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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2410대 그룹 중에서는 삼성그룹의 삼성코닝이 1위를 차지했고, 한진그룹의 ㈜한진이 최하위를 기록했다. 구직자의 입장에서 국내 최대 기업집단인 삼성그룹의 계열사가 1위를 차지한 것은 당연하다고 여길 수도 있다.하지만 삼성그룹과 호각세를 유지하던 LG그룹의 주요 계열사가 규모가 작은 그룹의 계열사보다 더 낮은 평가를 받은 것은 보면 왜 ‘위대한 직장찾기’를 연재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그렇기 때문에 20대, 30대, 40대, 50대, 60대, 70대, 80대, 90대, 100대 그룹 들 중에서는 어떤 기업이 가장 위대한 직장으로 평가를 받았는지 살펴볼 필요성이 있다. 개별 그룹별로 계열사를 평가하다 보니 어떤 그룹이 경쟁그룹에 비해 더 나은지 비교를 통해 평가하는 것도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에필로그를 정리하게 된 것이다. ◇ 100대 그룹 계열사 중 아모레퍼시픽이 1위, 삼화전자공업이 최하위 기록 그동안 평가한 100대 그룹 중에서 20대, 30대, 40대, 50대, 60대, 70대, 80대, 90, 100대 그룹의 최고 기업과 최저기업을 정리하면 아래 표와 같다.▲ 표1. 100대 그룹의 최고기업과 최저기업20 대그룹에는 GS그룹, 금호그룹, 효성그룹, 웅진그룹, 동부그룹, 대림그룹, 코오롱그룹, 신세계그룹, 대성그룹, 한라그룹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STX그룹이 공중분해되면서 GS그룹을 10대 그룹에 포함시키면서 빠졌고, 웅진그룹도 평가한 이후 유동성위기로 주력 계열사들이 매각되면서 그룹으로서의 위상을 잃었다.동부그룹도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통해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다. 20대 그룹에서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금호아시아나항공이 61점으로 최고점수를 기록했고, 반면에 대성그룹의 대성산업이 41점으로 최저점을 획득했다. 대성합동지주, 대성그룹, 서울도시가스그룹 등으로 분리되고 사업전환에 실패하면서 성장성, 수익성 등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결과다.30대 그룹은 KCC그룹, 농심그룹, LS그룹, 삼양그룹, 한솔그룹, 유진그룹, 태영그룹, SPC그룹, LIG그룹, 태광그룹 등이다. 30대 그룹 중에서는 유진그룹은 무리한 M&A확장을 중단하면서 규모가 축소됐고, LS그룹과 태광그룹 등은 오너가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돼 그룹 이미지가 훼손됐다.30대 그룹 중에서는 농심이 60점으로 가장 위대한 직장으로 뽑혔고, 유진그룹의 유진투자증권은 39점으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농심이 신라면으로 라면시장을 장악하고, 스낵시장마저 압도적인 우위를 유지하고 있는 점이 높이 평가됐다.40대 그룹은 대한전선그룹, 대상그룹, 대한제당그룹, 이랜드그룹, 통일그룹, 빙그레그룹, 동양그룹, 세아그룹, 영풍그룹, 현대백화점그룹 등이 포함됐다. 대한전선그룹은 경영실패로 오너가 퇴진했고, 동양그룹은 동양증권의 회사채 사기판매 건으로 오너가 구속되면서 해체됐다.40대 그룹 중에서는 대상그룹의 대상이 62점으로 최고점, 대한제당의 삼성상호저축은행이 36점으로 최저점을 기록했다. 대상은 미원이라는 조미료를 제조·판매하는 기업으로 삼성의 계열사였던 제일제당이 막대한 자금력을 투입하고도 이기지 못한 기업으로 유명하다.50대 그룹은 오리온그룹, 프라임그룹, OCI그룹, 동국제강그룹, 아주그룹, 동원그룹, 보령제약그룹, 사조그룹, 파라다이스그룹 등이다. 오리온그룹은 형제사인 동양그룹이 어려워지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고, 프라임그룹은 강변테크노마트의 흔들림 사건 등으로 많이 알려졌다.동원그룹의 동원산업이 58점으로 최고, 보광그룹의 휘빅스벤딩서비스가 34점으로 최저점을 기록했다. 동원그룹은 참치 원양어업으로 성장해 식품, 음료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중견그룹이다.60대 그룹은 현대산업개발그룹, 부영그룹, 에쓰오일, 미래에셋그룹, S&T그룹, 삼화콘덴스그룹, 교보생명그룹, 한국타이어, 화이트진로, 아모레퍼시픽그룹 등이다.에쓰오일은 최근 유동성위기를 겪은 한진그룹이 에쓰오일의 보유지분을 매각하면서 사우디 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가 완전하게 소유하게 된 외자기업이다. 미래에셋그룹은 박현주 회장이 세운 투자금융기업군으로 대기업의 금융계열사보다 우수한 실적을 자랑한다.아모레퍼시픽그룹의 ㈜아모레퍼시픽이 70점으로 최고, 삼화콘덴서그룹의 삼화전자공업은 34점으로 최저 점수를 받았다. ㈜아모레퍼시픽은 설화수 등 다양한 유명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으며 한류붐을 기초로 중국, 동남아시아, 중동 등지에서 유럽의 유명 브랜드와 동등하게 경쟁하고 있을 정도로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자랑한다.70대 그룹은 동아쏘시오그룹, 세방그룹, 오뚜기그룹, 이수그룹, 삼천리그룹, AK(애경)그룹, KISCO(한국철강)홀딩스, 동국산업그룹, 아주L&F홀딩스, 종근당홀딩스 등이 있다. 동아쏘시오그룹은 동아제약이며, 아주 L&F홀딩스는 아주그룹에서 분리된 그룹이다.오뚜기그룹의 ㈜오뚜기가 65점으로 최고점수, 아주L&F의 에이제이셀카가 38점으로 최저점수를 기록했다. ㈜오뚜기는 참기름, 캐첩, 마요네즈 등에서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으며, 최근 라면시장에서도 진라면과 사리면을 앞세워2위인 삼양식품을 제치는 이변을 낳았다.80대 그룹은 한국투자금융지주그룹, KG(경기화학)그룹, SM그룹, 크라운제과그룹, JW중외제약그룹, 일동제약그룹, 녹십자그룹, 유한양행, 한미약품그룹, 대웅제약그룹 등이다. 한국투자금융지주그룹은 동원그룹에서 분리됐고, KG그룹은 활발한 M&A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유한양행은 국내에서 가장 직원 친화적인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위대한 직장찾기 평가에서도 ㈜유한이 64점으로 1위를 기록했다. 가장 낮은 평가를 받은 기업은 일동제약의 일동후디스로 38점을 받았다. 분유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새롭게 시작한 음료사업도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90대 그룹은 대교그룹, 풍산금속, 넥센그룹, 영원무역, KCC정보통신, 노루홀딩스, KPX그룹, 일진그룹, 풀무원그룹, 대명홀딩스그룹 등이다. 대교그룹은 어린이 학습지로 유명한 기업이고, 넥센그룹은 타이저제조전문기업으로서 2014년 한국시리즈에서 돌풍을 몰고 온 넥센히어로즈를 스폰서하고 있다.영원무역은 중고등학생의 사이에서‘등골브레이크’라는 말을 탄생시킨 노스페이스를 판매하고 있는 아웃도어 전문업체로 57점으로 최고 점수를 받았다. 대교그룹의 대교에듀피아기 35점으로 최저점수를 기록했다.100대 그룹은 휴맥스홀딩, 제일홀딩스(하림), 나이스그룹, 한국콜마홀딩스, 인터파크, 홈플러스, 이지바이오(마니커), 동화약품, SG그룹, 서울반도체 등이다. 제일홀딩스는 닭고기로 유명한 하림을 소유하고 있으며, 이지바오도는 마니커통닭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SG그룹은 가로수라는 지역생활정보지 사업으로 성장해 섬유, 제조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은행 ATM기기를 관리하는 것을 주업으로 하고 있는 나이스홀딩스의 NICE평가정보가 61점으로 1위, SG그룹의 SG세계물산이 38점으로 최하점을 기록했다. ◇ 세월호 침몰과 미생열풍에서 스스로 인재가 돼야 한다는 교훈을 얻어종합적으로 보면 20대그룹부터 100대그룹까지 90개의 그룹의 계열사 중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한 기업은 ㈜아모레퍼시픽이었다. 10대 그룹의 계열사들과 비교해도 삼성코닝(79점), SK텔레콤(71점)을 제외하고는 최고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아모레퍼시픽이 화장품산업에 특화돼 있지만 실질적으로 구직자에게 최고의 기업이라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10대 그룹의 계열사들이 최소한 50점 정도는 유지하는 것과 달리 20~100대 그룹의 계열사들은 30점대 초반까지 떨어진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중견그룹들이 경영자의 리더십, 사회적 책임, 성장성, 수익성, 자기계발 가능성, 기업의 인지도 등의 차원에서 낮은 점수를 받으면서 나타난 결과다. 반면에 10대 그룹이 최소한 50점 정도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도 경영자의 리더십, 성장성, 수익성, 인지도 등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대기업들이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독과점 지위를 기반으로 가격을 통제할 수 있어 적정 수익률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하지만 대기업들도 사회적 책임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고, 직원들의 자기계발차원에 대한 노력은 많이 부족했다. 한국 대기업들이 1997년 IMF외환위기 이후 인재육성에 소홀한 결과물이다.최근 사회적으로 ‘미생’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그동안 TV나 영화에서 직장인들의 애환보다는 재벌 자식의 직장 연애담이나 신화적인 성공담을 다뤘다면 미생은 우리시대 평범하면서 일상적인 직장인을 조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왜 많은 직장인들이 미생의 이야기에 환호하고, 위안을 느끼는지 기업도 생각해봐야 한다. 그리고 이제 직원들도 기업이 자신을 인재를 만들어주기를 기대하기 보다는 스스로 인재가 되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한다. 올해 세월호 침몰로부터 많은 국민들이 얻은 교훈은 ‘스스로 자신을 지키지 않으면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평범한 진리다.-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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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C는 범 현대가에 포함된 대기업으로 현대자동차그룹, 현대그룹 등과 기업문화가 유사하고, 현대중공업그룹, 한라그룹 등과는 차별화되는 기업문화를 갖고 있다. 정상영 회장이 형인 정주영 회장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사업을 시작한 것은 좋은 선택이었다.하지만 현대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이 없었다면 오늘의 KCC는 없었을 것이라고 보인다. KCC의 기업문화를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기업문화 측정과 혁신도구인‘SWEAT Model’에 적용해 5-DNA 10-Element의 성취도, 기업문화 위험관리, 혁신전략 등을 종합적으로 진단하고 평가해 보자. ◇ 5-DNA 10-Element의 성취도 분석▲ [그림 22-1. 5-DNA 10-Element 분석]KCC의 기업문화를 SWEAT Model의 5-DNA 10-Element를 점수로 평가해 보면 [그림 22-1]과 같다. KCC는 창업을 하면서 국내 건자재시장이 낙후되어 있었고, 지붕개량사업 등으로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날 것이라는 명확한 타겟(target)을 갖고 시작했다.사업보국과 같은 거창한 명분보다는 시장에서 필요한 제품으로 진입하는 일본기업과 같은 특징을 보이고 있다. 전체적으로 업력에 비해 명확하거나 정제된 기업문화를 정립하지 못했고, 개선의 여지가 많은 편이다. DNA 1인 비전의 경우 건자재시장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잘 파악했지만, 사회적 책임에 대한 고려는 약했다. KCC의 발전을 이끈 스레트, 석고보드, 페인트 등은 석고와 납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들 원료는 ‘소리 없는 살인자’라는 평가를 듣는 유해물질이다.DNA 2인 사업은 유해성 논란을 떠난다면 제품은 국내시장에서 확고한 위치를 점유하고 있지만, 글로벌 시대에 국내시장에만 한정되어 있어 우려를 낳는다. 