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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은 다른 대기업과 달리 장기적인 비전을 설정하지 않고 있다. 비전이 명확하지 않는 기업이 어떻게 대기업으로 성장했는지 이해하기 어렵지만, 각종 자료를 검토해 본 결과 비전이 명확하지 않다.단기적인 사업목표를 설정하고 있으며, 박근혜정부가 들어선 이후 사회적 책임에 대한 고민은 다양하게 하고 있다. 대림의 기업문화를 진단하기 위해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SWEAT Model의 1번째 DNA인 비전(Vision)을 목표(goal)와 책임(responsibility) 측면에서 평가해 보자.◇ 한숲정신과 5가지 중장기 전략으로 글로벌 기업 지향대림이 창업초기부터 이념으로 제시하고 있는 ‘한숲정신’은 풍요로운 삶의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대림의 자료에 따르면 한숲의 ‘한’은 ‘크다, 높다, 넓다, 밝다, 중심이다, 우두머리, 우주, 하나인 동신에 무한하다’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숲’은 온갖 풀과 나무들이 무성하게 어우러지고 새들과 짐승이 깃들어 사는 대자연으로 세상의 온갖 사물을 품고 받아들이는 너그러움, 무한히 변화하고 번성하는 풍요로움, 생명력 등을 상징한다. 한숲정신이 좋은 의미를 갖고 있지만 대림의 이미지와 직접 연결되지는 않는다. 대림의 주력사업이 건설업으로 새로움을 창조하기도 하지만 파괴도 하기 때문이다.건설업이라고 하면 창조보다는 파괴라는 이미지를 떠 올리는 사람이 많다. 대림의 오너와 경영진이 직원이나 이해관계자를 푸근하게 감싸거나 풍요로운 삶을 만들어 주기 위해 노력한다고 느끼는 사람도 많지 않다.기업의 정신과 이념은 구성원의 생각을 지배하고 행동으로 연결될 때만이 가치를 가진다. 대림이 오랫동안 한숲정신을 강조했지만, 실제 기업의 경영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를 받는다.최근에 대림산업은 100년, 200년 기업을 목표로 5대 중장기 전략을 세웠다. 5대 전략은 마케팅 중심의 경쟁우위 창출, 한국형 해상 특수교량 기술력으로 해외시장 도전, 냉난방 에너지 소비량 제로(ZERO) 도전, 생산시설 분야 사업확대, 발전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집중 육성 등이다.마케팅 중심과 생산시설 분야 사업확대, 발전사업 육성은 기업의 영업전략과 관련이 있다. 반면 특수교량 기술력과 냉난방 에너지 소비량 감소 등은 기술개발 전략이다. 국내 기업이 취약한 영역이 마케팅이다. 성실하게 열심히 노력하는 것만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 시장에서 원하는 제품과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시장조사에서부터 제품기획, 영업, 사후서비스까지 마케팅과 연관되지 않은 영역은 없다. 동일한 기술력이라도 어떻게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느냐에 따라 경쟁력이 달라진다.LG전자와 더불어 국내 가전업체에 불과하던 삼성전자가 글로벌 대기업으로 성장하게 된 것도 마케팅전략 덕분이다. 삼성전자는 전문가들에게 카피 캣(copy cat, 모방자라는 뜻)이라는 조롱을 받고 있지만, 적극적인 시장조사와 모방전략 덕분에 급성장할 수 있었다.5대 전략 중 눈에 띄는 것은 에너지 효율 냉난방기술개발이다. 에너지가격이 급등하면서 건물의 에너지 효율이 높이는 것이 중요해졌다. 건물도 단순하게 외형만 그럴듯하게 지어 팔던 시대는 지나갔다.아파트를 포함한 건설시장이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국내에서 아파트 미분양이 쌓이고, 건설시장이 침체된 것도 건설회사들이 패러다임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대림산업이 에너지효율을 높이는 기술을 개발하는 목표를 세운 것은 좋지만, 실제 구현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대림산업은 토목위주의 단순 건설회사로서 단열재나 건축자재에 대한 기술과 지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대림이 한숲정신을 내 세우고, 대림산업이 5대 전략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가시적인 효과는 나지 않고 있다. 발전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영역이기는 하지만, 플랜트위주의 사업을 하던 대리산업이 단기간에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대림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고자 한다면 한숲정신을 구체화하고 구성원 모두가 공유해야 한다. 