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2
" 삼호"으로 검색하여,
13 건의 기사가 검색 되었습니다.
-
▲ 2023년 HD한국조선해양이 인도한 초대형 컨테이너선[출처=HD한국조선해양]HD한국조선해양(대표 정기선·김성준)은 7월15일 유럽 소재 선사와 총 3조6832억 원 규모의 선박 건조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1만55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12척의 주문을 받았다. 이번에 수주한 컨테이너선은 2028년 6월까지 선주에게 순차적으로 인도할 예정이다. 울산광역시 HD현대중공업과 전라남도 영암 HD현대삼호에서 각각 6척씩 건조할 계획이다.선박에는 LNG 이중연료 추진 엔진을 포함해 폐열회수장치 등 친환경 장비가 탑재된다. 폐열회수장치는 엔진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회수해 에너지원으로 재활용하는 장비다.HD한국조선해양은 7월 들어 초대형 가스운반선(VLGC)·암모니아운반선(VLAC) 각 2척의 건조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총 4척 6716억 원 규모로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다양한 선종에 걸쳐 수주 낭보를 전하고 있다.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액화천연가스(LNG) 이중연료 추진 컨테이너선 (1만5000TEU급 기준)의 평균 신조선가는 2024년 7월 기준 약 US$2억2000만 달러(약 3046억 원)로 전년 동월 1억9000만 달러에서 상승했다.2020년 초부터 촉발된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에서 벗어나며 국제적인 무역량 증가와 대외 불확실성 확대로 해상 물동량이 많아지며 컨테이너 운임은 꾸준히 오르고 있다.이에 따라 글로벌 해운회사들은 화물 운송용 컨테이너선의 발주를 늘리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고부가가치 선박의 선별 수주와 초격차 기술력 확보로 조선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
문재인 정부가 주 52시간 근로제를 도입한 이후 다양한 영역에서 찬반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최저임금 상승과 맞물려 소득이 감소해 생활이 어렵다는 주장에서부터 정부가 근로시간을 초과했다고 사업주를 처벌하는 것은 과잉입법이라는 논란까지 제기되고 있다.한국노총의 자료에 따르면 버스운전사는 1주일에 평균 51시간 일하고 있지만 도 단위 지역의 운전자는 52시간 이상 일하는 비율이 70~80%에 달한다. 서울이나 부산과 같은 대도시는 15%에 수준에 불과한 것과 차이가 많다. 만성적인 초과 근무시간과 안전사고에 대해 논란이 거셌기 때문에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1990년대 초반부터 소위 말하는 ‘마이카’시대가 열렸지만 여전히 많은 수의 국민들은 지역간 이동을 위해 시외버스를 이용하고 있다.농촌지역의 경우에는 소득 수준이 낮아서 승용차를 보유하기 어렵다는 이유, 도시지역의 경우에는 도심의 주차난과 교통혼잡 등을 이유로 시외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초래된다. 시외버스의 안전을 평가하기 위해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K-Safety 진단모델’을 적용해 보면 다음과 같다.▲ K-Safety 진단 모델로 시외버스 종합평가 결과 [출처=iNIS]◇ 과로와 무리한 운전으로 사고 발생현재까지도 시외버스는 많은 국민들의 발이 되어 지역을 연결하고 있지만 안전사고는 끊이지 않는다. 시외버스는 시내버스보다 운행횟수는 적지만 장거리 운행이 많아 항상 사고위험에 노출돼 있다. 지난 30년내 발생한 시외버스 관련 대형 사고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1985년 11월 충북 영동군 양강교에서 전북 무주를 출발해 대전으로 향하던 시외버스가 강으로 추락해 38명이 사망했다. 생존자는 1명에 불과했을 정도로 처참한 사고였으며 국내 시외버스 사고 중 가장 많은 희생자를 기록했다. 1일 400km 이상을 운행하는 가혹한 업무환경으로 피로가 누적된 상태에서 과속한 것이 사고의 원인으로 밝혀졌다.1990년 9월 2일 영동고속도로 섬강교에서 시외버스가 추락해 운전사를 포함한 25명이 사망했다. 서행하던 승용차를 무리하게 추월하려다 빗길에 미끄러지면서 중앙선을 넘어 강으로 추락했다. 지금과 달리 영동고속도로는 일반 국도와 마찬가지로 왕복 2차선에 불과했고 승객 대부분도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시외버스로 인한 교통사고 건수는 737건, 사망자는 43명으로 나타났다. 2016년 교통사고 781건에 사망자가 11명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사고는 줄어들었지만 사망자는 오히려 3배 가량 늘어났다.다만 긍정적인 것은 2014년 교통사고가 821건으로 많았는데 3년만에 100건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사망자와 마찬가지로 부상자도 꾸준하게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2018년 교통사고 사망자는 3781명으로 전년 4185명에 비해9.7%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교통사고 사망자는 20105년 6376명이었지만 2013년 5092명으로 급감한 이후 2014년 4762명으로 4000명대 선으로 내려앉았다. 지난 몇 년 동안 언론에서 교통사고 보도가 확연히 줄어들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통계로도 확인할 수 있었다.2018년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도로에서 발생한 사망자는 2730명, 고속국도와 일반국도 등 국가관리도로에서 사망한 사람은 887명으로 지방도로의 관리체계가 허술한 것으로 드러났다.전 좌석 안전띠 의무화, 대형차량 첨단안전장치 장착 의무화, 음주운전 단속 등으로 교통사고 사망자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어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 운전자의 피로 누적과 음주운전으로 사고 위험 높아사고발생 가능성 평가시외버스도 대도시 주변을 운행하는 광역버스와 마찬가지로 유사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장시간 노동방지로 항상 피로가 쌓여 대형 교통사고 발생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는 것이다.시외버스 터미널 주변의 교통사고도 많이 발생한다. 장시간 운행을 하고 차고지로 들어오면서 운전사의 긴장이 완화되고 보행자도 저속 차량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지 않기 때문이다. 불법주차차량과 보행자가 뒤엉키는 것도 사고의 원인이다.2017년 4월 울산 무거동 삼호주공아파트 앞 교차로에서 발생한 시외버스 추돌사고는 운전사의 ‘손 인사’가 원인으로 밝혀졌다. 반대편 차선에서 이동하는 동료 기사와 인사를 나누면서 전방을 제대로 주시하지 못해 택시를 추돌한 후 중앙선을 넘어 반대쪽 차선의 시외버스와 추돌했다. 관련 사고로 인해 1명이 사망하고 27명이 부상당했다.2019년 5월 1일 충남 금산군 시외버스터미널에서 50세인 버스운전사가 운전 중 실신해 차량이 상가를 덮친 사고가 발생했다. 버스업체들은 고령 운전사를 대상으로 건강검진을 실시해 재계약 여부를 판단하지만 50세는 고령운전자에 속하지도 않는다. 개인의 건강문제를 단순 건강검진으로 모두 파악하는 것도 불가능하다.시외버스 사고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음주운전도 관리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다. 정부는 2019년 2월부터 운수종사자의 음주여부 확인이 의무화됐지만 일선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시외버스 출발지에는 아예 음주 측정기가 없는 곳도 많고, 새벽 운행을 하는 경우에는 근무자가 출근도 하지 않아 실질적으로 운전사에 대한 음주측정은 불가능한 상황이다.광역버스와 마찬가지로 국도를 고속으로 달리던 시외버스가 시내 구간에 진입한 이후 저속에 적응하지 못해 정차 중인 앞차에 추돌하는 사고도 많이 발생한다. 정부는 2017년 2월 대형차량 운전사는 4시간 연속 운전하면 30분간 휴식해야 한다는 규정을 제정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고 있으며 장시간 운전과 과로 운전이 일상화돼 있다. ◇ 시외 도로에서는 화물차, 시내 도로에서는 택시의 위험에 대비해야사고 방어능력 평가정부가 300명 이상 운전사를 고용하고 있는 버스 업체들에게 주 52시간 근로제를 강제로 적용하면서 버스운전사 부족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버스운전이 힘들고 어렵지만 급여가 낮다는 이유로 운전사 채용이 어려워지면서 기존에 3~5년차를 고용하던 것이 대형운전면허가 취득하면 바로 채용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운전면허가 있고 차량운행 경험이 부족한 초보운전사는 사고위험에 항상 노출돼 있다. 그렇다고 충분한 운전경험을 보유한 사람을 찾기 어려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묘안을 찾기는 어렵다.시외버스 운전사의 초과근무를 없애면 급여가 100만원 내외 줄어들기 때문에 생활로고 연결돼 급여를 상향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급여상승은 곧바로 승객의 부담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채택이 쉽지 않다.교통전문가들은 시외버스 사고로 인한 사망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안전띠를 매라고 강요하는 것보다 시외버스 운전사의 안전운전 교육이 우선이라고 주장한다. 운전사의 난폭운전을 막을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입장이다.고속도로나 국도에서는 화물차, 시내에서는 택시 등이 운행 중인 시외버스와 추돌하는 사고도 끊이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버스 탑승객이 무방비로 사고에 노출되는 셈인데 승객의 입장에서 안전벨트를 매고 있다면 상해 가능성은 대폭 줄어든다. 화물차는 안전거리 미확보로 인한 추돌, 택시는 끼어들기와 급 차선 변경으로 버스와 추돌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운전자의 방어운전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시외버스 운전사라면 고속도로나 국도에서 가급적이면 화물차량과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화물을 많이 실은 화물차의 경우에 급정거로 차량을 멈추는 것보다는 차라리 앞차를 들이박는 것이 피해가 최소화되기 때문에 무리하게 정차하지 않는다. 시외버스 운전자의 방어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아 훈련시키는 것도 시급하다.▲ 서울시 동서울터미널 주변 이미지 [출처=iNIS]◇ 영∙유아용 카시트 장착은 아직도 요원해자산손실의 심각성 평가필자는 시외버스를 자주 이용하는 편인데 시외버스를 탈 때마다 가슴을 졸인다. 고속도로를 통행하는 장거리 시외버스는 거의 고속버스와 마찬가지 수준으로 안전규정을 지키기 때문에 안전사고를 크게 걱정하지 않지만 단거리 시외버스는 내릴 때까지 불편하다. 고속도로를 일부 통행하기도 하지만 국도를 운행한다는 이유로 안전벨트를 매라는 안내 방송조차 하지 않는다.시외버스 탑승자에 대한 안전띠 의무착용이 채택되면서 어린이용 카시트 장착 관련 규제가 탁상행정의 결정판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현행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제30조 ‘자동차용 어린이보호장구를 장착’에 따르면 대중교통 차량에는 영∙유아부터 몸무게 9~18kg인 6세 미만 어린이가 사용할 수 있는 ‘범용 1단계 카시트’를 설치해야 한다.하지만 버스에 설치된 ‘2점식 안전벨트’로는 국내에서 인증된 ‘3점식 안전벨트’카시트를 설치할 수 없다. 2점식 안전벨트 방식의 카시트는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지 않다. 국토교통부는 2021년까지 국내에 운행 중인 2만대에 달하는 시외버스와 고속버스의 버스 시트를 교체해 카시트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하지만 2021년까지 부모가 카시트를 준비해야 하는데 16kg에 달하는 카시트를 들고 시외버스를 탑승하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다. 안전벨트를 매지 않을 경우 사망률이 대폭 상승하는데 어린이의 안전은 확보되지 않은 채 오늘도 시외버스는 달리고 있는 셈이다.2021년이 되어도 시외버스의 좌석 중 과연 몇 퍼센트 정도 카시트를 확보할 것인지도 고민하지 않고 있다. 