국내 건설시장이 침체되면서 KCC의 사업자체가 위기에 직면한 것도 글로벌화에 대한 대비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DNA 3인 성과는 전방산업의 침체와 공장 가동률 하락으로 이익은 줄어들고 있지만 현금성 자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어 위기에 대한 대응체계는 어느 정도 구축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KCC가 범 현대가 업체들로부터 안정적인 매출을 유지하면서, 시장확대를 위해 저가경쟁을 벌이고도 있지만 아직 수익성을 극도로 훼손하지는 않고 있다.DNA 4인 조직은 업무의 분장이나 직원의 양성체계는 미흡한 편이다. 치열한 시장경쟁보다는 연고에 의한 판매가 고착화되면서 직원능력의 중요성이 낮았던 것도 직원교육을 소홀히 한 이유로 꼽힌다.DNA 5인 시스템은 일부 시스템은 다른 업체들에 비해 먼저 도입했지만 경영도구를 통해 직원들을 학습하려는 노력은 부족했다. ◇ 기업문화 위험의 관리전략▲ [그림 22-2. 기업문화 위험의 관리]KCC가 기업문화 5-DNA를 인식하고 관리하는 수준을 평가해 정리한 것이 [그림 22-2]다. 5-DNA 10-Element를 평가한 결과를 반영하면 비전, 성과, 사업 등 5개의 DNA 중 3개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위험 영역에 속하고, 무시할 수 있는 위험영역에는 하나도 없다.국내 10대 대기업이 최소한 1개 이상의 DNA를 무시할 수 있는 위험군에 속하도록 관리하고 있는 것과는 차이가 크다. 전략적으로 중요도가 높은 성과, 비전, 사업, 조직도 기업차원에서 고민해야 할 내용이 많은 편이다. 유기적 조화도를 봐도 5가지 DNA 모두 중간 이하에 위치하고 있다. 경영진이 가장 큰 관심을 갖고 관리해야 할 DNA는 비전, 조직, 사업이다. 비전은 국내 건자재업체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어떤 목표를 세워야 할지, 글로벌 환경기준에 적합한 제품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조직의 경우에도 구체적인 인재상이 보이지 않는데, 인재상을 잘 정립할 필요가 있다. 사업은 건자재사업 자체의 위기보다는 제품의 품질이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할 필요가 있다.스레트가 사라지자 대체제품을 개발하지 못했고, 판유리에만 의존하다가 고기능성 유리개발은 소홀히 해 시장을 잃고 있는 것이다. ◇ KCC가 채용하고 있는 혁신 전략▲ [그림 22-3. SWEAT Model로 분석한 KCC 기업문화]SWEAT Model로 KCC의 기업혁신방법을 분석해 보면 [그림 22-3]과 같다. KCC의 기업혁신전략은 일본 기업들이 선호하는 ‘T-Type Model’을 채용하고 있다. 번 현대가 그룹 중 현대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이 이 모델을 따르고 있다. 반면 한라그룹은 유럽 기업들과 마찬가지로‘E-Type Model’을 통해 기업문화를 혁신하고 있다.정상영 회장이 시장의 변화나 니즈(needs)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대응은 잘 했지만, 명확한 비전이 없다 보니 전방산업이 부진하자 곧바로 사업의 방향을 잃은 것이다. 그동안 큰 어려움 없이 덩치를 키웠지만 조직의 역량배양에는 적극적으로 노력하지 않아 위기를 좌초한 셈이다. 기업이 성과를 낼 때 경영도구를 도입해 직원들의 역량을 한 단계 성숙시켜야 하는데, 외형적인 성과에만 치중하면서 이 시기를 놓친 것도 아쉽다.이는 KCC만의 문제가 아니다. 다른 대기업들도 2000년대 이후 시스템에 대한 투자를 많이 했지만, 새로운 경영방식을 배우려는 노력보다는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한다거나, 그룹 SI기업에 매출을 몰아주기 위한 목적이 더 우선해 시스템의 도입효과가 크지는 않았다.KCC가 기업문화를 혁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비전을 새롭게 설정해야 한다. 비전설정과 동시에 조직과 시스템에 대한 정비노력도 필요하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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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고려화학이라는 이름으로 덜 잘 알려져 있던 KCC는 국내 건자재시장의 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지만, 전방산업이 부진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른 대기업들과 마찬가지로 무리하게 건설업에 진출했고, 부동산거품에 맹목적으로 뛰어 들었다가 우량계열사마저 부실화시키고 있다.신성장동력으로 유통업을 선정해 유통시장에도 과감하게 도전하고 있지만 현재까지의 결과는 보면 성공과는 거리가 멀다. 과도기에 기존의 질서가 바뀌는 것을 ‘패러다임 시프트(paradigm shift)’라고 표현하는데, KCC의 경영진들이 시대변화의 바람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건설업과 유통업으로 진출은 신중했어야 했다현재 건자재 시장은 신규 주택건설이 급감하면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정상적이라면 1998년 아시아금융위기로 한국 건설시장이 침체되었어야 했는데, 정부가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경기부양정책을 수단으로 부동산을 선택하면서 부동산시장에 거품이 생기기 시작했다.정부는 건설시장의 각종 규제를 풀어 기업이 막대한 이윤을 남겨 재무구조를 개선하도록 배려했다. 분양가 자유화로 건설회사들은 사회적 비난을 받지 않고, 합법적으로 막대한 개발차익을 얻을 수 있었다. 주요 선진국은 2000년대 초반부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부동산 거품이 형성됐다가 이후로 빠졌는데, 유독 한국만 거품이 더 커졌다. 정부는 거품이 붕괴될 경우 경기침체가 가속화될 것을 두려워해 시장에 자금을 더 풀었다.결국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시장의 니즈(needs)라고 판단한 중견 건설회사들도 부동산시장에 뛰어 들었다. 하지만 오를 대로 오른부동산 가격과 너무 커진 가계부채로 인해 부동산 시장은 침체기에 돌입했고 무리한 투자에 열중한 건설회사들은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 거품팽창 시기에 중견 건설회사를 인수했던 대기업도 2010년 이후 침체된 건설시장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주저 앉았다. 극동건설을 인수했던 웅진그룹은 그룹 자체가 공중 분해되었고, 혜성처럼 나타나 10대 그룹에 진입했던 STX그룹도 조선업의 불황에 겹친 STX건설의 부진으로 수 차례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무너졌다.두산그룹도 두산건설을 살리기 위해 초우량 기업인 두산중공업의 이익을 끌어다 사용했고, 한라그룹도 한라건설의 부실을 메우기 위해 주주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만도를 흑기사로 변신시켰다.LG그룹에서 분가한 GS그룹도 GS건설이 지난해 어닝쇼크를 기록하면서 위기에 직면해 있다. 다른 그룹들도 건설계열사로 인해 유동성 위기에 빠져 있다. 정부의 잘못된 부동산 정책이 초우량 기업들마저 부실화시키고, 건설시장에 부실기업들을 양산하게 된 것이다. KCC도 건자재 사업에만 열중해야 하는데, 건설사업에 무리하게 진입했다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건설경기가 너무 좋아 쉽게 이익을 남길 수 있다고 판단해 진입했겠지만, 특별한 기술력이 없는 회사가 쉽게 큰 돈을 장기간 벌 수 있는 시장은 많지 않다. 건설업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사업이지만, 기술력을 축적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KCC가 건설시장에 뛰어든 이유 중 하나는 자신들이 생산한 건자재의 안정적인 수요처를 발굴하겠다는 목표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KCC가 현대그룹이라는 국내 최고 그룹의 관련 그룹이지만 시장에서 ‘갑’인 건설사를 상대로‘을’로 사업하는 것에 대해 불안감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다른 이유는 건자재 시장이 기술력보다는 연고에 의한 영업이나 단가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KCC의 대표제품인 유리, 석고보드, 페인트 등이 기술력을 많이 필요하지 않아 언제, 어디서 경쟁자가 나올 지 몰라 불안했을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KCC가 건자재 사업에 올인하지 않고, 건설업이나 기타 사업까지 확장한 것은 현명한 결정은 아니었다. KCC의 건자재를 사용하는 건설회사들과 경쟁도 불가피했고, 다른 건자재업체가 끼어들 여지를 만들어진 것이다.마찬가지 이유로 건자재 유통전문점인 홈씨씨사업도 기존의 중소 대리점과의 마찰을 일으켰고 거창한 사업계획과 달리 성과는 미미하다. 홈씨씨도 유통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면 단순 제조업체에 머물 수 밖에 없다는 절박감에서 시작했지만 접근방법과 전략에 문제가 있었지 않나 판단된다. 그리고 사업이라는 것이 한번 시작하면 다양한 이유로 인해 출구(exit)전략을 선택하기 쉽지 않고, 출구전략을 선택해도 큰 손실을 내지 않고 안전하게 마무리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는 단순한 사실을 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기업이 지속가능성장을 유지하기 위해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건설업이나 유통업으로 진출결정은 신중했어야 했다. KCC가 건설업과 유통업을 시작한 것은 현명한 결정이 아니었다는 점은 명백하다. 차라리 기존의 제품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술력 개발에 투자를 했더라면 최근 경험하고 있는 위기는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 유리도 고기능성 시장을 개척해야 승산이 있다건축기술이 고도로 발달하면서 건자재시장도 변하고 있다. 건물을 시멘트가 아니라 H빔과 같은 철골로 기둥을 세우면서 시멘트업체들은 수요감소로 영업에 타격을 입고 있다.건물의 벽면이 사라지면서 KCC가 생산하고 있는 석고보드의 수요도 줄어 들고 있다. 건물의 천장도 보드로 마감하지 않고, 그대로 두는 경우도 많다.건물의 외벽에 유리를 붙이기 때문에 타일이나 외벽용 화강암의 수요도 사라지고 있다. 외벽을 유리로 완성한 건물들은 페인트를 칠할 필요도 없어 페인트를 팔기도 어려워졌다. 2000년대 이후 주택이나 상업용 건물, 공공건물 할 것 없이 모두 위와 같은 변화에 노출되었다. KCC의 입장에서 기업의 존폐가 달린 위기감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판단된다. 유리로 외벽을 막는 고층빌딩이나 상업용 건물에는 국내 업체들이 생산하는 단순 판유리가 아닌 고기능성 유리가 사용된다.고기능성 유리는 외국업체들이 생산해 수입하므로 상당히 비싼 가격이지만 햇볕이나 외부기온에 영향을 덜 받고, 냉난방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많이 선택된다. 국내기업들은 고층건물에 사용되는 고기능성 유리를 생산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지만 관련 시장은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KCC도 판유리 생산에 목을 매기 보다는 고기능성 유리개발에 R&D투자를 늘려야 한다. 고기능성 유리도 아주 특별한 것이 아니라 기존의 유리에 기능성 필름을 입힌 것에 불과하다.기능성 필름을 개발하는 것은 정밀화학산업에 속해 쉽지는 않겠지만 불가능한 영역도 아니라고 판단된다. KCC의 계열사인 코리아오토글라스도 자동차유리를 제조하고 있는데, 단순한 유리가 아니라 차량용 방탄유리까지 개발한다면 시장을 확대할 수 있다.정세가 불안정한 중동, 북아프리카, 남미 등의 지역에서 차량용 방탄유리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서유럽이나 미국에서도 각종 폭력적인 범죄와 총기사용이 늘어나면서 방탄유리가 많이 팔리고 있다. 국내 유리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KCC가 건축용 판유리시장의 이익을 향유하면서 혁신의 기회를 놓친 것이다. ‘물이 끓고 있는 냄비 속의 개구리’처럼 현실에 안주하다가 세상의 변화에 둔감했던 것이다.하지만 아직 늦지는 않았다. 고기능성 유리시장도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어 기술개발만 한다면 진입할 여지는 여전히 많다. 세계 4대 실리콘 기업으로 도약한다며 막대한 투자를 했지만 실패한 폴리실리콘 사업보다도 전망이 밝은 분야다. 