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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C는 다른 대기업과 달리 전체적인 비전(Vision)이 있고, 연도별 비전을 따로 설정하고 있다.2000년대 초부터 국내 기업들이 비전을 새롭게 정립하면서 비전과 미션(Mission)을 혼동하는 경우가 많았다. KCC의 경우에도 비전을 어떻게 설정해야 하고, 기업이 비전이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하는지 이해도가 낮은 것으로 보인다.KCC의 기업문화를 진단하기 위해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SWEAT Model의 첫 번째 DNA인 비전(Vision)을 목표(goal)와 책임(responsibility) 측면에서 평가해 보자.◇ 세계인이 모두가 행복한 세상구현을 기업목표로 설정KCC는 세계인이 행복한 세상구현을 기업목표로 정하고, ‘환경친화적 경영과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를 통한 초 일류기업’을 비전으로 삼고 있다. 그리고 에너지 고효율성 및 친환경적 기술개발에 기반한 제품의 고부가차화와 더불어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ONE AND ONLY’제품개발에 기업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한다.고품질의 제품을 개발해 고객의 신뢰를 획득하고, 기업경쟁력을 향상시켜 경쟁사가 모방하기 힘든 ‘강한 KCC, 신뢰받는 KCC, 글로벌 KCC’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더 좋은 삶을 위한 가치 창조’라는 경영이념을 달성하기 위한 고부가가치 창출과 재무 건전성 확보를 통한 안정성장 지향, 지속적 혁신과 효율적 조직운영을 통한 선진경영 추구, 적극적인 교육투자를 통한 글로벌 인재육성, 끊임없는 기술혁신을 통한 최첨단 기술 리더십 구축 등 4가지 전략목표를 세웠다.혁신과 기술을 중시하는 기업과는 달리 기업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염두고 있는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 재무건전성과 안정성장은 성숙단계를 지난 기업들이 선택하는 경영전략으로 보수적인 KCC의 기업문화를 보여준다. 그리고 매년 중점사항이 변경되는 것을 반영해 경영전략을 수정한다. 2011년 경영전략을 보면 글로벌 초일류 정밀화학기업으로 도약, 세계적인 유기∙무기 종합실리콘 생산업체로 성장, 친환경 기술로 녹색기업 위상확립 등 3가지다.글로벌 초일류 정밀화학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중국, 인도, 베트남, 중동, 동남아시사, 남미 등으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장하기로 했다.세계적인 유기∙무기 종합실리콘 생산업체로 성장하기 위해 유기실리콘에 이어 폴리실리콘 시장에서도 시장지배력을 강화할 목표를 세웠다.친환경 기술로 녹색기업 위상을 확립하기 위해 차세대 친환경 미래주택 연구개발을 위한 건축환경연구센터를 오픈 했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지속된 2012년의 경우 KCC는 3가지 경영전략을 수익성 중심의 가치 우선 경영, 기술 리더십에 기초한 글로벌 역량강화,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생산성 강화로 정했다. 폴리실리콘에 막대한 투자를 했지만, 큰 폭의 적자가 지속되면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지원을 하고 있어 수익성에 초점을 맞춘 경영전략은 중요했다고 보여진다.그리고 기술 리더십은 정확하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지만, 기술력이 뒷받침된 제품의 품질경쟁력이 글로벌 시장확대에 중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은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조직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한 목적에서 수립한 추진전략이었을 것이다. 2013년의 경영키워드는 상생, 친환경, 글로벌로 제시했다. 박근혜정부가 출범하면서 경제민주화, 골목상권보호, ‘갑’질 논란 등이 초래되면서 상생이 가장 중요한 경영방침이 된 것이다.대기업이 연초만 하더라도 협력업체, 소비자들과 상생하겠다며 의지를 불태웠지만, 지속적으로 추진할 이유가 없었다. 정부가 일자리창출과 투자환경조성 등의 명분을 내건 대기업에 굴복하면서 경제민주화가 박근혜정부의 정책에서 뒷전으로 밀려났기 때문이다.친환경은 제품개발의 방향을 제시한 것에 불과하고, 글로벌은 국내시장에 한정된 KCC의 사업구조를 다각화가 시급하다는 것을 나타낸 것이다.2014년이 되면서 KCC는 ‘최고의 기술개발을 통한 세계시장 주도’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2013년부터 기술 융∙복합화를 통해 ‘원 앤 온리(One & Only’제품을 개발해 세계시장에서 리더십을 보였다는 설명도 따랐다.그리고 KCC 정몽익 사장은 ‘기본부터 다지자’는 목표를 정해 실천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몇 년 동안 경영이념, 경영전략, 경영키워드, 비전 등의 다양한 이름으로 제시하고 있는 내용들은 모두 기업환경 변화에 수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술에 가깝다. 변화를 예측하고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전술적 대응보다는 전략적 경영계획수립이 필요하다. 그리고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KCC의 비전이 너무 자주 바뀌고 있으며, KCC가 경영이념과 비전의 정확한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경영이념은 기업을 경영하는 원칙이고, 비전은 기업이 지향하고자 하는 바람직한 미래의 모습이다. 따라서 경영이념보다는 비전이 상위의 개념이고,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수립한 전략이나 원칙이 경영이념이다.‘더 좋은 삶을 위한 가치 창조’나 ‘환경친화적 경영과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를 통한 초 일류기업’도 기업의 비전으로서 적합하지 않다. 환경친화적 경영도 비전이 아니라 경영전략에 해당된다. ◇ 친환경기업을 목표로 하지만 건축자재 유해논란은 회피2013년 10월 KCC의 핵심계열사인 ㈜KCC는 종합 건축자재기업으로서 유실되는 에너지와 유해물질을 ‘제로(0)화’해 ‘에너지를 지키는 친환경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비전은‘제로기술’을 통해 건축물 에너지 손실을 막고, 유해물질을 발생시키지 않겠다는 KCC의 기술적 의지를 담았다고 말했다.에너지 손실을 막기 위해 ‘1등급’이 아니라 ‘0등급’을 지향해 다른 경쟁사와는 차별화된 친환경기업이 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지난 몇 년 동안 고유가로 인해 에너지절감이 정부의 우선 정책과제로 부상했다는 점을 간파해 비전을 수립한 것으로 보인다. ㈜KCC는 건축자재와 도료를 제조 판매하는 기업으로 KCC의 건축자재가 없이는 집이나 건물을 짓기 어렵다고 볼 수 있다.국내 대표 건축자재기업인 KCC가 막강한 시장지배력을 자랑하고 있지만, 국내 건축자재시장은 유해물질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기업이 기술개발은 뒷전으로 이익만 추구하고, 정부가 관리감독을 소홀히 하는 사이 국민생활환경은 열악한 수준을 넘어 극도로 위험한 지경에 처해졌다. KCC가 자랑하는 스레트와 석고보드 등은 발암물질을 포함하고 있는 대표적인 건축자재이다. 지난 10여 년 전부터 발암물질 논란이 거세게 일었지만, 석고보드가 비용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 KCC가 창업하면서 생산하기 시작한 스레트도 현재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고 있지만 아무도 제대로 된 해결책을 내지 못하고 있다.당시 정부가 농촌과 도시의 지붕개량사업의 일환으로 권장한 스레트는 현재 대도시보다는 농촌지역의 골치거리로 전락했다. 농촌지역 농가의 지붕에 설치된 낡은 스레트가 진폐증의 주범으로 알려져 있지만, 특수폐기물로 분류돼 처리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어 철거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소규모 예산을 겨우 확보해 무자격자를 고용해 매년 수십 가구의 스레트지붕을 해체하고 있지만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수 십 년도 더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아직 시골사람들은 스레트지붕이 얼마나 위험한 물질로 만들어졌는지 알지 못한다. 십 여 년 전만 하더라도 일부 시골 사람들은 스레트 위에 삼겹살을 구워먹기도 했다. 스레트의 석면물질이 돼지고기 기름을 잘 흡수해 고기를 노릇노릇하게 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석면가루가 범벅이 된 돼지고기를 맛있게 먹었던 것이다. 저렴한 비용으로 건축자재로 광범위하게 사용된 석고보드도 마찬가지다. 가정의 벽면이나 사무실, 학교 등의 천장, 바닥에 사용된 석고보드도 진폐증을 유발하는 석면가루가 생기고 있지만 대책마련을 하지 못하고 있다.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막대한 처리비용을 확보하지 못해 석면의 위험에 대해 눈을 감고 있다. 다른 오염물질과 달리 석면으로 인한 질병은 수십 년간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소리 없는 살인자’라는 별명을 얻은 위험한 물질이다. 50년 이상 유해물질이 포함된 건축자재를 생산해 판매했던 KCC가 이제서야 기술개발을 통해 유해물질이 포함되지 않은 건축자재를 생산하겠다는 의지를 내 비치고 있는 것은 늦었지만 환영한다. 하지만 지나간 과거는 어떻게 해결할 지도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정부가 무능해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지 못해 생산된 건축자재에 대해서도 제조물책임법(PL)을 적용하기는 어렵겠지만, 제조회사로서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한다. 만약 법적으로 KCC가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고 하더라고 윤리적 책임을 피하기는 어렵다. 윤리경영을 한다며 불우이웃돕기를 하는 것도 좋지만, 자사가 제조해 판매한 제품의 유해물질 논란을 해소하는데 앞장서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한국 국민 모두가 매일매일 석면건축자재의 위험 속에서 생활하고 있기 때문이다.스레트를 해체하고 처리하는 업무도 전문지식과 기술을 보유하지 않은 지방자치단체에 전가하지 말고, KCC가 엄격한 처리규정을 제정하고 관련 전문가를 양성해 해체해야 2차 오염을 방지할 수 있다.오늘도 전국민은 가정에서, 지하철에서, 학교에서, 회사 사무실에서, 관공서에서 유해물질이 포함된 건축자재로 인해 건강에 위협을 받고 있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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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02한국석탄공사(이하 석탄공사)은 석탄수급 안정을 통한 국민생활 안정 및 국가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1950년 설립되었다. 주요 업무는 석탄광 개발/생산 및 수급조절, 석탄광산 및 석탄가공에 관한 기술적 연구개발 및 보급, 석탄 및 그 부산물과 석탄가공제품의 매입∙판매 및 수출입, 석탄 비축사업 등 이다.석탄공사의 윤리경영 현황을 진단하기 위해 홈페이지, 언론보도, 그린경제 DB, 국가정보전략연구소 DB, 국정감사, 감사원 자료 등을 참조했다. 