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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새해를 맞이하면서 희망찬 꿈보다는 현상유지조차 사치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2018년 하반기에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으로 촉발된 글로벌 경기침체가 수출주도형 한국경제를 짓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2019년 여름부터 시작된 일본과 무역전쟁도 여전히 안개 속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로 신성장동력을 만들겠다고 주창한지도 벌써 8년이 지났건만 국가나 기업차원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았다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조선, 전자, 자동차, 철강, 화학 등 한국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던 주력 산업들이 무너지고 있다는 우려만 쏟아지고 있다.한국 경제가 어려움에 처해진 것은 기존 산업을 대체할 수 있는 미래성장산업을 찾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노사가 극한 대결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경영진은 원가절감을 이유로 산업안전을 소홀하게 대했고, 노조는 지엽적인 임금문제에 집중해 정작 중요한 안전문제는 방치했다. 노사가 합심해야 산업재해가 없는 안전한 작업장을 만들지 못하면 기업의 미래는 없다는 것이 산업안전 전문가들의 결론이다.▲ 포스코 광양공장 전경 [출처=iNIS]◇ 한계수명을 넘어선 산업설비는 노사 모두를 불안하게 만들어2019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들떠 있던 국민들은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5명이 중경상을 입었다는 언론보도를 접했다. 폭발은 5분 간격으로 2회 발생했으며 공장은 검은 연기에 뒤덮였다. 시꺼먼 연기로 휩싸인 광양제철소는 한국경제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듯했다.세계 최고 철강회사인 포스코가 자랑하는 최첨단 광양제철소는 1982년 착공, 1987년 준공해 이미 33년이 넘은 낡은 공장이다. 시설의 노후화로 인해 안전사고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상황에 처해 있다.민영화 이후 경영진들도 자신의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단기적인 수익을 내는데 골몰하고 대규모 투자는 꺼린다. 미국의 제조업체들이 1980년대 이후 글로벌 경쟁력을 잃은 이유다.설비의 낙후에도 불구하고 투자를 게을리한 것은 비단 포스코만의 문제가 아니다. 필자가 지난 20여년 동안 국내 기업들을 방문한 경험에 따르면 낡은 설비로 언제 고장이 날지 모르는 설비를 보유한 기업이 적지 않았다.언제 사고가 날지 모르는 불안한 밤을 하루 하루 새는 경영진도 무수히 많은 편이다. 경영진보다 더 큰 공포에 떠는 것은 현장에서 목숨을 내놓고 일하는 근로자들이다.필자가 군대생활을 할 때 경험에 비춰보면 군대가 운용하는 무기나 장비들이 한계수명을 넘은 경우가 많았다. 공군훈련소에서 지급받은 수통은 6∙25전쟁 때 미군이 사용한 것이었다.훈련소는 전투부대가 아니라 낡은 물품을 사용할 수 있다고 위안을 삼았지만 자대에 도착한 이후에는 더 열악한 상황에 할말을 잃었던 기억이 난다. 장교나 사병 모두 ‘오늘도 무사히!’라는 기도문을 외우면서 제대 날짜만 기다린다.한국의 산업현장의 안전설비는 군대보다는 훌륭하지만 근로자들이 안전하게 느낄 수 있는 상황과는 거리가 먼 편이다. 낡은 설비도 문제점으로 지적되지만 후진적인 근무환경은 끊임없는 희생을 요구한다.신체가 절단되는 경미한 사고뿐만 아니라 사망에 이르는 대형 참사도 줄어들지 않고 있다. 산재사고가 발생해도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크지 않아 경영진은 산업재해에 무감각하다. ◇ 산업재해 예방솔루션을 개발해 신성장 동력으로 삼아야1997년 IMF외환위기를 겪은 이후 국내 기업들은 위험한 업무는 외주업체에 넘기는 방식으로 산업재해의 책임에서 벗어났다. 영세업체들은 먹고 살기 위해서 죽음을 무릅쓰고 현장을 지켰다. 특별한 기술이나 학력을 갖추지 않은 평범한 근로자들이 쥐꼬리만한 급여라도 받기 위해 목숨을 걸고 있다.2018년 12월 10일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운송설비를 점검하던 24살의 젊은이도 그렇게 생명을 잃었다. 국회까지 나서서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했지만 산업현장에서 죽어가는 근로자는 줄어들지 않았다.도금작업, 수은∙납∙카드뮴의 제련∙주입∙가공∙가열∙작업, 허가 대상 물질의 제조∙사용∙작업 등 유해∙위험작업의 사내 도급을 원천적으로 금지했지만 여전히 많은 근로자는 위험한 작업장을 벗어나지 못했다.엠아이앤뉴스와 국가정보전략연구소는 2020년 국내 주요 산업단지의 산업안전을 진단할 계획이다. 포스코의 광양제철소와 같이 한계수명을 넘은 산업단지에서 사고는 늘 잠재돼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경영진뿐만 아니라 정부부처에게도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목적이다.안전은 눈에 보이는 하드 인프라(Hard Infra)에 대한 투자도 중요하지만 노∙사∙정이 모두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한 협력체계 구축 등 소프트 인프라(Soft Infra)을 개선하는 노력을 더 우선해야 한다. 사고가 발생하면 임기응변(臨機應變)으로 ‘땜질 처방’만 할 것이 아니라 선제적 예방조치가 더 비용효율적이라는 점도 잊지 않아야 한다.선진국 기업들은 산업안전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를 서비스산업으로 포장해 해외로 수출하고 있다. 친환경적이며 지속 가능한 첨단 안전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후진국 기업들에 전수하면서 사회적 책임을 이행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수익모델도 확보하는 것이다. 