폴리실리콘사업은 명확한 시장이 없는 뜬 구름 잡는 사업이었지만 고기능성 유리사업은 이미 있는 시장이고, 수요도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KCC가 고기능성 유리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한다면 좁고도 경기변동에 민감한 국내시장에 머물지 않고,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도 쉽다.이제 단순한 제조기법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기술력만이 기업의 미래를 담보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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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C의 창업자인 정상영 회장은 수십 년간 국내 최고의 재벌기업으로 군림했던 현대그룹의 창업주인 정주영 회장의 친동생이다.정상영 회장이 KCC를 창업하던 시기에도 현대그룹은 이미 국내 굴지의 그룹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KCC는 정상영 회장이 형의 도움 없이 맨손으로 성장했다고 하지만 현대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이 없었다면 오늘의 KCC는 없었다고 볼 수 있다. KCC의 기업문화를 진단하기 위해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SWEAT Model의 세 번째 DNA인 성과(Performance)을 이익(profit)와 위험(risk) 측면에서 평가해 보자.◇ 재무투자에 능하고 튼튼한 기업이라는 인식 KCC는 국내 건축자재 시장에서 확고한 지위를 바탕으로 재무구조가 튼튼한 알짜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2003년 현대그룹이 자금난에 빠져 정몽헌 회장이 지원을 요청했을 당시에도 자금지원을 아끼지 않았다.2008년 한라그룹의 정몽원 회장이 자동차 부품업체인 만도를 재인수할 때도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했다. KCC는 주요 고객사라는 이유로 현대중공업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 등의 주식도 상당량 보유하고 있었다.2011년 12월에는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에버랜드 주식을 재무적 투자목적으로 매입하기도 했다. KCC는 범 현대가 그룹과 주식이나 투자거래를 하면서 손해를 보기보다는 막대한 차익을 거뒀다. KCC가 주식투자에 대해서는 일가견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막대한 규모의 현금유보금과 주식보유 지분으로 인해 재무구조는 매우 튼튼하다.KCC의 재무구조가 긍정적으로 평가 받는 이유 중 하나는 이익을 내고 있는 주요 사업이 안정적인 매출처를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자동차용 도료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선박용 도료는 현대중공업과 삼호중공업, 가정용 도료나 건자재는 현대건설, 현대아이파크, 현대산업개발, 현대엠코를 포함한 범 현대가 건설회사 등이 주요 고객이다. 자동차용 안전유리도 국내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고객이다. 이들 범 현대가 기업들도 KCC 제품의 품질에 문제가 있었거나 가격이 터무니 없이 비쌌다면 고객이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본다. 안정적인 고객군도 확보하고 있지만 KCC는 이들 사업에 막대한 매출을 달성하고 있으며, 이익도 내고 있다.다만 그룹 매출의 60% 이상을 건자재 사업에서 내고 있는데 국내 자동차시장과 조선시장의 성장이 한계에 직면해 있고, 건설시장은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다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악화되고 있는 외부환경이 재무구조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그동안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던 범 현대가 기업들도 실적부진으로 인해 원가하락 압력을 받고 있어 KCC가 일정 수준 이상의 이익을 내도록 방치할 수 없다는 것도 고민거리다.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은 글로벌 가격경쟁력을 이유로 KCC에게 원가절감을 요구하고 있다. KCC입장에서 보면 수요는 정체되거나 줄어들고 있는데, 납품단가가 떨어지면서 외형매출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아직까지는 큰 문제가 되지 않고 있지만, 이 추세가 장기화될 경우 튼튼하다고 자부하고 있는 재정건전성도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 전방산업의 부진으로 공장가동률까지 하락 KCC의 핵심계열사인 ㈜KCC의 매출 50%는 도료사업이, 30%는 자재사업이 차지하고 있다. 도료사업은 자동차도료를 빼면 선박용 도료와 건축용 도료는 이미 포화상태다.자동차도료시장은 현대자동차그룹이 최근 몇 년 동안 중국, 미국 시장에서 판매대수를 급격하게 늘리면서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2013년부터 현대자동차그룹의 판매성장세가 둔화되고 있어 실적이 예상치를 하회할 가능성이 높다. 현대자동차그룹은 국내소비자 역차별 논란을 겪으면서 국내시장의 점유율도 하락하고 있다.건축용 도료도 신축 건물이나 아파트시장이 큰데, 2010년 이후 국내 아파트시장이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리모델링이나 재건축 수요도 사라지면서 매출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오래된 아파트나 건물들도 경비절감을 이유로 외벽 단장을 소홀히 하면서 수요가 늘어나지 않고 있다.건축외벽을 유리로 하거나 대리석으로 치장하는 건물들이 늘어나는 것도 건축용 도료의 수요를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아파트건설시장이 활성화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안정적이지만 범 현대가에 집중된 고객군을 다변화하기 위해 KCC는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2011년 삼성에버랜드의 지분을 매입했다.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KCC가 범 현대가에 치중된 사업구조를 탈피해 삼성그룹까지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2년이 지난 현재의 결과로 보면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은 빗나갔다. KCC가 삼성그룹 관련 계열사로부터 선박용 도료와 건축용 도료의 주문을 많이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과는 달리 실제 수주액은 거의 없었다.KCC가 주로 생산하는 선박용 도료는 일반 상선용인데, 삼성중공업은 특수선박이나 플랜트를 주로 건조하고 있기 때문에 특수용 페인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삼성물산 건설사업부로부터도 건축용 도료매출도 늘어나지 않았다.전방산업인 건설, 조선 등의 시장상황이 호전되지 않으면서 ㈜KCC의 공장가동률도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 외부자료에 따르면 한때 공장가동률이 80%가 넘었지만, 2008년 이후 60%대로 떨어졌다고 한다. 공장가동률이 떨어지면 생산원가가 상승해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고, 판매까지 감소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문제는 현재까지는 막대한 현금보유금액으로 잘 버텨왔는데, 향후 몇 년 동안 상황이 호전될 여지가 낮다는 것이다. 건설시장은 박근혜정부의 부양의지에도 불구하고 가계, 기업, 정부 모두 막대한 부채를 지고 있어 회생시키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택보급률이 높은 것도 문제이고, 가계부채가 많아 투자여력도 부족하다. 신규아파트 건설시장뿐만 아니라 재건축, 리모델링 시장도 호전되기 어렵다.조선산업도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의 국가들이 조선산업에 투자를 늘리고 있어 한국 조선업체들의 경쟁력이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 KCC의 도료를 주로 사용하고 있는 현대중공업도 플랜트, 특수선박에 비해 상선부문의 경쟁력은 약해 수주가 더 이상 확대되기가 어렵다. ◇ 저가수주, 담합 등 경제민주화 역행 논란 초래지난해부터 KCC는 전방산업의 부진으로 인한 매출감소를 타개하기 위해 영업활동을 강화했다. 한정된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저가수주를 하고, 매출감소로 인한 영업이익을 보전 받기 위해서는 가격담합을 할 수 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건축자자재업체들은 KCC가 범 현대가 건설회사로부터 좋은 가격조건으로 일감 몰아주기 혜택을 받고 있으며, 이를 통해 얻은 이익을 기반으로 다른 건설회사입찰 등에서 저가를 무기로 수주금액을 늘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범 현대가 건설회사들이 KCC로부터 건축용 도료나 건축자재를 구입하는 것은 내부 거래나 일감 몰아주기로 보기는 어렵다. 공정거래법 상으로도 이들 기업은 개별 그룹에 속하기 때문에 내부거래는 아니다.다만 이들 기업이 공정한 경쟁입찰을 통하지 않거나, 시장가격보다 현저하게 높은 가격으로 건자재를 KCC로부터 구입할 경우 배임행위에 해당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 부문에 대해 조사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은 명확한 물증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건축자재업체들은 KCC가 도료시장에서 번 이익금을 바탕으로 건축자재시장에서 매출을 늘리기 위해 저가 공세를 펼치고 있다고 말한다.통상적으로 대기업의 계열사들은 내부 거래로 안정적인 매출과 이익을 보장받고, 공공이나 외부 사업에서는 저가를 무기로 사업을 싹쓸이한다. KCC가 그룹의 미래가 유통에 달려 있다고 판단해 제조사업을 넘어 유통사업을 강화하자 관련 영세업체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고 보인다.특히 박근혜정부가 경제민주화 정책을 발표하자 대기업보다는 덩치가 작다는 이유로 사회적 약자로 보호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2013년 6월 공정거래위원회는 KCC와 한국유리가 건축용 판유리 제품가격을 담합해 인상했다는 이유로 384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주장에 따르면 KCC와 한국유리의 건축용 판유리 시장점유율은 60%에 달하고, 이들 업체가 담합으로 수 천억 원의 부당이익을 챙겼을 것이라고 예상된다.또한 공정거래위원회는 담합에 관여한 KCC와 한국유리의 임원을 검찰에 고발했다. 석고보드와 같은 다른 건축자재와 마찬가지로 건축용 판유리 시장도 건설업의 부진으로 매출이 급감하자 이익을 보전하기 위해 가격담합을 한 것으로 보인다. KCC는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시장다각화를 위해 해외사업과 유통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글로벌 스탠다드(global standard)에 적합한 기업윤리를 정립해야 한다.국내에 많은 대기업들의 평균 수명이 수 십 년에 불과하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국내기업에 머무는 이유는 윤리경영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윤리경영은 대외 홍보용 액세서리가 아니라 글로벌 기업의 생존에 필수적인 핵심경쟁력(core competency)이다.사회나 국가가 기업에게 윤리경영을 강요하기 이전에, 기업 스스로 윤리경영에 매진해야 글로벌 기업이 될 수 있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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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는 범 현대가에 포함되는 대기업임에도 불구하고 현대자동차, 현대그룹 등과는 차별화되는 기업문화를 갖고 있다. 정인영 회장의 경우 국내 다른 대기업 창업자들과 달리 영어로 자료의 학습을 통해 해외 경제동향을 빨리 접해 산업 트렌드 파악에 유리했을 것으로 판단된다.