석탄공사의 윤리경영 현황을 진단하기 위해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8-Flag Model’을 적용해 보자. ◇ 경영진의 윤리경영 추진 역량과 의지가 부족◆ Leadership(리더십, 오너/임직원의 의지)석탄공사의 비전(vision)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에너지 공기업’이고 핵심가치(core value)는 고객중시, 인재중시, 신뢰중시, 혁신중시, 기술중시이다.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수립한 경영방침은 ‘맑고 밝은 경영, 활기찬 일터’로 건강한 소통, 창의적 변화, 능동적 자율, 고객가치 창조 등이다.전략목표는 국내 석탄사업 경쟁력 제고, 녹색성장 중심 성장동력 확충, 시스템혁신을 통한 선진경영기반 구축, 사회적 책임 및 공기능 강화 등 4가지다. 국내 석탄사업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생산관리체계 고도화, 시설운영의 효율화, 안전관리 강화, 안정적 수급관리 등의 전략과제를 설정했다. 녹색성장중심 성장동력을 확충하기 위한 전략과제는 해외석탄광 개발운영, 해외석탄개발 인프라구축, 녹색성정 사업추진, 석탄사업 기술개발 강화 등이다.시스템혁신을 통한 선진경영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전략적 조직인적자원관리, 재무관리시스템 선진화, 성과와 역량 중심의 성과관리체계, 선진노사문화 정착 등의 과제를 추진한다. 사회적 책임 및 공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나눔 상생경영 강화, CS경영체계 고도화, 위험관리체계 강화, 클린컴퍼니 구현 등을 실천하고 있다.윤리경영 비전은 ‘가치를 키우고, 나눔을 실천하는 깨끗한 공기업’으로 깨끗한 공기업(Clean corp), 친환경 공기업(Green corp), 투명한 공기업(Open corp), 사랑 받는 공기업(Love corp)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 1호 공기업으로서 막중한 책임의식을 바탕으로 윤리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성과는 전혀 없다.부실 공기업으로 경영혁신이 절대적으로 요구됨에도 불구하고 비전문가인 정치인이 경영진으로 임명되는 낙하산 인사도 근절되지 않고 있다. 비리행위가 다양하게 발생해 전문감사인의 필요성이 높지만 감사도 감사업무와 무관한 정치인이 임명되어 윤리경영을 위한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석탄공사는 부채가 늘어나고 경영부실이 심각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임금인상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아 2012년 경영평가에서 ‘D’등급을 받았다. 2009년 석탄공사가 정부의 지시를 어기고 임금을 인상해 기업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전임사장 및 경영진을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또한 임직원들은 법인카드로 상품권을 구매해 현금으로 바꿔 회식비로 전용하는 등 일명 카드깡을 한 것이 적발되기도 했다. 2008년에는 시설투자를 위한 차입금으로 부도를 맞은 건설회사의 어음을 사 감사원에 적발되었고, 관련자들이 검찰수사를 받았다.현재 석탄공사의 사장은 공석 중이다.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아 사장이 자진 사퇴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사장을 모집할 예정이지만 정치인 낙하산인사가 근절될 수 있을지, 석탄공사의 윤리경영을 확립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 인사가 임명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석탄공사의 비윤리적인 경영은 사장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 전체의 고질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국민의 세금만 축내고, 정상경영이 불가능하다면 빠른 시일 내에 석탄공사를 없애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누가 임명되어도 윤리경영이나 정상적인 경영은 불가능한 것이 명확한데,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석탄공사를 존속시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 자가진단표도 형식적이고, 제도운영의지도 없음◆ Code(윤리헌장)석탄공사는 투명하고 모범적인 공기업이 되기 위해 윤리헌장을 제정해 실천하고 있다. 윤리헌장은 우리의 정신, 행동기준, 지향목표 등 세 부분이다. 우리의 정신은 순수, 열정, 사랑이다. 행동기준은 자율, 협동, 실천, 고객, 화합을 중시한다. 지향하는 목표는 경영개선, CLEAN 컴퍼니, 정책기여, 환경 수호 등이다.2003년 제정한 윤리강령은 임직원의 기본윤리, 고객에 대한 윤리, 경쟁사 및 거래업체에 대한 윤리, 임직원에 대한 윤리, 국가와 사회에 대한 윤리로 구성되어 있다. 윤리강령은 정규직 직원뿐만 아니라 비정규직원까지 적용한다.윤리경영을 위한 자가진단표도 만들어 배포하고 있다. 내용은 법에 위배되지 않는가, 회사윤리강령과 방침에 부합되는가, 양심의 가책을 받지 않는가, 지금의 행동이 공개되어도 부끄럽지 않은가, 자신의 일을 남에게 미루지는 않는가 등이다. 자가진단표의 내용이 다른 공기업의 내용과 유사한 수준으로 차별성은 없다.윤리교육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는데, 직원들이 윤리강령 내용이나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회사의 윤리강령이나 방침을 알아야 자가진단이라도 할 수 있는데, 교육도 하지 않으면서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진단하라고 하는 것은 모순이다. ◆ Compliance(제도운영)감사는 이사회와 마찬가지로 사장에 예속되어 있다. 윤리경영위원회의 위원장은 기획담당이사가 하며 위원은 상임이사, 본사 처/실장, 노조대표로 임명한다. 청렴신문고를 운영하며 부정부채, 내부공익, 방만경영, 큰린 등을 신고 받는다. 청렴게시판도 운영하고 있으며 신고자 보호제도도 운영한다. 내부공익신고는 실명으로 해야 하면 실명확인절차를 거쳐야 신고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2012년에는 윤리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청렴등록시스템과 청렴마일리지 제도를 시행했다. 청탁등록시스템은 임직원이 내∙외부로부터 청탁을 받을 경우 그 내용을 등록해 청탁당사자를 조사해 불이익을 주는 제도다.부패의 주요 원인인 청탁을 근절하고 공정한 업무수행과 투명한 의사결정을 유도하기 위한 목적이다. 청렴마일리지 제도는 청렴활동에 대한 직원들의 자발적인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반부패활동과 교육에 참가할 경우 인센티브를 지급하기 위해 도입했다.문제는 이러한 제도의 구비에도 불구하고 석탄공사의 비윤리적 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노사 모두 근절의지도 없다는 점이다. 노사가 합심해 감독기관이 정부를 속이고,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 윤리경영을 위한 제도를 고민하기 이전에 감사의 기능이나 강화할 필요가 있다. 감사도 감사능력을 갖춘 인사를 임명해야 한다. ◇ 업무와 무관한 윤리교육, 노사가 이면합의로 사적 이익 추구◆ Education(윤리교육 프로그램)2004년부터 관리자 교육과정에 윤리경영과목을 필수과목으로 운영하고 있다. 2005년에는 사이버윤리교육을 실시했고, 성희롱 예방교육도 추진했다. 2006년 ‘이제는 윤리가 경쟁력이다’라는 주제로 외부 강사 초빙교육도 진행했다. 2007년 광업소를 순회하면서 윤리교육을 했다.윤리교육을 위해 임금을 꾸짖고 상받은 청백리 - 윤강 선생일화, 국법의 위엄을 보여준 청백리 - 박이창 선생일화, 공사를 지킨 원수관계 - 청백리 박문수 선생일화, 노인의 가르침 – 성안공일화, 한평생 나물과 오이로 살다 – 조원기, 공은 출세하기를 즐겨 하지 않는다 - 노진, 청백리인 것 조차 부끄럽다 - 임호신, 시대를 초월하여 빛나는 청백리 정신 - 이항복 등의 각종 교육자료도 공유하고 있다.전시행정을 선호하는 공기업의 윤리교육교재를 보면서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이런 교육교재를 개발했는지 모르지만 위에 열거한 내용과 석탄공사의 윤리경영과 무슨 연관이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조선시대 유교사상이 청렴한 공직생활을 유도하는데 도움이 되지만 전혀 평범하지 않은 위인들의 일화가 일반인의 행동지침이 되기 어렵다.윤리교육은 자신의 업무와 밀접하게 연관되어야 하고, 일상생활의 고민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어야 한다. 몇 년 동안 주기적으로 진행된 성희롱 교육도 여직원이 거의 전문한 석탄공사에서 과연 필요한 교육이라고 보기 어렵다. 공사의 실정도 감안하지 않고 감독기관이 요구하는 교육을 형식적으로 추진한 것이다. 그 시간에 다른 내용으로 실질적인 교육을 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본다. ◆ Communication(의사결정과정)경영에 자신도 없는 정치인이나 관료 출신들이 무조건 한자리 하자는 심정으로 사장이 되면서 명확한 비전이나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노사간의 원활한 의사소통은 없는 자리를 만들고, 정부를 기만하는 이면합의를 가능케 한다.노조위원장의 동생을 위해 없는 자리를 만들어 1급으로 승진시키고, 신임사장은 강경한 노조를 달래기 위해 임금인상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고 이면 합의를 했다. 이면합의로 임금을 인상한 기간은 무려 7년이나 된다.경영진의 방만한 경영을 감시해야 할 노조도 퇴직금을 받고, 편법 임금인상을 유도하기 위해 직무를 태만히 했다. 노조와 경영진은 경영정상화를 위해 합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지원금에 기대 사적인 이익만을 추구하고 있다.경영진과 노조를 관리 감독해야 하는 행정부도 수수방관하고 있다. 석탄공사의 경영이 파탄상태에 직면한지도 매우 오래되었지만 최대 이해관계자인 국민에게 상세한 정황을 설명하지도 않았다. 국민과 소통하려는 의지도 없었던 셈이다. ◇ 국민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경영개선 노력을 하지 않아◆ Stakeholders(이해관계자의 배려)막대한 부채와 누적되는 경영적자에도 불구하고 석탄공사를 유지해야 하는 명분은 하나다. 아직도 연탄을 연료로 사용하는 가난한 서민들이 전국에 산재해 있다. 정부도 연탄을 제조하는데 사용되는 무연탄의 가격을 통제해 서민생활을 지원하고 있다. 석탄공사는 이 무연탄이 매출의 99%를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제조원가를 충분하게 반영해 주지 않아 적자가 난다고 하소연한다.석탄공사의 자료에 따르면 무연탄의 생산원가는 톤당 20만원인데, 판매가격은 14만원에 불과하다. 정부가 매년 톤당 3~4만원을 보조해 주지만 역부족이다. 원가타령을 하고 있지만 석탄생산의 효율성도 낮아 생산원가가 국제평균보다 10배나 더 높다. 서민생활을 지원해야 한다는 명분과 적자투성이인 공기업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 사이에서 정부가 고심을 하고 있다.석탄공사가 매년 1,000억 원에 달하는 적자에 허덕이고 있지만 임직원은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 2011년에 직원들은 320%의 성과급을 받았고, 사장도 80%의 성과급을 챙겼다. 무슨 경영성과가 있었다는 것인지 기준을 알 수가 없다. ◆ Transparency(경영투명성)부채규모는 2006년 1조원이었지만 이후 2007년 1.2조원, 2011년 1.4조원을 넘어 지속적을 증가하고 있다. 자산은 2006년 6,000억 원이었지만 2008년 8,000억 원으로 늘었다가 2011년 6,000억 원대로 감소한 이후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부채는 늘어나고 자산은 줄어들면서 자본잠식을 넘어 자본을 넘어선 부채가 8,000억 원대에 육박한다. 2010년 영업손실은 590억 원 규모였다가 2011년과 2012년 모두 530억 원 규모로 낮아졌다. 부채가 너무 많아 영업손실과 유사한 수준의 이자를 지급해 손실규모는 더 늘어난다.