지금까지 많은 대림의 임직원을 만났지만 한숲정신에 대한 설명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오랫동안 기업문화를 연구하면서 대림의 정신이 한숲정신이라고 특정하는 사람도 만나지 못했다. 대림이 경영이념을 정립하는데 성공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대림이 100년 기업이 되고자 한다면 기업비전부터 고민해야 한다. 그 이후에 2011년에 수립한 3가지 경영목표인 변화요인에 대응하는 시장대응력 강화, 핵심역량을 강화하는 사업경쟁력 강화, 조직 및 인력체질 개선을 실천할 필요가 있다. 주력인 건설시장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시장이 요구하는 기술을 개발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 협력업체와 상생을 통해 성장한다는 기업 철학지난해부터 경제민주화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협력업체와의 상생에 대한 관심이 높다. 대림은 이미 2006년부터 대림의 경쟁력이 협력업체로부터 나온다는 믿음으로 협력업체를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2006년부터 하도급 대금을 현금과 현금성 자산으로 결제하고 있다. 현금성 결제 외에도 대금지급 모니터링 제도를 통해 2차 협력업체까지 공사대금이 제대로 지급되고 있는지 감독한다. 대기업들이 6개월 어음으로 결제해 하도급업체의 경영난을 가중시키는 것과 차이가 있다. 2010년에는 300억 원 규모의 상생펀드도 조성해 협력업체의 지원에 활용하고 있다. 상생펀드로 자금난에 봉착한 협력업체에 무보증, 무이자 지원을 한다. 계약이행보증보험을 들지 않아도 되도록 해 보증수수료를 절감하도록 한다.현금결제나 보증보험면제와 같은 제도는 여러 대기업이 도입하고 있지만, 대림이 시행하고 있는 최저가 낙찰 심의제도를 도입한 대기업은 많지 않다. 낙찰금액이 사업예산의 82%이하일 경우에는 최저가보다는 최적가로 계약해 적정 이윤을 보장해 준다. 대림의 상생프로그램 중 돋보이는 것 중 하나가 공생발전시스템이다. 협력업체의 경쟁력을 향상시켜 매출도 늘려준다.2002년에 도입한 D&P(Design & Procurement)제도는 설계와 디자인단계에서부터 협력업체와 공동으로 작업을 한다. 협력업체는 대림의 선진기술을 배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안정적으로 공사를 수주할 수 있다. 협력업체와 동반해 해외 건설시장도 진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정책과는 반대로 최근 대림의 계열사인 삼호가 하도급업체를 불공정하게 대우하다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되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삼호가 하도급업체에 설계변경에 따른 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않았고, 현금결제비율도 지키지 않았다고 시정하라고 명령했다. 삼호는 대림산업, 고려개발과 같이 대림의 주력 건설업체다. 최근 발생한 대림산업 여수공장에서 발생한 폭발사고는 대림의 공생발전시스템에 대해 불신을 초래했다. 산업현장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지만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위험한 업무를 영세한 협력업체에 맡겼다는 것은 대림의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행위이다. 고용노동부는 사고발생 이후 여수공장에 대한 특별감독을 실시했고, 1,000 건이 넘는 위반사례를 적발했다. 주요 위반사례를 보면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안전밸브조차 설치하지 않았다. 위험한 작업을 감독해야 하는 안전관리 업무도 무자격자에게 맡겼다. 취급하는 화학물질의 위험성이나 비상조치요령도 작업자에게 알려주지 않았다.작업을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한 안전보건관리비도 원가절감을 이유로 계상하지 않았다. 영세한 업체는 작업이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살아남기 위해 수주를 했고, 안전교육조차 하지 않은 근로자들을 작업현장에 투입했다. 참사는 이미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것이다.영세한 협력업체도 협력업체이고, 이들 협력업체에서 일하는 근로자도 대림의 경쟁력에 일조를 하는 사람들이다. 대림은 경쟁력이 협력업체에서 나온다는 신념으로 상생펀드도 조성하고, 공생발전시스템도 운영하고 있지만, 여수공장의 폭발사고로 이미지가 훼손되었다.근로자의 건강을 위협하고, 안전사고의 위험이 높은 작업은 잘 훈련된 직원들이 수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노조의 반대로 외주를 주는 것이 관행화되어 있다. 자기 직원의 안전과 건강은 중요하고, 협력업체 직원의 안전과 건강은 중요하지 않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이다.