독일과 일본의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잃지 않는 이유다.2019년 철도, 자동차, 선박 등의 주요 국가 인프라에 대한 산업안전을 평가해 많은 독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불안하지만 어쩔 수 없이 매일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소시민들은 스스로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정부 차원의 해결노력을 피부로 느낄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너무 요원한 것도 자력갱생(自力更生)을 주장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소위 말하는 김용균법이 제정된 지 1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산업현장은 안전에 무감각하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폭발사고로 다친 근로자들도 빨리 퇴근해 가족들과 행복한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낼 꿈에 부풀어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된다.크리스마스의 기대가 절망으로 바뀐 것은 순식간이었고, 자신의 잘못과 관계없이 평생 잊을 수 없는 처참한 기억을 갖게 된 것이다. 포스코의 경영진과 노조 모두가 공범이라고 생각해야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엠아이앤뉴스와 국가정보전략연구소는 2020년 한국의 산업현장에서 근무하는 모든 근로자가 건강하게 퇴근할 수 있는 근무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산업단지 안전진단 기획시리즈를 시작했다.산업재해는 개인의 소중한 목숨과 신체를 훼손하고, 기업의 좋은 이미지에 먹칠을 가하고, 국가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최소화해야 한다.기업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실물경제가 침체된다고 아우성만 치지 말고, 산업재해 예방솔루션을 주력 산업으로 육성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대기업이나 공기업, 관련 분야 전문가와 공무원 모두가 ‘갑’이라는 생각을 버리면 찾을 수 있다. 근로자도 스스로 안전한 작업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산업안전은 비용이 아니라 가장 효과적인 투자라는 인식만 가진다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모든 이해관계자의 진심 어린 조언과 제언을 기다리면서 ‘산업단지 안전진단’ 기획시리즈를 시작한다. - 계속 -▲ 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 [출처=iN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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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2410대 그룹 중에서는 삼성그룹의 삼성코닝이 1위를 차지했고, 한진그룹의 ㈜한진이 최하위를 기록했다. 구직자의 입장에서 국내 최대 기업집단인 삼성그룹의 계열사가 1위를 차지한 것은 당연하다고 여길 수도 있다.하지만 삼성그룹과 호각세를 유지하던 LG그룹의 주요 계열사가 규모가 작은 그룹의 계열사보다 더 낮은 평가를 받은 것은 보면 왜 ‘위대한 직장찾기’를 연재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그렇기 때문에 20대, 30대, 40대, 50대, 60대, 70대, 80대, 90대, 100대 그룹 들 중에서는 어떤 기업이 가장 위대한 직장으로 평가를 받았는지 살펴볼 필요성이 있다. 개별 그룹별로 계열사를 평가하다 보니 어떤 그룹이 경쟁그룹에 비해 더 나은지 비교를 통해 평가하는 것도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에필로그를 정리하게 된 것이다. ◇ 100대 그룹 계열사 중 아모레퍼시픽이 1위, 삼화전자공업이 최하위 기록 그동안 평가한 100대 그룹 중에서 20대, 30대, 40대, 50대, 60대, 70대, 80대, 90, 100대 그룹의 최고 기업과 최저기업을 정리하면 아래 표와 같다.▲ 표1. 100대 그룹의 최고기업과 최저기업20 대그룹에는 GS그룹, 금호그룹, 효성그룹, 웅진그룹, 동부그룹, 대림그룹, 코오롱그룹, 신세계그룹, 대성그룹, 한라그룹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STX그룹이 공중분해되면서 GS그룹을 10대 그룹에 포함시키면서 빠졌고, 웅진그룹도 평가한 이후 유동성위기로 주력 계열사들이 매각되면서 그룹으로서의 위상을 잃었다.동부그룹도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통해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다. 20대 그룹에서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금호아시아나항공이 61점으로 최고점수를 기록했고, 반면에 대성그룹의 대성산업이 41점으로 최저점을 획득했다. 대성합동지주, 대성그룹, 서울도시가스그룹 등으로 분리되고 사업전환에 실패하면서 성장성, 수익성 등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결과다.30대 그룹은 KCC그룹, 농심그룹, LS그룹, 삼양그룹, 한솔그룹, 유진그룹, 태영그룹, SPC그룹, LIG그룹, 태광그룹 등이다. 30대 그룹 중에서는 유진그룹은 무리한 M&A확장을 중단하면서 규모가 축소됐고, LS그룹과 태광그룹 등은 오너가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돼 그룹 이미지가 훼손됐다.30대 그룹 중에서는 농심이 60점으로 가장 위대한 직장으로 뽑혔고, 유진그룹의 유진투자증권은 39점으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농심이 신라면으로 라면시장을 장악하고, 스낵시장마저 압도적인 우위를 유지하고 있는 점이 높이 평가됐다.40대 그룹은 대한전선그룹, 대상그룹, 대한제당그룹, 이랜드그룹, 통일그룹, 빙그레그룹, 동양그룹, 세아그룹, 영풍그룹, 현대백화점그룹 등이 포함됐다. 대한전선그룹은 경영실패로 오너가 퇴진했고, 동양그룹은 동양증권의 회사채 사기판매 건으로 오너가 구속되면서 해체됐다.40대 그룹 중에서는 대상그룹의 대상이 62점으로 최고점, 대한제당의 삼성상호저축은행이 36점으로 최저점을 기록했다. 대상은 미원이라는 조미료를 제조·판매하는 기업으로 삼성의 계열사였던 제일제당이 막대한 자금력을 투입하고도 이기지 못한 기업으로 유명하다.50대 그룹은 오리온그룹, 프라임그룹, OCI그룹, 동국제강그룹, 아주그룹, 동원그룹, 보령제약그룹, 사조그룹, 파라다이스그룹 등이다. 오리온그룹은 형제사인 동양그룹이 어려워지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고, 프라임그룹은 강변테크노마트의 흔들림 사건 등으로 많이 알려졌다.