하지만 사업 아이템의 선택이 좋다고 사업에서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도 한라의 사례에서 보면 알 수 있다. 한라의 기업문화를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기업문화 측정과 혁신도구인‘SWEAT Model’에 적용해 5-DNA 10-Element의 성취도, 기업문화 위험관리, 혁신전략 등을 종합적으로 진단하고 평가해 보자. ◇ 5-DNA 10-Element의 성취도 분석▲ [그림 21-1. 5-DNA 10-Element 분석]한라의 기업문화를 SWEAT Model의 5-DNA 10-Element를 점수로 평가해 보면 [그림 21-1]과 같다. 한라의 기업문화 성취도를 평가하면 IMF외환위기로 해체되었다가 다시 일어선 저력을 갖고 있는 기업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낮은 편이다.DNA 1인 비전의 경우 사업목표를 잘 설정했지만, 사회적 책임은 특별히 두드러져 보이지 않는다. 현대양행이 중공업을 출발점으로 삼고, 자동차부품, 조선/플랜트로 사업영역을 확장한 것은 산업 트렌드를 작 파악한 결정이라고 볼 수 있다. DNA 2인 사업은 제품선택은 아이템 선정을 잘 했다는 측면에서 낙제점을 벗어났지만, 시장은 해외를 지향했지만 결국 국내라는 영역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DNA 3인 성과는 기업이 영속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충분한 이익을 확보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익은 미미하고, 위험은 관리하지 못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특히 위험의 경우 현대양행을 신군부에 빼앗긴 것도 산업합리화 조치에 대한 대비가 부족했고, 조선산업의 버블이 충분히 예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조선과 플랜트에 대한 투자를 늘려 그룹이 해체되는데 결정적인 단초를 제공한 것은 위험관리에 대한 기본적인 시스템조차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DNA 4인 조직은 업무의 분장이나 인재육성과 같은 전략이 보이지 않아 성과 다음으로 나쁜 평가를 받은 DNA가 됐다.한라가 범 현대가의 기업군에 포함되지만 현장 중시나 과감한 추진력과 같은 조직의 역동성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정인영 회장의 개인적인 성향이 많이 반영된 것으로 판단된다.DNA 5인 시스템은 경영도구에 대한 관심은 높았지만, 이를 체계적으로 도입하려는 노력은 부족했던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만도가 1995년부터 ERP를 구축하고 디지털 경영을 시도했지만, 실질적인 효과를 크게 보지는 못했다.한라가 뛰어난 인재를 영입했거나 육성하는 체계는 없었지만, 그룹을 키울 수 있었던 것은 운영혁신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 기업문화 위험의 관리전략▲ [그림 21-2. 기업문화 위험의 관리]한라가 기업문화 5-DNA를 인식하고 관리하는 수준을 평가해 정리한 것이 [그림 21-2]다. 5-DNA 10-Element를 평가한 결과를 반영하면 비전, 성과, 조직 등 5개의 DNA 중 3개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위험 영역에 속하고, 무시할 수 있는 위험영역에는 하나도 없다.대부분의 대기업은 최소한 1개 이상의 DAN가 무시할 수 있는 위험영역에 포함돼 기업문화 혁신전략을 수립하기 쉬운데, 한라의 경우 깊은 고민을 하지 않으면 혁신도 어렵다. 관리 가능한 위험영역에 포함된 사업과 시스템도 전략적으로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유기적 조화도는 ‘중’으로 높지 않다. 기업문화를 혁신하기 위해서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DNA는 사업과 성과이고, 다음으로 조직과 시스템이다.사업의 경우 정인영 회장의 경우 사업 아이템선정은 잘 했지만 시장의 다각화나 글로벌화는 미진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최근 정몽원 회장이 건설부문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차라리 건설은 포기하고 자동차부품의 품질개발에 더 투자를 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판단된다.성과도 만도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계열사가 적정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으며, 위험관리도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위험관리는 위기관리를 위한 종합적인 경영전략을 수립한 이후에나 가능하므로, 그룹차원의 접근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 한라가 채용하고 있는 혁신 전략▲ [그림 21-3. SWEAT Model로 분석한 한라 기업문화]SWEAT Model로 한라의 기업혁신방법을 분석해 보면 [그림 21-3]과 같다. 한라의 기업혁신전략은 유럽 기업들이 선호하는 ‘E-Type Model’을 채용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 중에서는 한진그룹, 현대중공업 등이 동일한 모델을 통해 기업문화를 혁신하고 있다. 범 현대가에 속하는 현대그룹이나 현대자동차그룹이 T-Type Model을 선택한 것과도 차이가 있다.국내 대기업 대부분이 일본 기업의 경영전략을 모방했는데, 한라는 유럽 기업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정인영 회장이 돈만 되면 무조건 사업아이템을 선택하기 보다는 전략적으로 산업 트렌드를 읽고 비전을 설정한 이후 한 사업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아쉬운 점은 사업아이템을 선정하기 위해 트렌드를 파악한 것은 좋았지만,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수립하는 데는 능숙하지 못했다는 것이다.현대양행을 국가에 헌납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고 하더라도, 한라중공업을 시작하면서 자금계획을 면밀하게 수립하지 못해 그룹 전체를 위기로 몰고 간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현대양행의 사례를 통해 국가정책이나 산업변화를 예측하는 것이 국내 기업경영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체감했음에도 불구하고 위험요소를 모니터링해 대처할 수 있는 위기관리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노력을 게을리 했다고 볼 수 있다. 한라가 100년 기업이 많은 유럽기업의 경영전략을 채용한 것은 매우 좋은 선택이었지만,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수립하고도 기업혁신 노력이 비전을 넘어 사업, 성과, 조직, 시스템으로 충분히 전파하지 못했다는 것은 아쉽다. 2008년 만도를 인수한 이후 한라가 재도약의 계기를 마련했지만, 다시 어려움에 봉착한 것도 기업혁신에 대한 명확한 장기전략을 수립하지 않고 단기 전술에만 골몰하기 때문이다.한라의 정몽원 회장도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전술을 구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창업자가 가졌던 사업보국의 정신을 잊지 않아야 한라의 화려했던 과거를 재현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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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의 기업문화를 분석하면서 느낀 점은 아무리 사업 아이템이 좋고 계획적으로 추진해도 세부 실행계획이 부실하면 장기간 사업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인영 회장이 형인 정주영 회장을 도우면서 사업경험을 쌓았고, 세상의 흐름을 읽고 아이템을 적절하게 선택했지만 의도한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2008년 만도를 재인수한 이후에도 과거 한라의 기업문화를 이식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잡음이 끊이지 않고 일고 있다. 정몽원 회장의 입장에서는 답답하겠지만, 현재 상황을 보면 돌파구를 찾기가 어렵다. ◇ 한라그룹보다는 만도그룹이 더 설득력이 높아한라가 재도약을 위한다면 사명을 변경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고 생각한다. 한라라는 이름이 특별한 의미를 가진 것도 아니고, 한번 실패한 기업이라는 이미지도 강하기 때문이다.무엇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한라의 지주회사역할을 하는 ㈜한라가 사업이 부진하고, 앞으로도 개선될 여지가 낮아 그룹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기 때문이다.외국의 경우 기업들이 위기에서 극복한 이후에 사명을 변경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제품이 회사이름보다 더 유명해진 경우에도 사명을 변경하기도 한다. 금호그룹의 경우에는 한차례 위기를 경험한 후 그룹 이름을 버리기는 아깝고,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이 차지하는 사업의 비중이 높자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 이름을 변경했다. 한라도 그룹 회생의 주역이었던 한라그룹은 존재감이 미약해졌고, 오히려 재인수한 만도가 더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어 만도로 그룹 이름을 변경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한라라는 이름도 많은 고민 끝에 지었고, 약 50년 동안 유지했기 때문에 브랜드 가치도 크다고 생각하겠지만, 유지하는 것보다 변경하는 것이 더 유리할 수 있다.한라가 삼성, 현대 SK, LG 등과 같이 일반인에게 강하게 각인된 이름도 아니고, 전문가들도 IMF때 망했다가 다시 살아난 범 현대가 기업 중 하나라는 인식 정도 갖고 있다. 한라라는 이름이 주는 브랜드 가치가 오너나 임직원이 생각하는 것보다 낮을 수 있다는 말이다. 반면에 만도는 현재 한라의 사업 대부분을 점유하고, 가장 확실한 캐시카우(cash cow) 역할을 하고 있다. 한라건설을 ㈜한라로 이름을 바꾸고, 정몽원 회장이 선두에 서서 경영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한라가 정상적으로 살아 남기는 어렵다고 평가한다.㈜한라를 살리기 위해 무리한 지원을 하기보다는 만도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부품 R&D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 ㈜한라는 국내 건설업체로서도 존재감이 미약한 반면, 만도는 자동차 부품업체로서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도 사명을 변경할 이유로 충분하다. 한라의 그룹명이 ㈜한라자원에서 왔다고 하는데, 특별한 의미를 가진 것도 아니다. 하지만 만도는 ‘Man do’, 즉 인간은 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한다.한라도 만도가 정인영 창업주의 지칠 줄 모르는 도전과 성취의 집념을 표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여러 번 어려움을 겪었지만 다시 살아나고 있는 한라의 역사도 한라라는 의미 없는 이름보다는 인간은 모든 일을 성취할 수 있다는 만도라는 이름이 더 잘 어울린다. 한라라는 이름을 버리고, 만도그룹으로 그룹 이름을 변경하고, 건설과 같은 사업은 버리고 글로벌 자동차부품그룹으로 변신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라고 판단된다.자동차부품 관련 계열사도 만도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이 유리하다. 만도의 자회사인 한라마이스터도 차라리 만도마이스터라고 명명했다면 자동차 부품유통 업체라는 이미지를 향상시키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본다.한라마이스터가 일반물류까지 시작하면서 종합 물류기업으로 도약하고자 노력하기 위해 한라마이스터로 했을 수도 있지만, 기업을 정체성을 찾기는 더 어려워졌다. ◇ 오너는 취미생활과 기업경영은 분리하고, 주주에게 믿음을 줘야 한다2013년 정몽원 회장이 22대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 선거에 출마해 회장으로 선출되었을 때 기업 전문가들은 우려를 금치 못했다. 