출산율이 하락하고 있는 것과 버스 승객의 어린이 비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데 합리적인 결정이 이뤄질지 미지수다.인구감소 문제를 해결하게 위해 출산을 늘려야 한다고 매년 수십 조 원의 예산을 쏟아 부으면서 영∙유아를 가진 부모는 목숨을 걸고 시외버스를 타거나 아니면 돈을 들여 카시트가 장착된 자가용을 타라고 독려하는 꼴이다. 국민을 바보로 아는 대단한 배짱을 가진 정부이거나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르는 멍청한 정부 둘 중의 하나라고 판단된다. ◇ 시외버스 행정을 담당하는 공무원도 자주 탑승해 안전체험 필요안전 위험도 평가시외버스의 안전을 종합적으로 진단하면 운전자의 경험 부족, 안전교육 미비, 음주운전, 화물차와 택시 등의 위협, 승객의 방어능력 취약 등으로 인해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할 수 있다.시외버스의 안전위험도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면 ‘High : 높은 수준의 위험’으로 정부나 사업자, 운전자 모두가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시외버스가 서민들의 발 노릇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부의 수도권 인구집중을 분산시킬 수 있는 효과도 있기 때문에 중요한 교통수단이라고 볼 수 있다. 수도권 광역버스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시외버스 교통행정을 담당하는 공무원도 시외버스를 자주 탑승해 승객의 불편사항과 운전사 및 사업자의 안전 미비를 점검해야 한다.가끔씩 ‘요즘 누가 시외버스를 타느냐’고 볼멘소리를 하는 공무원도 만나지만 대중교통의 실정을 모르고 하는 어리광이라고 치부하고 싶다. 여전히 많은 국민들은 생업 혹은 학업을 위해 매일매일 시외버스를 탑승해야 한다. 공무원과 정치인 모두 일반 국민들이 마음 편하게 시외버스를 타고 이동할 수 있어야 실물경제도 살아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길 바란다. – 계속 -
-
KCC의 창업자인 정상영 회장은 수십 년간 국내 최고의 재벌기업으로 군림했던 현대그룹의 창업주인 정주영 회장의 친동생이다.정상영 회장이 KCC를 창업하던 시기에도 현대그룹은 이미 국내 굴지의 그룹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KCC는 정상영 회장이 형의 도움 없이 맨손으로 성장했다고 하지만 현대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이 없었다면 오늘의 KCC는 없었다고 볼 수 있다. KCC의 기업문화를 진단하기 위해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SWEAT Model의 세 번째 DNA인 성과(Performance)을 이익(profit)와 위험(risk) 측면에서 평가해 보자.◇ 재무투자에 능하고 튼튼한 기업이라는 인식 KCC는 국내 건축자재 시장에서 확고한 지위를 바탕으로 재무구조가 튼튼한 알짜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2003년 현대그룹이 자금난에 빠져 정몽헌 회장이 지원을 요청했을 당시에도 자금지원을 아끼지 않았다.2008년 한라그룹의 정몽원 회장이 자동차 부품업체인 만도를 재인수할 때도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했다. KCC는 주요 고객사라는 이유로 현대중공업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 등의 주식도 상당량 보유하고 있었다.2011년 12월에는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에버랜드 주식을 재무적 투자목적으로 매입하기도 했다. KCC는 범 현대가 그룹과 주식이나 투자거래를 하면서 손해를 보기보다는 막대한 차익을 거뒀다. KCC가 주식투자에 대해서는 일가견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막대한 규모의 현금유보금과 주식보유 지분으로 인해 재무구조는 매우 튼튼하다.KCC의 재무구조가 긍정적으로 평가 받는 이유 중 하나는 이익을 내고 있는 주요 사업이 안정적인 매출처를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자동차용 도료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선박용 도료는 현대중공업과 삼호중공업, 가정용 도료나 건자재는 현대건설, 현대아이파크, 현대산업개발, 현대엠코를 포함한 범 현대가 건설회사 등이 주요 고객이다. 자동차용 안전유리도 국내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고객이다. 이들 범 현대가 기업들도 KCC 제품의 품질에 문제가 있었거나 가격이 터무니 없이 비쌌다면 고객이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본다. 안정적인 고객군도 확보하고 있지만 KCC는 이들 사업에 막대한 매출을 달성하고 있으며, 이익도 내고 있다.다만 그룹 매출의 60% 이상을 건자재 사업에서 내고 있는데 국내 자동차시장과 조선시장의 성장이 한계에 직면해 있고, 건설시장은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다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악화되고 있는 외부환경이 재무구조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그동안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던 범 현대가 기업들도 실적부진으로 인해 원가하락 압력을 받고 있어 KCC가 일정 수준 이상의 이익을 내도록 방치할 수 없다는 것도 고민거리다.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은 글로벌 가격경쟁력을 이유로 KCC에게 원가절감을 요구하고 있다. KCC입장에서 보면 수요는 정체되거나 줄어들고 있는데, 납품단가가 떨어지면서 외형매출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아직까지는 큰 문제가 되지 않고 있지만, 이 추세가 장기화될 경우 튼튼하다고 자부하고 있는 재정건전성도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 전방산업의 부진으로 공장가동률까지 하락 KCC의 핵심계열사인 ㈜KCC의 매출 50%는 도료사업이, 30%는 자재사업이 차지하고 있다. 도료사업은 자동차도료를 빼면 선박용 도료와 건축용 도료는 이미 포화상태다.자동차도료시장은 현대자동차그룹이 최근 몇 년 동안 중국, 미국 시장에서 판매대수를 급격하게 늘리면서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2013년부터 현대자동차그룹의 판매성장세가 둔화되고 있어 실적이 예상치를 하회할 가능성이 높다. 현대자동차그룹은 국내소비자 역차별 논란을 겪으면서 국내시장의 점유율도 하락하고 있다.건축용 도료도 신축 건물이나 아파트시장이 큰데, 2010년 이후 국내 아파트시장이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리모델링이나 재건축 수요도 사라지면서 매출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오래된 아파트나 건물들도 경비절감을 이유로 외벽 단장을 소홀히 하면서 수요가 늘어나지 않고 있다.건축외벽을 유리로 하거나 대리석으로 치장하는 건물들이 늘어나는 것도 건축용 도료의 수요를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아파트건설시장이 활성화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안정적이지만 범 현대가에 집중된 고객군을 다변화하기 위해 KCC는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2011년 삼성에버랜드의 지분을 매입했다.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KCC가 범 현대가에 치중된 사업구조를 탈피해 삼성그룹까지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2년이 지난 현재의 결과로 보면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은 빗나갔다. KCC가 삼성그룹 관련 계열사로부터 선박용 도료와 건축용 도료의 주문을 많이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과는 달리 실제 수주액은 거의 없었다.KCC가 주로 생산하는 선박용 도료는 일반 상선용인데, 삼성중공업은 특수선박이나 플랜트를 주로 건조하고 있기 때문에 특수용 페인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삼성물산 건설사업부로부터도 건축용 도료매출도 늘어나지 않았다.전방산업인 건설, 조선 등의 시장상황이 호전되지 않으면서 ㈜KCC의 공장가동률도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 외부자료에 따르면 한때 공장가동률이 80%가 넘었지만, 2008년 이후 60%대로 떨어졌다고 한다. 공장가동률이 떨어지면 생산원가가 상승해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고, 판매까지 감소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문제는 현재까지는 막대한 현금보유금액으로 잘 버텨왔는데, 향후 몇 년 동안 상황이 호전될 여지가 낮다는 것이다. 건설시장은 박근혜정부의 부양의지에도 불구하고 가계, 기업, 정부 모두 막대한 부채를 지고 있어 회생시키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택보급률이 높은 것도 문제이고, 가계부채가 많아 투자여력도 부족하다. 신규아파트 건설시장뿐만 아니라 재건축, 리모델링 시장도 호전되기 어렵다.조선산업도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의 국가들이 조선산업에 투자를 늘리고 있어 한국 조선업체들의 경쟁력이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 KCC의 도료를 주로 사용하고 있는 현대중공업도 플랜트, 특수선박에 비해 상선부문의 경쟁력은 약해 수주가 더 이상 확대되기가 어렵다. ◇ 저가수주, 담합 등 경제민주화 역행 논란 초래지난해부터 KCC는 전방산업의 부진으로 인한 매출감소를 타개하기 위해 영업활동을 강화했다. 한정된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저가수주를 하고, 매출감소로 인한 영업이익을 보전 받기 위해서는 가격담합을 할 수 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건축자자재업체들은 KCC가 범 현대가 건설회사로부터 좋은 가격조건으로 일감 몰아주기 혜택을 받고 있으며, 이를 통해 얻은 이익을 기반으로 다른 건설회사입찰 등에서 저가를 무기로 수주금액을 늘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범 현대가 건설회사들이 KCC로부터 건축용 도료나 건축자재를 구입하는 것은 내부 거래나 일감 몰아주기로 보기는 어렵다. 공정거래법 상으로도 이들 기업은 개별 그룹에 속하기 때문에 내부거래는 아니다.다만 이들 기업이 공정한 경쟁입찰을 통하지 않거나, 시장가격보다 현저하게 높은 가격으로 건자재를 KCC로부터 구입할 경우 배임행위에 해당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 부문에 대해 조사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은 명확한 물증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건축자재업체들은 KCC가 도료시장에서 번 이익금을 바탕으로 건축자재시장에서 매출을 늘리기 위해 저가 공세를 펼치고 있다고 말한다.통상적으로 대기업의 계열사들은 내부 거래로 안정적인 매출과 이익을 보장받고, 공공이나 외부 사업에서는 저가를 무기로 사업을 싹쓸이한다. KCC가 그룹의 미래가 유통에 달려 있다고 판단해 제조사업을 넘어 유통사업을 강화하자 관련 영세업체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고 보인다.특히 박근혜정부가 경제민주화 정책을 발표하자 대기업보다는 덩치가 작다는 이유로 사회적 약자로 보호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2013년 6월 공정거래위원회는 KCC와 한국유리가 건축용 판유리 제품가격을 담합해 인상했다는 이유로 384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주장에 따르면 KCC와 한국유리의 건축용 판유리 시장점유율은 60%에 달하고, 이들 업체가 담합으로 수 천억 원의 부당이익을 챙겼을 것이라고 예상된다.또한 공정거래위원회는 담합에 관여한 KCC와 한국유리의 임원을 검찰에 고발했다. 석고보드와 같은 다른 건축자재와 마찬가지로 건축용 판유리 시장도 건설업의 부진으로 매출이 급감하자 이익을 보전하기 위해 가격담합을 한 것으로 보인다. KCC는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시장다각화를 위해 해외사업과 유통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글로벌 스탠다드(global standard)에 적합한 기업윤리를 정립해야 한다.국내에 많은 대기업들의 평균 수명이 수 십 년에 불과하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국내기업에 머무는 이유는 윤리경영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윤리경영은 대외 홍보용 액세서리가 아니라 글로벌 기업의 생존에 필수적인 핵심경쟁력(core competency)이다.사회나 국가가 기업에게 윤리경영을 강요하기 이전에, 기업 스스로 윤리경영에 매진해야 글로벌 기업이 될 수 있다.- 계속 -