동원그룹의 동원산업이 58점으로 최고, 보광그룹의 휘빅스벤딩서비스가 34점으로 최저점을 기록했다. 동원그룹은 참치 원양어업으로 성장해 식품, 음료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중견그룹이다.60대 그룹은 현대산업개발그룹, 부영그룹, 에쓰오일, 미래에셋그룹, S&T그룹, 삼화콘덴스그룹, 교보생명그룹, 한국타이어, 화이트진로, 아모레퍼시픽그룹 등이다.에쓰오일은 최근 유동성위기를 겪은 한진그룹이 에쓰오일의 보유지분을 매각하면서 사우디 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가 완전하게 소유하게 된 외자기업이다. 미래에셋그룹은 박현주 회장이 세운 투자금융기업군으로 대기업의 금융계열사보다 우수한 실적을 자랑한다.아모레퍼시픽그룹의 ㈜아모레퍼시픽이 70점으로 최고, 삼화콘덴서그룹의 삼화전자공업은 34점으로 최저 점수를 받았다. ㈜아모레퍼시픽은 설화수 등 다양한 유명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으며 한류붐을 기초로 중국, 동남아시아, 중동 등지에서 유럽의 유명 브랜드와 동등하게 경쟁하고 있을 정도로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자랑한다.70대 그룹은 동아쏘시오그룹, 세방그룹, 오뚜기그룹, 이수그룹, 삼천리그룹, AK(애경)그룹, KISCO(한국철강)홀딩스, 동국산업그룹, 아주L&F홀딩스, 종근당홀딩스 등이 있다. 동아쏘시오그룹은 동아제약이며, 아주 L&F홀딩스는 아주그룹에서 분리된 그룹이다.오뚜기그룹의 ㈜오뚜기가 65점으로 최고점수, 아주L&F의 에이제이셀카가 38점으로 최저점수를 기록했다. ㈜오뚜기는 참기름, 캐첩, 마요네즈 등에서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으며, 최근 라면시장에서도 진라면과 사리면을 앞세워2위인 삼양식품을 제치는 이변을 낳았다.80대 그룹은 한국투자금융지주그룹, KG(경기화학)그룹, SM그룹, 크라운제과그룹, JW중외제약그룹, 일동제약그룹, 녹십자그룹, 유한양행, 한미약품그룹, 대웅제약그룹 등이다. 한국투자금융지주그룹은 동원그룹에서 분리됐고, KG그룹은 활발한 M&A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유한양행은 국내에서 가장 직원 친화적인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위대한 직장찾기 평가에서도 ㈜유한이 64점으로 1위를 기록했다. 가장 낮은 평가를 받은 기업은 일동제약의 일동후디스로 38점을 받았다. 분유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새롭게 시작한 음료사업도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90대 그룹은 대교그룹, 풍산금속, 넥센그룹, 영원무역, KCC정보통신, 노루홀딩스, KPX그룹, 일진그룹, 풀무원그룹, 대명홀딩스그룹 등이다. 대교그룹은 어린이 학습지로 유명한 기업이고, 넥센그룹은 타이저제조전문기업으로서 2014년 한국시리즈에서 돌풍을 몰고 온 넥센히어로즈를 스폰서하고 있다.영원무역은 중고등학생의 사이에서‘등골브레이크’라는 말을 탄생시킨 노스페이스를 판매하고 있는 아웃도어 전문업체로 57점으로 최고 점수를 받았다. 대교그룹의 대교에듀피아기 35점으로 최저점수를 기록했다.100대 그룹은 휴맥스홀딩, 제일홀딩스(하림), 나이스그룹, 한국콜마홀딩스, 인터파크, 홈플러스, 이지바이오(마니커), 동화약품, SG그룹, 서울반도체 등이다. 제일홀딩스는 닭고기로 유명한 하림을 소유하고 있으며, 이지바오도는 마니커통닭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SG그룹은 가로수라는 지역생활정보지 사업으로 성장해 섬유, 제조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은행 ATM기기를 관리하는 것을 주업으로 하고 있는 나이스홀딩스의 NICE평가정보가 61점으로 1위, SG그룹의 SG세계물산이 38점으로 최하점을 기록했다. ◇ 세월호 침몰과 미생열풍에서 스스로 인재가 돼야 한다는 교훈을 얻어종합적으로 보면 20대그룹부터 100대그룹까지 90개의 그룹의 계열사 중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한 기업은 ㈜아모레퍼시픽이었다. 10대 그룹의 계열사들과 비교해도 삼성코닝(79점), SK텔레콤(71점)을 제외하고는 최고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아모레퍼시픽이 화장품산업에 특화돼 있지만 실질적으로 구직자에게 최고의 기업이라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10대 그룹의 계열사들이 최소한 50점 정도는 유지하는 것과 달리 20~100대 그룹의 계열사들은 30점대 초반까지 떨어진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중견그룹들이 경영자의 리더십, 사회적 책임, 성장성, 수익성, 자기계발 가능성, 기업의 인지도 등의 차원에서 낮은 점수를 받으면서 나타난 결과다. 반면에 10대 그룹이 최소한 50점 정도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도 경영자의 리더십, 성장성, 수익성, 인지도 등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대기업들이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독과점 지위를 기반으로 가격을 통제할 수 있어 적정 수익률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하지만 대기업들도 사회적 책임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고, 직원들의 자기계발차원에 대한 노력은 많이 부족했다. 한국 대기업들이 1997년 IMF외환위기 이후 인재육성에 소홀한 결과물이다.최근 사회적으로 ‘미생’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그동안 TV나 영화에서 직장인들의 애환보다는 재벌 자식의 직장 연애담이나 신화적인 성공담을 다뤘다면 미생은 우리시대 평범하면서 일상적인 직장인을 조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왜 많은 직장인들이 미생의 이야기에 환호하고, 위안을 느끼는지 기업도 생각해봐야 한다. 그리고 이제 직원들도 기업이 자신을 인재를 만들어주기를 기대하기 보다는 스스로 인재가 되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한다. 올해 세월호 침몰로부터 많은 국민들이 얻은 교훈은 ‘스스로 자신을 지키지 않으면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평범한 진리다.-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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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16지난 2년 동안 국가정보전략연구소와 그린경제신문은 공동으로 국내 100대 그룹의 주요 계열사를 대상으로 구직자에게 ‘위대한 직장’이 어느 곳인지를 평가하기 위해 ‘위대한 직장찾기’ 시리즈를 연재했다.