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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17일 문재인 대통령이 직장인의 애로를 청취하기 위해 구로디지털단지를 방문했다. ‘대통령과 점심’이라는 컨셉의 행사를 진행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경력단절여성, 장기근속자 등과 대화를 하면서 구로디지털단지가 ‘미래를 뜻하는 장소’라는 친절한 설명도 곁들였다.과거 의류공장, 주물공장 등이 많이 있었던 구로디지털단지는 IT 관련 벤처기업이나 대기업이 이주하면서 미래산업의 요람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2000년대 이후 저렴한 임대료와 생활비가 장점이며 게임개발회사,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이 새롭게 둥지를 틀었다.서울시의 핵심 산업단지인 구로디지털단지의 안전을 평가하기 위해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K-Safety 진단모델’을 적용해 보면 다음과 같다.▲ K-안전진단 모델로 평가한 구로디지털단지 [출처=iNIS]◇ 노동집약적 제조업에서 최첨단 IT산업으로 변신 성공구로디지털단지는 1964년 수출을 장려하기 위한 목적으로 국가 차원에서 건설한 국가산업단지이다. 당시에 강남은 거의 발전되지 않은 상태였고, 구로구도 논과 밭이 있었던 한산한 농촌 지역이었다.정부는 산업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토지를 강제수용했고, 2017년 대법원은 국가기관이 토지수용에 반대하던 농민들을 고문하거나 협박했다는 사실을 밝혀 국가가 강제로 뺏은 땅을 돌려줘야 한다고 판결했다.건설 초기에 입주한 봉제공장은 1960~70년대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인 의류를 제조했다. 가난한 시골 출신 여성들이 열악한 근무환경 속에서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다.1970년 수탈적인 노동환경에 반발해 분신한 전태일 열사의 청계천 봉제공장과 큰 차이도 없었다. 1980년대 군사독재에 반발해 가열찬 동맹파업이 벌어졌던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필자의 기억 속에 구로디지털단지는 중소제조업체의 낡은 공장이 줄지어 있었던 곳이었는데 2000년대 이후 높은 아파트형 공장이 들어섰다.서울 강남 테헤란벨리의 높은 임대료를 피해 벤처기업이 먼저 이주하기 시작했다. 소규모 벤처기업이 모여들면서 유동인구가 늘어나자 대형 IT기업들도 집적효과의 이점을 노리기 위해 몰려들었다.입주기업들이 많아지면서 한산하던 구로디지털단지역도 붐비기 시작했다. 1일 유동인구가 2018년 기준 15만명을 돌파했고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유동인구에 비해서 상권은 발달하지 못했지만 저렴한 식당은 많은 편이다. 대형 오피스건물 지하마다 대기업의 구내식당과 유사한 개념의 공동식당이 위치해 있다.양식, 한식, 일식 등 다양한 음식을 매우 저렴하게 판매해 주머니가 가벼운 직장인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중소벤처기업이 많아 근로자들의 급여는 많지 않은 편이라 박리다매(薄利多賣)를 주력으로 하는 음식점은 즐비하다.야근을 하는 직원들이 많고, 구내식당 개념의 저렴한 공동식당으로 인해 회식문화는 발달하지 못했다. 구로디지털단지만의 독특한 여가문화도 체험해볼 만하다. ◇ 신체장애보다는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산업재해 발생해사고발생 가능성 평가구로디지털단지는 제조업체가 집적된 국가산업단지와는 달리 최첨단 ICT기업이 입주해 있어 신체상해와 같은 산업재해의 발생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반면에 국내 ICT업계의 고질병인 장시간 노동, 열정페이 등이 나타날 여지는 많다.2016년 11월 게임업체인 넷마블 20대 직원이 심장동맥경화(급성심근경색)로 사망했다. 게임개발 업무를 담당했는데 사망한 직원은 1주일에 최대 95시간 55분이나 근무했다. 사망 4주전에는 1주일에 78시간 일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7년 6월 근로복지공단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했다.첨단산업의 요람이라는 이미지를 품고 있는 구로디지털단지에도 전자부품 제조공장이 다수 있다. 핸드폰 부품을 세척하는 공장 등의 경우에는 다양한 화학물질을 사용하고 있지만 안전교육은 부실하다.