악한 수준을 넘어 극도로 위험한 지경에 처해졌다. KCC가 자랑하는 스레트와 석고보드 등은 발암물질을 포함하고 있는 대표적인 건축자재이다. 지난 10여 년 전부터 발암물질 논란이 거세게 일었지만, 석고보드가 비용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 KCC가 창업하면서 생산하기 시작한 스레트도 현재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고 있지만 아무도 제대로 된 해결책을 내지 못하고 있다.당시 정부가 농촌과 도시의 지붕개량사업의 일환으로 권장한 스레트는 현재 대도시보다는 농촌지역의 골치거리로 전락했다. 농촌지역 농가의 지붕에 설치된 낡은 스레트가 진폐증의 주범으로 알려져 있지만, 특수폐기물로 분류돼 처리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어 철거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소규모 예산을 겨우 확보해 무자격자를 고용해 매년 수십 가구의 스레트지붕을 해체하고 있지만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수 십 년도 더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아직 시골사람들은 스레트지붕이 얼마나 위험한 물질로 만들어졌는지 알지 못한다. 십 여 년 전만 하더라도 일부 시골 사람들은 스레트 위에 삼겹살을 구워먹기도 했다. 스레트의 석면물질이 돼지고기 기름을 잘 흡수해 고기를 노릇노릇하게 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석면가루가 범벅이 된 돼지고기를 맛있게 먹었던 것이다. 저렴한 비용으로 건축자재로 광범위하게 사용된 석고보드도 마찬가지다. 가정의 벽면이나 사무실, 학교 등의 천장, 바닥에 사용된 석고보드도 진폐증을 유발하는 석면가루가 생기고 있지만 대책마련을 하지 못하고 있다.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막대한 처리비용을 확보하지 못해 석면의 위험에 대해 눈을 감고 있다. 다른 오염물질과 달리 석면으로 인한 질병은 수십 년간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소리 없는 살인자’라는 별명을 얻은 위험한 물질이다. 50년 이상 유해물질이 포함된 건축자재를 생산해 판매했던 KCC가 이제서야 기술개발을 통해 유해물질이 포함되지 않은 건축자재를 생산하겠다는 의지를 내 비치고 있는 것은 늦었지만 환영한다. 하지만 지나간 과거는 어떻게 해결할 지도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정부가 무능해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지 못해 생산된 건축자재에 대해서도 제조물책임법(PL)을 적용하기는 어렵겠지만, 제조회사로서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한다. 만약 법적으로 KCC가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고 하더라고 윤리적 책임을 피하기는 어렵다. 윤리경영을 한다며 불우이웃돕기를 하는 것도 좋지만, 자사가 제조해 판매한 제품의 유해물질 논란을 해소하는데 앞장서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한국 국민 모두가 매일매일 석면건축자재의 위험 속에서 생활하고 있기 때문이다.스레트를 해체하고 처리하는 업무도 전문지식과 기술을 보유하지 않은 지방자치단체에 전가하지 말고, KCC가 엄격한 처리규정을 제정하고 관련 전문가를 양성해 해체해야 2차 오염을 방지할 수 있다.오늘도 전국민은 가정에서, 지하철에서, 학교에서, 회사 사무실에서, 관공서에서 유해물질이 포함된 건축자재로 인해 건강에 위협을 받고 있다.- 계속 -
-
코오롱이라는 기업의 이미지는 섬유회사와 마라톤이 강하다. 나일론을 처음으로 소개한 기업이니 섬유가 회사의 이미지로 자리잡은 것은 당연한 귀결이지만 마라톤이 연상되는 것은 이동찬 회장의 노력 덕분이다.이동찬 회장이 마라톤을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했으며, 코오롱이 후원하고 육성한 황영조와 이봉주 등은 한국 마라톤 역사에 커다란 업적을 남겼다. 사람들이 먹고 살만하면서 마라톤에 대한 열기도 사라졌고, 스포츠 종목이라기 보다는 생활체육으로 자리매김했다. 마라톤에 대한 사회적 열기가 사라진 것처럼 코오롱의 사업도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마라톤의 진정한 묘미를 깨닫지 못했을 수도 있다현 이웅열 회장의 아버지인 이동찬 회장은 정치계의 거물이었던 아버지 이원만 회장과 삼촌인 이원천 회장의 그늘 아래에서 오랫동안 실력을 쌓으며 1인자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절치부심했다고 한다. 2인자의 삶이라는 것은 언뜻 화려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권도 없고 책임만 있는 자리이다.조직의 실적이 나쁘거나 1인자의 리더십에 문제가 생기면 2인자가 제일 먼저 희생양이 된다. 2인자 중에서는 언젠가는 1인자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있고, 영원히 1인자가 될 수 없는 사람도 있다. 