-
한라의 창업자인 정인영 회장은 일제시대에 영어를 배웠고, 6∙25동란 때는 통역을 할 정도로 새로운 학문과 지식을 빨리 받아 들였다고 볼 수 있다.한국이 현대적 의미의 자본주의를 받아들이면서 이들 양국의 영향을 크게 받았기 때문에 정인영 회장이 영어로 된 책을 읽고, 대화를 할 수 있었다는 것은 큰 행운이었다고 볼 수 있다. 다른 대기업 오너들과는 달리 1960년대 초에 중공업이 경공업을 대체할 것이고, 1980년대 자동차가 미래산업이라고 파악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보인다.한라의 기업문화를 진단하기 위해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SWEAT Model의 두 번째 DNA인 사업(Business)을 제품(product)와 시장(market) 측면에서 평가해 보자.◇ 중공업에서 시작해 자동차 부품전문기업으로 사업전환정인영 회장이 현대양행을 설립하면서 경공업에 치중된 한국경제의 미래가 중공업에 있다고 확신한 것은 적절했다.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서 국가의 산업발전단계가 저가의 노동력에 기반한 경공업이 발전하게 되면, 경공업으로 축적한 기술과 자본을 바탕으로 중공업이 발전한다는 논리를 파악한 것이다.그러나 중공업이 한국경제의 주력산업으로 부상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에 시장이 형성되기 이전에 너무 일찍 뛰어 들었다. 중공업은 단순히 원료를 수입해 가공해 수출하는 경공업과는 달리 기술력이 필요한 산업이다. 한라가 현대양행의 창원공장을 국가에 빼앗겼다고 억울해 하지만, 당시의 신군부는 대기업들이 빚으로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해 국가경제에 부담을 지우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신군부의 산업합리화 조치가 강압적인 형태로 띄어 문제가 있었지만 나름 합리적인 의사결정이라는 평가도 받았다.5공화국 정부가 산업의 강제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국가자원의 합리적인 배분을 유도했고, 결과적으로 1980년대 중∙후반 이후 한국경제는 고도성장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한국중공업이 담수화설비, 발전설비 등 플랜트 사업부문에서 호실적을 내면서 한라가 내내 아쉬워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현대양행을 국가에 빼앗기고 나서 1980년 만도기계와 한라건설을 세워 자동차부품과 건설을 그룹의 양대 산업으로 키우기 시작했다. 자동차부품사업을 시작한 것도 현대자동차와의 특수성을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아주 적절한 선택이었다.당시 수입에 의존하던 자동차부품의 국산화는 매력적인 사업이었다. 현대자동차가 1980년대, 1990년대 급성장하면서 만도기계의 실적도 덩달아 좋아졌다.한라가 자동차부품사업을 하지 않았다면 건설이나 시멘트 등 사업만으로 그룹을 유지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본다. 물론 건설사업이 한라가 IMF외환위기로 해체된 이후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 줬다는 측면에서는 희망의 씨앗이 되기는 했다. 한라는 만도를 50대 글로벌 자동차 부품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그룹차원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자동차부품회사의 경쟁력은 품질이라는 점을 강조해 R&D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으며, 외국의 기술보유기업과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만도는 주요 고객인 현대∙기아자동차가 글로벌 시장에 주력함으로써 중국, 미국, 인도, 브라질 등에 동반 진출하는 방법으로 글로벌 기업을 지향하고 있다. 조향 및 제동장치 등 일부 부품의 경우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도 받고 있어 자동차 부품기업으로서 만도의 미래는 밝은 편이다. ◇ 조선과 플랜트 사업으로의 확장은 패착한라는 조선산업의 미래를 너무 밝게 본 나머지 한라중공업에 그룹의 전 역량을 쏟아 부었다. 자동차부품사업에서 자신감을 회복한 이후 중공업에 다시 뛰어 들었다.삼호공단 조성, 조선소건설, 플랜트공장 건설 등을 하면서 한라뿐만 아니라 현대그룹에도 손을 벌려 투자를 늘렸다. 조선과 플랜트사업이 국내에서 포화상태라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추진했고, 공장입지도 기존의 업체들과 다른 선택을 하면서 어려움이 가중되었다. 조선과 플랜트공장의 대부분은 부품조달이나 노동력 확보가 유리한 포항, 울산, 부산, 진해, 창원, 거제 등에 동해안 남부와 남해안에 위치해 있는데 반해 한라중공업은 서해안의 전남 영암에 공장을 세웠다.서해안은 조수간만의 차이가 심하고, 갯벌이 많아 대형선박의 입∙출항에 불리해 조선소나 플랜트 공장의 입지로서는 불리하다. 한라가 입지가 불리한 영암에 공장을 세우면서 얼마나 남은 초과비용이 투입되었는지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지만, 좋은 입지보다 더 많은 돈이 투자되었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이미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중공업 등의 대형 조선사들이 즐비한 시장에서 한라중공업이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상식적인 판단기준에 맞지 않는 사업을 벌이다가 망한 그룹은 한라 외에도 한보그룹, 웅진그룹도 있다.한보그룹도 철강, 웅진그룹은 태양광에 그룹의 규모나 역량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투자하다가 무너졌다. 한라중공업처럼 삼성자동차의 경우 허가를 얻기 위해 입지조건이 나쁜 부산에 공장을 세우면서 망한 사례로 꼽힌다. 국내 최고의 그룹으로 꼽히는 삼성그룹도 이건희 회장의 개인적인 욕심을 바탕으로 자동차산업에 무리하게 진출했었다. 김영삼 정부는 섬유와 신발산업의 부진으로 어려워진 부산지역의 경제를 살리기 위해 부산에 공장을 세우는 조건으로 자동차사업을 허가했다.삼성자동차는 지반이 약한 모래밭인 녹산공단의 기초공사에 너무 많은 돈을 투자하면서 정상적인 가동조차 못하고 무너졌다. 자동차사업은 하는 사업마다 성공하던 삼성그룹이 철저하게 실패한 사업으로 기록되었다. 당시로서는 천문학적인 투자규모인 8000억 원 이상을 투자했지만 투자비를 회수하지 못하고, 이자도 제대로 갚지 못하던 와중에 IMF외환위기로 한라는 한라중공업을 포기해야 했다. 한라중공업은 현대중공업그룹에 인수된 후 현대삼호중공업으로 이름을 바꿨지만, 현대중공업에서 처리하지 못하는 수주물량의 일부를 담당하는 보조역할에 머물고 있다.2000년대 초∙중반 조선업과 플랜트제조가 활황세를 보이면서 잠깐 정상적인 가동이 이뤄졌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조선산업이 기술적인 측면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보유하지 못하면서 미래가 불투명하다. ◇ 건설업을 살리겠다는 의지는 좋지만 가능성은 낮아한라가 모기업인 ㈜한라를 살리기 위해 우량계열사인 만도를 동원하면서 투자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한라의 입장에서 모기업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지만, 과연 ㈜한라가 살아남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정몽원 회장은 2012년부터 그룹의 근간인 한라건설을 살리기 위해 전방위 지원을 시작했다. 2012년 12월 한라엠켐주식 510만주를 무상으로 한라건설에 증여했고, 2013년 4월 만도는 100%자회사인 마이스터를 통해 한라건설의 유상증자에 3435억 원 참여했다. 2013년 9월 한라건설은 사명을 ㈜한라로 변경했다. 전통적인 토건만으로 기업을 살리기 어렵다고 판단해 사업분야를 환경과 에너지, 발전, 산업플랜트, IT, 자원개발, 물류 등으로 확장했다.사업영역도 그동안 국내사업에 한정했던 것도 중동, 동남아시아, 중국,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유럽, 북남미 등으로 넓히기로 했다. 해외사업 추진하는 원칙을 need, solution, visualization, action plan 등 4가지로 정했다. 임직원이 해외진출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 새롭게 노력하며, 성과를 내고,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실천하겠다는 의미라고 한다. 올해도 미래사업본부를 신설해 환경, 에너지, 해외 플랜트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해외사업의 비중을 높이고, 국내사업도 주택사업보다는 상하수도 등 환경기초시설의 유지관리사업에 집중하기로 했다. 지난해부터 강원도 평창에서 지하수를 개발해 생수사업을 하기 위한 준비도 하고 있다.주택과 공공사업에 치중된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돈이 되는 사업이라면 무엇이든지 하겠다는 발상은 좋지만 ㈜한라의 정체성(identity)를 잃어버린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 아직도 매출의 대부분이 건설부문에서 나오고 있는데, 건설회사가 건설이라는 이름을 없애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고, 경험도 없이 무차별적으로 새로운 사업분야에 뛰어드는 것도 위험하다. 2014년은 경기불황, 자금난, 불확실성 등 건설업계 전체가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MB정부가 건설업계를 살리기 위해 4대강 사업을 무리하게 펼쳐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4대강 사업 자체가 가격담합, 부실공사, 뇌물 등으로 얼룩지면서 건설업계 전체가 부도덕한 집단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건설업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지난 몇 년 동안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던 국내 건설업체들이 과잉경쟁으로 저가수주를 하면서 대규모 손실을 내고 있는 것도 건설업체들의 숨통이 조이는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사업만 하던 ㈜한라가 해외 건설시장을 돌파구로 삼겠다는 구상은 설득력이 약하다. 정몽원 회장이 지난해부터 ㈜한라의 대표를 맡아 살리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특별한 성과는 나지 않고 있다.해외사업 추진 4대 원칙이라는 것도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해외사업만이 ㈜한라의 유일한 희망이고, 해외사업에서 성공하지 못하면 ㈜한라의 미래가 어둡다는 인식을 임직원이 공유하겠다는 것은 좋은데, 그것이 해외사업이 성공할 수 있는 핵심경쟁력(core competency)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계속 -
-