정몽원 회장이 아이스하키에 높은 열정을 갖고 아이스하키구단을 운영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룹의 경영환경이 우호적이지 않은 때에 본업보다는 취미생활에 집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 것이다.특히 한라의 지주회사역할을 하고 있는 한라건설이 계속되는 지원에도 불구하고 정상화가 요원했고, 만도와 한라건설간 일감몰아주기 논란도 거셌다. 그룹 회장으로서 현안 난제가 산적해 있었고, 문제의 대부분은 아직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스포츠를 그룹 홍보수단으로 여겨 투자하고 있지만 효과가 크지 않은 편이다. 비인기종목인 아이스하키도 스포츠발전을 위해 투자여력이 있는 기업들의 투자가 필요하지만, 한라가 투자여력이 충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기업의 스포츠에 대한 투자를 홍보를 위한 자발적인 결정보다는 군사정권의 정권유지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다. 군사정권은 스포츠에 대한 투자를 늘려 국민의 관심을 정치에서 멀어지게 하는 우민화 정책을 선택했고, 그 결과 국가경제력보다 더 많은 투자가 스포츠에 집중적으로 이뤄졌다.투자의 목적이 불량했고, 단기간에 효과가 높은 종목 위주로 투자를 하면서 스포츠산업은 비정상적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그룹 차원에서 홍보 목적으로 스포츠구단을 운영하는 것과 회장이 관련 협회의 임원을 맡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협회에 임직원이 있지만, 비인기종목의 경우 회장이 사재를 출연하지 않으면 협회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정몽원 회장도 협회장을 하기 위해 50억 원 투자하겠다고 공약했다.국민들에게 인기 있는 스포츠의 경우 협회활동이 그룹의 인지도를 높이고, 투자한 시간보다 홍보효과가 큰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최근의 사례를 보면 대부분의 협회활동은 시간만 낭비하고 그룹 경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톱 대기업보다는 중견 대기업 회장들이 협회활동을 통해 대중적인 인지도를 높이고, 이를 그룹홍보에 활용하기 위해 그룹경영에도 시간이 부족하지만 무리하게 협회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이런 경향은 창업자보다는 2세나 3세의 경우 더욱 두드러진다. 창업자의 경우 기업경영을 할 시간도 없는데, 외부 겉치레 업무에 투자할 시간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홍보성 외부행사를 최대한 자제한다. 외국의 경우, 대기업 경영자가 협회활동으로 기업경영에 소홀히 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 개인차원에서 스포츠협회의 일을 하고자 하면 기업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자신은 관여하지 않는다.그러나 한국의 경우 대기업 오너가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 대처하기 위한 전략수립에도 시간이 부족한데 협회행사에 빠짐없이 다니고 있다. 오히려 언론에서도 바쁜 대기업 오너가 자신이 회장을 맡고 있는 종목의 경기를 관람하고 있는 것을 해당 종목과 선수에 대한‘애정’이라며 미담 기사로 보도한다. 한국에서만 통용되는 이해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스포츠협회의 회장을 맡고, 기업경영보다 개인의 취미생활에 더 애정을 갖는 것은 비단 정몽원 회장만의 일은 아니다. 그다지 바쁘지 않은 중견 그룹의 2세, 3세 회장들은 그렇게 하는 것이 기업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 대부분 취미생활을 열심히 한다.기업의 이슈로 TV프로그램이나 신문에 보도되기는 어렵지만, 스포츠의 경우 올림픽, 월드컵 등 대형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집중적인 조명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영자가 경영능력보다 스포츠에 대한 지원과 취미생활로 사회적 인지도를 얻는 것은 자랑할 일이 아니라 오히려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며칠 후인 2014년 2월 7일부터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이 러시아에서 개최된다. 한국도 사상 최대의 선수단을 파견했고, 금메달 4개를 획득해 종합 7위의 성적을 목표로 하고 있다.비인기종목이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었던 것은 기업들의 지원이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어떤 종목이 금메달을 따느냐에 따라 후원한 기업들의 희비가 엇갈릴 것이라고 본다.아마도 관련 협회의 회장들도 열일 제치고 현장에 달려가 TV화면에 얼굴 비출 기회만 노릴 것이다. 그동안 투자한 돈을 생각하면 당연하게 그렇게 해야 한다.그러나 2014년 2월 현재 한국의 경제상황은 경영자들이 동계올림픽 성적에 희희낙낙(嬉嬉樂樂)할 수 있을 정도로 녹록하지 않다. 지난해 연말부터 미국의 테이퍼링(Tapering) 정책이 가속화되면서 브릭스로 대표되는 신흥공업국들의 경제가 요동을 치고 있다.일본의 급격한 엔저정책으로 이미 지난해 4분기부터 한국의 대표기업들의 실적에 빨간 불이 들어 왔다. 간판기업인 삼성전자도 중국시장에서 스마트폰의 판매가 감소하고,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도 품질문제로 해외판매가 둔화되고 있다. 한라도 주력기업인 만도의 실적이 현대자동차그룹에 얽매여 있어, 2014년을 낙관하기 어렵다. 전방기업인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실적이 부진하면 만도와 관련 부품기업의 실적도 떨어질 수 밖에 없다.경영자는 경영실적으로 자신의 능력을 검증 받아야 한다. 개인적인 선호는 단순히 취미생활에 그쳐야 하고, 기업경영에 어떠한 영향을 미쳐서도 안된다.경영자는 주주들이 실적에 대해 불안한 마음을 갖지 않도록 경영에 전념해 확고한 믿음을 줘야 한다. 주주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신뢰를 얻을 때 기업은 장기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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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는 정인영 창업주의 역량에 따라 극심한 부침을 겪은 그룹이다. 정인영 회장은 산업화의 변화를 다른 그룹 창업주들과 달리 잘 파악했지만, 구체적인 실행전략을 세우는 데는 능숙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선진국의 산업발전 단계나 기술개발 현황을 다른 기업보다 먼저 파악할 수 있었던 것은 글로벌 경영정보(Global Business Intelligence)의 수집에 심혈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정인영 회장의 이러한 경영스타일은 한라의 임직원에게 전파된 것으로 보여 한라맨(한라 임직원을 모두 한라맨이라고 총칭했다)들은 산업감각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한라의 기업문화를 진단하기 위해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SWEAT Model의 네 번째 DNA인 조직(Organization)을 일(job)과 사람(people) 측면에서 평가해 보자.◇ 한라정신을 기반으로 발전과 도약을 하자며 임직원 독려한라도 삼성그룹, LG그룹, SK그룹 등과 구별되는 한라만의 정신을 갖고 있으며, 이는 범현대가로 불리는 현대그룹,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중공업그룹, 현대백화점그룹, KCC그룹 등과도 차별화된다.범현대가를 일군 정주영 회장이 현장을 중시하고, 무조건 부딪히는 사업방식을 선호했다면, 정인영 회장은 선진국의 경영정보를 수집∙분석해 산업의 트렌드를 읽는 것을 가장 중요시한다. 이러한 정인영 회장의 스타일이 한라의 정신에 배여 있다고 볼 수 있다. 한라의 정신은 진취적인 노력, 창의적인 계발, 공동체 의식 등 3가지다. 진취적인 노력은 업무를 수행해 나가는 추진력이 된다. 도전정신과 성취욕구를 갖고 어떠한 난관에 부딪혀도 굴하지 않고 목표한 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원동력이 된다.창의적인 계발은 문제의식을 갖고 업무를 수행하면서 자발적으로 업무를 개선하려는 의지뿐만 아니라 자신의 역량을 계발하려는 노력을 말한다. 공동체 의식은 서로를 격려하며 협조하는 화합과 동료애를 바탕으로 이어진 한라 공동체를 만들어가자는 의지의 표현이다. 한라는 한라정신을 기반으로 발전과 도약을 하자며 임직원을 독려하고 있다.한라의 인재상은 목표∙성취욕∙열정을 가진 창조적인 사람, 정직과 성실을 바탕으로 상호 협력하는 도덕적인 사람, 전문지식∙능력∙Global Mind를 갖춘 전문적인 사람이다. 창조적인 사람은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분명한 목표와 성취욕을 소유하고, 도전하는 열정을 갖고 있다.정직하고 도전적인 사람은 사회에 공헌, 구성원의 행복, 고객의 만족, 이윤창출을 위해 정직하고 성실하게 상호 협력하여 순리에 맞게 일을 도모해 나간다.글로벌 마인드와 능력을 갖춘 사람은 치열한 국제경쟁 속에서 지속적인 번영과 생존을 위해 세계 어디에서도 통할 수 있는 전문지식과 능력을 갖추고 맡은 업무에서 성과를 낸다. 각 계열사는 한라의 정신과 인재상을 바탕으로 별도의 인재상을 정립해 실천하고 있다. 한라는 글로벌 사업확장을 위한 글로벌 인재의 확보와 양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주장을 한다.다른 대기업과 달리 그룹이 공중 분해되었다가 다시 재기해 성공한 경우에 해당돼 열정, 창의 등을 중시하고 있다. 특히 외국기업에 의해 경영되었다가 2008년 되찾은 만도의 경우 한라의 핵심 계열사이지만 한라와 다른 기업문화가 형성되어 있어 통합을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도 인식하고 있다. 기업문화 전문가들은 한라가 재도약을 하고자 한다면 초우량 기업으로 성장한 만도의 새로운 기업문화를 기존 한라의 기업문화로 교체하기보다는 만도의 새롭게 창출한 기업문화의 장점을 받아들여, 한라의 기업문화를 새롭게 재창조해야 한다고 조언한다.만도는 한라가 경영할 때보다 외국기업이 경영할 때 더 좋은 실적을 달성했다. 새롭게 창조한 한라의 기업문화가 다른 계열사로 확산돼 체질화될 때 한라가 과거의 영화를 다시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기업문화도 한번 정해지면 수정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환경의 변화에 따라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끊임없이 진화, 발전해야 한다. ◇ 유기적인 One Body를 주창하지만 순혈주의에 얽매여국내 대기업 대부분이 글로벌 인재를 강조하고, 창의적인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능력에 따라 대우를 하겠다며 공언을 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는다. 특정 혈연, 지연, 학연으로 맺어진 계파들이 기업의 핵심요직을 장악하고, 성과를 독점하는 현상이 만연되어 있다.한라도 정몽원 회장이 2012년 50주년 기념사에서 임직원의 단결을 강조하며 ‘유기적인 One Body’체계 정립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라가 주창하는 One Body체계는 성과와 고통을 함께 나눔으로써 만들어지는 굳은 신뢰를 바탕으로 기업경쟁력의 기본이 되는‘스피드’와 ‘일관성’을 생성하게 된다. 기업이 지향하는 비전과 무슨 행동을 실행해야 하는지를 공유하도록 해 조직을 역동적으로 만든다.한라의 One Body체계는 쉽게 얘기하면 임직원 모두가 혼연일체가 되자는 의미이다. 리더는 조직 구성원을 하나로 뭉치게 만들 수 있어야 한다. 리더가 비전을 잘 설정하고, 성과와 고통을 구성원에게 합리적으로 배분할 때 조직은 단결할 수 있다. 정몽원 회장이 한라의 옛 위세를 회복하고자 하는 마음과 현재 유일한 우량기업인 만도를 기반으로 삼지 않으면 그 꿈을 실현할 수 없다는 것이 명백하다. 