대기업들은 정부의 눈치만 살피면서 협력업체와 상생을 말로만 외친다. 협력업체도 대기업의 진심을 믿지 않고, 홍보용으로 추진하는 상생프로젝트에 어쩔 수 없이 얼굴만 내밀고 있다. 전시용 행사조차 대기업의 강압에 의해 참석한다. 국내에서 존경 받는 대기업이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 이유다.대기업이 국내산업발전에 기여한 공도 크지만, 건전한 산업생태계를 해쳐 국내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훼손한 과오도 작지 않다. 국내 대기업은 다른 대기업이 하는 사업을 모방하고, 다른 업체의 협력업체를 빼앗아 단기간에 사업기반을 구축한다. 대기업과 협력업체의 신뢰관계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대림도 왜 핵심사업에서 확고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는지, 말로만 상생을 외치고 있지는 않았는지 곱씹어 봐야 한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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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기업은 독자적인 경영모델을 개발하지 않고 1990년대 초까지는 일본을, 그 이후로는 미국의 경영모델을 답습했다. 산업화 시대에는 복잡하지 않은 경영전략으로 인해 정형적인 시스템(System)이 필요하지 않았다.기업의 규모가 커지고 사업구조가 복잡해지면서 시스템구축에 대한 요구가 커졌고, 1990년 중반부터 불기 시작한 정보화가 이를 촉진시켰다. LG의 기업문화를 진단하기 위해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SWEAT Model의 5번째 DNA인 시스템(System)을 경영도구(methodology)와 운영(operation) 측면에서 평가해 보자.◇ 삼성을 모방하는 패스트 팔로워 전략도 한계에 봉착2011년 8월 LG전자 선임연구원이 회사를 떠나면서 구본준 대표이사 부회장에게 보낸 메일이 화제가 되었다. 그는 이 메일에서 ‘LG전자는 혁신을 하겠다고 주장만 하는 회사’라고 혹평을 했다.구본준 부회장이 침체에 빠진 LG전자를 혁신하기 위해 소위 말하는 ‘구원투수’로 투입됐었다. 하지만 혁신의 방향을 결정할 때 ‘삼성이 어떻게 한다’면 아무런 토론 없이 그대로 따라 하는 것으로 의사결정을 한다는 것이다. 이 내용은 언론에도 그대로 보도되었고, LG전자는 한 개인의 돌출행동과 사견이라는 논리로 파장이 확대되는 것을 진화하기에 급급했다. 이 보도를 보면서 LG가 10여 년 동안 변한 것이 없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LG의 시스템은 국내 대기업과 매우 유사해 특별한 특징이 없다.과거 LG전자 등 LG관련 계열사와 업무를 하면서 직원들과 많은 대화를 했다. 당시에도 LG의 직원들은 삼성이 이런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는지,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삼성의 시행착오(施行錯誤)를 잘 파악해 자신들에게는 더 나은 조언을 해 달라는 부탁도 잊지 않았다. 모나지 않고 두리뭉실하게 일을 처리하는 LG 기업문화의 전형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LG의 시스템은 삼성과 차이가 없이 대부분 그대로 답습해 구축했다고 보면 된다. LG와 삼성의 차이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와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의 관계라고 보면 된다.삼성은 그나마 과감하게 해외 선진기법을 도입해 끊임 없이 개선하는데 반해, LG는 삼성이 도입하는 시스템을 모방하는데 급급하다. 이런 의사결정의 저변에는‘삼성이 하면 좋은 것이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셈이다. 삼성이 도입한 시스템도 모두 성공적이었던 평가를 받은 것은 아니지만 나름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했다고 본 것이다.LG가 삼성의 시스템을 쉽게 모방하기로 결정한 것은 사업구조나 인력구조가 유사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 모방이라는 것이 정확하게 하면 문제가 없지만, 핵심적인 내용이 하나라도 부족하면 의도한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외양만 보고 모방하는 것도 한계가 있고, 개인이 아니라 조직차원에서는 모방전략도 생각만큼 실행하기 쉽지 않다. LG가 삼성의 시스템을 모방하는 패스트 팔로워 전략을 선택했지만 정작 삼성과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재의 전략으로 ‘타도 삼성’은 쉽지 않은 목표(goal)로 보인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시스템에서도 패스트 팔로워가 아니라 패스트 무버 전략을 선택해야 한다. 