전자의 경우에 2인자가 받는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한다. 고대국가가 성립되면서 동서양을 불문하고 국가나 가정 모두 장자세습이라는 전통이 생겼다. 국가나 가정에 1인자는 1명뿐이기 때문에 2인자는 1인자가 사망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왕이나 조직의 수장이 죽어야 그 자리를 계승할 수 있다.개인마다 수명이 다르기 때문에 2인자는 1인자가 언제 죽을 지도 모르기 때문에 초조하게 기다릴 수 밖에 없다. 운(?) 좋게 1인자가 빨리 죽으면 좋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평생을 기다릴 수 밖에 없다. 기다림의 미학이라는 현란한 수사어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당사자로서는 정신고문을 받는 것과 마찬가지다. 오랜 시간 동안 굳세게 버티면서 묵묵히 나아가야 하는 것이 마라톤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마라톤은 인간의 한계를 넘어야 하기 때문에 자신과의 경쟁이라고 볼 수 있다.대기업 오너의 자식들이 경영권을 물려 받기 위해 기다리는 것을 마라톤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경영수업을 받는 것이 어렵지도 않고, 고통을 감내할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동찬 회장은 본인도 한창 일을 할 나이에 아들에게 경영권을 물려 준다. 명예롭게 은퇴하려고 한 것인지, 아니면 회장 자리만 쳐다보고 있는 자식이 안타까웠는지도 모른다. 언젠가는 자리를 물려 줘야 하는데 빨리 자리를 물려 받아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소신껏 경영을 해 보라는 배려일 수도 있다.어떤 의도를 가졌던 크게 성공한 의사결정은 아니었다고 본다. 이웅열 회장이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기존 사업도 특별한 진전이 없고, 새롭게 선택한 사업도 미래의 성장동력이 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전문 마라토너가 아닌 일반인이 마라톤에서 완주하려면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손기정옹이 마라톤 금메달을 따낸 것은 한국인의 자랑이라고 설명했다. 황영조 선수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따냈다는 점도 소개했다. 이후 1997년 한국이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를 겪으면서 일반인 사이에도 등산과 마라톤이 엄청나게 확산했다고 덧붙였다.IMF외환위기 이후 인생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면서 일반인들이 마라톤에 많이 도전하고 있다. 인생을 바친 기업이 나의 인생을 보호해 주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이 강해지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에서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고 싶은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국내 대기업 후계자 중 경영수업을 받으면서 이런 절박한 심정을 느끼는 사람이 있을까? 죽도록 노력을 해 부모가 물려준 기업과 직원들의 인생을 보호해야겠다는 의지를 불태워 본적이 있을까? 만약 이동찬 회장이나 이웅열 회장이 이런 생각을 가졌다면 코오롱의 현재는 지금과는 달랐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 적당주의 문화 척결로 한 단계 도약을 꿈꾼다 이웅열 회장은 그룹 내에 만연한 적당주의 문화를 척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코오롱뿐만 아니라 국내 공조직, 사조직 모두 적당주의 문화가 만연되어 있어 제품개발도, 업무처리도‘대충 이만하면 충분하다’는 생각으로 하기 때문에 발전이 없다.이웅열 회장이 적당주의를 타파하자는 것은 좋은 말이지만 실천전략이 모호하다.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 주고, 잘못된 것도 숨기지 말고 이야기 하는 식으로 적당주의를 타파하자고 주장한다. 승진을 위해 치열한 경쟁이 일상화되어 있어 동료의 단점을 찾기 바쁜데 단점을 보완해 주라고 하면 황당하게 여길 것이다. 해보지 않은 일을 하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하다. 소신 없이 현상유지로 사는 것이 유리한 대기업의 직원들이 용기를 내기는 어렵다.그리고 연공서열이 확고하게 정착되어 있고, 업무상 작은 실수로도 승진에서 밀리고 해고될 수 있는데 실수를 고백할 멍청한 직원은 없을 것으로 본다. 적당주의를 없애야 조직이 발전한다는 주장은 충분히 납득되지만 실행방안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현재 국내 최고의 그룹으로 인정받고 있는 삼성그룹도 적당주의 팽배했던 조직이다. 