석탄공사는 원리금 상환능력도 없으면서 2005년부터 매년 300억에서 3천억 원의 사채를 발행하고 있다. 이 부문에 대해 2012년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은 석탄공사의 과도한 차입금을 해결할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정부가 나서서 부채를 해소해 줘야 한다는 논리지만, 1.4조원에 달하는 부채를 해결하는 일은 쉽지 않다. 재무구조가 나쁜 공기업인데도 불구하고 신용등급은 AA+로 최고등급보다 한 단계만 낮다. 정부가 해결해 줄 것이라는 확신 때문에 회사채를 발행하는데 문제가 없다.공기업의 빚은 결국 정부가 부담해야 하고, 국민의 혈세로 갚아야 하므로 감독기관이 철저하게 감독하고 통제해야 한다. 2012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석탄공사 자본잠식 문제와 관련하여 부채규모 감소대책 및 자구노력 계획, 정부 지침을 무시한 임금인상 등 방만경영에 대한 재발방지대책, 연탄공장에 무담보 외상으로 판매하는 관행을 시정하는 등 재무관리시스템을 개선 등의 지적을 받았다. 지적에도 불구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 부실한 해외사업, 불법파견근로자 등 공익을 훼손◆ Reputation(사회가치 존중)2010년 국정감사에서 해외석탄광산 개발사업 추진 시 경영여건 등을 고려한 자금 및 위험부담들 최소화 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하고, 몽골 누르스트 홋고르 탄광사업도 외부 전문기관의 사업타당성을 평가한 후 추진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2012년 감사원은 몽골 유연탄광 개발 사업이 수익성 및 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분석되어 사업성을 전면 재검토하고 지분을 매각하는 등 재무부담을 최소화하라고 지시했다.석탄공사가 해외 자원개발에 매달리는 것은 국내사업만으로 경영을 개선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외사업을 추진한다고 석탄공사의 설립목적인 석탄의 수급안정을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해외에서 석탄을 개발해도 국내로 도입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전문가들은 MB정부에서 공기업들이 해외사업을 무리하게 벌여 낭비한 국민의 혈세가 수십 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한다. 석탄공사도 사업성이 없는 사업을 벌여 가뜩이나 취약한 재무구조를 악화시킨 것이다.2012년 국정감사에서 석탄공사가 근로자들의 산업재해를 조직적으로 은폐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석탄공사는 2008년부터 2012년 8월까지 발생한 131건의 산업재해 중 36건만 감독기관인 지식경제부에 보고했다.부상 정도에 따라 즉시 또는 매월 보고하도록 되어 있는 관련 규정을 위반한 것이다. 부상자에게 입원보다는 통원치료를 강제해 부상자들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도록 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경영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 성과급을 받기 위한 의도에서 산업재해를 은폐한 것이다.석탄공사는 경영합리화를 내세워 불법파견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다. 1997년 IMF이후 대규모 구조조정을 했고, 1998년부터 사내하도급이 시작되었다. 굴착, 보갱, 광차운반 등 위험한 업무를 사내하도급업체에 맡겼다. 일부 광업소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숫자가 비슷할 정도로 비정규직의 채용이 많다.특히 이들은 진폐증을 유발할 수 있는 업무에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것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석탄채굴작업으로 진폐증과 같은 질병이 유발될 수 있는 위험한 일에 비정규직을 고용해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은 비윤리적인 처사다.비정규직은 매년 고용심사를 하고 있어 산업재해의 사각지대에 있다. 다쳐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도 못하고, 진폐증과 같은 질병이 의심되어도 보상을 받을 수 없다. 가장 어려운 업무를 하는 석탄근로자들이 자신들보다 처지가 열악한 근로자를 착취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러한 불법도급문제를 개선하는 지적이 많이 있었지만 전혀 개선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석탄공사의 경영진과 노조가 모두 윤리경영에서 말하는 사회적 가치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이해하지도 못하고, 자신들의 사적인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공익을 훼손하고 있다. 이들이 어려운 여건하에서 국가경제발전에 기여를 했고,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보장받아야 하지만 공공의 이익을 무시하는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 ◇ 8-Flag Model로 측정한 석탄공사의 윤리경영 성취도▲ 그림 50. 8-Flag Model로 측정한 석탄공사의 윤리경영 성취도지금까지 진단한 내용을 바탕으로 ‘8-Flag Model’로 측정한 석탄공사 윤리경영 성취도를 종합하면 [그림 50]과 같다. 석탄공사의 윤리경영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면 낙제점 수준이다. 1호 공기업으로서 상징성과 경제발전에 기여한 공을 감안해 줘야 하지만 최근의 불미스러운 비윤리적 행위 때문에 너그러울 수 없다.특단의 경영조치를 하기 위해서는 리더의 역량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업무의 전문성이 약한 정치인과 퇴직관료들의 자리보전용 공기업으로 전락했다. 최소한 감사라도 감사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감사마저도 정치인으로 채워지고 있어 정부조차도 석탄공사의 경영정상화에 대한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윤리경영 성취도를 평가한 주요 내용을 보자Flag 1인 리더십은 전문성이 없는 경영진과 사적인 이익 극대화를 위한 노조가 합심해 다양한 비윤리적인 행위를 일삼고 있어 낙제점을 받았다. 감사원도 리더의 역량이 부족하고, 강성노조에 끌려가고 있다고 지적했다.Flag 3인 제도운영도 나름 여러 가지 제도를 구비했지만 실천을 하기 위한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윤리경영위원회의 위원장이 기획이사로 사장의 부하직원에 불과하고, 관련 위원들도 윤리경영을 추진할 수 있는 권한을 가졌다고 보기 어려웠다.Flag 4인 윤리교육도 부실하고 형식주의를 벗어나지 못했다. 몇 년 동안 제대로 된 윤리교육을 하지 않았고, 윤리교육을 위해 공유하고 있는 위인들의 이야기도 윤리교육과는 거리가 멀다. 여직원의 거의 전무한 석탄공사의 사내 성희롱 예방교육이 윤리경영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도 의문이다.Flag 6인 이해관계자 배려도 가난한 서민들의 연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탄제조용 무연탄을 생산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매년 수천억 원을 지원받고 1.4조원이 넘는 부채를 지고 있는 기관을 유지하는 명분으로 삼기에는 역부족이다. 일부 계층이 받는 혜택보다 국민이 부담하는 세금이 더 많기 때문이다.Flag 8인 사회가치 존중도 노사가 사적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공익을 훼손하고 있다. 공기업의 공적 기능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으며, 불법파견노동자를 이용해 정규직의 자리보전과 실적유지를 하고 있다. 자신들보다 더 어려운 처지의 노동자를 착취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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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는 1969년 창립한 이해 단기간에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건설에서 시작했지만 다른 대기업처럼 문어발 확장을 거듭하고 있다. 막대한 부채에도 불구하고 거침없는 M&A를 하면서 김준기 회장의 사업판단능력이 약해진 것은 아닌지 의심을 받고 있다.동부의 미래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동부가 어떤 목표를 갖고 있는지, 실제 이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동부의 기업문화를 진단하기 위해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SWEAT Model의 첫 번째 DNA인 비전(Vision)을 목표(goal)와 책임(responsibility) 측면에서 평가해 보자.◇ 동부의 비전과 미션은 사업보국과 연결동부의 비전(Vision)은 ‘An Excellent Global Company’이다. 의미는 우수 글로벌기업인데, 동부가 하는 사업이 세계적이 되어 인류에 기여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미션(Mission)은 ‘동부가 기업가정신과 혁신으로 동부가 참여하는 모든 사업에서 글로벌 전문기업이 되어 가장 높은 이익률과 성장률을 만들어내고, 경영의 모든 면에서 지속적으로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된다’이다. 미션에 관련된 3대 이니셔티브는 ‘글로벌화, 전문화, 고부가가치화’로서 비전과 미션을 달성하기 위한 전략방향, 선제, 정책을 포함하는 개념이다.글로벌화는 글로벌 역량을 확보해 세계인, 세계시장을 대상으로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가간의 경계가 사라지고, 치열한 글로벌경쟁환경에서 지속적으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글로벌경영이 필수라고 판단한 것이다. 전문화는 어떤 산업영역이던 1위 업체가 시장을 독식하기 때문에 사업을 영위하는 업종에서 세계 최고, 전문기업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불확실한 경영환경에서 지속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차별화를 해야 한다.하나의 제품이나 서비스에서 전문영역을 확보하게 되면 파생 제품이나 서비스로 확대해 사업을 다각화할 수 있다. 전문화의 주체는 사람이기 때문에 우수한 인재의 유치와 육성에 중점을 둬야 한다. 고부가가치화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고기술개발, 혁신적인 경영으로 최초(the first), 최고(the best)의 제품을 만들어야 이익을 창출할 수 있고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차별화된 기술은 원가를 최소로 낮춰 최대의 이익을 낼 수 있도록 한다. 고성과 창출을 위해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야 할 기반역량을 최고인재, 앞선 제도, 고객중심, 기술중시 등으로 삼고 있다. 최고 인재는 경영에 가장 핵심적인 요소로 우수인재 및 후계자의 확보∙양성, 적재적소 인사, 구성원들의 창의적∙자율적 성과몰입을 위한 제도 및 조직운영, 철저한 윤리경영 등의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앞선 제도는 업무처리 절차나 방법을 개선하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선진기업의 새롭고 혁신적이며 선진화된 제도를 도입해 경영효율을 높이기 위해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다. 