그런데 한라가 만도를 인수한 이후 핵심요직에 자동차 부품사업과 관련이 없는 한라 출신 인사들을 배치한다는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이미 인수한 기업이니까 자신에게 충성하는 인사들로 채우는 것은 경영권 행사에 해당되기 때문에 불법행위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정책을 무리하게 적용하기 위해 소위 말하는 내 사람만 심는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라뿐만 아니라 많은 기업들이 M&A로 인수한 기업들에 주요 경영진을 자기 사람으로 포진시키고, 내부직원들을 인사에서 홀대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코드인사’라고 하는 정책은 단기간에는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용하는데 도움이 되지만, 기업의 본원적인 경쟁력을 파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순혈주의를 기준으로 인재를 등용하는 기업보다 순혈주의를 타파해 능력에 따른 인사를 하는 기업이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 흔히 M&A를 주도한 기업이 피인수기업에서 점령군처럼 행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경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리더십과 창의성을 통해 미래형 인재육성 노력 한라는 인재양성의 핵심을 리더십과 창의성으로 파악하고 있다. 리더십은 모든 일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고, 구성원들과 소통을 잘 하는데 도움이 된다. 창의성은 기업이 다른 경쟁기업과 차별되는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리더가 창의적이고, 구성원까지 창의성을 겸비한다면 기업은 시장을 선도하는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정몽원 회장은 한라의 훌륭한 전통에 차별성을 가미해 한라 고유의 색깔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리더십과 창의성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사람을 좋은 인재라고 보고 있으며, 미래형 인재는 창의성과 리더십을 갖추고 있으면서, 여러 가지 일을 복합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멀티능력’을 갖추고 있는 인재를 말한다. 미래형 인재를 육성해 신사업을 발굴하고, 신시장을 개척하는데 활용하기로 했다.똑똑하게 일하는 문화를 정착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Work Smart 캠페인을 통해 불필요한 업무를 줄이고, 합리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며, 신뢰와 배려를 기반으로 한 소통을 통해 ‘스마트 한라’를 구현하겠다는 전략을 실천하고 있다. 미래형 인재가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효율성을 높이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지만, 미래형 인재가 모호한 개념이라는 지적을 겸허하게 수용해야 한다. 창의성도 국내 최고 대기업인 삼성그룹이 10년 이상이나 주창하고 있지만, 아직도 실현하지 못한 과제다.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 가전, 스마트폰, LED 등에서 막대한 매출과 이익을 내고 있지만, 아직도 창의적인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외국언론이나 기업들로부터 창의성이나 혁신기업이라는 이미지보다는 ‘모방쟁이’라는 카피 캣(copy cat)으로 통한다. 한라가 그동안 보여 준 사업이력이 창의성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창업주인 정인영 회장은 다른 대기업과 달리 중공업이 미래산업이라는 사실을 일찍 파악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지만, 현대양행을 빼앗긴 이후 추진한 자동차부품업이나 조선과 플랜트사업은 창의성과는 거리가 멀다. 한라가 어려움에 봉착하게 된 것도 창의적인 사업을 하지 않고, 다른 대기업이 하는 사업을 모방했기 때문이다. 정몽원 회장이 한라건설을 ㈜한라로 사명을 변경하고 국내 사업을 다각화하고, 해외사업을 확대하기로 한 결정은 다른 건설기업들을 모방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특별한 인맥이나 기술력을 보유하지 못했고, 국내사업에서도 돈을 벌지 못하는 건설업체가 경쟁력이 뛰어난 글로벌 기업들이 수 없이 포진한 해외 건설시장에서 선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만용이다.가능성이 있는 사업을 추진하기 보다는 한라가 강조하고 있는 미래형 인재로 TFT를 구성해 신사업을 찾도록 맡겨야 한다.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창의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새로운 사업을 찾아야 성공가능성이 높아진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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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는 다른 중견 대기업과 유사한 수준의 IT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으며, 핵심 계열사인 만도가 시스템을 선도하고 있다. 2000년대 초 IT거품이 폭발적으로 형성되면서 시스템의 도입비용이 급증하면서 소위 말하는 돈을 잘 버는 기업들 위주로 시스템이 도입된 결과다.시스템을 도입할 경우 기대효과가 비용을 초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기 어려운 기업도 많다. 한라의 계열사도 대부분 비슷한 처지다. 한라의 기업문화를 진단하기 위해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SWEAT Model의 다섯 번째 DNA인 시스템(System)을 경영도구(methodology)와 운영(operation) 측면에서 평가해 보자.◇ 만도가 디지털기업으로 변신을 가장 먼저 선도만도는 1995년부터 전사적 자원관리(ERP), 제품정보관리(PLM), 공급망계획(SCP), 제조실행시스템(MES), 인적자원관리시스템(HRIS), 지식경영시스템(KMS) 등을 도입해 디지털기업으로 변신하기 시작했다.제조업체로서 기본적인 업무수행에 필요한 ER, PLM, SCP, MES 등의 도입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지만, HRIS와 KMS의 도입은 상당히 이른 시기에 도입한 것이다.HRIS는 단순히 오프라인으로 관리하던 인사관리시스템의 프로그램화보다는 직원을 인적자원으로 접근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직원들이 개인의 경험으로 관리하던 암묵지를 형식지로 전환하기 위해 KMS의 도입을 고려한 것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도 국내 대기업 계열사의 대부분이 ERP조차 도입하지 않았다는 것을 감안하면 시스템에 대한 중요성을 일찍부터 파악했다고 볼 수 있다.특히 KMS의 경우 2000년대 중반이 되어서야 기업들이 도입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만도가 빠른 의사결정이 돋보인다. 제조업체가 갖춰야 할 대부분의 시스템을 다른 제조업체보다 빨리 구축한 것이다.당시에 본사와 연구소, 공장의 ERP를 연계하는 기업 어플리케이션통합(EAI)시스템을 도입했다. EAI를 통해 본사와 개별 사업장에서 독립적으로 관리하던 데이터를 통합한 것이다. 그리고 기업정보포탈(EIP)를 도입해 모든 임직원들이 단일 접점을 통해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에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EIP의 경우에도 기업들이 너무 다양한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직원들이 혼란스러워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구축한다. 시스템이 업무를 쉽게 배울 수 있도록 도와주고, 업무의 효율성을 높여주지만, 너무 많은 시스템은 오히려 업무효율을 떨어뜨린다.EIP의 구축과 더불어 고려하는 것이 SSO(Single Sign On)이다. 시스템마다 다른 ID와 패스워드(Password)를 관리하기 어렵기 때문에 하나의 ID와 패스워드로 모든 시스템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SSO이다. 최근에는 대부분의 대기업이 도입하고 있지만,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삼성그룹, LG그룹, SK그룹의 우량계열사만 도입했다. 이후 만도는 2009년부터 ERP 업그레이드를 시작했다. 만도가 해외공장을 다수 보유하고, 해외사업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당시 국내와 10여 개 해외법인을 연결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싱글 인스턴스(GSI) ERP의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다.그리고 연구개발 프로세스의 가시화와 자동화를 위해 기술정보 공유프로젝트로 추진했다. GSI ERP를 구축한 이후 ERP가 경영활동의 핵심 툴로 활용되고, 기업활동정보가 신속하고 정확하게 제공됨으로써 투명성이 확보되며, 기존의 업무프로세스를 통합하고 개선할 수 있게 되었다. ◇ IT컨트롤타워 설치했지만 운용은 원활하지 않아한라는 2012년 그룹의 지주회사역할을 하는 한라건설(현재의 ㈜한라)에 그룹 IT사업본부를 설치했다. IT사업본부는 그룹의 IT전략을 수립하고 실행을 모니터링하는 IT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했다.IT사업본부의 임무는 공통 어플리케이션 전략, 데이터센터 및 HW전략, 모바일∙클라우드 등 신기술 도입전략 등에 관련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다. 계열사가 도입하는 어플리케이션이 적합한지, 어떤 어플리케이션을 도입할 것인지 로드 맵(Road Map)을 그리고, 도입할 신기술의 종류와 시기도 결정하게 된다. IT사업본부의 역할은 그룹의 IT서비스업체가 하는 업무보다 한 단계 높은 그룹의 IT전략 기획자가 해야 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대부분의 그룹 SI업체들은 계열사가 요구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거나, 선진화된 시스템을 소개해 도입을 유도하는 정도의 업무를 수행한다. 한라는 이러한 접근방식을 벗어나 소수의 인력으로 컨트롤타워를 구성해 전사적인 기획업무를 하겠다는 구상을 한 것이다.하지만 실제 소수의 인력으로 그러한 업무수행이 가능한 지, 한라가 그러한 능력을 갖춘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지 등에 대한 의문점이 든다. 어찌되었건 다른 그룹에 없는 조직이다 보니 찬반양론이 매우 엇갈렸다. IT컨트롤타워를 운영하는 장점은 계열사별 중복투자 방비, 계열사별로 유사한 시스템의 도입을 가능케 해 관리비용 절감, 동일시스템을 여러 계열사에 도입하면서 가격협상에 유리, 새로운 시스템 도입 시 실패가능성 최소화 등이다.반면 단점으로는 계열사별 업무특성을 반영하기 어렵다는 점, 그룹의 의사결정을 기다리는 데 시간이 지체된다는 점, 이미 투자된 시스템의 효용성이 사라진다는 점 등을 들고 있다. 장점과 단점 모두 일반론적인 의견에 불과하기 때문에 운영노하우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다. 전문가의 입장에서 왜 한라의 경영진이 다른 그룹에서는 유사사례가 없는 IT사업본부라는 조직을 갑자기 구성했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2012년에 설립한 이후 초기 설립목표와는 달리 특별한 실적은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룹차원의 IT전략을 기획할 수 있는 전문가가 없었거나, IT사업본부의 역할이 외부에 공표한 것과는 달랐을 수도 있다.이미 알려진 것처럼 대기업의 IT서비스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SI업체들은 계열사의 IT서비스를 지원하겠다는 표면적 목표와는 달리 오너의 재산을 편법으로 대물림 하는 첨병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한라도 오너의 그룹 지배력을 확대하고, 계열사의 IT예산을 총괄적으로 통제하는 조직이 필요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고민에서 IT사업본부를 설립했지만, 원활하게 운영하는 데는 제약사항이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업무에 필요한 어플리케이션은 이미 막대한 예산을 들여 도입했기 때문에 추가로 도입할 어플리케이션을 찾는 것도 어려웠을 것이다.데이터센터를 만드는 것도 한라 정도 규모의 그룹이 과연 독립적인 데이터센터가 필요한지도 의문이다. 