이건희 회장은 ‘일류삼성’이라는 슬로건을 내 세우며 직원들의 가슴에 불을 지펴 적당주의를 어느 정도 해소했다는 평가를 받는다.국내 1등을 넘어 글로벌 1등이 되기 위해 철저히 1등을 연구했다. 내부의 토론이나 실수를 지적하는데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1등을 따라잡는다는 목표를 주고, 무조건 열심히 일하도록 만든 것이다. 최고의 기업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적당주의가 통하지 않는다.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소송에서 쟁점이 되는 것 중 하나가 모방의 정도다. 삼성전자는 애플의 제품을 철저하게 연구한 후 베낄 수 있는 것은 모두 베꼈다. 디자인, 기능, 마케팅 전략 등 도의적으로는 문제가 되어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는 것은 주저하지 않고 모방한 결과 애플을 넘을 수 있었다.아직 법적 분쟁이 종료된 것은 아니지만 삼성전자는 애플의 따라 잡겠다는 목표를 이뤘다. 삼성전자는 애플을 따라잡기 위해 동료끼리 단점을 보완해주라고 요구하기 보다는 성과급이라는 당근을 제시하면서 경쟁을 유도했다.코오롱도 삼성전자처럼 코오롱의 역량으로 글로벌 강자로 부상하고 있는 영역을 정해 1등 기업을 철저하게 연구하고 모방해 2등이 되는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모방할 때는 ‘대충’이나 ‘적당히’가 아니라 철저하게 하는 것이 좋다. 제품의 성능과 품질은 사소한 차이가 결정하기 때문이다.철저하게 모방한 직원들에게는 충분한 보상을 해 줘야 한다. 회장보다 더 높은 연봉을 받는 직원이 나와야 그 기업이 발전한다. 이런 점에서 보면 코오롱이 듀폰의 기술력을 따라잡겠다는 전략을 수립한 것까지는 아주 좋았다고 판단된다.◇ 사업가는 정치를 멀리해야 오래 살아 남는다평범한 중견그룹에 불과하던 코오롱이 인구에 회자되기 시작한 시기는 MB정부가 출범하면서부터다. 대통령의 정치적 선배이자 친형인 이상득 의원이 코오롱 출신이고, 이상득 전 의원의 정치적 후원자가 코오롱이었기 때문이다.특히 MB정부가 상하수도 민자사업을 추진하면서 수처리 사업을 미래성장동력으로 추진하고 있던 코오롱이 큰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압도적이었다. 이 같은 전망은 MB정부가 광우병 사태로 촉발된 촛불집회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사라졌다. 그 이후 큰 이슈가 없었던 코오롱이 언론의 전면에 등장하게 된 것은 이상득씨가 불법정치자금 혐의로 구속되면서부터다. 이상득씨의 보좌관으로 근무하던 사람들도 코오롱 출신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코오롱이 불법정치자금의 근원지처럼 비춰졌다.그리고 2012년 안철수 의원이 대통령후보로 거론되면서 ‘브이소사이어티’라는 재벌 2세들의 친목단체가 주목을 받았다. SK그룹의 최태원 회장이 2003년 SK글로벌사태로 구속되면서 탄원서를 내면서 서명을 한 회원들의 명단이 밝혀졌는데, 안철수 의원도 포함되어 있었다. 벤처기업 활성화에 기여하겠다는 명목으로 만들어졌던 브이소사이어티에도 이웅열 회장이 포함되어 있었다.한국 재벌사에서 정치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현재 명성을 떨치고 있는 재벌기업들 대부분이 해방 이후 식산재산의 불하나 정부주도의 경제성장정책에서 정치적 특혜를 받아 성장했기 때문이다.정권교체의 고비마다 정치적 결단을 잘해 생명을 연장해 온 대기업도 있고, 정권과 맞서다 공중분해가 된 대기업도 많다. 특정 정권과 밀착해 성장한 기업은 다음 정권에서 탄압을 받으면서 사세가 위축되기도 한다. 이제 정치권과 결탁해서 기업이 장수하기란 쉽지 않다. 국경이 무너지고, 관세가 사라지면서 기업들은 글로벌 무한경쟁에 직면해 있다. 특정 국가의 정치권이 특혜를 베푼다고 본원적인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기업이 살아남기는 어렵다.지난 봄 STX그룹이 유동성위기로 어려움을 겪자 중국 정부차원의 지원이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었지만 중국 정부의 지원은 없었다. 중국 시진핑 주석이 STX가 대규모 투자한 다련시의 서기로 근무했기 때문에 친분이 있다는 것이 이유다. 박근혜정부가 전임 MB정부의 실정을 파헤치고 있어 MB정부로부터 유∙무형의 특혜를 받았을 것으로 의심을 받고 있는 코오롱이 당분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인은 가급적 정치권과 거리를 두는 것이 좋다.권력을 가진 정치인이나 관료에 가깝게 지내면 당장 도움을 받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기업이 지속가능성장을 유지하려면 기술개발에 전념해야 한다. 코오롱과 이웅열 회장도 정치에 기웃거리지 말고 본원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것이 좋다.- 끝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