세척액이 근로자의 건강을 해칠 수 있고, 2016년 4월 삼성전자 부품업체에서 메탄올에 중독된 근로자 4명이 시력을 잃은 사고도 발생했다.근로자에게 안전교육을 실시해야 하지만 회사는 형식적인 요건 정도로 인식한다. 화학물질의 경우에 정확한 성분을 파악하기 어렵고, 부작용도 수년 혹은 수십 년 후에 나타나기 때문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근로자가 위험하다고 주장하면 작업환경을 개선하기 보다는 퇴사를 종용하는 것도 안전불감증에 걸린 중소기업의 현실이다.필자도 게임개발업체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 아침에 출근하면 밤샘을 한 직원들이 의자에 앉은 채로 잠자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일과를 시작한다. 대부분 20대 초∙중반이고 30대만 되면 체력이 딸려 야근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문재인 정부는 근로자의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과로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 52시간 노동을 강요하고 있다. 하지만 근로기준법 제59조 특례조항과 경쟁력 약화를 들먹이며 반발하는 기업은 늘려있다.인력파견업체를 통한 간접고용, 영세사업장과 비정규직을 중심으로 법정최저임금에 근접한 수준의 저임금, 첨단화에 따른 기업 영세화로 인한 고용의 질 악화 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계약직 근로자의 현실은 매우 열악하다. 문재인 정부가 정규직 고용을 독려하고 최저임금을 인상하면서 오히려 직장에서 쫓겨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 정작 핵심인 IT기업이 쫓겨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 두드러져사고 방어능력 평가첨단기업이 밀집돼 있다고 해도 구로디지털단지에 입주한 기업들 대부분은 규모가 작고 영세해 근로자의 노동환경을 열악하다. 지방자치단체와 국가가 노동생활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정부의 지원은 어린이집과 보육시설 설치에 집중돼 있다.노동자를 위한 복지시설, 복지지원 등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근로자의 고용, 노동조건의 향상 등이 근로자의 삶을 질을 개선하는데 중요하지만 정작 개선되지 않고 있다.2014년 12월 일명 산업단지 구조고도화특별법(노후거점산업단지 활력증진 및 경쟁력강화를 위한 특별법)이 제정됐다. 노후화된 산업단지를 통합적으로 재개발 정비하려는 목적이다.국내 산업단지는 건설 및 임대자본, 유통자본의 이해가 우선해 기업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 도심 재개발을 통해 이익을 얻으려는 건설업체와 임대업체, 산업생산보다는 유통수익을 추구하는 상업자본이 결합해 산업활동을 위축시키는 것이 현실이다, 부동산 개발과 임대사업이 활성화되면서 임대료가 상승해 소규모 벤처기업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임대료가 오르고 복지여건이 개선되지 않으면 구로디지털단지를 부흥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한 소규모 ICT기업이 떠날 가능성이 높다.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도심재개발사업을 추진했지만 높은 주택가격과 임대료로 정작 원주민은 쫓겨나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서울 도심의 주요 재개발지역이 화려하게 치장했지만 다시 황폐해지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 소규모 벤처기업과 청년층이 이탈하며 활력 잃어가자산손실의 심각성 평가제조업체의1층짜리낡은공장은지식산업센터라는 이름의 첨단 아파트형 공장으로 변신했다. 첨단 IT기업을 모아 지역 클러스터를 구축해 혁신역량을 강화하고 있지만 단순히 유사업종의 집적만으로 혁신이 저절로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구로디지털단지에서도 의도한 집적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실증적 증거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실질적인 산업활동과 무관한 유통업체, 호텔 등 서비스업체가 입주하는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대기업이나 투기세력이 부동산 투자로 이익을 얻기 위해 저렴한 건물을 매입해 임대하면서 산업단지의 정체성(identity)을 잃고 있다.