‘취업빙하기’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청년층의 직장 찾기는 매우 어렵고, 청년실업률은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박근혜정부가 창조경제를 통해 창업을 활성화하고,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구직자들의 사정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2012년 겨울 이 시리즈의 연재를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대통령 선거유세가 한창이었고, 후보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자신만이 한국의 경제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2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정부가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고, 한번 취직하면 전직이 어려운 국내 고용시장의 특성 때문에 청년들은 안정된 공무원이나 대기업에 들어가기 위해 재수, 삼수를 하며 취직공부만 하고 있다. 반면 중소기업은 사람을 찾지 못해 정상적인 사업을 영위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무조건 안정되고 좋은 직장을 찾기 위해 청년을 허비하기 보다는 중소기업에라도 들어가 경험을 축적하는 것이 인생에 유리하다고 조언하지만 청년들은 귀담아 듣지 않는다. 어떤 기업이 대기업보다 좋으며, 어떤 점에서 좋은지는 설명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이런 고용시장의 괴리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한 것이 ‘위대한 직장찾기’연재다. 2년 간의 연재를 통해 국내 100대 그룹의 주요 기업은 대부분 평가했다. 일반 구직자가 알고 있는 10대, 혹은 20대 대기업뿐만 아니라 지주회사 체제로 다수의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는 국내 기업집단은 전부 다룬 것이나 다름없다. 알려진 20대 대기업보다 더 우량한 중견 대기업도 많았고, 10대 대기업도 계열사별로 편차가 심했다. ◇ 10대 그룹 계열사 중 삼성코닝이 1위, ㈜한진이 최하위 기록 한국에서 10대 그룹이라고 하면 삼성그룹, LG그룹, SK그룹, 범현대가그룹, 롯데그룹, CJ그룹, 두산그룹, 한화그룹, 한진그룹, GS그룹 등이다. 2012년을 기준으로 보면 STX그룹이 포함됐지만 STX그룹은 분식회계사건으로 사실상 그룹이 해체됐기 때문에 GS그룹을 포함시켰다.공식적으로 범현대가그룹은 없지만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현대그룹, 현대중공업그룹 등 과거 현대그룹에서 분가한 그룹들도 기업문화가 유사하기 때문에 이렇게 분류했다. 현대그룹의 사업규모가 급속도로 축소되고, 조선업에 한정된 현대중공업그룹의 사업도 조선업의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도 감안했다.▲ 표1. 10대 그룹의 최고기업과 최저기업삼성그룹에서는 삼성코닝이 가장 높은 점수를 획득했는데, 삼성그룹과 미국 코닝은 합작관계를 청산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에 삼성그룹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의미가 없을 수도 있지만 간판기업인 삼성전자와 비교된다는 측면에서 포함시켰다.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제일모직도 패션사업의 부진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삼성에버랜드가 제일모직의 명칭을 사용하기로 하면서 부활했다. 삼성그룹이 자녀들의 상속문제로 사업구조조정을 하면서 제일모직이 사라졌지만 왜 제일모직의 점수가 가장 낮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방위산업체인 삼성테크윈도 제일모직과 동일한 점수를 획득해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LG그룹은 간판기업인 LG전자보다는 화장품, 음료 등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LG생활건강이 구직자에게는 가장 좋은 기업으로 평가됐다. 저가화장품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고, 한류 붐으로 중국,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한국화장품의 선호도가 높은 것도 LG생활건강의 미래를 밝게 만든다.사업의 확장성이 높은 LG생활건강과 동일한 점수를 받은 계열사는 2차 전지산업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LG화학이다. 반면에 이동통신시장에서 만년 3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LG유플러스가 가장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LG전자가 전자제품은 중국기업에 밀리고, 휴대폰 사업은 2G에서 스마트폰으로 전환에 실패하면서 사업이 축소되고 있는 현실이 반영된 것이다.SK그룹은 사업규모 측면에서 보면 GS그룹, LS그룹 등을 떼어 준 LG보다 커지만 역사나 사업의 다양성 측면에서 LG그룹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1위 통신사업자인 SK텔레콤이 가장 좋은 직장으로 등극했고, SK건설이 LG유플러스와 동일하게 낮은 점수를 받았다.국내 건설시장이 포화돼 있고, 현대건설, GS건설 등과 비교해 경쟁력이 낮기 때문이다. SK그룹은 M&A성장하면서 통일된 기업문화를 창출하는데 성공하지 못했고, 계열사간의 사업유대가 낮은 점도 그룹 전체의 평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범현대가그룹에서는 국내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현대자동차가 가장 우량한 기업이었고, 금강산사업 등 대북사업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현대상선이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계열사였다.