대림은 다른 대기업과 달리 장기적인 비전을 설정하지 않고 있다. 비전이 명확하지 않는 기업이 어떻게 대기업으로 성장했는지 이해하기 어렵지만, 각종 자료를 검토해 본 결과 비전이 명확하지 않다.단기적인 사업목표를 설정하고 있으며, 박근혜정부가 들어선 이후 사회적 책임에 대한 고민은 다양하게 하고 있다. 대림의 기업문화를 진단하기 위해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SWEAT Model의 1번째 DNA인 비전(Vision)을 목표(goal)와 책임(responsibility) 측면에서 평가해 보자.◇ 한숲정신과 5가지 중장기 전략으로 글로벌 기업 지향대림이 창업초기부터 이념으로 제시하고 있는 ‘한숲정신’은 풍요로운 삶의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대림의 자료에 따르면 한숲의 ‘한’은 ‘크다, 높다, 넓다, 밝다, 중심이다, 우두머리, 우주, 하나인 동신에 무한하다’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숲’은 온갖 풀과 나무들이 무성하게 어우러지고 새들과 짐승이 깃들어 사는 대자연으로 세상의 온갖 사물을 품고 받아들이는 너그러움, 무한히 변화하고 번성하는 풍요로움, 생명력 등을 상징한다. 한숲정신이 좋은 의미를 갖고 있지만 대림의 이미지와 직접 연결되지는 않는다. 대림의 주력사업이 건설업으로 새로움을 창조하기도 하지만 파괴도 하기 때문이다.건설업이라고 하면 창조보다는 파괴라는 이미지를 떠 올리는 사람이 많다. 대림의 오너와 경영진이 직원이나 이해관계자를 푸근하게 감싸거나 풍요로운 삶을 만들어 주기 위해 노력한다고 느끼는 사람도 많지 않다.기업의 정신과 이념은 구성원의 생각을 지배하고 행동으로 연결될 때만이 가치를 가진다. 대림이 오랫동안 한숲정신을 강조했지만, 실제 기업의 경영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를 받는다.최근에 대림산업은 100년, 200년 기업을 목표로 5대 중장기 전략을 세웠다. 5대 전략은 마케팅 중심의 경쟁우위 창출, 한국형 해상 특수교량 기술력으로 해외시장 도전, 냉난방 에너지 소비량 제로(ZERO) 도전, 생산시설 분야 사업확대, 발전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집중 육성 등이다.마케팅 중심과 생산시설 분야 사업확대, 발전사업 육성은 기업의 영업전략과 관련이 있다. 반면 특수교량 기술력과 냉난방 에너지 소비량 감소 등은 기술개발 전략이다. 국내 기업이 취약한 영역이 마케팅이다. 성실하게 열심히 노력하는 것만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 시장에서 원하는 제품과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시장조사에서부터 제품기획, 영업, 사후서비스까지 마케팅과 연관되지 않은 영역은 없다. 동일한 기술력이라도 어떻게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느냐에 따라 경쟁력이 달라진다.LG전자와 더불어 국내 가전업체에 불과하던 삼성전자가 글로벌 대기업으로 성장하게 된 것도 마케팅전략 덕분이다. 삼성전자는 전문가들에게 카피 캣(copy cat, 모방자라는 뜻)이라는 조롱을 받고 있지만, 적극적인 시장조사와 모방전략 덕분에 급성장할 수 있었다.5대 전략 중 눈에 띄는 것은 에너지 효율 냉난방기술개발이다. 에너지가격이 급등하면서 건물의 에너지 효율이 높이는 것이 중요해졌다. 건물도 단순하게 외형만 그럴듯하게 지어 팔던 시대는 지나갔다.아파트를 포함한 건설시장이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국내에서 아파트 미분양이 쌓이고, 건설시장이 침체된 것도 건설회사들이 패러다임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대림산업이 에너지효율을 높이는 기술을 개발하는 목표를 세운 것은 좋지만, 실제 구현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대림산업은 토목위주의 단순 건설회사로서 단열재나 건축자재에 대한 기술과 지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대림이 한숲정신을 내 세우고, 대림산업이 5대 전략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가시적인 효과는 나지 않고 있다. 발전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영역이기는 하지만, 플랜트위주의 사업을 하던 대리산업이 단기간에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대림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고자 한다면 한숲정신을 구체화하고 구성원 모두가 공유해야 한다. 지금까지 많은 대림의 임직원을 만났지만 한숲정신에 대한 설명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오랫동안 기업문화를 연구하면서 대림의 정신이 한숲정신이라고 특정하는 사람도 만나지 못했다. 대림이 경영이념을 정립하는데 성공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대림이 100년 기업이 되고자 한다면 기업비전부터 고민해야 한다. 그 이후에 2011년에 수립한 3가지 경영목표인 변화요인에 대응하는 시장대응력 강화, 핵심역량을 강화하는 사업경쟁력 강화, 조직 및 인력체질 개선을 실천할 필요가 있다. 주력인 건설시장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시장이 요구하는 기술을 개발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 협력업체와 상생을 통해 성장한다는 기업 철학지난해부터 경제민주화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협력업체와의 상생에 대한 관심이 높다. 대림은 이미 2006년부터 대림의 경쟁력이 협력업체로부터 나온다는 믿음으로 협력업체를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2006년부터 하도급 대금을 현금과 현금성 자산으로 결제하고 있다. 현금성 결제 외에도 대금지급 모니터링 제도를 통해 2차 협력업체까지 공사대금이 제대로 지급되고 있는지 감독한다. 대기업들이 6개월 어음으로 결제해 하도급업체의 경영난을 가중시키는 것과 차이가 있다. 2010년에는 300억 원 규모의 상생펀드도 조성해 협력업체의 지원에 활용하고 있다. 상생펀드로 자금난에 봉착한 협력업체에 무보증, 무이자 지원을 한다. 계약이행보증보험을 들지 않아도 되도록 해 보증수수료를 절감하도록 한다.현금결제나 보증보험면제와 같은 제도는 여러 대기업이 도입하고 있지만, 대림이 시행하고 있는 최저가 낙찰 심의제도를 도입한 대기업은 많지 않다. 낙찰금액이 사업예산의 82%이하일 경우에는 최저가보다는 최적가로 계약해 적정 이윤을 보장해 준다. 대림의 상생프로그램 중 돋보이는 것 중 하나가 공생발전시스템이다. 협력업체의 경쟁력을 향상시켜 매출도 늘려준다.2002년에 도입한 D&P(Design & Procurement)제도는 설계와 디자인단계에서부터 협력업체와 공동으로 작업을 한다. 협력업체는 대림의 선진기술을 배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안정적으로 공사를 수주할 수 있다. 협력업체와 동반해 해외 건설시장도 진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정책과는 반대로 최근 대림의 계열사인 삼호가 하도급업체를 불공정하게 대우하다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되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삼호가 하도급업체에 설계변경에 따른 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않았고, 현금결제비율도 지키지 않았다고 시정하라고 명령했다. 삼호는 대림산업, 고려개발과 같이 대림의 주력 건설업체다. 최근 발생한 대림산업 여수공장에서 발생한 폭발사고는 대림의 공생발전시스템에 대해 불신을 초래했다. 산업현장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지만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위험한 업무를 영세한 협력업체에 맡겼다는 것은 대림의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행위이다. 고용노동부는 사고발생 이후 여수공장에 대한 특별감독을 실시했고, 1,000 건이 넘는 위반사례를 적발했다. 주요 위반사례를 보면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안전밸브조차 설치하지 않았다. 위험한 작업을 감독해야 하는 안전관리 업무도 무자격자에게 맡겼다. 취급하는 화학물질의 위험성이나 비상조치요령도 작업자에게 알려주지 않았다.작업을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한 안전보건관리비도 원가절감을 이유로 계상하지 않았다. 영세한 업체는 작업이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살아남기 위해 수주를 했고, 안전교육조차 하지 않은 근로자들을 작업현장에 투입했다. 참사는 이미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것이다.영세한 협력업체도 협력업체이고, 이들 협력업체에서 일하는 근로자도 대림의 경쟁력에 일조를 하는 사람들이다. 대림은 경쟁력이 협력업체에서 나온다는 신념으로 상생펀드도 조성하고, 공생발전시스템도 운영하고 있지만, 여수공장의 폭발사고로 이미지가 훼손되었다.근로자의 건강을 위협하고, 안전사고의 위험이 높은 작업은 잘 훈련된 직원들이 수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노조의 반대로 외주를 주는 것이 관행화되어 있다. 자기 직원의 안전과 건강은 중요하고, 협력업체 직원의 안전과 건강은 중요하지 않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이다.대기업들은 정부의 눈치만 살피면서 협력업체와 상생을 말로만 외친다. 협력업체도 대기업의 진심을 믿지 않고, 홍보용으로 추진하는 상생프로젝트에 어쩔 수 없이 얼굴만 내밀고 있다. 전시용 행사조차 대기업의 강압에 의해 참석한다. 국내에서 존경 받는 대기업이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 이유다.대기업이 국내산업발전에 기여한 공도 크지만, 건전한 산업생태계를 해쳐 국내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훼손한 과오도 작지 않다. 국내 대기업은 다른 대기업이 하는 사업을 모방하고, 다른 업체의 협력업체를 빼앗아 단기간에 사업기반을 구축한다. 대기업과 협력업체의 신뢰관계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대림도 왜 핵심사업에서 확고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는지, 말로만 상생을 외치고 있지는 않았는지 곱씹어 봐야 한다.- 계속 -
-
조직문화를 진단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요소가 기업의 사업영역이다. 기업이 어떤 사업을 하느냐에 따라 조직문화가 결정되기 때문이다.현대중공업도 무거운 철판을 용접해 엄청난 규모의 배나 구조물을 만드는 기업이다. 의사결정의 방향에 다라 결과가 전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한 검토가 필수적이다. 이런 조선업의 특징이 현대중공업의 조직에도 깊게 베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현대중공업의 기업문화를 진단하기 위해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SWEAT Model의 4번째 DNA인 조직(Organization)을 일(job)과 사람(people) 측면에서 평가해 보자.◇ 다양한 자체시스템으로 인력양성 노력현대중공업은 조선업의 특수성으로 인해 직원들이 직무에 대한 사전지식이나 기술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자체적으로 양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교육은 신입사원, 대리, 관리자, 임원 등으로 구분해 실시한다. 신입사원은 기술장인혼 체험, 꽃동네 봉사활동, 해외배낭연수 등을 체험하면서 도전정신을 기르고 사회적 책임에 대한 각오를 다진다.사무직 신입사원들은 1991년부터 장인혼 교육을 별도로 받는다. 장인혼 교육은 정주영 회장의 현장중심 경영철학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생산 현장을 직접 체험하고, 품질에 대한 책임의식을 고취시키기 위한 목적에서 실시한다. 대리급에서 일정 인원을 선발한 후 교육을 받도록 하는 주니어보드, 즉 청년중역회의 제도도 운영한다. 우수한 직원들이 경영진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을 시키는 것이다. 부서장과 과장 등 관리자급도 국내 3개월, 해외 3개월 동안 글로벌 매니저 및 HHI MBA과정을 이수하도록 한다.임원은 해외 글로벌 기업을 방문하고, 해외 대학 비즈니스 스쿨교육 과정을 통해 전문지식을 배우도록 한다. 연구개발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매년 10 여명을 선발해 국내외 대학 및 연구소에 파견해 새로운 기술을 배우도록 한다. 예비 주재원 프로그램은 직원들이 해외업무를 사전에 경험할 수 있도록 해외지사나 법인에 파견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임직원들이 자연스럽게 글로벌 마인드를 기를 수 있도록 해외연수나 출장기회를 부여하고, 직급별로 정해진 회수를 채우도록 요구한다. 해외를 자주 방문함으로써 다양한 경험을 쌓도록 하는 것이다.현대중공업의 주요 고객이 해외 선주나 기업이라는 점도 직원들에게 글로벌 마인드를 가지도록 요구하는 이유다. 임원을 포함한 주요 경영진이 자신의 업무경험과 노하우를 강의하는 현중리더십컨퍼런스도 호평을 받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사내대학으로 현중기술대학을 운영하고 있으며 조선공학과와 기전공학과 등 2개 학과가 있다. 이 대학은 1999년에 개교했지만 학위와 무관했지만 현재는 전문대학과 동등한 학력을 인정받고 있으며 졸업생은 전문학사 학위를 받는다.