업체들이 지식산업센터에 모여만 있지 내부적인 네트워크는 형성되지 않아 시너지 효과(Synergy eddect)도 획득하지 못했다구로디지털단지의 핵심 자산은 젊은 청년들과 소규모 벤처기업이다. 임대료의 상승으로 영세기업들이 떠나게 된다면 산업단지는 자연스럽게 황폐화된다. 조성한지 너무 오래돼 기본 인프라는 급격하게 노후화됐지만 기본적인 시설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노후화된 산업단지의 위험, 안전문제를 개선하려는 노력도 찾아보기 어렵다.구로디지털단지의 관문인 구로디지털단지역에서 겪는 출퇴근 시간의 혼잡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기존의 좁고 구불구불한 도로는 그대로 둔 채 유동인구만 급증해 사람들에 떠밀려가야 한다.회사가 너무 많이 입주해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만 불편하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젊은이와 소규모 벤처기업이 편안하게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구로디지털단지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 국가는땅 장사와 ‘갑’질을 포기하고 기업지원에 집중해야안전 위험도 종합평가구로디지털단지의 안전위험도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면‘Moderate : 보통수준 위험’으로 안전관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한국산업단지관리공단, 산업자원부, 중기벤처기업부, 지방자치단체, 입주 기업 등이 제시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상당한 주의가 필요하다. 국가는 기업들이 편안하게 산업활동을 영위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주력해야 한다.국가가 산업단지 입주기업을 상대로 땅 장사를 시도하거나 ‘갑’질을 자행하면 산업단지의 핵심 경쟁력은 사라진다. 건설업체나 임대업체가 땅투기를 하지 못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건전한 기업활동을 지원해야 한다.부동산 거품으로 건전한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창출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불로소득을 제거하지 않으면 기업의 혁신노력도 사라진다는 사실도 잊지 않아야 한다.구로디지털단지의 성공은 공무원이나 정부의 노력보다는 건설업체의 개발방식에 크게 힘입었다. 고층 아파트형 공장을 많이 지어 저렴하게 분양한 것이 높은 임대료에 불만을 가진 기업을 유치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자연스럽게 성장한 구로디지털단지가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근로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개선하고 생활 인프라를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계속-▲ 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 [출처=iN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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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11테헤란벨리도 높은 임대료로 판교벨리 등에 기업 빼앗기면서 기술산업단지 기능 상실, 4차산업혁명을 떠들지만 산업화 시대의 발상과 행정에 머물러▶젊은이가 등을 돌리면 기업도 산업도 자연스럽게 무너져기술자치행정 평가에서 기술은 공단과 같은 산업기반 시설, 지역에 위치한 기업의 유형과 규모, 지역에 위치한 대학, 인재유치 전략 등을 통해 평가할 수 있다.서울시는 한때 구로공단, 청계천 봉제공장 등을 기반으로 국내 제조업의 심장부였지만 이제는 금융, 유통, 물류, 관광 등 서비스업종으로 경제기반이 변했다.2000년대 초반 강남 테헤란벨리를 중심으로 ICT산업이 부흥했지만 임대료 상승, 인재유출 등으로 인해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국내 최대 ICT기업인 삼성전자는 경기도 수원과 기흥에 제조업 클러스터를 구축했고, LG전자는 경기도 평택과 파주에 대규모 제조기지를 조성했다.LG그룹과 코오롱그룹 등이 서울시 강서구에 R&D센터를 건설하면서 최첨단산업의 육성을 위한 기초를 닦았지만 아직 성과는 미미한 수준이다.