고객중심은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할 때 회사의 이익이 창출된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고객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고, 최고의 질과 최저 가격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모든 업무가 고객중심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혁신과 마케팅을 수행한다. 기술중시는 더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필수적인 요건이다. 기술은 제조업뿐만 아니라 건설, 물류, 금융, 디자인, 소프트웨어 등의 영역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기술을 중시하는 기업문화를 정착시키고, 전문화된 기술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삼성 따라잡기에서 자생적 혁신목표 설정김준기 회장은 2000년대 초부터 현대그룹을 제치고 국내 최고기업으로 부상한 삼성그룹(이하 삼성)을 배우기 위해 삼성맨들을 대거 영입했다. 소위 말하는‘삼성 따라잡기’의 일환이다. 삼성이 삼성전자를 필두로 IT경제에서 두각을 나타내자 삼성만의 기업문화가 혁신의 핵심이라고 판단한 것이다.시스템경영의 전도사로 불리던 삼성 SDS사장이었던 이명환 씨를 영입해 시스템경영을 도입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삼성조차도 시스템경영이 확립되어 있지 않았고, 시스템경영에 대한 용어 정의조차 하지 못하면서 시스템경영은 표류하였다. 삼성으로부터 배우자는 운동은 목표설정은 명확했지만 방법은 적합하지 않았다고 본다. 삼성과 동부의 기업문화가 확연하게 차이가 나고, 사업구조도 다르기 때문이다.삼성이 장기간의 정치권 및 정부와의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했기 때문에 사업적인 특혜를 받았던 것인데, 동부는 그런 관계가 전혀 없다. 삼성 출신들이 동부와 와서 삼성에서만큼 성과가 나지 않았다.삼성의 명함을 들고, 과천 정부청사를 방문할 때와 동부의 명함을 들고 갈 때는 확연하게 차이가 있었다. 본인들조차도 자신의 능력 때문에 지원이 잘 되었다고 생각했지만 오판이었던 것이다.또한 기업문화의 차이도 삼성식의 경영기법을 도입하는데 장애물이 되었다. 삼성에서 영입한 직원들이 엘리트의식에 배여 동부의 기존 직원과 괴리된 것도 불협화음을 키웠다. 김준기 회장이 외부의 용병들을 우대하자 기존 직원들의 불평불만이 터져 나온 것이다.기존 직원들은 삼성출신들이 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방관자의 자세로 비협조적이 되면서 성과도 나지 않았다. 용병들이 점령군 행세를 하는 것도 외부영입의 폐해 중 하나다. 선진기업의 기업문화를 벤치마킹해 배우는 것은 기존의 기업문화와의 융화 등의 문제로 쉽지 않다. 삼성을 배워서 제 2의 혁신을 하고자 했지만, 의도한 성과가 나지 않자 2007년부터 현장 실무형 인재를 위주로 조직개편을 했다. 동부가 도약하기 위한 5대 혁신과제를 선정했는데, 초고인재, 앞선 제도, 고객 중심, 기술중시, 글로벌화 등이다.2010년 이 혁신과제를 다시 정돈하면서 기반역량으로 정의했고, 글로벌화만 별도의 아젠다로 분리했다. 글로벌화를 전문화, 고부가가치화와 함께 3대 이니셔티브로 정했다. 기업경영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 성장기반을 강화한다.동부가 자생적 혁신목표를 선정한 것은 매우 적절하다고 보인다. 흩어져 있던 사업을 7대 사업분야로 정돈하고 동부경영시스템을 체계화하기 위한 노력을 한 것이다.선진기업을 모방하는 자사의 장점과 단점을 파악해 단점을 개선하려는 노력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외부에서 유능한 인사 몇 명 영입한다고 곧바로 선진경영이 되는 것은 아니다. ◇ 도전적 목표설정으로 책임경영 주문동부의 각종 자료를 보면서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명확한 그룹의 목표가 없다는 것이다. 하루하루 열심히 노력하면 자연스럽게 좋은 실적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믿음이 강한 것인지, 아니면 체계적인 목표를 세울 정신적 여유가 없는지는 알 수가 없지만 기업의 목표가 명확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김준기 회장은 2007년을 동부가 글로벌기업으로 도약한 해라고 말하지만 명확한 근거가 없다. 기존의 동부와 2007년 이후의 동부의 차이점을 찾을 수 없다. 당시 김준기 회장은 도전적인 경영목표를 세우라고 독려했다. 삼성의 따라잡기 위해서 원대한 목표를 세울 필요성이 컸기 때문이다. 도전적인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달성의지를 높이고, 기업성장을 촉진시킨다고 봤다.이어 2010년 김준기 회장은 그룹 워크숍에서 “계수 위주의 관리자형 경영에서 벗어나 달성 가능한 목표를 높게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업가형 경영계획을 실천해 달라”고 말했다. 경영목표에 대해 책임감을 가지라는 의미다. 매년 기계적으로 몇 퍼센트 성장목표를 설정하는 것으로 의미가 없고, 혁신적인 목표를 설정하라는 요구다.달성 가능한 목표라는 것도 매우 추상적인 표현이다. 개개인의 능력과 의지에 따라 달성 가능한 목표가 달라지기 때문이다.회장이나 오너는 월급쟁이 경영자에게 더 높은 목표를 설정하라고 요구하고, 경영자는 자신의 성과급이 결정되는 목표를 최대한 보수적으로 낮추기 위해 투쟁한다. 달성 가능한 목표를 잡으라고 요구하는 것 자체가 큰 의미를 갖지 못하는 이유다.이런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 스탠더드(standard)경영계획이다. 스탠다드경영계획은 사업가형 경영계획을 지향하는 새로운 예산제도로 각 계열사가 자기책임 하에 스스로 성장을 주도해 나갈 수 있도록 한다. 시스템에 의한 자율경영, 책임경영을 가능케 한다. 동부는 2013년 들어서도 계열사별 경영목표를 발표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찾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동부익스프레스는 프로세스 혁신을 통해 영업경쟁력 강화, 원가경쟁력 강화라는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프로세스 혁신은 업무 프로세스을 혁신하겠다는 뜻이지만 어떻게 해야 영업경쟁력과 원가경쟁력이 강화되는지는 알 수가 없다. 내부적으로는 세부추진계획을 세웠다고 하지만 특별한 내용이 있을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결국 경기불황으로 인해 매출을 늘리는 것은 한계가 있으니 비용이라도 줄여보자는 구상에 불과하다.고객가치창출을 하겠다는 것도 서비스보다는 고객비용을 줄여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따라서 ‘전사적 프로세스 이노베이션’이라고 부르기 보다는 원가절감운동이라고 부르는 것이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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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이하 LG)은 현대그룹, 삼성그룹과 함께 3강 체제를 구축하다가, 현대그룹의 몰락으로 2위권에 진입했지만 단기간에 약진한 SK그룹에 의해 3위로 밀렸다. 그러나 동업관계를 유지하던 구씨와 허씨 일가 등이 분가하면서 GS그룹, LS그룹, LIG그룹 등과 분리되었고 삼성그룹, SK그룹, 현대차그룹 등에 의해 중위권으로 밀린 대기업이다.LG는 직전에 다룬 GS그룹과 3대에 걸쳐 동업관계를 유지하다가 청산했다. 동업관계를 정리하면 대부분 동업자끼리 원수가 되는 것과 달리 큰 다툼 없이 정리해 모범적인 사례로 불린다.LG는 전자, 화학, 통신을 차지했고, 분가한 GS그룹은 정유, 유통, 건설을 가지고 나갔다. LG는 가전, 화학, 생활건강 등의 제품을 생산하지만 자체 유통채널이 없어 소비재 시장에서 경쟁력 약화가 우려됐지만, 제조업이 아니라 전문 유통업체가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있어 타격이 심하지 않다.분사된 또 다른 그룹인 LS그룹도 전선, 제련 사업중심의 중견그룹이 되었지만 시장 지배력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분가 이후 각자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고 있지만 규모(scale)나 시너지(synergy) 측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 투자금과 더불어 가족까지 받아들여 아름다운 동업의 기반인 신뢰형성창업주 구인회 회장은 경남 진주에서 시작한 장사가 망했지만 사돈의 투자를 받아들여 화장품 크림판매업에 다시 뛰어들었다. 화장품 판매업으로 성공을 하자 1947년 직접 크림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화장품에서 시작한 사업은 비누, 치약 등 생활용품으로 확대돼 그룹의 기반이 됐다.현재 LG의 밑바탕은 1958년에 설립된 금성사로 현재의 LG전자다. 초기에는 부품을 조립하는 수준이었지만 차츰 직접 제조를 하면서 국내 전자산업의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삼성이 사업 리스크(risk)가 낮은 제당이나 섬유와 같은 소비재 생산에 전념할 동안 LG는 과감하게 전자산업에 발을 디딘 셈이다.사업초기에 투자를 받은 것에 그치지 않고 사업을 확장하면서 돈이 부족하면 구씨와 허씨 집안이 공동으로 출자를 했다. 다른 동업과 차이가 나는 점은 투자자끼리 역할을 배분하고, 가족들을 모두 직원으로 받아들이는 전략을 선택했다는 것이다.대부분의 경영자들은 투자와 경영을 분리해 투자자와 관련된 사람들을 직원으로 받아 들이지 않는다. 그들의 능력이 검증되지 않아 자리를 주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감시자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크다. 경영을 투명하게 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투명경영을 할 생각도 없고, 할 자신도 없기 때문이다. 이들 두 집안의 동업은 특이하다. 구씨가 투자금에 대한 배당도 철저하게 했기 때문에 허씨는 지속적으로 투자를 했다고 한다. 기업경영을 하면서 마음만 먹으면 실적이나 이익을 얼마든지 속일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 속이고 정산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사업이 확장되어도 이들은 묵시적인 원칙에 따라 지분율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서로 조금 더 가지기 위해 다투지 않았다는 것이다. 서로가 상대방의 역할과 능력을 존중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이런 가풍이 기업전반에 녹아 있어 LG는 다른 대기업에 비해 신뢰를 중시하고, 또 임직원이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화 중시형의 기업문화가 조직의 역동성을 죽였다최근 LG는 창사 이래 가장 우울한 상황에 처해 있다. 그룹의 간판회사인 LG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의 대응실패, LG디스플레이가 업황 부진으로 극심한 침체의 나락으로 빠지고 있다.일명 ‘회장님 폰’을 개발해 스마트폰 시장에서 잃어버린 위상을 찾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1위 삼성전자와 벌어진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LG전자의 가전도 중국업체의 급부상으로 실적이 예전만 못하다. LG디스플레이도 필립스가 철수한 이후 독자생존에 의문이 생기고 있는 중 산업자체가 불황으로 빠져들면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다만 위로가 되고 있는 것이 LG화학이 전기차용 배터리시장에서 시장선점을 무기로 급부상하고 있고, LG생활건강이 화장품, 식음료 등의 시장에서 시장지배력을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LG텔레콤, 데이콤, 파워콤 등 통신계열사의 성적도 만년 꼴등으로 초라한 성적을 내고 있어 전망이 밝은 것은 아니다. 