연 150명이 교육을 받고 있으며 전문지식, 인문교양, 외국어 등의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고등학교 졸업자들이 현장실무와 이론을 배워 핵심적인 기술리더로 성장시키기 위한 목표를 갖고 있다. 현중기술대학에는 임직원을 위해 독서아카데미 프로그램, 마스터보드 등도 운영한다. 독서아카데미 프로그램은 독서를 통해 교양지식과 경영지식을 자연스럽게 터득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마스터보드는 생산직 직원 중에서 감독자를 선발해 경영감각을 기를 수 있도록 교육을 시킨다. 생산직 직원이라도 경영자의 눈으로 현장업무를 할 수 있도록 양성해 작업의 효율을 높이고, 비용절감을 추진하는 것이다. 국내 기업들이 자체 수요에 적합한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사내대학을 많이 개설하고 있는데, 평생교육차원에서도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다만 우려되는 점은 직원들이 조직지향적 지식에 매몰되면 기업에 종속돼 시장적응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이 실적이 좋아 장기근속에 유리하기는 하지만 최근 명예퇴직을 실시해 평생직장에 대한 믿음이 퇴색되고 있다는 점도 부정적인 요인이다. ◇ 내부인력을 중시하지만 혁신에는 걸림돌현대중공업의 인사정책을 보면 외부에서 인재를 채용하기 보다는 내부 직원을 우선적으로 승진시키는 관행을 유지하고 있다. 이 방식은 독과점체제로 유지되고 있는 국내조선업의 특수성으로 업(業)의 경험을 쌓은 인재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과 현대중공업 자체가 30여 년 이상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어 이미 성공체험을 한 유능한 인사가 내부에 많다는 점 때문이라고 본다. 내부승진은 조직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는 매우 유리하다. 현대중공업은 내부직원을 중용해 세계 1위의 조선사로 성장해 30여 년 동안 확고한 위치를 유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새로 인수한 현대삼호중공업 등의 계열사도 현대중공업에서 능력이 검증된 직원을 배치하는 식으로 인사를 한다.현대오일뱅크 등 인수한 기업에는 현대중공업의 DNA를 이식하려는 목적으로 현대중공업 출신들을 배치한다. 현대중공업의 DNA가 무엇인지 명확하지는 않지만 일에 대한 열정이나 성공체험을 통한 자신감 등일 것이라고 추측된다. 이러한 인사관행은 업계 1위 기업이나 선두기업에서 자주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문제점도 많다. 수십 년간 한 기업에서 소위 말하는 한 우물만을 판 사람들은 외부 세계와 담을 쌓고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한다. 창립 후 불과 10여 년 만에 업계 1위로 올라선 이후 오랫동안 독주를 한 것도 자신감과 자만심을 구분하지 못하게 한다.1등으로서의 과도한 자신감은 자만심으로 변질될 여지가 많다. 현대중공업이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이후 침체된 조선업으로 인한 사업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펼쳤지만 새로운 변화를 이루지는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에 이런 평가를 하는 것이다. 2013년 들어 수주가 늘어나고 있기는 하지만 현대중공업의 자체혁신 노력보다는 외부환경에 의한 요인이 더 크다고 볼 수 있어 실적호전이 오히려 조직의 문제를 수면 아래로 숨겨 심화시킬 가능성도 높다.내부인사만을 중용하는 인사스타일로 인해 현대중공업에 경력직으로 입사를 하려는 사람도 적고, 입사를 해도 승진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아무리 현대중공업의 임직원이 능력이 뛰어나고, 성공체험이 많다고 해도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고 변화를 이끌어 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 ◇ 혁신은 외부의 새로운 인재 영입에서 출발현대중공업이 조선업 중심에서 정유, 금융, 무역, 자원개발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했지만 사람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새로 인수한 기업들에도 기존의 조선업에서 경력을 쌓고 성공체험을 한 직원들을 임원으로 현대중공업의 DNA를 심는다는 명목으로 파견하고 있다.국내에서 기업경영, 특히 대기업의 경영은 매우 단순하다. 조선사업에서 쌓은 경험이 다른 사업에도 적용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사업마다 제각각 특성이 있어 일반적인 경험과 지식만으로 대기업을 경영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에서 산업별로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조선업에서 성공체험을 했다고 해도, 새로 인수한 정유나 금융 계열사를 잘 운용하기는 쉽지 않다. 조선업과 정유업, 금융업 등이 전혀 다른 사업영역이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중공업이 인수한 이들 기업이 단기간에 정상화되는 것처럼 보이고 있지만 내실이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대중공업이 현대그룹의 특유의 현장중시와 밀어 부치기 식 경영이 꼼꼼한 관리가 필요한 금융업에는 전혀 맞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역 효과를 낸다. 현재 조선과 관련된 기업들은 현대식 경영기법을 적용해도 무리가 없지만 다른 계열사들은 새로운 사업에 적합한 경영기법을 찾아내야 한다.인수기업들이 단기간에 외형적인 성과를 냈지만 내실이 없는 이유도 현대중공업의 DNA가 인수기업과 맞지 않기 때문이다. 백화점식 사업을 하는 국내 대기업과 달리 글로벌 기업들은 특정 사업영역에 전문화되어 있다. 한국에 소위 말하는 100년 기업이 없는 것도 기업들이 본원적 경쟁력을 확보하기 보다는 사업다각화로 위험을 최소화하려는 전략을 선택하기 때문이다.사업다각화가 기업의 위험을 분산시켜 주기도 하지만 오히려 위험이 연쇄적으로 커지기도 한다. 현재까지 국내 대기업들이 선호하는 사업다각화가 단점도 있지만 일부 장점이 있기 때문에 부정하지는 않는다. 사업다각화를 할 때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거나 새로운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그 사업에 적합한 인재를 확보해야 한다. 기존의 조직에서 능력이 검증된 직원이 새로운 사업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과거와 달리 글로벌시장이 통합되면서 사업환경이 복잡해지고, 기술의 발전속도도 너무 빨라져서 따라잡기가 매우 어렵다. 사업과 제품이 융∙복합화되면서 한 가지 분야 이상에서 기술을 이해해야 하고 무역장벽이 무너지고 자유무역이 활성화되면서 무한경쟁이 일상화되었다.현대중공업이 순혈주의를 강조하고, 내부인재만 중용하는 것은 장점도 있지만 이에 못지않게 분명 단점도 있다. 기존의 사업에는 현재의 인사정책을 적용하더라도 새로운 사업과 인수기업에는 신규 인재를 영입해 배치할 필요가 있다.외부인재에게도 능력에 상응한 대우를 해 주고 승진의 기회를 공평하게 부여해야 한다. 인재를 우대하는 기업에 우수 인재를 몰리므로 인력시장에 좋은 이미지를 심을 수 있도록 인사정책을 바꾸어야 한다.- 계속 -
-
조선업이 주력인 현대중공업은 단순한 업무로 인해 업무시스템정비를 위한 노력은 많이 하지 않았다. 업무는 단순하지만 업무규모가 크기 때문에 효율적인 관리를 위한 시스템에 대한 요구가 있다. 원가를 절감하고 정보를 통합하기 위한 노력을 많이 했고, 이러한 시스템이 현대중공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키는데 기여를 했다.현대중공업의 기업문화를 진단하기 위해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SWEAT Model의 5번째 DNA인 시스템(System)을 경영도구(methodology)와 운영(operation) 측면에서 평가해 보자.◇ 다양한 업무지원 시스템을 도입해 생산효율성 증대현대중공업의 주요 계열사들이 도입하고 있는 시스템을 보면 현대중공업㈜는 데트크톱 가상화(VDI), 제품수명주기관리(PLM), RFID기반 무인계근시스템, 현대삼호중공업은 HS-POPS생산시스템, 날씨경영시스템 등을 도입해 운용하고 있다.현대중공업㈜의 데트크톱가상화(VDI)시스템은 클라우드컴퓨팅의 도입으로 모든 정보를 개별 데스크톱 PC가 아니라 서버 스토리지에 저장하는 방식이다. 현재 사업장에 있는 노후화된 개별 데스크톱 PC을 단계적으로 없앤다.모든 정보가 서버에 저장되면서 현장에서 입력한 정보를 사무실에서 작업이 가능하고, 데이터입출력도 HDD가 아니라 캐시 영역에서 작업을 해 시스템의 부팅시간을 단축했다. 개인별로 관리되던 정보를 기업차원에서 관리할 수 있어 데이터의 유실이나 사유화를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제품수명주기관리(PLM)시스템은 제품의 개발단계에서부터 폐기까지 전과정을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제품의 정보와 현재 개발단계의 프로세스를 실시간으로 관리하면 제품을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RFID기반 무인계근시스템은 계근시스템에 RFID기술을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계근시스템은 자재입고 시 화물차량의 무게를 확인하는 시스템으로 무인으로 운용하고 된다.과거에는 차량확인, 자재확인, 입고확인 등의 과정을 수작업으로 했는데, 입출고 시간이 과다하게 소요되고, 품목별 차량 및 실물확인을 위한 자료 부재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계근시스템에 RFID기술을 도입하면서 운전자가 하차를 하지 않고도 화물정보가 자동으로 인식되고, 처리속도가 빨라져 화물차량의 정체도 사라졌다. 현대삼호중공업은 HS-POPS생산시스템은 세계 최고의 자동차제조기업인 도요타자동차의 생산방식을 조선업에 도입한 것이다. 즉 HS-POPS생산시스템은 현대삼호중공업의 고유 생산방식으로 HS-POPS는 Hyundai Samho Principle of Production System을 말한다.물류흐름을 효율적으로 통제하는 일본식 JIT(Just In Time)을 자체 생산프로세스에 적용했다. 자재의 공급, 운반, 불량자재의 파악, 과잉재고 등 낭비요소를 최소화한다. 현대삼호중공업의 자료에 따르면 HS-POPS생산시스템을 도입한 이후 생산성향상, 원부자재 보관장소 최소화 등의 개선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날씨경영스시템은 날씨가 작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시스템이다. 조선업의 특성상 야외작업이 많아 날씨상황을 예측하는 것은 작업진도를 관리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2003년 자동기상관측장비(WAS)설치, 2004년 자체 기상서버, 2009년 방제상황실, 2011년 모발일 기상정보시스템 등을 구축해 운영하기 시작했다. 주요 작업공정인 용접, 도장, 탑재, 시운전 등에 날씨정보를 이용한다.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기상정보를 데스크톱 PC, 모바일, 전광판 등 다양한 디바이스를 통해 기상정보를 사내에 전파하고, 직원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단순하고 수작업이 많은 업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다양한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으며 선진화된 IT기술의 도입에 매우 적극적이다.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전자태그(RFID), 와이브로(WiBro) 등의 IT기술을 활용해 선박통합통신망(SAN, Ship Area Network)을 구축하고 각종 자재를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있다. 자재의 흐름과 위치를 파악하는 것을 물류관제시스템이라고 부르고, 조선소 전체업무에 적용하고 있다. 작업계획의 수립과 물류관리를 함께 함으로써 생산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조선업이 수작업 위주의 전근대적인 생산방식을 고수하고 있지만 정유나 금융 등의 새로 인수한 사업의 경우에는 과거 현대중공업 기업문화로는 효율적으로 경영이 불가능하다. 현대중공업이 자사의 DNA를 인수한 기업에 적용한다는 명분으로 자체 직원을 보내기보다는 경영시스템을 접목해야 한다.시스템을 적용하는 것은 업무효율성도 높이지만, 임직원의 사고체계를 표준화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무리한 인사정책보다는 경영시스템도입이 그룹의 일체감을 높이는데 유리하다.◇ 전문경영인으로 시스템경영 도입을 시도했지만 미완의 상태현대중공업은 오너인 정몽준 의원이 정치인생을 걷게 되면서 전문경영인체제를 도입했다. 