서울시에 본사를 두고 있던 다수의 공기업이 정부의 강제 이전 정책에 따라 서울을 떠났고, 상성그룹도 전자 관련 계열사의 본사를 강남에서 경기도로 옮기고 있는 중이다.강남에 집중돼 있던 벤처기업들은 이미 테헤란벨리를 떠난 지 오래됐다. 인재와 돈을 집어삼키던 서울을 산업적 측면에서 보면 빈 껍데기만 남은 셈이다. 4차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금융의 중심지인 여의도도 공동화되고 있는 중이다.서울은 국내 우수 인재가 몰리는 최고 수준의 대학 대다수가 위치해 있어 인재육성 측면에서는 유리한 편이다. 하지만 우수 인재가 몰린다고 대학이 배출하는 인력이 우수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국 대학교육의 질은 낮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또한 서울 소재 대학을 졸업한 젊은이들이 모두 서울에 정착하는 것은 아니다. 높은 임대료와 집값으로 인해 서울 생활을 포기하고 경기도로 거주지를 옮기는 비자발적 전출자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우수한 청년 인재가 경제적 부담을 느끼지 않고 마음 편하게 경제활동에 매진할 수 있을 때 기업이 모여들고, 저절로 산업기반이 구축되는 것이다.자본주의 사회에서 재화나 서비스를 독과점하고 있는 기득권이‘지대를 추구(rent seeking)’하는 행위는 불가피하게 존재할 수밖에 없지만 일정 수준을 넘을 경우에 사회적 활력을 파괴한다.서울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 측면에서 보면 기득권의 지대추구가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청년이 떠나는 서울의 미래는 밝지 않고 당연하게 서울에 소재하고 있는 기업도 경쟁력을 확보하기는 점점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공장은 없어져도 서비스업의 기반은 살아 남아야 그나마 있은 인구를 먹여 살릴 수 있는데 서울시의 자치행정은 그러한 희망마저 접게 만들고 있다. ▶시장 출신이 대통령 된다고 서울시가 저절로 잘 살게 되지는 않아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지방자치행정을 평가하기 개발한 5G Valley Model’에 적용해 서울시의 자치행정을 평가해 다음과 같은 결과를 도출했다. ▲ 5-Valley Model로 평가한 서울시 자치행정서울시 자치행정은 10점 만점에 평균 4점 수준으로 낙제점을 벗어나지 못했다. 간단하게 살펴보면 정치와 문화가 10점 만점에 2점으로 존재감이 전혀 없었고, 경제와 사회는 4점으로 평균 점수, 기술은 6점으로 가장 좋은 평가를 각각 받았다.지난 20여년 동안 서울시 자치행정은 전진하기는커녕 퇴보에 퇴보를 거듭했다고 볼 수 있으며 현재도 몰락은 진행 중이다. 세부 내역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첫째, 정치는 단체장, 자치의회 의원, 공무원, 주민 등이 모두 지방행정의 본질을 깨닫지 못하고 있을뿐만 아니라 오히려 적극적 행정으로 서울을 망치고 있다. 한국 정치의 1번지라고 불리는 것처럼 중앙정치의 나쁜 점은 모조리 답습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건의 치적만 쌓으면 된다는 ‘한탕주의’ 전시행정과 ‘땅 파기’식 토건행정에서 벗어나지 못했다.입으로는 4차산업혁명을 외치지만 정작 정치인과 공무원들은 2차산업혁명 시기에 머물고 있다. 보수 출신의 시장은 이명박과 오세훈, 진보 출신은 조순, 고건, 박원순 등이다.행정의 수준이나 정치적 역량발휘 측면에서 보면 진보와 보수 모두 무능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자신의 정치적 입지 강화를 위해 서울시정은 등한시하고 중앙정치와 대립각을 세우는데 행정력을 낭비했기 때문이다.둘째, 경제는 예산, 소득, 지속가능성 등의 측면에서 보면 덩치는 커졌는데 정작 이를 집행하는 머리는 그대로라고 볼 수 있다. 경제는 좋아졌다고 하고 국민소득은 높아졌지만 서울시민이 피부로 느끼는 서울 생활은 더 팍팍해졌다.진보 정부는 부동산 투기를 근절한다며 집 값을 올렸고, 보수 정부는 소비경제를 유지시키기 위해 부동산 거품을 조장해 주택을 투기대상으로 전락시켰다.부동산에 의존한 서울경제의 끝은 부채에 허덕이는 가계, 기형적 대출구조를 갖춘 금융기관, 쇠퇴하는 유통∙소매업으로 귀결되고 있다. 시장경제에서 거품은 고통을 초래하고, 그 피해는 모두 경제흐름을 읽지 못하는 일반 서민에게 돌아간다.지방자치단체도 국가와 마찬가지로 자체 경제정책을 수립해 실천해야 하지만 정치놀음에 정신이 팔린 단체장과 의원들은 손을 놓고 있다. 