삼성과 제품군과 사업이 비슷하지만 삼성이 갖지 못한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두 그룹 모두 DW, ERP, SCM, CRM 등의 유사한 솔루션을 모두 도입했지만 세부 기능이나 분석항목에서는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삼성을 앞서는 전략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삼성에 없는 분석기법이나 분석항목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모방이 아니라 창의적 사고가 필요한 이유다. LG의 조직 유연성을 발휘하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 경영혁신의 방법으로 시스템을 정비하는 중이나 실질적인 노력이 필요구본무 회장이 ‘독한 LG’를 주문하면서 전사적 경영혁신 노력이 진행 중이다. 그동안 국내기업은 서로 경영전략이나 상품을 베끼고 외부적으로 경쟁을 하는 척하면서 이익을 늘리기 위해 내부적으로 동업자로서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다. 정부의 대기업 우선 정책에 편승해 독과점과 담합으로 이익을 극대화했다.최근 국내 대기업들이 유럽,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 등에서 담합행위로 인해 사상 최대의 벌금을 부과 받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LG의 발표에 따르면 LG는 2012년 초부터 담합을 근절하기 위한 시스템, 즉 ‘담합방지시스템’을 대대적으로 정비하고 있다. LG의 담합방지시스템은 CEO의 반복적 의지표명, 담합에 대한 문책, 위반여부 상시 모니터링(monitoring), 행동 가이드라인 교육 및 실천서약, 행동 가이드라인 재정비 등의 프로세스(process)로 운영된다.실행 주체는 CEO/사업본부장, 임원/사업부장, 실무자 등과 사내에서 윤리경영을 담당하는 컴플라이언스(Compliance)팀이다. 임직원이 실적에 쫓겨 담합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교육을 강화하고 위반 여부를 상시 모니터링 한다. 담합방지 실천서약서를 주기적으로 받아 담합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담합행위에 대한 처벌도 강화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담합에 가담한 실무자뿐만 아니라 관리책임이 있는 경영진까지 책임을 지도록 한다는 것이다.경영진의 인사평가항목에 담합에 관한 항목을 신설해 인사평가에 반영하고 있다. 경영진이 솔선수범해 담합을 근절시키고 자산의 의지를 임직원들에게 정기적으로 알리고 있다.윤리경영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보이지만 담합행위가 단순히 처벌만으로 근절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지난 2000년대 초부터 국내기업들이 윤리경영을 한다고 노래를 불렀지만 실질적인 진전은 거의 없다. 윤리경영이 그룹 회장의 말이나 처벌위협만으로 정착시키기 어렵다.담합방지 시스템을 예로 들었지만 경영혁신은 조직변화만큼 어렵다. 경영혁신을 시스템화해 조직 내부에 체화되도록 하면 성공확률이 높아진다. 소위 말하는 시스템경영(System Management)이라는 용어와 일맥상통(一脈相通)한다고 보면 된다.2000년대 중반부터 시스템경영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벌어졌지만, 정작 시스템경영에 성공했다는 기업은 많지 않다. 개념정의도 모호하고, 시스템경영의 실천방안이 명확하게 정립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부 기업은 시스템경영을 시스템적 측면에서만 접근하고 있어 한계가 있다.시스템이 성공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구축보다는 운영(operation)에 더 중점을 둬야 한다. 기술이 보편화되고 유사한 제조설비를 가진 기업끼리 경쟁도 운영능력이 우수한 기업이 이긴다.시스템의 구축은 일정기간과 예산만 투입하면 가능하지만, 운영의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그에 상응하는 직원의 노력과 끈기가 요구된다. LG의 담합방지시스템도 마찬가지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이론적으로는 완벽한 시스템을 구축했을 수도 있지만, 실질적인 성과는 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된다. 