소유와 경영은 분리하고 오너는 주요 의사결정만 내리는 방식이다.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전문경영인 체제가 정착되어 있어 기업운영이 매우 안정적인데 반해 국내는 무조건 오너가 최고경영자로 군림하는 것이 당연시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지난 수십 년 간의 기업승계사례를 연구해 보면 오너경영이 장점도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단점도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오너경영의 장점은 책임경영이 가능해 의사결정이 빠르다는 것이다. 반면 오너경영의 단점은 능력이 없는 오너의 경우에는 단기간에 기업을 망하게 만든다.능력도 없고, 기업경영에 열정도 없는 오너의 자식이 어쩔 수 없이 기업을 물려받은 경우 망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자질도 없는 자식에게 능력에 과분한 기업을 물려줘 자식의 인생을 망치는 사례도 너무 많이 발생하고 있다. 불과 수십 년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유수의 대기업들이 자식에게 승계된 이후 망했다.창업자는 자신의 뛰어난 역량을 기반으로 기업을 일구었지만, 창업자의 자녀들이 모두 창업자의 자질을 물려받는 것은 아니다. 자녀가 여러 명일 경우 기업을 분할해 승계하는데, 능력이 있는 자식의 경우에는 기업을 유지하지만, 무능한 자식은 물려받은 기업을 망하게 만든다. 무능한 자식도 자식이라고 기업을 분할해서 물려주는 것이 합리적일까 하는 의문도 많이 든다. 능력이 부족하거나 나이가 어린 승계자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이 전문경영인체제도, 전문경영인의 대리인비용(agency cost)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가 시스템경영(System Management)이다.국내에 전문경영인체제가 도입되지 않은 이유는 동양적 사고 때문이다. 자본주의를 도입했지만 동양적 사고와 관습이 강한 한국, 일본, 중국 등은 전문경영인 제도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동양적 사고에서는 기업의 오너와 최고경영자는 임직원의 부모역할을 해야 하고, 기업의 임직원은 모두 가족이라는 개념이 강하다. 부모는 가족의 안위를 위해 어떤 어려움도 헤쳐나갈 수 있을 정도로 강인하고 지혜로워야 하고, 인격적으로도 완벽해야 한다. 사업의 방향도 정확하게 예측하고 사업적 문제도 자신이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오너는 기업과 임직원에게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 이들의 생활도 안정시켜줘야 하고,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도록 의미도 부여해줘야 한다. 이러한 임직원의 기대를 충족할 수 있는 사람은 창업자 본인 뿐이다. 창업자는 맨 주먹으로 기업을 일구고, 가족처럼 몇 명의 직원으로 출발해 수 십만 명의 직원까지 늘렸지만 죽을 때까지 여전히 한결 같은 마음으로 직원을 대한다.임직원도 카리스마로 무장하고, 의지가 강한 창업자를 부모처럼 모신다. 이런 수직적이고 종속적인 인간관계가 산업화 시대 국내 대기업들이 급성장한 배경이다.하지만 어느 날 아버지가 죽으면서 수 많은 직원과 기업을 물려 받은 자식은 엄청난 돈과 권력은 누리고 싶지만, 당연히 무한책임은 지고 싶지 않을 것이다. 돈을 흥청망청 사용해 사치를 부리고, 경영권도 자기 마음 내키는 대로 휘두르고 싶지만 직원을 가족처럼 생각하거나 이들의 행복한 인생을 위해 고민은 하지 않는다. 자질이나 태도가 문제인 자식들에게 기업을 물려주기 보다는 전문경영인에게 기업경영을 맡겨야 하지만 위험도 있다. 창업자 밑에서 2인자로 기업을 일군 경영자는 자신도 기업형성에 기여를 했다고 판단해 무능한 창업자의 자식을 위해 기업을 잘 경영해야 하겠다는 생각보다는 자신이 빼앗을 궁리를 한다.실제 이러한 사례가 국내에서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전문경영인이 대주주나 이해관계자를 배려하기 보다는 개인의 이익을 위해 경영권을 농단하는 것을 막아야 하는데, 이 방안이 시스템경영이다. 시스템경영을 통해 전문경영인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도록 유도해야 하는데 국내의 가부장적 경영시스템에서는 쉽지 않다. 현대중공업도 20 여 년 이상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주요 의사결정에 오너가 개입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하지만 기업전반에 관한 지식과 경험이 부족한 오너가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기는 어렵다. 현대중공업도 시스템경영을 도입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오너경영과 전문경영인 사이에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애매한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의 의사결정내용을 보면 이런 경향이 뚜렷하다.오너경영이 불가능하다면 전문경영인을 통한 시스템경영은 불가피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계속 -
-
현대중공업은 현대에서 분리되면서 조선산업이 주축이었지만, 이후 조선업의 호황으로 벌어들인 자금력을 동원해 금융, 석유화학, 정유, 종합상사, 자원개발과 같은 사업군을 늘려 종합그룹의 기반을 구축했다.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조선업이 불황에 빠지면서 그룹에서 조선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고는 있지만 여전히 조선에 특화된 기업이라고 볼 수 있다. 현대중공업의 기업문화를 진단하기 위해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SWEAT Model의 2번째 DNA인 사업(Business)을 제품(product)와 시장(market) 측면에서 평가해 보자.◇ 조선을 기반으로 적극적 M&A통해 종합중공업으로 변신현대중공업은 단순히 선박건조에서 나아가 선박의 핵심부품인 엔진을 자체 생산하기 위해 1976년 현대중공업에 엔진사업부를 신설했다. 스위스의 Sultzer, 덴마크의 B&W, 독일의 MAN 등과 기술도입계약을 체결했다. 1979년 일본의 고베제강(神戶製鋼), 영국의 Meehanite, 프랑스의 Pielstick 등과 기술도입계약을 체결해 엔진을 생산하면서 선박용 엔진전문업체로 자리매김했다.선반용 주기관, 보조기관, 의장품 제조, 산업설비 수출입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이전까지 국내 어선용 소형 디젤엔진만 생산했지만 본격적으로 선박용 디젤엔진도 생산하기 시작한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조선업에도 기존의 벌크선, 컨테이너선박, 탱크선 위주에서 LNG선, 해양플랜트 등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유조선인 탱커선은 산유국에서 원유를 수송해 뱃길로 운송하는 선박으로 한국의 산업발전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1994년 국내 최초로 LNG선을 건조했고, 2000년 국내 최초로 독자엔진을 개발했다. 2005년 1만 TEU급 컨테이너선도 수주해 건조했다. 2006년 국내 최대인 214급 잠수함, 2007년 한국 최초의 이지스함도 건조했다.2010년 디지털용접시스템을 도입하고, 2011년 원격제어 및 관리가 가능한 스마트십(smart ship)을 건조했다. 최근에 주력하고 있는 해양플랜트는 일반 상선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한다.현대중공업은 주력사업인 조선에 금융, 석유화학, 정유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관련 기업을 M&A했다. 2008년 현대중공업은 사업다각화를 위해 CJ투자증권과 CJ자산운용을 인수해 하이투자증권 등으로 개명했다.조선업 비중을 줄이고 현대그룹의 정통성을 이어받기 위해 현대종합상사와 현대오일뱅크도 인수했다. 현대종합상사는 무역과 자원개발에 강점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현대오일뱅크는 기존의 윤활기유, 집단에너지 사업에 석유화학제품까지 사업영역을 추가하면서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주유소를 통해 B2C사업을 하고 있어 B2B사업 위주의 현대중공업이 소비자 인지도와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사업다각화를 진행하고 조선업에 대한 비중을 줄이기 위해 노력한 결과 조선업 매출비중이 획기적으로 줄어들었다. 현대오일뱅크가 인수 후에 매출이 대폭적으로 신장되면서 정유부분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졌다. ◇ 혁신과 도전으로 신사업도 급격하게 확장현대중공업은 2002년 매출이 7.4조원 규모의 조선사였지만, 매출 60조원 규모의 종합중공업그룹으로 성장했다. 중형 선박을 주로 건조하는 현대미포조선은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해양작업지원선, 연로저감∙친환경 선박 등 고부가가치 특수선을 중심으로 경쟁우위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현대삼호중공업도 초대형 컨테이너선과 벌크선 등을 위주로 건조해 매출을 확대하고 있다. 사업구조를 개선하고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사업방향을 잡았다.성공적인 M&A로 평가 받고 있는 현대오일뱅크 인수도 그룹의 조선매출 비중 감소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종합 에너지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제 2 고도화 설비가동, 제 2 BTX공장 착공, 중앙기술연구원 개원 등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국내정유업계에서 SK에너지와 GS칼텍스에 뒤쳐진 내수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내수시장이 협소하기 때문에 해외시장 개척으로 활로를 뚫고 있다. 사업다각화를 위해 석유화학사업에도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다른 대기업과 마찬가지로 현대중공업은 전기차 배터리와 태양전지 등 그린에너지 부문에 대한 투자도 늘리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2012년 세계 5대 자동차 부품회사인 캐나다 매그너(MAGNA)그룹과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기 위한 조인트벤처(JV)를 설립했다.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해 북미시장에 공급할 예정이다. 전기차 배터리제조에는 LG화학, SK이노베이션이 선두주자이고, 삼성 SDI가 후발주자로 관련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전기차 배터리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풍력, 태양광산업의 필수요소인 전력저장장치인 ESS(Energy Storage System)에 관한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ESS는 리튬이온전지와 같은 기존의 중소형 2차 전지를 대형화하거나 회전 에너지 압축공기 등 기타 방식으로 대규모 전력을 저장하는 장치다.전기차 뿐만 아니라 태양력발전, 풍력발전에서도 전력저장장치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최근 한국도 전력수급의 불안으로 인해 중요 산업시설에서 UPS(uninterruptible power supply, 무정전전원장치)뿐만 아니라 ESS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이 외에도 박막 태양전지 사업을 위해 현대아반시스를 신설했다. 공장이 완공되면 연간100MW 규모의 태양전지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울산에 해양공장을 신설해 해양플랜트용 대형모듈을 생산할 예정이다. 신설되는 해양공장은 기존의 해양공장과 인접해 자재수급이나 물자이동이 용이하다. ◇ 조선업의 불황이 길어지고 신사업 전망도 불명확현대중공업이 지난 10여 년 동안 급격하게 사세를 확장하면서 덩치를 키웠지만 내실은 부족하다고 지적하는 전문가가 많다. 조선업도 최근 발주량이 늘고는 있지만 지난 몇 년 동안 침체되었던 물량이 나오는 수준이고, 본격적인 경기회복으로 보기는 어렵다. 내구연한이 넘어선 선박을 운용하던 선주들이 노후선박을 대체하기 위한 목적으로 선박발주를 하고 있는 것이다.