단순히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관리하는 업무를 맡는다고 해도 계열사를 통제할 수 있을 정도의 지분을 매수할 자금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 시스템은 순수한 동기로 접근해야 효과가 높아국내 많은 기업을 방문해 보면 정말 필요도 없고, 사용하지도 않는 시스템이 너무 많이 도입되어 있다. ERP, SCM, CRM 등과 같은 기본적인 업무관련 시스템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시스템은 사용률이 매우 낮거나 폐기 처분되어 있다.이러한 시스템을 개발하고 유지하는데 정말 많은 돈이 들어간다. 수억에서 수십억, 심지어 수백억을 투입하고도 사용하지 않은 시스템이 즐비하다.행정기관이나 공기업의 경우에는 말할 것도 없고, 일반 기업의 경우에도 그러한 시스템이 하나 둘이 아니다. 이런 시스템을 개발한다고 투입된 예산도 아깝고, 사용하지도 않는데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매년 수억 원의 관리비를 지출하는 것은 더 아깝다. IT산업이 고도로 발달되었다고 자랑하는 한국에서 왜 이런 일이 발생하고 있는 것일까? 대기업들이 IT서비스업을 하는 SI업체를 계열사로 만든 것은 편법으로 재산을 물려주기 위한 목적이 우선했다.돈이 많이 남는 계열사에게 필요하지도 않은 고가의 시스템을 개발하도록 강요하고, 그 이익금은 핵심 계열사의 지분을 매입하는데 사용했다. 왜 해당 시스템을 개발하는지도 모르고 그룹에서 시켜 개발한 시스템이 즐비하다.어차피 그룹의 오너와 경영진이 결정한 일이니 사용하지 않아도, 실패해도 아무도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 시스템을 제대로 개발하고, 업무에 활용하려는 노력도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시스템은 선진화된 경영도구를 도입해 업무효율을 높이고, 임직원의 역량을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개발해야 한다. 직원들이 밑에서 필요성을 절감해 도입하는 시스템이 활용도가 높다. 실제 시스템을 도입하면 업무 프로세스가 간결해지고 통합되면서 업무부담이 경감되어 직원들은 남은 시간을 창의적인 업무에 투입할 수 있다.대부분의 기업에서 직원들에게 창의적인 사고를 하고, 창의성을 계발하라고 주문하지만, 단순반복적인 업무에 찌든 직원들이 창의적이 되기는 어렵다. 경영진이 SI계열사의 매출을 늘려주고, 이익을 높여주기 위해 추진하는 시스템이 직원들에게 환영을 받기 어렵다는 것은 자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오너의 이익을 위해 시스템도입을 고려하고 있는 기업이 많다.최근 몇몇 우량계열사를 제외하고 수익구조가 악화되면서 막무가내식의 시스템도입은 줄어 들었지만 아직도 근절되지 않고 있다. 시스템의 도입이 일반 주주들 몰래 기업의 이익을 빼 돌리는 도구가 아니라 기업의 발전과 지속가능 성장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경영진의 인식전환이 절실하게 요구된다.이렇게 될 때 시스템이 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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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의 창업자인 정인영 회장은 일제시대에 영어를 배웠고, 6∙25동란 때는 통역을 할 정도로 새로운 학문과 지식을 빨리 받아 들였다고 볼 수 있다.한국이 현대적 의미의 자본주의를 받아들이면서 이들 양국의 영향을 크게 받았기 때문에 정인영 회장이 영어로 된 책을 읽고, 대화를 할 수 있었다는 것은 큰 행운이었다고 볼 수 있다. 다른 대기업 오너들과는 달리 1960년대 초에 중공업이 경공업을 대체할 것이고, 1980년대 자동차가 미래산업이라고 파악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보인다.한라의 기업문화를 진단하기 위해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SWEAT Model의 두 번째 DNA인 사업(Business)을 제품(product)와 시장(market) 측면에서 평가해 보자.◇ 중공업에서 시작해 자동차 부품전문기업으로 사업전환정인영 회장이 현대양행을 설립하면서 경공업에 치중된 한국경제의 미래가 중공업에 있다고 확신한 것은 적절했다.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서 국가의 산업발전단계가 저가의 노동력에 기반한 경공업이 발전하게 되면, 경공업으로 축적한 기술과 자본을 바탕으로 중공업이 발전한다는 논리를 파악한 것이다.그러나 중공업이 한국경제의 주력산업으로 부상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에 시장이 형성되기 이전에 너무 일찍 뛰어 들었다. 중공업은 단순히 원료를 수입해 가공해 수출하는 경공업과는 달리 기술력이 필요한 산업이다. 한라가 현대양행의 창원공장을 국가에 빼앗겼다고 억울해 하지만, 당시의 신군부는 대기업들이 빚으로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해 국가경제에 부담을 지우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신군부의 산업합리화 조치가 강압적인 형태로 띄어 문제가 있었지만 나름 합리적인 의사결정이라는 평가도 받았다.5공화국 정부가 산업의 강제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국가자원의 합리적인 배분을 유도했고, 결과적으로 1980년대 중∙후반 이후 한국경제는 고도성장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한국중공업이 담수화설비, 발전설비 등 플랜트 사업부문에서 호실적을 내면서 한라가 내내 아쉬워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현대양행을 국가에 빼앗기고 나서 1980년 만도기계와 한라건설을 세워 자동차부품과 건설을 그룹의 양대 산업으로 키우기 시작했다. 자동차부품사업을 시작한 것도 현대자동차와의 특수성을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아주 적절한 선택이었다.당시 수입에 의존하던 자동차부품의 국산화는 매력적인 사업이었다. 현대자동차가 1980년대, 1990년대 급성장하면서 만도기계의 실적도 덩달아 좋아졌다.한라가 자동차부품사업을 하지 않았다면 건설이나 시멘트 등 사업만으로 그룹을 유지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본다. 물론 건설사업이 한라가 IMF외환위기로 해체된 이후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 줬다는 측면에서는 희망의 씨앗이 되기는 했다. 한라는 만도를 50대 글로벌 자동차 부품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그룹차원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자동차부품회사의 경쟁력은 품질이라는 점을 강조해 R&D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으며, 외국의 기술보유기업과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만도는 주요 고객인 현대∙기아자동차가 글로벌 시장에 주력함으로써 중국, 미국, 인도, 브라질 등에 동반 진출하는 방법으로 글로벌 기업을 지향하고 있다. 조향 및 제동장치 등 일부 부품의 경우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도 받고 있어 자동차 부품기업으로서 만도의 미래는 밝은 편이다. ◇ 조선과 플랜트 사업으로의 확장은 패착한라는 조선산업의 미래를 너무 밝게 본 나머지 한라중공업에 그룹의 전 역량을 쏟아 부었다. 자동차부품사업에서 자신감을 회복한 이후 중공업에 다시 뛰어 들었다.삼호공단 조성, 조선소건설, 플랜트공장 건설 등을 하면서 한라뿐만 아니라 현대그룹에도 손을 벌려 투자를 늘렸다. 조선과 플랜트사업이 국내에서 포화상태라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추진했고, 공장입지도 기존의 업체들과 다른 선택을 하면서 어려움이 가중되었다. 조선과 플랜트공장의 대부분은 부품조달이나 노동력 확보가 유리한 포항, 울산, 부산, 진해, 창원, 거제 등에 동해안 남부와 남해안에 위치해 있는데 반해 한라중공업은 서해안의 전남 영암에 공장을 세웠다.서해안은 조수간만의 차이가 심하고, 갯벌이 많아 대형선박의 입∙출항에 불리해 조선소나 플랜트 공장의 입지로서는 불리하다. 한라가 입지가 불리한 영암에 공장을 세우면서 얼마나 남은 초과비용이 투입되었는지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지만, 좋은 입지보다 더 많은 돈이 투자되었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이미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중공업 등의 대형 조선사들이 즐비한 시장에서 한라중공업이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상식적인 판단기준에 맞지 않는 사업을 벌이다가 망한 그룹은 한라 외에도 한보그룹, 웅진그룹도 있다.한보그룹도 철강, 웅진그룹은 태양광에 그룹의 규모나 역량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투자하다가 무너졌다. 한라중공업처럼 삼성자동차의 경우 허가를 얻기 위해 입지조건이 나쁜 부산에 공장을 세우면서 망한 사례로 꼽힌다. 국내 최고의 그룹으로 꼽히는 삼성그룹도 이건희 회장의 개인적인 욕심을 바탕으로 자동차산업에 무리하게 진출했었다. 김영삼 정부는 섬유와 신발산업의 부진으로 어려워진 부산지역의 경제를 살리기 위해 부산에 공장을 세우는 조건으로 자동차사업을 허가했다.삼성자동차는 지반이 약한 모래밭인 녹산공단의 기초공사에 너무 많은 돈을 투자하면서 정상적인 가동조차 못하고 무너졌다. 자동차사업은 하는 사업마다 성공하던 삼성그룹이 철저하게 실패한 사업으로 기록되었다. 당시로서는 천문학적인 투자규모인 8000억 원 이상을 투자했지만 투자비를 회수하지 못하고, 이자도 제대로 갚지 못하던 와중에 IMF외환위기로 한라는 한라중공업을 포기해야 했다. 한라중공업은 현대중공업그룹에 인수된 후 현대삼호중공업으로 이름을 바꿨지만, 현대중공업에서 처리하지 못하는 수주물량의 일부를 담당하는 보조역할에 머물고 있다.2000년대 초∙중반 조선업과 플랜트제조가 활황세를 보이면서 잠깐 정상적인 가동이 이뤄졌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조선산업이 기술적인 측면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보유하지 못하면서 미래가 불투명하다. ◇ 건설업을 살리겠다는 의지는 좋지만 가능성은 낮아한라가 모기업인 ㈜한라를 살리기 위해 우량계열사인 만도를 동원하면서 투자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한라의 입장에서 모기업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지만, 과연 ㈜한라가 살아남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정몽원 회장은 2012년부터 그룹의 근간인 한라건설을 살리기 위해 전방위 지원을 시작했다. 2012년 12월 한라엠켐주식 510만주를 무상으로 한라건설에 증여했고, 2013년 4월 만도는 100%자회사인 마이스터를 통해 한라건설의 유상증자에 3435억 원 참여했다. 2013년 9월 한라건설은 사명을 ㈜한라로 변경했다. 전통적인 토건만으로 기업을 살리기 어렵다고 판단해 사업분야를 환경과 에너지, 발전, 산업플랜트, IT, 자원개발, 물류 등으로 확장했다.사업영역도 그동안 국내사업에 한정했던 것도 중동, 동남아시아, 중국,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유럽, 북남미 등으로 넓히기로 했다. 해외사업 추진하는 원칙을 need, solution, visualization, action plan 등 4가지로 정했다. 임직원이 해외진출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 새롭게 노력하며, 성과를 내고,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실천하겠다는 의미라고 한다. 올해도 미래사업본부를 신설해 환경, 에너지, 해외 플랜트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해외사업의 비중을 높이고, 국내사업도 주택사업보다는 상하수도 등 환경기초시설의 유지관리사업에 집중하기로 했다. 지난해부터 강원도 평창에서 지하수를 개발해 생수사업을 하기 위한 준비도 하고 있다.