현대그룹은 해방 이후 한국역사에서 가장 오랫동안 최고 기업으로 군림했지만 1997년 IMF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승계분쟁으로 그룹이 쇠퇴했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은 2000년대 중반 글로벌 자동차시장의 호황을 발판으로 급성장했지만 품질논란, 연비과장, 국내소비자 홀대 등의 이슈가 제기되면서 흔들리고 있다.서울 잠실에 고층빌딩을 건설하면서 안전, 국방 등 다양한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롯데그룹은 백화점, 할인점, 홈쇼핑 등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롯데쇼핑이 우수기업으로 평가 받았다. 롯데쇼핑은 범현대그룹에서 1위를 한 현대자동차, LG그룹의 LG생활건강보다도 우수한 기업이다.롯데그룹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롯데제과도 제과업계의 독과점업체로 시장지배력을 유지하고 있어, 다른 그룹의 우량 계열사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례로 LG그룹의 1위 업체인 LG생활건강이 62점을 기록한 데 반해 롯데그룹의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롯데제과는 63점을 받았다. LG그룹의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이러한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삼성그룹 창업자의 장남이면서도 그룹을 승계하지 못한 이맹희 회장의 장남 이재현 회장은 삼성의 일부 계열사를 물려 받아 그룹으로 성장시키는데 성공했다. CJ그룹은 그룹의 모체이며 주력기업인 제일제당이 가장 높은 점수를 획득했지만, 홈쇼핑업체인 오쇼핑이 58점으로 가장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CJ그룹이 홈쇼핑, 엔터테인먼트산업으로 사업의 초점을 이동하고 있지만 아직 크게 성공했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CJ그룹은 삼성그룹과 상속권 분쟁을 겪는 와중에 터진 오너의 부정행위로 정상적인 경영이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두산그룹은 국내 대기업으로서는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고 있으며, 소비재사업에서 중공업으로 사업구조를 전환했지만 무리한 M&A로 성장통을 겪고 있다.일반인의 인식과는 달리 두산중공업 자체보다 두산중공업의 엔진사업부가 분사한 두산엔진이 가장 좋은 기업으로 등극했고, 그룹의 지주회사인 ㈜두산이 가장 부실한 기업으로 평가 받았다. 두산그룹도 형제간의 분쟁을 겪으면서 그룹 이미지가 훼손된 이후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한화그룹은 신재생에너지와 금융산업을 신수종사업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구직자의 관점에서 보면 한화케미컬이 가장 좋은 기업으로 평가됐다. 반면에 생명보험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인수한 한화생명보험은 덩치에 비해 경쟁력이 약하고, 성장성 차원에서 낮은 평가를 받았다.한진그룹은 물류전문그룹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대한항공이 가장 위대한 기업으로 평가 받았지만 다른 그룹의 최저 기업보다도 낮은 평가를 받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가항공사의 등장으로 기존 대형항공사가 생존경쟁으로 내몰리고 있는 현상을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한진은 대기업의 계열사로 보기 어려울 정도인 48점을 기록해, 50점 이하를 기록한 10대 그룹 중 유일한 기업이다.LG그룹에서 유통과 정유사업을 갖고 분가한 GS그룹은 세간의 예측과는 달리 GS홈쇼핑이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국제유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중국, 인도 등 주변국들의 정유설비 증설이 수요감소를 불러와 GS칼텍스의 사업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편의점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GS리테일은 골목상권 침해논란에도 불구하고 성장성과 경쟁력을 보유해 우량기업으로 평가됐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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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의 전신은 경성정공으로 1944년 12월 김철호 회장이 설립한 자전거 부품 제조 공장이었다. 김 회장은 16세 때 일본으로 건너가 자전거 제조기술을 배웠으며 오사카에서 삼화공장을 인수해 자전거 부품을 만들어 크게 성공을 거뒀다.그 뒤 고국으로 돌아와 경성정공 설립 후 국내 최초의 국산 자전거인 삼천리호를 출시했으며 1952년 2월에 기아산업으로 상호를 변경했다.1980년대 초에는 ‘봉고 신화’를 창조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이후 1990년 3월 현재의 회사인 ‘기아자동차로’로 상호를 변경했다.1990년대 들어 급성장하던 기아자동차도 IMF외환위기의 파고를 넘지는 못했다. 1997년 법정관리를 거쳐 ‘기아자동차 국제 공개입찰’을 통해 1999년 3월 현대그룹에 편입됐다.2001년에는 현대자동차그룹으로 편입돼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와 함께 자동차그룹의 3대 축을 이루고 있다. 2013년 글로벌 포춘 500대 기업 중 252위, 한국기업 중 8위를 차지했다. 기아자동차의 기업개요는 표 1과 같다.▲ 기아자동차의 개요 [출처=iNIS]◇ 브릭스 시장의 강자로 ‘우뚝’,폴크스바겐에 이어 점유율 2위로기아자동차는 브릭스 시장에서 매년 점유율을 꾸준히 높여 가고 있으며 특히 올해 들어 현대차와 합산해 지난달까지 전년 같은 기간보다 7.2% 늘어난 115만여대를 판매해 11.2%의 점유율을 기록했다.이 시장에 진출한 뒤 역대 최고 점유율을 기록한 것이다. 현재 브릭스 시장에서 현대·기아차는 폴크스바겐에 이어 점유율 2위가 됐다.2002년 브라질, 러시아, 중국 등 브릭스 시장에서 3.3%에 불과했던 점유율을 해마다 높여 지난해 말 10.8%를 기록했으며 올해 들어 처음으로 11%를 넘어선 것이다.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기아자동차의 경영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각 부문별 특징, 경쟁력,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 등을 살펴봤다.