금융위기로 촉발된 국제경기침체는 국가재정위기로 확산되면서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본격적인 경기회복이 되지 않는 이상 국제화물 물동량이 급격하게 늘어나지 않을 것이므로 조선경기는 당분간 회복되기 어렵다고 전망된다.2008년 인수한 하이투자증권 등 금융계열사도 선박금융 등 일부 사업적으로 도움은 되지만 시너지는 나지 않는다. 하이투자증권 자체도 시장점유율이나 규모로 봐 소형증권사에 불과해 인지도도 높지 않다. 하이투자증권은 박근혜 정부의 금산분리정책에 따라 매각해야 할 경우 인수금액보다 헐 값에 팔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가 불황에 허덕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지도마저 낮아 매각자체도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현대오일뱅크도 내수시장 점유율이 낮고, 해외시장에서 브랜드 이미지가 높지 않아 장기적으로 사업전망이 밝은 것은 아니다. 내수시장에서는 SK에너지와 GS칼텍스가 지배적 사업자로 군림하고 있어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그룹의 지원을 받아 공격적인 영업을 하고 있지만 고착화된 시장구조를 타파하기는 어렵다. 현대오일뱅크에 대한 시장반응은 미지근한 이유다. 현대오일뱅크가 메이저 사업자로 부상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글로벌 리더가 되기 위해 태양광, 풍력 등을 신성장동력으로 지정해 기술개발을 독려하고 있지만 성과는 미지수다.2008년 KCC그룹과 공동투자했던 태양광 사업도 현대중공업이 투자금액을 손실 처리하는 방법으로 사업철수를 결정했다. 태양광사업에 투자했던 그룹들이 전부 좌초위기를 맞이 하면서 현대중공업이 발 빠른 대응을 한 것이다. 이미 자본잠식상태에 빠진 합작법인의 손실을 전부 떠안게 된 KCC그룹이 현대중공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우호적인 관계마저 깨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낳고 있다. 현대종합상사와 현대자원개발도 사업이 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현대종합상사의 경우 범현대가의 지원으로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채무가 과다해 정상화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글로벌화가 진척되면서 제조기업들이 직접 무역을 담당하면서 존재가치가 없어진 종합상사들이 자원개발이나 해외투자로 사업방향을 전환했지만 성공한 사례를 많지 않다. 현대종합상사도 자생적으로 생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현대중공업이 조선업의 호황으로 얻은 이익을 사업다각화 전략을 위해 투입했지만 성과를 크지 않았다. 나름대로 조선업 비중이 줄어들고, 매출을 급격하게 늘렸지만 본원적인 경쟁력을 키웠다고 보기는 어렵다.현대그룹의 정통성을 잇기 위해 현대종합상사와 현대오일뱅크를 인수하기는 했지만 그룹의 기존사업과 연관성이 낮아 시너지가 없었다는 점도 M&A전략에 문제가 있었지 않나 평가 받는 이유다.금융계열사 확장도 선박금융을 위한다는 목적도 있었지만 투입한 금액에 비해 효과가 미미하고, 미래전망도 밝지 않다는 점이 M&A를 부정적으로 보도록 만든다.– 계속 –
-
현대중공업이 계열분리 이후 급격하게 성장한 것은 사실이지만 덩치에 비해 체질은 오히려 약화된 것은 아닌지 우려를 하는 전문가가 많다. 기업이 내∙외부 환경변화를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사업다각화를 하지만 사업다각화가 오히려 기업의 부실을 심화시키는 경우가 많다.현대중공업의 기업문화를 진단하기 위해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SWEAT Model의 3번째 DNA인 성과(Performance)를 이익(profit)과 위험(risk) 측면에서 평가해 보자.◇ 매출은 늘고 있지만 수익성은 개선되지 않아조선업의 부진이 지속되자 세계 1위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현대중공업조차 매출은 늘고 있지만 수익성은 떨어지고 있다.최근 현대중공업이 1위의 자존심을 포기하고 수주량을 늘리기 위해 공격적인 가격경쟁을 벌이고 있다. 2009년 이후 선박수주가 없었지만 수주잔량으로 버텼지만 시장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체력이 고갈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격을 고집하기 보다는 일감을 확보해 안정적인 사업기반을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삼고 수주전쟁을 벌이고 있는 고부가가치 해양플랜트도 가격경쟁은 피하기 어렵다는 점도 수익성 개선에는 부정적이다. 삼성중공업과 대우해양조선도 해양플랜트에 대한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어 이들 기업과의 경쟁도 피할 수 없다.2013년 들어 현대중공업이 대규모 해양플랜트 수주에 성공하면서 연간 목표달성에 청신호가 켜지고 있는 점은 위안거리이지만, 여전히 수익성에 대한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다.그룹의 핵심 계열사 중 하나인 현대미포조선도 시장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의 주력 선종인 제품운반선(PC)에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 자동차 운반선(PCTC), 오픈해치 벌크선, 트레일러선(RORO), 해양작업지원선(PSV) 등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선종 다각화를 하고 있다.하지만 가격경쟁으로 인해 2013년도 영업이익율이 지난해 보다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미포조선이 주력하고 있는 제품운반선(PC)의 선가가 척당 2011년에 비해 15% 이상 가량 하락하면서 영업이익도 급감하고 있다.현대미포조선이 인수한 베트남의 비나신 조선소도 현대미포조선의 지원 하에 겨우 흑자를 유지했지만, 수주잔량이 얼마 남지 않아 올해부터 적자로 전환된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현대오일뱅크는 매출규모로는 국내 정유 4개사 중 4위이고, 시장점유율은 3위의 초라한 성적을 내고 있다. 2011년 현대중공업의 계열사로 편입되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급증했지만 2012년에는 오히려 영업이익이 급감했다.매출은 늘어났지만 당기순이익은 계열편입 이전인 2010년과 비교해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사업구조가 정제사업에 편중되어 있어 실적편차가 크다고 볼 수 있다. 영업이익이 급감하고 당기순이익이 줄어들고 있으며, 사업다각화 노력도 성과가 부진하다. 석유화학사업에 대한 투자를 늘려 사업다각화를 꾀하고 있지만 아직 실적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국내 소비침체로 석유소비량이 늘어나지 않은 것도 현대오일뱅크의 고민거리다. 국내 소비자들이 가격에 민감하기도 하지만 브랜드 로열티가 강하다는 점도 시장점유율과 매출 상승에 어려움을 가중시킨다.그룹의 간판기업인 현대중공업과 매출기여도가 높은 현대오일뱅크의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현대중공업의 앞날은 밝지 않다.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본원적인 경쟁력을 가져야 하는데, 단기간에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도 풀어야 할 과제다.현대중공업의 경우에는 조선업 자체가 호황이 되어야 가격경쟁이 해소될 수 있다. 현대오일뱅크도 석유화학사업이 공급과잉상태에 있고, 국제 정유사업도 중국업체가 시장에 진입하면서 어려움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성과를 내기 위해 사업다각화를 했지만 효과는 미미현대중공업은 2000년대 중반 국내 조선산업이 후발주자인 중국이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전방위 공격을 해 오자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대규모 M&A를 시도했다. 2008년 CJ증권, 2009년 현대종합상사, 2010년 현대오일뱅크를 인수했다.2008년 대한통운과 대우조선해양, 2011년 하이닉스 인수전에도 뛰어들었지만 성공하지는 못했다. 현대중공업이 조선업의 비중을 줄이고 조선산업의 장기불황에 대처하려는 시도는 좋았지만 여전히 해결책은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그룹의 간판기업인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3개사가 2010년까지 그룹 매출의 80~90%를 점유했다. 대규모 M&A를 통해 매출 집중도는 개선되었지만 여전히 현대중공업과 현대오일뱅크가 그룹 매출의 40%정도를 점유하고 있다.현대중공업이 속한 조선산업이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하면서 해양플랜트 수요로 겨우 먹고 살고 있지만 경기침체가 지속될 경우 국제유가마저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 해양플랜트 수요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현대오일뱅크도 국제유가가 하락할 경우 정제사업 자체가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금융기업인 하이투자증권과 하이자산도 선박펀드조성과 운영에는 도움이 되지만 금융업으로 자체경쟁력을 갖추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미래성장동력을 삼고 과감한 투자를 했던 태양광사업도 2012년 철수 했다. 태양전지의 가격하락, 재고누적 등으로 적자상태를 벗어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태양전지도 독일 등 선진국이 아니라 중국업체보다 기술경쟁력이 떨어져 도저히 격차를 해소할 방안을 찾기 어렵다는 점도 감안됐다.태양전지 사업의 철수를 결정했지만 관련산업의 불황으로 설비나 공장을 매각하는 것도 어렵다. 국내기업들이 태양광사업에 무차별 진입하면서 독일의 장비업체들만 돈을 벌었다.의료용 로봇을 개발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삼기 위해 서울아산병원과 세계 최초로 6축 다관절을 이용한 외과수술 로봇을 공동연구하고 있다. 자동차용 산업로봇을 만든 경험을 바탕으로 의료장비산업에 투자를 결심했지만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의료기기는 고도의 신뢰성을 바탕으로 사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삼성그룹조차도 세계적 의료기기 제조업체인 GE와 합작해 사업을 벌였지만 철수한 영역이다. 삼성그룹이 의료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기 위해 국내 초음파진단기기 업체인 메디슨을 인수해 진출했지만 아직 성과를 기대만큼 나지 않고 있다. ◇ 기술력, 환율변동, 발주사 파산 등의 위험요인국내 조선업체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며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신성장동력을 마련했다는 주장은 일부는 옳고 일부는 그르다. 국내 조선 3사가 건조하고 있는 LNG선도 탱크설계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프랑스 GTT사에 척당 100억 원 규모의 로열티를 지급하고 있다.최근 몇 년 동안 국내 조선사들이 GTT에 지급한 로열티는 1조원을 넘어섰다. 현대중공업이 이를 대체할 기술을 개발했지만 선주들이 검증되지 않은 기술에 대한 거부감이 높아 채택하지 않아 현재까지는 적용실적이 전무하다. LNG선뿐만 아니라 벌크선, 컨테이너선, 해양플랜트 부문도 핵심 기술력은 확보하지 못했다.현대미포조선뿐만 아니라 현대중공업도 고환율 효과를 톡톡히 봤지만 최근 환율이 하락하면서 환차손도 경험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정부가 수출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유지한 고환율정책에 의존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지만, 정부가 물가관리를 위해 고환율정책을 포기하면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환율에서 경쟁이 불리해졌을 뿐만 아니라 경쟁이 심해지면서 척당 건조가격도 떨어지고 있다. 다만 배를 건조하는데 사용하는 후판가격은 철강회사의 공급과잉과 수요감소로 인해 가격이 떨어지고 있어 불행 중 다행이다. 일본은 수요감소, 중국은 공급과잉으로 생산한 후판을 국제시장에 풀고 있다. 세계 물동량이 줄어들면서 대형 선사들이 파산하면서 주문한 선박을 인수하지 않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2012년 10월 현대중공업은 대만 선사인 TMT(Today Makes Tomorrow)가 선박대금을 지급하지 않아 대규모 손실을 경험했다.선박건조가 진행 중인 경우는 이미 선급금이나 중도금을 받아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지만 포기한 선박을 매각하는 작업도 쉽지는 않다. 계약금만 받고 주문 받은 수주잔고도 계약취소가 연이어 발생할 경우 기업의 미래전망을 어둡게 만든다. 아직 공식적으로 통계가 잡히고 있지는 않지만 수주잔량에서 계약취소가 발생할 가능성 높은 계약 건도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2년 국정감사에서 현대오일뱅크가 2012년 상반기 가짜 석유 적발율이 가장 높다는 것이 밝혀져 이미지개선을 위해 노력한 것이 허사가 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2011년 10월부터 가짜 석유를 신고할 경우 포상금을 지급하는 방법으로 유통질서를 확립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었다.시장의 지배사업자인 SK에너지와 GS칼텍스는 현대오일뱅크보다 폴사인 주유소가 많지만 오히려 가짜 석유를 유통하다 적발된 주유소가 적었다. 현대오일뱅크가 현대중공업에 인수된 이후 혁신을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 성과는 미진하다.위의 몇 가지 사례만 봐도 현대중공업의 계열사들이 다양한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덩치를 키우기 위한 노력보다는 내실을 기할 필요가 있다.환율은 기업이 통제하기 어렵지만, 기술력을 확보하는 것은 가능하다. 현대중공업이 사업적으로 위험을 최소화하려면 새로운 사업만 찾지 말고 주업인 조선업에서부터 선진국 기술기업들과 협력해 기술력을 확보해야 한다.- 계속 -