데이콤과 파워콤은 M&A 이후 내부갈등과 기업문화의 전이 실패로 실적이 악화되어 LG기업문화가 용융성에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낳고 있다.LG는 구씨와 허씨 집안이 동업을 했고, 또 다른 기업과 달리 가족들이 경영에 직접 참여해 의견충돌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인화’를 강조했다. 인화는 오너집안뿐만 아니라 모든 임직원에게도 공통적으로 강조되는 덕목이었다.GS에서도 지적했지만 LG도 조직내부의 과업갈등(Task Conflict)이 매우 부족하다. ‘인화’는 갈등을 원천적으로 발생시키지 말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과업갈등이 감정갈등(Emotional Conflict)으로 치닫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LG의 직원들과 회의를 하면 치열한 토론이 진행되지 않는다.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준비한 자료를 보고하고 만다. 자료를 준비할 때도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작성자의 의견을 최대한 용인한다.비단 LG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견기업이나 벤처기업의 경우에는 치열한 토론이 일상화되어 있지만 국내 대기업 대부분이 상명하복(上命下服)의 조직 분위기로 인해 과업갈등이 전혀 일어나지 않는다. 갈등이 없는데, 창의적인 사고를 하거나 기존의 업무방식에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어림없다. 회장은 발상을 전환하고, 창의적인 사고를 하라고 외치는데, 정작 경영진조차도 기존 사고의 틀(frame)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국내 대기업의 현실이다. 변화를 거부하는데 새로운 제품을 만들거나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신기하다.20세기 산업화 시대에서는 시장의 1등 기업이, 선진국의 기업이 하는 사업만 모방(copy)해 국내시장에서 열심히 노력하면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었다. 관세나 기타 정부의 지원으로 국내시장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정보가 공개되어 있고, 글로벌 시장이 통합되면서 모방만으로 국내시장을 지키는 것도 어렵다. 결과적으로 LG가 강조하고 자랑했던 ‘인화의 문화’가 조직의 역동성을 없앴다. 글로벌 경쟁이 새로운 패러다임(paradigm)으로 다가왔고, 게임의 법칙(the rule of game)이 바뀌었는데도 서로 눈치를 보면서 애써 외면했다. 역동성이 사라지고, 변화를 외면한 대가는 가혹하다. 경쟁력이 급격하게 하락하고 사업전반이 침체되고 있는 중이다. 역동성을 살릴 수 있는 특단의 조치기 필요하다.◇ 컨설팅 업체나 참모의 조언은 참고사항, 경영결과는 오너의 책임최근의 LG를 망하게 한 주범이 몇몇 있는데 그 중 하나가 그룹의 지주회사이고, 다른 하나는 컨설팅업체라는 말이 있다. LG뿐만 아니라 유동성 위기를 경험하고 있는 웅진그룹도 컨설팅업체의 조언을 따라 대규모 M&A를 한 것이 부실을 초래했다는 지적을 받는다.IMF 외환위기 이후 한국형 경영은 전부 문제가 있고, 미국이나 서양의 경영이론을 도입하는 것이 선진경영이라는 인식이 팽배해졌다. 경영컨설팅을 하는 외국계 컨설팅회사가 우후죽순(雨後竹筍) 생겨났고, 호황을 누렸다. 이들은 미국이나 유럽에서 검증됐다고 하는 이론들을 국내 실정에 맞도록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하지 않고 그대로 적용했다. 새로운 경영기업이나 M&A기법들이 ‘도깨비 방망이’처럼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고, 일확천금(一攫千金)을 벌어 줄 것이라고 착각했다.처음에는 개선효과가 뚜렷하게 보이는 듯 했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나자 부작용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모 글로벌 컨설팅업체가 LG를 컨설팅한 결과도 마찬가지다. LG전자를 컨설팅 하면서 경쟁력이 없는 가전사업은 버리고, 휴대폰도 미래가 불투명한 스마트폰에는 투자를 하지 말고 기다리라는 조언을 했다고 한다. 그런대로 잘나가며 삼성전자와 쌍벽을 이루던 LG전자가 몰락한 이유다.LG가 전계열사를 동원해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를 능가하는 스마트폰을 만들었지만, 시장에서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최근 몇몇 대기업이 잘못된 사업전략과 M&A로 휘청거리는 이유가 유명 컨설팅업체의 조언 때문이라는 사실에 분노하고 있다. 이제는 아예 컨설팅을 받으려 하지 않는다고 한다.컨설팅업체들도 할 말은 있다. 기업들이 자신들의 조언을 충실히 따르지 않아서 그와 같은 위기를 경험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자신들이 피해자라는 논리를 펼친다. 기업들이 컨설팅업체의 조언 중 취사선택(取捨選擇)해 오너나 경영진의 입맛에 맞는 것만 골라서 실행하기 때문에 의도한 성과가 나지 않았다는 논리다. 양측의 주장이 전혀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기업경영의 결과는 오너나 경영진이 져야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컨설팅업체나 참모의 조언은 참고사항에 불과하다. 지주회사도 책상 앞에 앉아 뜬 구름 잡는 소설만 쓰지 말고, 계열사 경영진의 역량을 믿고 권한을 대폭 위임해 줘야 한다.참모는 조언자이지, 지휘관이 아니다. 조언자가 권한을 가졌다고 느꼈을 때 그 조직은 망한다. LG의 오너도 작금의 위기를 타개할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면 세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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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가 LG그룹(이하 LG)에서 분화되었기 때문에 LG의 조직적 특성을 대부분 갖고 있다고 봐야 한다. 다만 연구개발이나 생산이 중시되는 제조기업을 주로 가져간 LG와 달리 GS가 유통관련 계열사를 선택하면서 이질적인 산업특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보수적인 제조업보다는 유통업이 진보적이고 활발한 조직분위기를 보인다.GS의 기업문화를 진단하기 위해 조직(Organization)의 일(job)과 사람(people) 측면을 살펴보자.◇ 현장을 중시하는 업무스타일은 유통업의 본질롯데를 다루면서 유통기업으로서 업무의 분화가 잘 돼 있다는 평가를 했다. 유통업 자체가 업무가 단순하고 단절적이기 때문에 업무분담을 하기가 편리하다. 결과적으로 다른 사업(business)에 비해 업무가 잘 정비돼 있다.GS도 정유가 정제라는 과정을 거치기는 하지만 본질적으로 제조업이라기보다는 유통업에 가깝다. 다른 계열사는 완전한 유통기업이기 때문에 그룹 자체가 유통의 속성을 내포하고 있다. 유통은 축적된 노하우가 매뉴얼로 정비되어 있지 못하기 때문에 대부분 현장 업무수련으로 노하우가 전수된다.GS는 유통업의 본질을 잘 파악해 현장을 유난히 강조한다. 그룹의 대표기업인 GS칼텍스의 모든 신입사원들은 입문 연수 후 현장근무를 해야 한다.엔지니어는 정제시설이 있는 여수 공장에서 생산직 사원들과 함께 근무하면서 현장을 파악한다. 엔지니어가 아닌 사원들은 주유소와 영업부서에서 직접 업무를 경험한다. 현장체험을 마친 후 직급이나 직무에 맞는 다양한 교육을 이수하도록 하는 것은 다른 기업과 동일하다. 현장을 강조하는 것은 좋지만 단순히 현장경험만으로 업무능력을 배양하기는 어렵다. 롯데의 경우에서도 지적했지만, 국내기업은 업무분화나 업무매뉴얼이 제대로 정비돼 있지 못하다.유통업은 업무가 단순해 형식지(explicit knowledge)인 업무매뉴얼이 아니라도 암묵지(tacit knowledge)인 구전(口傳)에 의해서도 가능하지만 체계적인 축적을 위해서는 매뉴얼을 개발해야 한다. 많은 국내 유통기업이 아직도 전근대적인 사업방식을 탈피하지 못했지만 건물이나 짓고, 물건만 배송하는 방식으로 영업을 하던 시대는 이미 끝났다. 유통도 지식집약적 산업으로 바뀌고 있다. 수요를 예측하고 팔 물건의 구매시점을 결정하는 것에서부터 연료와 시간을 최대한 절약할 수 있는 배송루트를 개발하는 것까지 축적된 경험과 지식이 필요한 영역은 수도 없이 많다.유통업의 본질은 현장을 중시하는 것이지만, 현장을 중시하는 것만으로 선진경영을 할 수는 없다. 현장의 모든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해 노하우를 축적하고 경영전략을 수립하는데 활용해야 한다. 한국은 국토도 좁고, 인구밀집도도 높을 뿐만 아니라 고객군(customer group)도 동질(homogeneous)적이라 노하우를 축적할 필요성이 낮지만, 해외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물적 기반이 아니라 지식적 기반을 먼저 구축해야 한다.GS는 해외사업을 추진하기 앞서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노하우가 무엇인지 파악해 지식으로 축약할 필요성이 높다. 단순히 열정만으로 해외사업을 추진하면 다른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백전백패(百戰百敗) 할 수 밖에 없다. ◇ 스펙보다 잠재력을 우선하고 인재양성을 중시요즘 구직난이 심화되면서 구직자들이 소위 말하는 스펙 쌓기에 열중하고 있다. 컴퓨터 활용능력에서부터 각종 자격증, 외국어 능력까지 기업이 요구할 것 같은 것은 무엇이든지 공부해야 한다. 기업도 자사에 적합한 구직자를 판단할 능력을 갖추지 못해 외형적인 스펙을 중시하고 있다.GS는 스펙보다는 잠재력을 우선해 인재를 선발한다고 주장한다. 허창수 GS회장은 ‘인재는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길러지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리더의 역할은 ‘잠재력을 가진 사람을 적극적으로 찾아 기업에 필요한 인재로 양성하는 것이다’고 한다.허창수 회장의 지론에 따라 주요 계열사도 자사의 사업에 필요한 인재상을 각각 제시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신뢰, 유연, 도전, 탁월’의 조직가치를 달성하기 위해 인재상으로 ‘전략적 사고와 실행을 통해 탁월한 성과를 창출하는 사람’을 정했다.GS리테일의 인재상은 ‘진심 어린 서비스와 창의적 사고로 고객에게 사랑 받는 최고의 전문가’다. 특히 GS리테일은 학력, 학벌, 나이 등 차별 없는 채용을 실시하고 있다.GS샵은 직원이 가져야 할 자질로 고객중심, 혁신주도, 파트너십을 제시한다. GS글로벌의 조직가치는 ‘혁신, 돌파, 배려’이고, ‘최고의 가치를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사람’이 인재상이다.훌륭한 인재는 타고난 것인가, 아니면 후천적인 학습에 의한 것인가는 오래된 화두(話頭)다. 인재가 타고난다는 주장을 믿는다고 해도 교육의 중요성은 없어지지 않는다.교육을 통해 평범한 사람도 우수한 인재로 탈바꿈시킬 수 있다. 국내 대기업은 학습능력이 뛰어난 인재를 위주로 선발해 자사의 기업문화를 이식시키는 방식으로 인재를 양성했다. 현재까지의 성과를 평가하면 매우 효과적이었다. 일본이나 미국의 기업이 시행착오를 거친 사업만 모방하면 되었기 때문에 학습능력의 필요성은 절대적이었다.GS의 사업도 유통업이고, 신기술이나 창의적인 노력보다는 경쟁사나 글로벌 선도기업을 모방하면 충분하기 때문에 학습능력이 중요하다. 내수사업에 주력하고 있는 GS의 사업특성 때문에 스펙의 중요성이 낮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GS글로벌만 제외하면 외국어능력이 중요한 직무가 거의 없다. 현장에서 직접 몸으로 하는 업무를 하면서 복잡한 사무기기 활용능력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스펙 대신에 인재를 판단하는 기준이 잠재력인데, 잠재력은 모호한 말이다. 어떤 평가기준을 적용할지도 애매하다. 잠재력을 판단할 수 있을 정도의 식견을 가진 채용전문가가 국내에 있다는 말도 들어보지 못했다.모호한 구호만 앞세운다고 우수한 인재를 채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계열사 경영진이나 인사담당자들이 명확한 기준도 없는 상태에서 위험부담을 무릅쓰고 외부적인 요소보다 잠재역량에 더 가중치를 두고 직원을 선발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어렵다. 