첫째, 기아자동차는 전략적인 시장 선점에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 특히 브릭스 시장 가운데 중국에서 올해 1분기 15만 6000대를 판매해 전년동기비 13.3% 증가한 3.8%의 점유율을 기록했다.K2가 11.6%, 포르테가 77.4% 판매가 증가했으며 이는 올해 초부터 신규로 3공장 가동을 시작했으며, 2공장에서 K2와 포르테의 생산 물량을 증대시킨 것이 매우 시기적절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뿐만 아니라 작년에 중국 딜러망을 560개에서 699개로 대폭 확충하고, 2014년 1월 제 3공장 본격 가동과 함께 내실을 강화해 중국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아자동차의 주요지표 [출처=iNIS]둘째, 기아자동차의 작년 실적은 2012년에 비해 매출을 제외한 영업이익, 순이익이 다소 감소했다. 매출은 표2에서와 같이 2013년 약 47조5978억 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약 0.8%가 증가했다.영업이익은 2013년 약 3조 1771억 원으로, 전년 대비 9.8% 감소했다. 순이익도 2013년 약 3조 8170억 원으로, 전년대비 약 1.2% 감소했다.매출은 거의 제자리 걸음이었으나 영업이익의 감소폭이 컸는데 전세계적인 자동차 시장의 침체 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2012년부터 2013년까지는 신흥국 성장세 둔화와 유럽 재정위기 여파의 영향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었을 뿐만 아니라 신차 효과 약화와 일부 업체의 생산 차질 등으로 실적이 하락했다. 국내를 살펴보면 올해 1분기에 승용차의 판매량은 중형차는 전년동기비 18.6% 감소하며 부진했다.셋째, 감성 디자인의 기아차는 디자인 경영 앞세워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기아자동차는 글로벌 기업으로 되기 위한 핵심전략으로 디자인 경영을 선택했다.현대차가 역동미를 강조했다면 기아차는 직선의 단순화를 강조했다. ‘현대차의 형제차’라는 인식을 넘어 기아차만의 차별화된 정체성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기아차는 디자인 경영의 첫 걸음으로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로 꼽히는 피터 슈라이어를 기아차 디자인 총괄 담당(CDO, Chief Design Officer)으로 영입했다. CDO를 중심으로 독특한 디자인 개발을 강화함으로써 기아차는 혁신적으로 변신했다.2008년 6월 기아차는 로체 이노베이션을 통해 패밀리 룩을 선보였다. 기아차의 패밀리 룩은 라디에이터 그릴 디자인을 호랑이 코와 입을 형상화했다.이후 준중형차 포르테와 소형 CUV 쏘울 등 우수 디자인을 갖춘 신차들이 출시됐고 K5와 K7 등을 통해 패밀리 룩의 틀이 만들어 나갔다.디자인 경영의 경영전략성과는 서서히 나타났다. 기아차 디자인에 대한 전 세계적인 호평이 이어졌는데 쏘울은 한국차 최초로 세계 3대 디자인상 중 하나인 ‘2009 레드닷 디자인상’에서 자동차 디자인 분야 ‘Honorable Mention’상을 수상했다. 기아차의 유럽 전략모델인 벤가는 2009년 ‘iF디자인상’, 2010년에는 레드닷 디자인상을 수상했다. ◇ 시장점유율 하락과 수익성 둔화 가능성도 높아 대비 필요올해 초 S&P는 기아차와 현대차 양사 합산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2013 년 8.8%에서 2014 년 8.7%, 2015 년 8.5%로 점진적인 하락이 예상된다고 밝혔다.생산능력 확대 계획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원화 대비 일본 엔화의 지속적인 약세로 인해 일본 자동차 업체들의 원가 경쟁력이 개선되고 생산능력이 확대 가능성이 제고되어, 그 결과로 기아자동차의 원가 경쟁력이 약화되고 시장점유율과 수익성 기반이 약화될 수 있음을 경고한 것이다.해외의 기업 신용평가사들은 기아자동차가 현대자동차그룹의 전략에 필수적인 회사여서 매각할 가능성은 낮으며 그룹 경영진의 확고한 장기 지원 의지, 세계 5 위의 자동차 회사 지위, 그룹의 평판, 이름, 브랜드, 리스크 관리가 양사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근거를 들어 기아자동차를 현대자동차 그룹의 핵심 자회사로 평가하고 있다.하지만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조정 기준 무차입 상태와 우수한 유동성만으로 최근의 시장점유율 하락과 수익성 둔화와 같은 여러 난제들을 해결해 나갈 수 있을지는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기아자동차가 자랑하고 있는 디자인 경영도 한국 내에서만 인정을 받고 있고, 글로벌 시장에서는 차별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어 미래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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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12크라운제과그룹(이하 크라운제과)은 창업주 윤태현 회장이 1947년 설립한 영일당제과를 모태로 하고 있다. 1956년 크라운제과로 상호를 변경했으며, 1968년 현재의 상호로 법인 전환했다.크라운제과는 창업주의 장남 윤영달 회장이 경영하고 있으며, 그는 ㈜크라운제과의 대표제품인 조리퐁을 개발하고, 제과업계 처음으로 소매업체와 직접 거래하는 루트영업을 개척한 인물이다.크라운제과는 지난해 25년 역사를 가졌고, 한때 국내 1위 제빵 프랜차이즈업체였던 크라운베이커리를 폐업했으며, 제과산업 자체가 성장 정체기에 돌입하면서 경영위기에 직면해 있다. ◇ 크라운제과그룹의 주요 계열사와 평가대상 기업크라운제과그룹은 국내9개, 해외2개, 총11개의 계열사를 가지고 있으며, 주요계열사는 표1와 같이 제조/유통, 부동산/서비스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표1. 크라운제과의 주요 계열사와 평가대상]제조/유통부문 계열사에는 ㈜크라운제과, 해태제과식품, 씨에이치테크, 영그린, 빨라쪼, 씨에이치판매 등이 있다. ㈜크라운제과는 1947년 설립한 영일당제과를 모태로 하고 있으며, 1956년 크라운제과로 상호를 변경한 후, 1968년 현재의 상호로 법인 전환했다. 주요사업은 코코아 제품 및 과자류 등의 제조, 판매이다.해태제과식품은 과자, 유제품, 냉동제품을 생산, 판매하는 회사로, 1945년 설립한 해태제과합명회사를 모태로 하고 있다. 1960년 해태제과공업, 1987년 해태제과로 상호가 변경됐다. 과자전문기업으로 승승장구했으나, 1997년 IMF당시 부도 처리된 후 하이콘테크로 상호가 변경됐다.2001년 CVC퍼시픽, JP모건, UBS 캐피털 등 컴소시엄이 공동 출자해 설립한 벨기에의 Korea Confectionery Holdings NV사가 전액 출자해 설립한 해태제과식품에 인수됐다. 2003년 스낵과자 전문기업인 일본 가루비사와 전략적 업무제휴를 했으며, 2005년 크라운제과로 편입됐다.