주택과 공공사업에 치중된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돈이 되는 사업이라면 무엇이든지 하겠다는 발상은 좋지만 ㈜한라의 정체성(identity)를 잃어버린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 아직도 매출의 대부분이 건설부문에서 나오고 있는데, 건설회사가 건설이라는 이름을 없애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고, 경험도 없이 무차별적으로 새로운 사업분야에 뛰어드는 것도 위험하다. 2014년은 경기불황, 자금난, 불확실성 등 건설업계 전체가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MB정부가 건설업계를 살리기 위해 4대강 사업을 무리하게 펼쳐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4대강 사업 자체가 가격담합, 부실공사, 뇌물 등으로 얼룩지면서 건설업계 전체가 부도덕한 집단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건설업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지난 몇 년 동안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던 국내 건설업체들이 과잉경쟁으로 저가수주를 하면서 대규모 손실을 내고 있는 것도 건설업체들의 숨통이 조이는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사업만 하던 ㈜한라가 해외 건설시장을 돌파구로 삼겠다는 구상은 설득력이 약하다. 정몽원 회장이 지난해부터 ㈜한라의 대표를 맡아 살리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특별한 성과는 나지 않고 있다.해외사업 추진 4대 원칙이라는 것도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해외사업만이 ㈜한라의 유일한 희망이고, 해외사업에서 성공하지 못하면 ㈜한라의 미래가 어둡다는 인식을 임직원이 공유하겠다는 것은 좋은데, 그것이 해외사업이 성공할 수 있는 핵심경쟁력(core competency)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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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만도의 인수 이후 한라가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며 칭찬을 늘어놓던 전문가들도 5년이 지난 2013년부터 우려를 표명하기 시작했다.한라의 현재 상황은 보면 우량계열사인 만도는 기술개발보다는 계열사지원에 올인하고, 모기업인 ㈜한라는 끝이 보이지 않는 부실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만도를 인수한 이후 그룹의 매출이 대폭 늘어났고, 재무구조도 일부 개선되고 있지만 한라는 다양한 위험을 적절하게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한라의 기업문화를 진단하기 위해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SWEAT Model의 세 번째 DNA인 성과(Performance)을 이익(profit)와 위험(risk) 측면에서 평가해 보자.◇ 기본이 튼튼한 기업을 목표로 위기극복 노력전문가들은 한라가 만도의 인수로 제 2의 도약기회를 맞이했지만, 외부환경의 어려움으로 인해 다시 좌초될 위험에 처했다고 평가한다. 이 점은 한라도 인정하고 있지만,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한라는 그룹 내부의 위기(crisis)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기초체력이 튼튼해야 한다고 판단해 2014년 경영방침을‘기본(fundamental)이 튼튼한 기업’으로 정해 실천하고 있다. 기본기를 갖추기 위해 필요한 것이 고객만족과 양호한 재무구조라고 생각한다. 고객만족을 강화하기 위해 한라는 임직원에게 고객지향의 태도를 요구하고 있다. 한라가 부품이나 중간재 사업인 B2B를 주로 하였기 때문에 고객을 고려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실제 대부분의 B2B기업들은 최종 소비자보다는 발주업체의 눈치만 보는 경향이 강하다. ‘갑을 관계’가 명확한 국내사업환경에서 소비자는 무시하더라고‘갑’인 발주업체의 눈치를 보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하지만 발주업체의 납품가 인하와 품질관리 정책에 길들여질 경우 기술력을 축적할 수 없고, 핵심경쟁력을 개발할 수도 없다. 발주업체와의 관계가 아무리 좋아도 최종 소비자를 만족시키지 못할 경우 기업이 유지될 수 없다는 측면에서 발상을 전환하는 것은 훌륭한 결정이다.기업의 영속성은 재무구조에서 나온다는 인식으로 재무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만도를 인수하고, 사업을 확장하면서 재무구조가 악화되었다는 지적에 대한 대응이라고 볼 수 있다. 적자를 내는 기업이 재무구조가 좋을 가능성이 없고, 흑자를 낸 기업이 재무구조가 나빠질 수 없기 때문에 재무구조의 관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이다.재무관리에 초점을 둔 기업들은 큰 폭으로 성장하기는 어려워도 갑작스러운 위기는 경험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재무구조의 개선은 비용의 통제만으로 한계가 있다. 20세기 산업화 시대에는 기업들이 재무관리 위주의 내부통제시스템을 유지했지만, 21세기 정보화시대에는 위기관리와 기회발굴에 기반한 글로벌정보관리전략(Global Intelligence Management Strategy, GIMS) 시스템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통제와 관리는 현상유지에 가깝고, 위기관리와 기회발굴은 현실타파를 통한 보다 나은 미래건설이 목표다.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글로벌 경영환경에서는 GIMS의 운용이 내부통제시스템보다 더 유용하다. 한라도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을 찾는데 GIMS의 사상과 시스템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 위기의 본질을 내부에서 찾아 대응전략 수립해야한라의 경영진도 한라가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는다. 경영방침도 기본이 튼튼한 기업으로 정하고, 회사를 안정적으로 만들기 위해 임직원들에게 3가지 자세를 요구하고 있다. 긍정적인 마음가짐, 작고 Detail한 부문을 소중하게 여김, 더 많은 것을 비워야 함 등이다.긍정적인 마음가짐은 어떤 처지에 놓이든 긍정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라는 주문이다. 작고 Detail한 부문을 소중하게 여기라는 것은 모든 변화는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하고, 변화의 끝도 세밀하게 마무리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새로운 것을 얻기 위해서는 가진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도 좋은 방침이라고 보인다. 통상적으로 기업이 위기를 경험하고 외부에서 원인과 해결책을 찾으려고 노력하는데, 실상 위기의 본질은 내부에서 출발한다. 한라가 2008년 만도를 인수하면서 재도약의 계기를 마련했지만 보통기업에 불과한 한라건설로 초우량기업인 만도를 인수하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가 따랐다.한라는 만도를 인수한 이후 추진한 사업을 보면 만도를 인수하면서 투자한 금액보다 만도와 연관된 사업으로 더 많은 이익을 남겨 한라의 부실을 정리할 목표를 세웠던 것으로 보인다. 한라가 만도를 인수한 이후 건설과 자동차부품을 주력사업으로 지정해 성장전략을 수립했지만 전문가들은 이 전략에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한라건설을 ㈜한라로 바꾸고 건설업에 한정된 사업분야를 에너지, 발전, 물류 등으로 확장하고 있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는 점은 앞에서도 지적했다.자동차부품업도 2008년 당시 글로벌 자동차부품업체 70위권에서 2013년 46위로 급부상했지만, 품질보다는 전방업체인 현대∙기아차의 판매가 급증하면서 일군 결과라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하고 있다. 만도가 조향과 제동장치 제조업체이지만 기술경쟁력은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정몽원 회장은 1997년 정인영 창업주에 이어 그룹의 회장이 되었지만 명확한 그룹의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라중공업에 무리하게 투자해 그룹이 공중 분해된 책임까지 정몽원 회장에게 부담시키기 어렵지만, 2008년 만도인수 이후 보여준 경영성과도 썩 좋지 않다.특히 지난해 부실이 깊어진 한라건설을 지원하기 위해 만도의 자회사인 마이스터를 동원한 것은 기관투자자까지 분노케 만들었다. 만도도 기술경쟁력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데 R&D에 투자해야 할 자금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으로 망해가는 부실기업에 지원한 의사결정은 무리수였다. 기업의 비전은 모든 이해관계자가 공감할 수 있어야 효과가 있다. 정몽원 회장 개인의 비전은 한라의 옛 명성을 재현하는 것이겠지만, 임직원, 주주, 협력업체, 지역사회, 국가는 한라가 덩치를 키우기보다는 경쟁력을 갖춰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기를 바란다.만도의 주주들은 정몽원 회장의 그룹 비전에 대해 동의하지 않고 분노하고 있다. 정몽원 회장이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다고 하는 것은 그가 비전이라고 제시한 것이 다른 이해관계자를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한라가 비전이 없다고 평가하는 것은 정몽원 회장이 비전수립에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하며, 정몽원 회장의 현재 비전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말한다. 한라가 건설과 자동차부품사업을 양대 산맥으로 성장전략을 수립하기보다는 경쟁력이 약한 건설은 버리고 자동차부품사업에 올인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보여진다.그룹 지배구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한라를 살리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그룹의 비전차원에서 보면 ㈜한라에 더 이상 투자해서는 안된다.◇ 사업추진의 명확한 전략이 없으면 성공하기 어려워한라는 ㈜한라뿐만 아니라 다른 계열사를 동원해 신사업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사업아이템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추진력이다.한라의 역사를 보면 사업아이템의 선정능력은 문제가 없다. 정인영 회장이 한국이 경제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일본, 미국 등의 경제구조를 따라갈 것이라고 판단해 관련 공부를 많이 한 것이 주효했다. 중공업을 사업아이템으로 선정한 것이나, 자동차부품업으로 재기를 노린 것도 훌륭한 결정이었다. 문제는 사업추진을 위한 명확한 전략이 부족했다. 1980년대 정부가 중화학공업을 육성하면서 과잉투자가 유발되었고, 신군부가 집권하지 않았더라고 정부가 강제적으로 구조조정을 했을 가능성은 높았다.조선업이 3저 현상으로 호황을 맞이하자 한라중공업에 대한 투자를 결정했지만 이미 시기를 놓친 뒤였다. 한라중공업의 입지선정도 문제가 있었다. 배후단지와 협력업체와의 공조가 중요한 조선과 플랜트산업의 특성을 무시하고 허허벌판에 조선소를 짓는 것은 강한 추진력이 아니라 만용에 가까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라건설만으로 절치부심해 만도를 재인수해 그룹 외연을 확장하고 있지만 새로운 아이템을 찾지 못하고 있다. 창업자인 정인영 회장은 신규 사업아이템 선정능력은 뛰어 났지만 외부환경의 변화나 추진력 측면에서 아쉬움을 남겼지만, 정몽원 회장은 회장으로 취임 이후 새로운 사업을 선택한 사례가 없다.만도를 인수한 것도 KCC그룹의 자금지원을 받았고, 특별한 경쟁력을 보유하지 못한 한라건설도 범현대가의 지원이 없었다면 생존이 어려웠다. 한라가 화려한 과거의 영광을 살리면서 지나간 세월을 되짚어 가기 보다는 미래를 개척해야 한다. 사업성공은 아이템 선택도 중요하지만 추진력도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한다. 현대양행도 한라중공업도 아이템 선정문제가 아니라 추진력이 부족해 실패한 것이다.만도가 우량 기업이기는 하지만 현대∙기아차에만 의존해서는 미래가 밝지 않다. 만도만 갖고 그룹의 규모를 유지하기는 어렵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신규사업 아이템을 제대로 찾기 위해서는 창의적인 발상을 해야 한다. 그리고 한라의 역량을 냉정하게 판단해서 추진할 수 있는 사업만 선택하고, 명확한 추진전략을 수립해야 성공가능성이 높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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