구축과 운영은 전혀 별개의 프로세스이고, 실질적인 성과는 운영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 인간을 우선하는 운영전략으로 장기적 성장 기반 구축시스템 운영에서 인간을 우선하면 단기적으로 효율성은 낮아 경제성이 떨어진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제품군이 동일해 삼성전자가 LG전자에 비해 더 뛰어나거나 독특한 생산설비를 갖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마찬가지로 이를 운영하는 직원들 학벌이나 학습능력의 수준도 비슷하다. 설비나 직원의 수준은 유사한데 두 기업의 성과는 차이가 크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으로 운영능력을 꼽는다. 삼성의 운영능력이 삼성이 사상 최대의 실적을 내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본다. 삼성과 LG 모두 LCD사업을 하는데, 유독 삼성에서만 생산공정에 투입된 근로자의 백혈병 등 산업재해에 대해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 LCD를 생산하기 위해 투입한 원자재나 생산설비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삼성에서 관련 피해를 본 근로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안전설비가 부족했거나 정상적인 작동이 되지 않았고, 유해물질에 대한 안전교육도 부실했다고 한다. 근로자의 안전보다는 생산수율과 작업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우선이었다고 봐야 한다. LG의 경우 작업안전수칙을 완벽하게 지켰는지 파악이 되지 않지만, 현재까지 삼성과 유사한 문제는 발생하지 않고 있다. 운영효율성을 강조한 결과는 바로 나타났다.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의 실적으로 한국경제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지만 여론은 삼성에 우호적이지 않다. 삼성은 정치권, 노동단체, 시민단체로부터 관련 문제를 해결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2013년 1월 피해근로자 단체인 ‘반올림’이 삼성의 대화제의를 수락해 관련 협상이 진행될 것이지만 양측의 입장차이가 너무 커서 급격한 진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013년 2월 출범하는 차기 정부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에 관심이 높아 삼성의 입장에서도 과거와 다른 전향적인 자세를 견지하지 않으면 안된다.통제와 체계적 관리를 중점으로 하는 ‘관리의 삼성’과 달리 LG는 유연한 운영정책으로 효율성은 낮았다. 단기적으로 LG가 침체된 이유 중의 하나라고 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문제는 어떻게 인간존중의 운영철학을 바탕으로 경영혁신, 시스템 혁신을 이룰 것인지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강한 자가 살아 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 남는 자가 강자’라는 평범한 경구를 새겨 들어야 한다. 시스템운영의 핵심은 사람이고, 운영혁신도 인간존중에서 출발해야 한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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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이하 삼성)은 명실상부한 국내 대표재벌이다. 창업자인 이병철 회장은 자금부족을 극복하기 위해 동업이라는 방법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1945년 해방, 1950년 한국전쟁, 1960년 4∙19 학생의거와 연이은 군사정권을 겪으며 부침을 경험했다.군사정권에 의해 부정 축재자로 몰리고, 사카린 밀수사건으로 정권과 대척점에 서기도 했지만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자금 문제로 고초를 겪기도 했지만 명실상부한 국내 1위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국내 최고기업이기는 하지만 그에 상응하는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그룹의 간판기업인 삼성전자가 사상 최고의 실적과 영업이익을 내고 있지만 그에 따른 고민도 깊다.삼성전자가 그룹 영업이익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다른 계열사의 존재감은 미미해 삼성그룹이라기 보다는 삼성전자그룹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 하지만 삼성전자도 세계 최고 혁신기업인 애플과의 특허소송, 근로자의 백혈병 논란, 무노조 원칙고수 등 해결해야 할 난제도 수두룩하다.