채용한 직원은 우수인재 육성 프로그램, 조직개발 교육, 체계적인 리더 교육, 창의력 증진을 위한 미술관 관람, 해외연수 등 교육프로그램을 이수하도록 독려한다. 다양한 이름의 프로그램을 제시하지만 다른 그룹의 연수원 교육과 차이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술관 관람으로 창의성을 증진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도 창의적이다.국내기업은 업력(業歷)에 비해 인재채용시스템이 선진화되어 있지 못하다. 그룹 회장이나 사장들이 몇 마디 하면 특별한 기준도 없으면서 말로만 그런 인재를 채용한다고 홍보한다. GS의 인재중시나 채용전략도 아직까지는 구호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두드러진 오너일가의 경영권 참여는 양날의 칼GS는 다른 그룹과는 달리 오너일가의 경영권 참여가 두드러진다. LG와 인연을 맺은 허만정씨의 자손이 많고, LG 자체가 자손들의 경영참여를 터부시 하지 않아 자연스럽게 인재풀(pool)이 형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아직까지 형제, 사촌간의 분란이나 항명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는 것도 매우 드문 일이다. 유난히 형제애를 강조하던 그룹들이 경영권 분쟁으로 체면을 구긴 것과 대비된다. 오너일가가 경영에 참여하는 것은 장점과 단점을 모두 갖고 있는 ‘양날의 칼’이라고 봐야 한다.장점은 의사결정과정이 빠르고, 책임경영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주주인 오너일가가 중요한 이슈에 대해 가족회의를 통해 의견일치를 보기 쉽다. 공식적인 이사회에서 하기 어려운 이야기도 가족회의에서는 할 수 있어 논리보다는 감정에 호소할 수도 있다. 월급쟁이 경영진은 오너나 대주주의 눈치를 봐야 하지만, 오너일가는 자신들이 결정권을 갖고 있어 책임경영도 가능하다.그러나 단점도 이에 못지 않게 많다. 먼저 의사결정이 빠르고 단순화될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경영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만든다. 다단계의 검증시스템과 리스크관리시스템이 있어야만 잘못된 의사결정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GS의 오너일가는 유교적 전통에 따라 윗사람의 의견에 반박을 하지 못하고, 치열한 토론도 불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윗사람의 권위가 절대적이라는 말이다.다음으로 이들 경영진의 경영능력이 제대로 검증 받지 않았다는 점이다. 다른 그룹에 비해 오랜 기간 동안 실무부터 배우게 하고는 있지만 경쟁을 통해 성장을 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능력은 판단하기 어렵다.무능한 경영진이 다 함께 포진해 잘못된 의사결정을 할 경우 기업은 파멸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경영전면에 나선 오너일가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자료를 외부 이해관계자에게 제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직원들의 승진에 대한 의지를 꺾을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월급쟁이들의 꿈은 임원, 대표이사 등 경영진으로 승진하는 것이다. 그런데 오너 일가가 경영진을 오랫동안 점유하고 있으면 승진의 가능성은 점점 줄어든다.GS가 성과주의 원칙에 따라 임원의 인사를 한다고 주장하지만 2012년 임원승진 대상자 대부분이 오너일가다. 몇몇 젊은 직원을 임원으로 발탁하고, 일부 역량 있는 인사의 승진도 포함됐다고 하지만 관심사는 단연 오너일가의 승진소식이다. 이들이 일반 직원에 비해 능력이 출중하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오너 일가이기 때문에 승진을 한 것이라면 내부 우수 인재의 기회를 박탈한 셈이 된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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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10국민연금관리공단(이하 국민연금)은 국민연금제를 효율적으로 운영·관리하기 위해 1987년 설립한 보건복지부 산하 준정부기관이다. 주요업무는 국민연금 가입자의 이력 관리, 연금보험료 징수, 연금급여 지급, 기금운용, 가입자와 연금 수급권자를 위한 복지사업 등이다. 기금 적립 액 386조(2012년 9월말 현재), 가입자 2천만 명, 수급자 3백만 명으로 세계 4대 연기금으로 발돋움한 국민연금의 윤리경영 현황을 진단하기 위해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8-Flag Model’을 적용해 보자. ◇ 반복되는 비리행위로 극약처방 했지만 효과는 미지수◆ Leadership(리더십, 오너/임직원의 의지)국민연금의 미션(mission)은 ‘고품질의 다양한 연금복지서비스를 제공해 국민의 생활안정과 노후행복에 공헌’이고, 비전(vision)은 ‘행복한 미래를 열어가는 세계 최고의 연금복지서비스기관(Nice Partner for a Successful life)’이다.하위 비전(Sub-Vision)으로 국민의 안정적 노후생활실현, 기금운용 중장기 수익률 글로벌 Top, 선진형 복지서비스 제공의 선도자를 정립했다. 핵심가치는 TOP로 T(Trust)는 모든 관계에서 신뢰중시, O(Obligation)은 더 나은 삶을 제공할 의무, P(Passion)은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한 열정을 의미한다.경영슬로건은 ‘국민을 든든하게 연금을 튼튼하게’이고 경영이념은 기본충실 신뢰경영, 고객감동 가치경영, 지속발전 선진경영이다. 국민노후 소득보장 강화, 고객서비스 가치제고, 복지서비스 확충, 기금운용 글로벌 경쟁력 강화, 경영품질 향상 및 지속성장 인프라 확충 등 5가지 전략목표를 세웠는데 주요 전략과제를 보면 다음과 같다.국민노후 소득보장을 강화하기 위해 연금 수급권 학충, 연금제도 이해확산의 전략과제를 정했다. 고객서비스 가치 제고를 위해서 수급자 서비스 강화, 노후설계 서비스 내실화, 고객만족 및 권리보호 강화이다. 기금운용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내외 투자 다변화, 리스크 관리강화, 기금운용 지원체계 선진화, 기금운용 역량을 제고한다.경영품질 향상 및 지속성장 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해 사회책임경영 강화, 경영시스템 고도화, 연구 및 IT역량을 강화한다. 국민연금은 막대한 규모의 자금을 운용하기 위한 증권사 등의 로비가 끊이지 않는다. 국민연금 출신직원들이 있는 증권사는 등급을 올려주고, 눈 밖에 난 증권사는 등급을 내리는 등의 비리행위가 반복된다.2011년 감사원의 감사결과에 따르면 증권사의 등급조작이 2007년 8건, 2008년 10건, 2009년 18건, 2010년 22건이었다. 급기야 2011년 8월 보건복지부가 국민연금에 로비를 벌이다 적발된 금융기관은 최장 5년간 거래가 정지되고, 3번 적발되면 영구적으로 거래를 차단하는 극약처방까지 내 놨다. 비리행위로 해임된 국민연금 직원을 채용한 증권사에도 불이익을 주기로 했다. 하지만 이런 제도로 인해 비리행위가 근절될 지는 미지수다.임직원의 비리행위가 끊이지 않는 것은 윤리경영 준수의지가 미약하기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현 이사장은 기금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개선효과는 두드러지지 않는다. 국민연금이 노후준비가 부족한 영세민과 중산층의 사회안전망으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윤리경영 확립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다. 이사장 이하 모든 임직원들이 이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 문제점이 보완되지 않는 행동강령, 청렴 우수평가 받았지만 부패적발◆ Code(윤리헌장)‘햇살처럼 투명하게 친구처럼 든든하게’라는 슬로건을 내 세우며 깨끗하고 투명한 윤리경영을 실천하겠다고 다짐한다. 2000년 서비스헌장을 제정하고, 2003년 임직원행동강령도 만들었다. 윤리헌장은 투명경영, 고객보호, 합리적 업무수행, 인격과 창의 존중, 국가와 사회발전에 기여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임직원의 행동강령은 공정한 직무수행, 고객에 대한 책임과 의무, 부당이득의 수수금지, 정보 및 재무관련의 투명성, 건전한 공직풍토의 조성, 기금운용관련자의 의무 등으로 구성됐다.다른 공기업과 비교해 볼 때 윤리헌장의 차이점은 보이지 않는다. 선언적 수준의 윤리헌장과 대동소이(大同小異)한 임직원 행동강령만 볼 때 윤리헌장에서 문제점을 찾기란 쉽지 않다. 다만 아쉬운 점은 반복되는 비리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행동강령 등에 대한 수정∙보완노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른 공기업들이 매년 부족한 부문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점을 배웠으면 한다. ◆ Compliance(제도운영)윤리경영을 추진하기 위해 추진목표, 추진전략, 추진시스템을 정비했다. 추진목표는 ‘윤리문화 확산을 통한 투명경영 실행’이다. 추진전략은 신뢰경영, 청렴경영, 나눔경영, 상생경영이다. 신뢰경영의 내용은 VOC(Voice of Customer)강화, 심사청구, 이의신청, 개인정보보호 강화, 정부권장정책 이행이다. 청렴경영은 내부공익신고 강화, 투명한 기금운용, 공정한 계약업무로 달성한다.나눔경영은 소외계층 지원, 저소득 가입자 연금보험료 지원, 사회공헌활동 활성화 기반마련 노력을 한다. 상생경영은 사회적 책임투자, 사회형평적 인력운영, 중소장애인기업 지원, 농어촌 활성화 등의 내용을 포함한다. 추진시스템은 윤리규범, 경영공시, 외부 회계감사, 내부 공익신고, 사회공헌활동으로 구성된다.이사장이 윤리경영위원회는 운영하고 감사는 반부패 청렴단을 책임진다. 감사가 이사장과 별도로 독립기구로 존재하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나 준법감시인은 이사장의 지휘감독을 받게 되어 있다. 다른 공기업이 준법감시인을 감사실에 배치해 업무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 결국 이사회와 윤리경영위원회의 차이점이 토의 안건뿐이라면 새롭게 만들 이유도 없다. 윤리경영위원회는 이사장과도 독립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보장해야 제 역할을 할 수 있다.감사실은 온라인으로 부조리 신고센터, 클린신고센터, 클린미담 신고센터, 청렴카페 등을 운영한다. 부조리 등의 신고는 방문, 우편, 팩스, 전화로도 가능하지만 반드시 실명으로 해야 한다. 신고인, 신고내용의 비밀을 보장하고 신고에 따른 어떠한 차별이나 불이익도 받지 않는 다고 공지하고 있지만 업무관련자가 실명으로 신고를 하기는 어렵다. 내부통제시스템을 정비한다고 했지만 실질적으로 운영되는 내부통제시스템도 보이지 않는다. 방만한 예산운용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자 예산낭비신고센터도 운영하고 있다.2009년도 경영평가 지적 사항으로 비상임 이사가 실질적인 견제와 감시 기능을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 필요, 감사결과와 연계한 상벌체계의 강화가 요구 등이 있다. 그동안 부실, 방만경영의 대명사로 불리던 국민연금이 2010년 2011년도 청렴도 평가와 부패방지에서 ‘우수’평가를 받았다.하지만 다른 공기업과 마찬가지로 우수평가를 받는 와중에도 감사원에 의해 증권사 등급조작이 적발됐다. 평가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여실히 증명된 셈이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청렴도, 부패방지 평가를 개선하지 않으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없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 교육은 열심히 하지만 효과는 없고 폐쇄적이고 권위적인 조직 분위기◆ Education(윤리교육 프로그램)윤리경영실천가이드북도 재미있는 내용을 포함시켜 e-book으로 만들어 2010년부터 배포하고 있다. 