경제가 어려워져도 국가 탓만 하는 것도 변하지 않았다.셋째, 사회는 인구, 부패, 태도 등으로 평가할 수 있는데 서울시의 사회 영역 평가도 낙제점으로 나타났다. 국가 전체적으로 인구 성장속도가 위축되기는 했지만 서울시의 인구 감소는 심각한 수준이다.특히 경제의 활력소라고 볼 수 있는 30~40대 우수 인재는 밀려나고, 지대추구(rent-seeking)로 기반을 구축한 노인세대가 늘어나는 것은 우려해야 할 부문이다.아직 지대에 대한 세금제도가 불비한 한국에서 지대는 개인의 이익인 반면 사회복지비용은 공공재원으로 충당해야 하는 것도 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를 낮추는 결과를 초래한다.사회보장제도가 미비하고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가 바닥을 기면서 영리한 공무원들조차도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사익추구에 여념이 없다. 2014년 박원순 시장이 서울시 공무원은 ‘1000원만 받아도 처벌한다’고 발표했지만 정작 뇌물수수와 이익 챙기기는 교묘하게 진화하고 있다.넷째, 문화는 역사, 행사, 정체성 등으로 평가할 수 있는데 5개 대분류 중 정치와 마찬가지로 2점을 받는데 그쳤다. 필자도 해외에 나가서 다른 국가의 문화유산을 보기 전에는 학교에서 배운 대로 한국 문화유산에 대한 자부심이 충만했다. 하지만 넓은 세상을 돌아보고 나서 잘못된 교육에 대해 느낀 배신감은 문화적 격차보다 컸다.한민족 5000년의 역사와 6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서울시도 해외에 자랑스럽게 내놓을 수 있는 상징물 하나 없는 것을 부끄러워해야 한다. 그나마 있는 문화재조차도 엉터리 외국어로 된 안내판과 소개 책자로 인해 제대로 된 평가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쥐꼬리만한 보조금 배분권한을 악용해 예술가를 천대하는 행정이 존재하는 한 서울시의 문화는 영원히 진흙 구렁텅이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점도 확인했다.다섯째, 기술은 산업, 기업, 인재 등의 지표로 구성되는데 그나마 5개 대분류 중 가장 높은 점수인 6점을 획득했다. 서울에 국내 대표 대학들이 위치해 있어 자연스럽게 우수 인재가 몰려들고 있다.하지만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창의적인 인재를 육성하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다. 서울시가 서울시립대에 소위 말하는 ‘반값 등록금’ 정책을 도입했지만 ‘제로섬게임(zero-sum game)에 불과하다.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인재를 서울과 한국을 떠나는 행렬에 줄을 서고 있다. 서울시 예산 중에 일자리 창출과 청년층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금액은 2018년 기준 총 31조 중에서 몇 천억 원에 불과하다.교통∙안전에 3조6400억원을 집행하는 것과 비교하면 너무 적은 금액이며 잘못된 예산 배분기준을 갖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젊은 인재가 떠나면 도시가 망하는데 교통과 안전에 대한 투자가 무슨 소용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한심하기 그지없다.결론적으로 한국의 정치 1번지 서울시의 지방행정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기술 등 5가지 대분류 모두 낙제점으로 평가를 받았으며 획기적인 조치가 없다면 도시가 점점 더 쇠락할 것으로 판단된다.서울시장과 시의원 다수가 진보와 보수라는 정치적 색깔과는 관계없이 모두 공공의 이익보다는 자기 이익확대에 골몰하고 있다는 점도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감시활동이 강화되지 않는다면 과거와 마찬가지로 서울시 자치행정은 정치꾼들의 놀이터에 불과하고 도시의 퇴보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서울시장 출신이 대통령이 된다고 서울시 자치행정이 개선되거나 모두가 저절로 잘 살게 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이명박의 사례에서도 충분하게 파악했을 것이라 믿는다. 시민 모두가 24시간 365일 깨어 있어야 서울시정이 올곧게 간다는 것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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