빨라쪼는 아이스클림의 제조, 도∙소매 등을 위해 설립했으며, 이탈리아의 수제 아이스크림 빨라쪼쁘레도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기업의 매출규모·이익 등을 고려해 ㈜크라운제과, 해태제과식품을 평가했다.부동산/서비스부문 계열사는 해성농림, 아트밸리, 코디서비스코리아 등이다. 해성농림은 부동산 임대 등이 주요사업으로 1975년 설립된 임대전문업체이다. 아트밸리는 예술체험 및 문화체험 등을 위해 2008년 설립한 플레이아트가 모태로, 2012년 상호가 변경됐다. 코디서비스코리아는 인사노무관리, 인력제공 및 업무지원 등을 위해 2005년 설립했다. ◇ 창인, 화인, 낙인 등 3가지 정신 바탕으로 사람중심 경영크라운제과는 식(食)은 곧 생명(生命)의 근본(根本)이라는 창업주의 정신을 이어받아 감동경영을 기업정신으로 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고객, 사원, 사회와 함께 믿음과 보람, 가치를 나누는 참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크라운제과는 오랜 역사에도 불구하고 인재상, 인재육성제도, 경영이념, 경영철학 등이 정립돼 있지 못하다. 따라서 2005년 인수한 해태제과식품을 위주로 경영이념, 인사제도, 인재상, 자기계발 등을 평가했다.해태제과식품은 올바름, 힘, 좋은 것을 상징으로 하고 있으며, 창인, 화인, 낙인 등 3인 정신을 바탕으로 사람중심 경영을 펼치고 있다. 비전은 현실보다는 미래를 위한 확장, 개인보다는 조직의 조화, 능력보다는 일을 즐길 줄 아는 기업문화를 바탕으로 동북아 제일의 제과기업, 제과업계의 리더기업이 되는 것이다. 해태제과식품은 조직원 모두가 가족이라는 원칙하에 고객중심 경영을 실천하고 있으며,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관리를 위해 능력급 연봉제를 적극 시행하고, 성과 및 능력위주의 평가를 하고 있다.해태제과의 인재상은 기업이념 실현을 위해 갖춰야 할 기본정신을 가지고 있는 고객 중심형 인재, 변화주도형 인재, 사랑과 행복 추구형 인재, 최고 프로정신 인재 등이다. 고객중심형 인재는 최고의 품질과 제품을 고객에게 제공하기 위해 고객의 요구에 선제 대응하고, 사랑과 만족을 제공할 줄 아는 사람을 말한다.변화주도형 인재란 미래개척과 시장선도를 위해 변화와 혁신에 주저하지 않고 도전한다. 사랑과 행복 추구형 인재란 개인과 조직, 고객과 사회의 조화로운 사랑을 통해 행복한 사회를 이끌어 나갈 수 있다. 최고 프로 정신형 인재란 자기계발 욕구와 열정을 통해 업계 최고 전문가로 거듭날 수 있는 사람을 말한다.해태제과식품은 인재를 소중히 여기는 기업으로서 정예인력을 우선 육성하기 위해 다양한 교육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개인변화과정, 조직변화과정, 신문화 정착과정 등이 있다. 개인변화과정은 개인은 기업의 핵심역량이라는 인식하에 변화주도, 의식개혁을 위한 프로로 육성해 나가기 위해 운영된다.조직변화과정은 조직의 변화를 통해 팀의 성과 및 조직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한 과정이다. 신문화 정착과정은 신바람 나는 조직의 문화를 통해 글로벌 경영환경 및 미래환경에 대처해 나갈 수 있는 역량을 육성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이러한 교육 과정을 통해 조직의 성과 창출을 극대화 하기 위해 계층별 교육, 교육역량극대화, 전문직무교육, 자기계발 등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 업계 중간 정도의 연봉으로 브랜드 인지도는 낮아▲ [표2. 평가대상기업의 점수비교]크라운제과는 다수의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장기업은 ㈜크라운제과 1개에 불과하며, 대부분의 계열사는 ㈜크라운제과의 사업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해태제과식품만이 나름 오랜 역사와 시장의 인지도를 바탕으로 독립적인 사업을 하고 있지만, 매출이 정체되면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CEO이미지 차원을 보면 윤영달 회장은 1.5세대 경영인으로서 크라운제과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한 유능한 경영인이지만 몇 년 전부터 아트경영이라는 컨셉으로 본업과 떨어진 활동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제과산업 자체가 유해 식품첨가물, 가격담합, 원재료비와 관계없는 가격인상 등으로 비윤리적인 경영을 일삼고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기업문화도 보수적이며 전근대적인 조직문화를 갖고 있다. 제과나 음료업 자체가 특별한 기술개발이 필요하지만 국내 기업들은 선진국 기업이나 경쟁사의 제품을 모방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어 자기계발 가능성도 낮다.성장성은 국내 출산율이 떨어지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유해 식품첨가물이 포함된 과자에 대한 수요가 하락하고 있어 부정적이다. 브랜드 이미지도 롯데제과에 비해 떨어지고, 해태제과식품은 한때 국내시장을 양분하던 업체였지만 IMF외환위기 이후 브랜드 인지도가 급락했다.구직자가 높은 관심을 보이는 평균근속연수와 평균급여를 보면 ㈜크라운제과는 평균근속연수는 6.9년 평균급여액은 3600만원이다. 해태제과식품은 평균근속연수는 7.8년, 평균급여액은 3500만원으로 ㈜크라운제과보다 낮다. 제과업계의 경쟁회사인 롯데제과의 평균급여가 4000만원이고, 오리온제과는 3400만원으로 ㈜크라운제과와 해태제과식품은 중간 수준에 해당된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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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는 범 현대가에 포함되는 대기업임에도 불구하고 현대자동차, 현대그룹 등과는 차별화되는 기업문화를 갖고 있다. 정인영 회장의 경우 국내 다른 대기업 창업자들과 달리 영어로 자료의 학습을 통해 해외 경제동향을 빨리 접해 산업 트렌드 파악에 유리했을 것으로 판단된다.하지만 사업 아이템의 선택이 좋다고 사업에서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도 한라의 사례에서 보면 알 수 있다. 한라의 기업문화를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기업문화 측정과 혁신도구인‘SWEAT Model’에 적용해 5-DNA 10-Element의 성취도, 기업문화 위험관리, 혁신전략 등을 종합적으로 진단하고 평가해 보자. ◇ 5-DNA 10-Element의 성취도 분석▲ [그림 21-1. 