윤리경영실천가이드북을 참조해 보기 위해 홈페이지를 방문했으나 전체 내용을 보기 어렵게 게재되어 있었다. 결과적으로 불편해 내용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 윤리경영교육을 위해 별도의 교육교재가 개발되어 있는 것으로도 보이지 않는다.전국순회교육이나 부서별 자체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윤리경영 교육의 내용은 정의, 범위, 국제가이드라인, 실천과제 등이다. 각종 자료를 보면 국민연금은 매년 주기적으로 지사, 본사차원의 윤리경영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교육실적만 평가한다면 몇 년간 한번도 교육을 하지 않은 한국투자공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윤리경영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윤리교육을 한 번도 하지 않은 한국투자공사는 비리행위가 한 건도 적발되지 않았는데 국민연금은 주기적, 반복적으로 비리행위가 발생하고 있어 교육효과에 대한 의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 Communication(의사결정과정)국민연금도 준정부기관으로서 공조직만의 특수한 의사소통의 경직성을 갖고 있다. 감독기관인 보건복지부로부터 낙하산을 타고 온 직원이 승진도 빠르고 고위직의 다수를 점하고 있어 공무원 조직과 동일한 분위기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동안 국민연금은 폐쇄적이고 권위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전직 이사장도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고 한다. 의사소통은 활발한 토론의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으면 원활하기 어렵다.의사결정과정이 모호하고 불투명하면서 기금의 운용에 대한 불신이 쌓이고 있다. 과거 엄청난 규모의 기금을 쌓아 두고 실패가 두려워 채권과 같은 안전자산에 투자를 해 기회비용을 발생시키기도 했다. 주식투자의 비중을 늘리는 것도 쉽지 않다. 국내자산과 해외자산에 대한 투자비율 조정도 마찬가지다.고수익을 쫓아 정확한 정보도 없이 해외투자를 할 경우 쪽박을 찰 가능성이 높다. 2008년 한국투자공사의 매릴린치 주식투자는 전형적인 실패사례다. 이때 내부의 적절한 토론도 없이 사장의 품의도 제대로 받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줬다.최근 국민연금이 주요 대기업과 해외투자를 하기 위해 조성하는 사모펀드(PEF)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미 13여 개의 대기업과 9조원 가량의 매칭펀드(matching fund)를 조성했다. 해외사업들에 대한 명확한 위험평가나 기대 수익률도 계산하지 않으면서 내부의사결정만으로 투자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을 받는다. 투자이익배분은 영업비밀이라 공개할 수 없다고 하지만 연기금을 불확실한 사업에 투자하면서 의사결정과정이 투명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 연금고갈에 대한 불신해소 & 떨어지는 수익률 과제 해소해야◆ Stakeholders(이해관계자의 배려)내부 고객만족도 조사결과가 2007년 73점에서 2011년 87점으로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있다. 연금불입액의 결정이나 유예 등 고객민원에 대한 대응노력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직원들이 가입자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열람하고 사적으로 소유해 적발되기도 했다. 문제는 이런 일이 얼마나 발생하는지 정확한 통계조차 내지 않고 있어 불신을 높이게 한다.국민연금뿐만 아니라 국가기관은 대부분 고압적이고, 소비자를 전혀 고려하지 않기로 유명하다. 국민연금이 저소득층의 노후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에서 운용되지만, 생활이 어렵거나 폐업 등의 사유로 연금불입이 어려운 가입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불만이 끊이지 않는다.국민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공단 직원들의 실적관리를 위해 납부를 독려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을 사기도 한다. 절대 그런 목적은 아니라고 믿지만 소비자 설득노력이 부족하다는 점은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기획재정부의 자료에 따르면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2041년 적자로 전환되고, 2053년에 기금이 고갈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금에 대한 불신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연기금을 쌈지돈처럼 사용한 과거 및 현재 정부 때문이지만 낙하산 인사로 채워진 경영진의 소신 없는 경영도 한 몫을 했다.연금의 액수에 대한 논란도 있다. 물가는 계속 올라가는데, 연금은 제자리를 맴돌아 실제 소득대체율이 도입초기의 70%에서 향후 30%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연금으로 편안한 노후를 보내기를 어렵다는 말이다. 그런 이유로 개인적으로 노후대비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연금불입에 대한 저항이 생기고 있다. ◆ Transparency(경영투명성)기금운용에 관한 최고 심의∙의결기구로 기금운영위원회를 두고 있다. 위원장인 보건복지부 장관을 포함해 당연직 위원 6명, 위촉위원 14인으로 구성한다. 기금운용위원회의 전문성을 보강하기 위해 기금운용실무평가위원회도 운영한다. 투자결정시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거래 증권사 및 위탁 운용사 평가기준 합리화와 정보 공개 범위 확대, 평가 프로세스의 합리적 개선, 기금운용본부 내 리스크관리위원회/투자위원회/대체투자위원회 등의 개선노력을 하고 있다.최근 웅진그룹의 유동성 위기 와중에 국민연금이 사모펀드를 통해 웅진폴리실리콘에 투자한 수백억 원이 휴지조각으로 처해질 상황에 놓이면서 경영투명성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사모펀드 투자의 경우 투자내용, 경영현황에 대한 공개의무가 없어 투자의 실체를 숨길 수 있어 투명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손실규모보다는 공적 기금을 이런 방식으로 투자하는 것이 적절한지가 논란의 초점이다.국민연금은 국내경기가 침체되면서 국내의 채권, 주식투자만으로 의도한 수익율을 내기 어려워 해외투자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한다. 전혀 틀린 말은 아니지만 국내보다 리스크가 높은 해외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해외사정에 밝은 전문가의 확보가 필요하다. 2011년 국정감사에서 해외자원 개발 사업을 자제하고, 해외부동산 투자 시 향후 국제 정세와 경제동향을 고려하여 수익성․타당성을 충분히 검토라는 지적을 받았다.수익률은 2010년 10.3%에서 2011년 2.3%로 급락하기는 했지만 3년 평균 수익률이 7.3% 수준으로 우수한 편이다. 국부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한국투자공의 누적수익률이 2.7%에 불과한 것과 대비된다. 여전히 외국의 연기금에 비해 낮은 수익률을 내고 있지만 국내 다른 기관과 비교하면 높다. 주식비중을 늘리면서 최근 수익률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는데 이 점은 극복해야 할 과제다. ◇ 의결권 행사나 투자결정도 사회가치 존중 차원에서 접근해야◆ Reputation(사회가치 존중)국민연금이 보유한 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해야 하는지에 대한 찬반양론이 거세다. 이런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 만든 것도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이다. 지금까지 기관투자가는 수익률만 관심을 가졌지 기업의 지배구조나 의사선임에 관해 의견을 표명하지 않았다. 국민연금은 간접투자를 주로 하고, 기금의 규모가 너무 커 의결권을 일일이 행사하기 어려워 의결권행사가 쉽지 않았다.2011년부터 MB정부의 미래기획위원회가 재벌개혁을 목표로 의결권을 행사하겠다고 하면서 논란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급기야 2012년 하이닉스를 인수한 SK 최태원 회장의 이사 선임건에 대해 국민연금이 반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고, 일부 전문위원회 위원이 사퇴를 하기도 했다. 주주로서 권한을 행사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은 아무리 이익을 내는 기업이라도 사회가치를 존중하지 않는다면 국민의 재산을 투자할 수 없다는 명분으로 정리할 수 있다.주식을 보유한 기업의 경영권 전횡을 감시하기 위해 적절한 규모의 사외이사를 파견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사외이사를 파견하는 등 의결권 행사가 관치금융의 부활이라고 반대하는 전문가도 있다. 정부는 파견할 사외이사를 전문가로 구성할 것이기 때문에 관치금융이라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고 항변한다. 주식회사의 주인은 주주이고, 주주가 자신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주권을 행사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일부의 우려처럼 의결권 행사가 경영권을 침해하거나 정치적 외압을 행사하기 위한 목적으로 변질돼서는 안된다.투자수익률이 높다는 이유로 술∙담배∙도박 산업에 투자규모가 매년 늘어나고 있다. 국민연금이 이런 산업에 투자할 때 감독기관인 보건복지부는 금주∙금연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붓고 있어 투자의 타당성에 대한 논란이 거세다. 또한 국민연금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추정수입과 실제운영수입과의 차액을 보전해 주는 MRG(최소운영수입보장제) 민자도로 사업에도 막대한 규모의 투자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공사비와 예상 통행량 부풀리기로 부실백화점인 민자도로사업에 국민연금이 가담했다는 것도 충격적이다. 선진국에서 보편화된 사회책임투자(SRI, Socially Responsible Investment)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본다. ◇ 8-Flag Model로 측정한 국민연금의 윤리경영 성취도▲ 그림 12-1. 8-Flag Model로 측정한 국민연금의 윤리경영 성취도지금까지 진단한 내용을 바탕으로 ‘8-Flag Model’로 측정한 국민연금의 윤리경영 성취도를 종합하면 [그림 12-1]과 같다. 전반적으로 윤리경영은 보통수준이지만 윤리헌장, 경영투명성 부문은 다른 공기업에 비해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낙제점 수준을 보인 부문은 제도운영, 이해관계자 배려다. 나머지 리더십, 윤리교육, 의사소통, 사회가치 존중은 보통수준으로 평가할 수 있다.다른 공기업과 달리 국민생활에 밀접하게 연관성을 가진 것이 국민연금이라 평가에 신중을 기할 수 밖에 없다. 특히 낙제점을 보인 제도운영이나 이해관계자 배려는 한국 국민 중 성인이라면 누구나 관계가 있어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할 수 밖에 없었다. 내부적으로 각종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하지만 부패행위가 근절되지 않는 이면에서 제도의 문제점보다 운영의지의 미흡이 있다.그럴듯한 제도는 만들었지만 운영하려는 의지는 없다고 봐야 한다. 