-
현대중공업은 1972년 설립 후 1983년 건조량 기준 세계 1위 조선소로 등극한 이후 세계 1위 자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2002년 현대그룹에서 분리된 이후 현대중공업㈜를 기반으로 금융, 정유, 신재생에너지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면서 그룹체제를 유지하고 있다.2015년까지 그룹의 매출을 100조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달성가능성은 높지 않다. 현대중공업의 기업문화를 진단하기 위해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SWEAT Model의 1번째 DNA인 비전(Vision)을 목표(goal)와 책임(responsibility) 측면에서 평가해 보자.◇ 2015년 매출 100조원 목표로 사업추진 중현대중공업은 2002년 그룹에서 독립한 이후 지속적인 M&A로 덩치를 키웠다. 2002년 부도처리된 현대삼호중공업을 인수했고, 2008년 CJ그룹으로부터 증권관련 기업을 매입했다. 2009년에는 현대종합상사, 2010년에는 현대오일뱅크를 합병했다.과감한 M&A 결과 현대중공업은 조선, 해양, 플랜트 사업에 금융, 정유, 무역, 자원개발, 신재생에너지 등의 사업을 영위하는 종합그룹이 됐다. 2012년 현대중공은 창사 40주년 기념식에서 2015년까지 그룹 매출을 100조원으로 잡았다. 100조원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중점전략으로 사업다각화를 통한 성장동력 확보, 글로벌 경쟁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글로벌 경영체계 구축, 계열사 간 시너지 극대화 등을 수립했다.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태양광, 풍력 등 그린에너지사업부를 현대중공업㈜에 신설했다. 현대중공업의 자료에 따르면 지속적인 사업다각화 노력의 결과 그룹 전체매출에서 조선이 차지하는 비중이 과거 50%수준에서 35%정도로 낮아졌다. 글로벌 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브릭스(BRICs,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의 머리글자로 경제성장률이 높은 신흥공업국의 통칭) 국가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해외진출을 추진하고 있다.브라질에 건설장비, 러시아에 고압차단기, 중국에 휠로더 공장을 준공했다. 브라질은 과감한 개혁과 정부주도의 경제정책으로 고성장을 구가하고 있는 국가로 향후 성장전망도 밝다. 현대중공업이 창사 40주년을 맞아 과감한 목표를 세웠지만 주력사업인 조선에서의 불황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2012년부터 매출 성장세가 꺾였으며, 무리하게 인수한 계열사의 실적도 정체되어 있다.주력 계열사인 현대중공업㈜도 2012년 수주실적이 목표치의 60%대에 그쳐 실적우려가 현실화된 것은 아닌지 불안감을 던져 주었다. 2012년에는 현대중공업㈜가 창사 이후 처음으로 대규모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조선경기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징후다. 기업의 목표는 달성 가능한 수준에서 의지치가 반영돼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에서 목표를 설정할 때 오너의 과다한 의욕에 따라 이상적인 목표가 설정되기도 한다.강력한 의지를 반영해 높은 목표를 설정하는 과감성은 좋지만 무리하게 목표를 설정하면 부정적인 효과가 나타난다. 달성 불가능한 기업의 목표에 대해 임직원이 냉소를 보인다. 목표가 임직원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해 달성되려면 현실적인 목표에 의지에 의한 가중치가 10%를 넘어서는 안된다. 현재의 주변환경으로 판단했을 때 현대중공업의 목표는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주력사업에서의 목표도 달성이 어려운데, 비주력 사업에서 목표를 달성하기란 더욱 어렵다.소비시장을 이끌던 선진국 경제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금융위기로 초래된 세계경제가 회복되기 보다는 2015년 대공항으로 갈 것으로 전망하는 경제전문가도 있다. 경제회복의 지연은 현대중공업의 주력인 조선업의 불황을 지속시킬 것이다. 목표달성이 어렵다면 무조건 밀어 부칠 것이 아니라 새롭게 달성 가능한 목표를 다시 설정해 임직원의 결속력을 다질 필요가 있다. ◇ 협력업체와 동반성장을 목표로 상생 노력 중2012년부터 재계의 화두는 동반성장이다. 대통령선거기간 중에 경제민주화가 대두되면서 대기업 위주의 경제정책에 대한 정책적 전환이 불가피하고 국민여론도 대기업에 대해 부정적이기 때문이다.중소협력업체의 협력이 없다면 대기업도 성장이 불가능하다. 정부도 저성장의 늪에 빠진 국가경제를 살리고 고용창출효과가 높은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2012년 6월 현대미포조선은 지식경제부와 ‘대기업성과공유 자율추진 협약’을 체결했다. 현대미포조선뿐만 아니라 현대중공업㈜도 협력업체와 동반성장을 위한 ‘현대중공업그룹 동반성장확산 협의회’에 참여하고 있다.협의회에는 1, 2차 협력업체뿐만 아니라 3차 협력업체까지 그 범위를 확대해 참여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협력업체의 결제대금을 현금으로 지급하고, 동반성장 펀드를 조성해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협력업체와 공동으로 기술개발을 통해 생산성향상과 원가점감도 하고 있다.현대중공업이 동반성장을 강조하는 것은 그룹 CI의 의미와도 연관이 있다. 현대중공업의 CI는 초록과 금색의 삼각형 2개가 겹쳐 있는데 삼각형은 인류건축을 상징하는 피라미드를 형상화한 것이라고 한다. 피라미드는 안정과 번영의 의미를 나타낸다.초록은 새싹이 돋아나는 것을 표현했고, 금색은 영원한 번영을 상징한다. 현대중공업이라는 글씨는 파란색으로 신뢰와 안정감을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현대중공업이 지난해부터 그동안 고수하던 높은 가격을 포기하고 수주확대 위주의 정책을 펼치면서 군소 조선회사들이 수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조선산업이 거대한 장치산업으로 수 천개의 협력업체와 연계하지 않으면 성정하기 어려운 생태계를 갖고 있다는 점도 중장기전략의 수립이 필요한 이유다. 현대중공업이 그룹의 CI까지 설명하며 동반성장을 강조하지만 아직까지는 파급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현대중공업이 현재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가격경쟁을 벌이면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중소 조선회사들의 경영난이 가중될 수 있다. 조선산업이 과다하게 팽창하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잃어버렸지만 경착륙(hard landing)보다는 연착륙(soft landing)을 유도해야 생태계가 붕괴되지 않는다. 위기의 조선산업을 정상화시키기 위해서는 정책자금의 투입보다는 구조조정이 우선돼야 한다. ◇ 청년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도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수립해야대기업의 사회공헌활동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활동 자체를 폄하할 필요는 없다. 현대중공업을 포함해 현대그룹에서 분가한 그룹들이 5,000억 원을 출연해 2011년 아산나눔재단을 공동 설립했다. 재단은 사회양극화 해소와 청년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목적이다.현대중공업은 이와 별도로 1,000억 원 규모의 ‘정주영 엔젤투자기금’을 출범시켰다.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의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창업초기 기업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일자리창출을 위한 창조경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창조경제의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는 창조경제를 과학기술과 ICT융∙복합으로 신산업과 신직업을 창출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그 일환으로 창업을 활성화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기존의 대기업 위주 경제정책으로 일자리를 늘리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을 정부 스스로도 인정한 셈이다. 정부의 고민은 청년 창업을 활성화시켜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구상은 좋지만 청년창업을 활성화시키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청년들이 실패의 위험을 무릅쓰고 창업을 해야 하는데, 정작 젊은이들은 비정규직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거나 안정적인 직업으로 불리는 공기업이나 공무원이 되기 위해 학원을 다니고 있다.사회경험이 일천한 대졸 실업자들이 사업화가 가능한 기발한 아이디어나 뛰어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실패를 두려워하고 안정을 추구하는 이들에게 기업가정신을 가지라고 다그치지만 효과도 없다.과거 DJ정부는 IT기술을 기반으로 창업을 독려해 부분적으로는 성공했다. 이제 아무리 한국의 과학기술과 ICT이 뛰어나다고 해도 청년들이 창업을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ICT도 고용창출효과가 뛰어난 소프트웨어영역은 기술력이 없고, 하드웨어만 대기업 위주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ICT도 모바일 인터넷이나 인터넷망 등 인프라는 훌륭하지만 이 인프라를 활용해 창업을 하고 사업화에 성공하는 것은 별개다.청년창업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아산나눔재단의 임무는 아니지만 청년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재단을 출범시켰다면 구체적인 실천방안도 고민하라는 의미에서 현재의 상황을 설명한 것이다. 재단을 설립한지 오래되었지만 구체적인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재단이 진정으로 청년일자리 창출을 위한 창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흉내 내기 식으로 자금을 출연해 재단을 만든 것은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 줄 필요가 높다. 대기업이 출연한 재단이 벤처기업활성화에 성공할 수 있을지 기대하고 있는 사람들을 실망시키지 않기를 바란다.- 계속 -
1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