삼성전자뿐만 아니라 핵심 계열사의 기업문화를 SWEAT Model로 진단해 혁신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오너가 인재와 신뢰를 중시했지만 정작 자기관리는 소홀히 해다른 그룹의 창업자와는 달리 삼성의 창업자 이병철 회장은 대지주의 막내 아들로 태어나 어려움을 모르고 자랐다. 암울한 일제 식민지 시대에도 자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할 수 있었고, 동업으로 시작한 사업도 아이템 선정을 잘 해 큰 어려움 없이 성장했다.효성의 조홍제 회장이나 기타 동업자들과 동업을 청산하면서 불협화음이 있었다. 동업을 정리하면서 양자가 모두 만족하기는 어렵지만 개인적 성향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본다. 삼성의 역사를 다루면서 오너의 성향을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 이병철 회장의 아이템 선정능력과 이건희 회장의 비전적 리더십이 삼성의 성장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병철 회장이 주창한 삼성의 3대 이념은 사업보국, 인재제일, 합리추구이다.반면 이건희 회장의 삼성경영학은 인간존중, 기술 중시, 자율경영으로 구성된다. 두 사람 모두 인재와 신뢰를 소중히 했다는 점에서 일치하지만, 정작 본인들은 실천이 부족했다. 아버지 이병철 회장도, 아들 이건희 회장도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경영에서 은퇴했다가 명분도 축적하지 않고 다시 복귀한 전례가 있다. 먼저 이병철 회장은 1966년 소위 말하는 한비사건으로 일선에서 물러났다. 삼성이 일본 차관으로 비료공장을 짓는 과정에서 일본에서 자재를 수입하면서 사카린, 변기 등을 몰래 포함시킨 것이다. 정권이 선거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요청한 것이라는 주장을 했지만 이병철 회장이 책임을 지고 경영권을 내려 놓았다.큰아들 이맹희가 경영일선에 배치되었지만, 2년 후 돌연 아버지 이병철 회장이 경영에 복귀했다. 그는 복귀하면서 미래산업인 전자산업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했다. 경영복귀가 불가피했다고 할 수 있지만 모양새는 좋지 않았다. 이건희 회장의 경영은퇴와 복귀는 아버지 이병철 회장보다 더 평가가 좋지 않다. 2007년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일어나 김용철 변호사의 내부고발은 한국사회를 강타했다. 부인으로 일관하던 이건희 회장도 여론이 나빠지자 2008년 4월 22일 가족 및 측근들 모두 동반 퇴진하는 결정을 내렸다.하지만 2008년 연말에 터진 국제금융위기로 오너의 경영복귀가 불가피하다는 논리가 윤리경영을 하지 않는 오너는 퇴출되어야 한다는 주장보다 강력하게 나왔다.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MB정부는 2009년 12월 이건희 회장을 특별사면했고, 2010년 3월 이 회장은 경영에 복귀했다. 그는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하던 소위 말하는 ‘위기론’을 들고 나왔다.사회적 물의가 아니라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사례가 일본에도 있었다. 일본 도요타(Toyota) 1949년 매출부진과 차입금으로 인해 도산위기에 몰렸다. 창업주 도요타 키이지로 (田喜一郞)는 대규모 해고를 단행한 후 ‘해고를 하지 않겠다’는 노조와의 약속을 깬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그는 죽을 때까지 다시는 경영에 복귀하지 않아 노조뿐만 아니라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다. 2008년 창업자의 직계 손자인 도요타 아키오(豊田章男)가 사장으로 취임할 때까지 도요타는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됐지만 세계 최대 제조기업으로 성장했다. 리더의 ‘일거수일투족(一擧手一投足)’은 직원들에게 귀감이 되어야 한다. 리더의 말과 행동은 자연스럽게 기업문화 DNA의 중요한 부문이 된다. 직원은 리더의 말을 귀담아 듣고 행동을 일일이 관찰한다. 리더가 말만 하고 실천을 하지 않으면 조직 내부에 ‘냉소주의’가 팽배해 진다.일부 경영진은 직원에게 권한과 높은 급여만 주면 직원들이 알아서 가치(value)를 행동으로 실천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순진한 생각이다. 경영진이나 리더가 스스로는 실천하지 않으면서 직원들에게 강제하면 할수록 직원들은 움츠려 들고 가식적인 행동만 하게 된다.삼성의 ‘위기경영’도 비슷한 결과를 낳고 있다. 이건희 회장은 위기라고 하는데, 정작 직원들의 표정에서는 위기에 대응하는 비장함이 보이지 않는다.◇ 대를 이어 선진기법을 배우려는 자세는 배울 점일제 암흑기를 거쳐 해방이 되었지만 근대적인 형태의 기업을 운영할 노하우가 이 땅에 남아 있지 않았다. 이승만 대통령이 일본을 멀리하고 극도로 불신했지만 일본을 통하지 않으면 기술도, 물자도, 경영기법도 배울 수 없었다.이병철 회장은 연말만 되면 일본에 장기 체류하면서 사업구상을 가다듬고, 일본의 정∙재계 인사들을 만나 경영공부를 했다고 한다. 