특정 직위나 영역이 아니라 직위고하, 업무영역을 막론하고 부정행위가 발생하고 있어 모두 잠재적 부정행위자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어려운 경제여건에도 불구하고 한푼 두 푼 열심히 연금을 불입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불행한 소식이지만 국민연금이 노후대책이 되지 못한다는 것도 슬픈 일이다. 한국사회가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드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만 기금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부정수급행위를 막는다면 기금고갈의 시기는 최대한 늦출 수 있다고 본다.경영진은 정치권이 당리당략에 따라 기금이 전용되거나 부실하게 운영되는 것을 철저하게 막아야 할 시대적 사명을 띄고 있다는 점을 절대 잊지 않았으면 한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 국민연금에 하루빨리 윤리경영이 정착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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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MS가 시스템경영의 출발SK는 고유의 경영시스템이 SKMS라고 주장한다. SKMS가 경영에 대한 공통된 이해, 철학을 바탕으로 이질적인 구성원을 하나로 통합해 준다는 것이다.SKMS는 기업경영의 지향점과 목적에 대한 통일된 개념을 제공하고 의사결정의 기준이 되는 원칙을 제시한다. SKMS가 이론적 성격이 강해 직원이 이해하고 업무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많지만 SK의 경영지침이 된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SKMS를 보완하기 위해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목표인 ‘SUPER EXCELLENCE’의 합성어인 ‘SUPEX’개념을 도입했다.2000년에는 기업단위, 조직단위 별로 목표를 정하고 2002년에는 실천 방법론까지 개발했다. 2~3년 단위로 목표를 수정하고 실천하는 것을 지속적으로 반복하도록 요구한다.상당히 진보된 개념이지만 현장에서 어떻게 실천하고 있는지 여부에 따라 평가가 엇갈릴 수 있다. 30년 이상이나 수정∙보완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SKMS 따로 일 따로’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SKMS는 업무의 연속성, 동질성 등을 확보해 주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표준화된 업무방법론으로 경영진의 변화, 직원의 이동과 관계없이 업무의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경영용어, 방법론의 통일로 커뮤니케이션의 효율성이 높고, 임직원 간의 동질성을 보장한다.그러나 SKMS가 직원들의 창의적 사고를 제한할 수 있고, 실천요강이 현실과 동떨어질 경우 상당한 문제점을 야기할 수 있다. 성과위주의 근시안적 사고를 강제함으로써 장기적인 성장잠재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책자가 아니라 정보시스템으로 내재화해야 한다SK가 SKMS라는 뛰어난 표준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삼성과 비교해 보면 아직 시스템이 정립되지 않았다. 경영도구(methodology) 도입을 통해 업무표준화와 선진경영기법 도입을 강조한 삼성과는 달리 사람(people)위주의 조직혁신을 우선시 한 결과다.SKMS의 정신과 업무프로세스가 정보시스템으로 구현돼야 시스템경영(system management)의 기반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몇 년 전 한국 경영계를 강타했다가 개념정의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슬그머니 사라진 용어 중 하나가 시스템경영이다. 시스템경영은 ‘개인이나 특정 조직에 의존하지 않고 경영 전반에서 효율적인 활동이 가능하도록 조직관리와 절차 등을 체계화하여 경영하는 것’을 말한다. 기업업무의 세세한 부문까지 규범과 표준이 정해져 있어 특정 조직이나 개인에 의해 독단적으로 경영되다가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한다. SK는 1979년 처음으로 SKMS라는 개념을 정립해 지속적으로 수정, 보완하고 있다. SK에서 시스템경영이란 ‘SKMS에 따라 경영을 하는 것’을 말한다.문제는 오랜 기간 동안 시스템경영에 대해 고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스템경영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삼성이 SKMS와 같은 업무표준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무작정 선진화된 경영도구를 잘 도입하기 때문에 국내 최고 기업이 된 것과 차이가 있다. SK가 삼성보다 뒤떨어진 기업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SK는 삼성이 가지지 못한 SKMS라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삼성보다 더 쉽게 시스템경영을 정착시킬 수 있는 여건을 가졌다. ‘SKMS 따로, 경영도구(methodology) 따로’가 되었기 때문에 국내 최고기업이 되지 못한 것이다.SK가 글로벌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SKMS 정신과 업무절차를 정보시스템에 녹여 내야 한다. 소위 말하는 ‘Best Practice’의 모방에만 관심을 가지지 말고 자체 노하우를 어떻게 경영도구에 접목시킬 것인지 고민하라는 것이다. ◇ 권한의 이양에 따른 운영효율이 달라진다일(job)적인 측면에서 보면 국내 다른 기업과 마찬가지로 업무정의가 명확하게 된 것은 아니지만, 사업조직의 독립경영, 대폭적인 권한위임, 경영성과에 대한 책임, 독립된 ‘이익센타(Profit Center)’로서 특성이 명확화하게 정립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자율경영, 책임경영, 성과경영 강화를 통한 가치 극대화를 위해 SK에너지, SK텔레콤, SK네트웍스를 중심으로 ‘CIC(Company In Company)’를 추진하고 있다. CIC는 사업 관련 권한의 위임을 통해 독립적 경영, 성과에 따른 보상∙책임을 연계한 ‘사내의 독립된 기업’개념이다. 이 제도가 오너의 독단적인 경영을 하고 있는 다른 대기업에 비해 뛰어난 경영실적을 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0년대 초 사내 벤처바람이 불던 시절 대기업이 유행처럼 받아들였던 제도와 유사하기는 하지만 조직에 역동적인 활력을 주입시킨다는 측면에서 고무적이다. SK의 장점으로 꼽히는 것 중의 하나가 실질적인 이사회제도다. 오너의 독단적인 의사결정, 황제경영, 불통경영이 국내 대기업 경영의 대명사이지만, SK는 원래의 취지대로 이사회를 독립적으로 운영한다는 평가를 받는다.관계사의 자율, 책임 경영 정착을 위해 이사회(BOD: Board of Directors) 중심 경영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사외이사의 비율이 평균 60%에 달할 정도로 독립적인 이사회를 구성하고 있다. 주요 경영현안은 100% 사외이사로 구성된 소위원회에서 심의하게 하고 있으며 이 소위원회가 계열사별로 평균 2개가 넘는다. 경영위원회, 감사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사외이사 후보추천 위원회 등의 소위원회가 있다. 오너가 이사회가 경영감시, 주요 의사결정 참여 등 본연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권한을 위임함으로써 외부로부터 투명경영 의지에 대해 높은 평가를 받는다.◇ 내부통제시스템이 없는 권한위임은 비효율과 부패로 이어진다권한을 위임하기 위해서 선결돼야 하는 조건은 역할과 책임(R&R, role and responsibility) 체계의 확립이다. SK의 직원들을 보면 자유분방하고 권위의식이 없다는 것을 발견한다.내부 의사소통이 자유롭고 하위직에 권한이 많이 위임되어 있다. 상사도 부하직원의 의견을 무시하지 않고 가급적 인정한다. 최근에는 다른 대기업도 직급체계가 단순화되고 권한분산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SK와 비교하면 아직 미약하다.조직이 효율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위임된 권한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지, 권한에 따른 책임을 준수하는지 관리(manage), 평가(assess), 통제(control)할 수 있는 내부통제시스템(internal control system)을 구축해야 한다. 원래 내부통제시스템은 회계감사에서 도출된 용어이지만 내부고발(whistle blowing)이나 조직효율성을 관리하는 시스템과 동일한 개념이기 때문에 차용했다.R&R이 제대로 배분되었는지, 운영(operation)결과는 어떤지, 잘못 운영될 경우 누가,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 등의 질문에 대한 해답이 내부통제시스템에 반영되어 있어야 한다.그동안 내부고발, 윤리경영 등에 관한 연구도 오랫동안 병행했기 때문에 내부통제시스템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내부통제시스템을 개념적으로 접근한 것이 아니라 정보시스템화할 수 있는 지표(indicator)를 개발하는 단계까지 발전했다.국내 기업들이 기업문화를 혁신하기 위해서 첫 번째로 고민해야 할 것도 내부통제시스템이라는 점 때문에 앞으로 관련 분야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질 것이라고 본다.SK가 다른 기업에 비해 권한분산과 위임이 잘 되었다는 점을 위에서 설명했지만, 관리와 책임에 대해서는 고민이 적었던 것으로 보인다. 젊은 직원들이 자신에게 부여된 권한을 잘못 행사하거나 권한을 부패할 수 있는 특권으로 인식하고 있다.권한행사의 이권은 잘 챙기는데, 이에 따른 책임은 고민하지 않는다. 권한이 잘못 위임되면 직원이 부패한다. 대부분의 조직에서 권한은 ‘권력(power)’으로 인식되고 권력은 ‘돈(money)’으로 바꿀 수 있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면서 국내기업의 직원들이 더욱 부패해졌다는 평가를 많이 받는데 SK도 예외는 아니다. 과거에 비해 부패가 많이 개선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도 공공연하게 만연되어 있다.그리고 발생 건 수는 줄었지만 ‘위험수당’이 포함돼 오히려 규모는 커졌다고 한다. 과거에는 권한이 위에만 집중돼 윗사람만 부패했는데, 최근에는 권한이 아래로 위임되면서 아랫사람까지 부패해져 부패에 상하구분이 없다. SK 조직에 해당되는 말이다. 독과점 사업을 하거나, 인프라관련 사업을 하거나, 수 많은 협력업체를 가진 계열사가 주로 부패해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SK 내부에서도 부패가 만연할 수 있는 여건이 성숙되어 있고 실제 부패가 뿌리를 깊게 내리고 있어 근절이 어렵다. 부패문제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어떤 기업, 어떤 조직도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자세하게 언급하지 않겠다. 하지만 부패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기업의 지속발전하기 어렵다. 지난 5월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청렴도가 OECD평균 정도로 개선된다면 2010년 기준으로 국민 1인당 명목 GDP가 138.5달러, 경제성장률은 0.65% 상승할 것이라고 한다.SK도 지속성장을 위한 경영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가장 먼저 윤리경영부터 챙겨야 한다. 요즘 세상에 누가 뇌물을 받느냐고 하지만 요즘 같은 불확실성의 시대에 권한이 있는데 뇌물을 받지 않을 바보가 어디 있느냐는 말이 오히려 더 설득력이 있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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