그는 일본뿐만 아니라 영국의 경영기법을 충실하게 실천하고 있던 홍콩도 자주 들렀다고 한다. 삼성의 관리문화뿐만 아니라 초기 기술, 부품 등도 일본이 뿌리다.일본에서 공부한 이건희 회장은 아버지 이병철회장과 달리 일본식 경영기법뿐만 아니라 미국식 경영기법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그가 회장으로 취임한 1987년은 기술만 외치며 세계경제를 주도하던 일본기업들의 기세가 서서히 꺾이던 시점이다.침몰하던 미국은 신경제를 외치면서 기지개를 다시 펴 새로운 경제모델을 시험하고 있어 배울 점이 많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아들 이재용에게 일본과 미국 양국에서 공부를 하도록 조언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이런 노력은 1993년 프랑크푸르트 선언, 1995년 북경발언으로 이어진다. 프랑크푸르트 선언에서 7∙4제를 도입하고 깨어 있는 삼성인이라는 구호를 외쳤다.북경발언은 ‘정치는 4류, 관료와 행정은 3류, 기업은 2류’라는 것으로 더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인재경영, 글로벌화 등이 핵심 이슈였다. ‘1명의 천재가 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발언으로 인재경영의 중요성을 설명하기도 했다. 이건희 회장이 보수적인 다른 대기업의 오너보다 혁신적인 사고를 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이건희 회장이 두드러져 보이는 것은 삼성의 인재들이 삼성을 떠나서는 주목을 받지 못한다는 점 때문이다. 삼성이 진대제, 손욱, 황창규, 이기태 등의 인재를 발굴해 스타로 키웠지만 정작 이들은 삼성을 떠나서 두각을 보이지 못했다.진대제 전 정통부 장관은 삼성전자에서 이력을 높게 평가 받아 정통부 장관을 하고, 경기도지사 선거에 나서기도 했지만 정치인으로 변신은 성공적이지 못했다. 손욱 전 농심 회장은 삼성에서 혁신체험을 바탕으로 농심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려고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농심이 식품기업이라 먼지 하나 없는 삼성공장의 수준으로 끌어 올리기에는 한계가 있었을 것이라고 본다.삼성이 해외 선진경영기법이나 기술도입에 적극적이기 때문에 다른 기업들은 삼성만 쳐다본다. 이건희 회장의 해외 출장지가 어디인지, 어떤 발언을 했는지는 언론의 뜨거운 관심사항이다. 조금 유난스럽다는 생각도 들지만 이건희 회장의 비중이 그 만큼 크다는 점을 반증하는 것이다.삼성이 어떤 구호를 외치고, 어떤 시스템을 도입하는지도 이슈거리다. 퇴직한 어느 LG전자 연구원은 ‘LG는 삼성이 하는 것만 보고 따라 하는 2등 전략만이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최근 LG그룹이 부진한 이유가 2등 전략 때문이라고 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고 본다. 어찌되었건 이병철 회장과 이건희 회장은 앞서간 기업이나 국가를 연구하면서 사업 아이템을 찾고, 삼성에 적합한 경영기법을 연구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하지만 문제는 삼성이 국내 1등 기업을 넘어 글로벌 1등을 하기 위해서는 ‘모방전략’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을 따라잡기 위해 아이폰의 디자인과 일부 기능을 의도적으로 베꼈는지 여부가 특허소송의 핵심이다. 그동안 삼성전자가 다양한 제품을 개발해 시장점유율을 높였지만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한 사례는 거의 전무하다. 삼성전자가 자랑하던 반도체, LCD, LED, 스마트폰 등이 모두 모방전략을 통해 시장진입을 한 제품이다.삼성전자가 선도기업을 따라잡기 위해 응용기술 개발을 위해 부단히 노력한 점은 높이 평가 받아야 하지만 한계가 있다는 점도 인정해야 한다. 창의적인 사고와 창조경영을 주창했지만 정작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노력은 소홀히 한 셈이다.냉정하게 보면 이병철 회장이나 이건희 회장이 새로운 것을 배워 적용하려는 노력은 많이 했지만 주창한 경영이념이나 구호가 창의적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이들은 오너로서 방향만 제시했고, 삼성직원들이 알아서 해석해 실천요령을 만들고 수정∙보완했다고 봐야 한다.기업문화가 창업자나 오너의 영향을 크게 받기는 하지만 직원들의 이해와 노력도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삼성도 기업문화 혁신을 위해 회장만 앞장 세우지 말고 임직원의 역할을 좀 더 고민해야 한다.-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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