5-DNA 10-Element 분석]한라의 기업문화를 SWEAT Model의 5-DNA 10-Element를 점수로 평가해 보면 [그림 21-1]과 같다. 한라의 기업문화 성취도를 평가하면 IMF외환위기로 해체되었다가 다시 일어선 저력을 갖고 있는 기업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낮은 편이다.DNA 1인 비전의 경우 사업목표를 잘 설정했지만, 사회적 책임은 특별히 두드러져 보이지 않는다. 현대양행이 중공업을 출발점으로 삼고, 자동차부품, 조선/플랜트로 사업영역을 확장한 것은 산업 트렌드를 작 파악한 결정이라고 볼 수 있다. DNA 2인 사업은 제품선택은 아이템 선정을 잘 했다는 측면에서 낙제점을 벗어났지만, 시장은 해외를 지향했지만 결국 국내라는 영역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DNA 3인 성과는 기업이 영속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충분한 이익을 확보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익은 미미하고, 위험은 관리하지 못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특히 위험의 경우 현대양행을 신군부에 빼앗긴 것도 산업합리화 조치에 대한 대비가 부족했고, 조선산업의 버블이 충분히 예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조선과 플랜트에 대한 투자를 늘려 그룹이 해체되는데 결정적인 단초를 제공한 것은 위험관리에 대한 기본적인 시스템조차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DNA 4인 조직은 업무의 분장이나 인재육성과 같은 전략이 보이지 않아 성과 다음으로 나쁜 평가를 받은 DNA가 됐다.한라가 범 현대가의 기업군에 포함되지만 현장 중시나 과감한 추진력과 같은 조직의 역동성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정인영 회장의 개인적인 성향이 많이 반영된 것으로 판단된다.DNA 5인 시스템은 경영도구에 대한 관심은 높았지만, 이를 체계적으로 도입하려는 노력은 부족했던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만도가 1995년부터 ERP를 구축하고 디지털 경영을 시도했지만, 실질적인 효과를 크게 보지는 못했다.한라가 뛰어난 인재를 영입했거나 육성하는 체계는 없었지만, 그룹을 키울 수 있었던 것은 운영혁신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 기업문화 위험의 관리전략▲ [그림 21-2. 기업문화 위험의 관리]한라가 기업문화 5-DNA를 인식하고 관리하는 수준을 평가해 정리한 것이 [그림 21-2]다. 5-DNA 10-Element를 평가한 결과를 반영하면 비전, 성과, 조직 등 5개의 DNA 중 3개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위험 영역에 속하고, 무시할 수 있는 위험영역에는 하나도 없다.대부분의 대기업은 최소한 1개 이상의 DAN가 무시할 수 있는 위험영역에 포함돼 기업문화 혁신전략을 수립하기 쉬운데, 한라의 경우 깊은 고민을 하지 않으면 혁신도 어렵다. 관리 가능한 위험영역에 포함된 사업과 시스템도 전략적으로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유기적 조화도는 ‘중’으로 높지 않다. 기업문화를 혁신하기 위해서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DNA는 사업과 성과이고, 다음으로 조직과 시스템이다.사업의 경우 정인영 회장의 경우 사업 아이템선정은 잘 했지만 시장의 다각화나 글로벌화는 미진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최근 정몽원 회장이 건설부문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차라리 건설은 포기하고 자동차부품의 품질개발에 더 투자를 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판단된다.성과도 만도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계열사가 적정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으며, 위험관리도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위험관리는 위기관리를 위한 종합적인 경영전략을 수립한 이후에나 가능하므로, 그룹차원의 접근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 한라가 채용하고 있는 혁신 전략▲ [그림 21-3. SWEAT Model로 분석한 한라 기업문화]SWEAT Model로 한라의 기업혁신방법을 분석해 보면 [그림 21-3]과 같다. 한라의 기업혁신전략은 유럽 기업들이 선호하는 ‘E-Type Model’을 채용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 중에서는 한진그룹, 현대중공업 등이 동일한 모델을 통해 기업문화를 혁신하고 있다. 범 현대가에 속하는 현대그룹이나 현대자동차그룹이 T-Type Model을 선택한 것과도 차이가 있다.국내 대기업 대부분이 일본 기업의 경영전략을 모방했는데, 한라는 유럽 기업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정인영 회장이 돈만 되면 무조건 사업아이템을 선택하기 보다는 전략적으로 산업 트렌드를 읽고 비전을 설정한 이후 한 사업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아쉬운 점은 사업아이템을 선정하기 위해 트렌드를 파악한 것은 좋았지만,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수립하는 데는 능숙하지 못했다는 것이다.현대양행을 국가에 헌납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고 하더라도, 한라중공업을 시작하면서 자금계획을 면밀하게 수립하지 못해 그룹 전체를 위기로 몰고 간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현대양행의 사례를 통해 국가정책이나 산업변화를 예측하는 것이 국내 기업경영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체감했음에도 불구하고 위험요소를 모니터링해 대처할 수 있는 위기관리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노력을 게을리 했다고 볼 수 있다. 한라가 100년 기업이 많은 유럽기업의 경영전략을 채용한 것은 매우 좋은 선택이었지만,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수립하고도 기업혁신 노력이 비전을 넘어 사업, 성과, 조직, 시스템으로 충분히 전파하지 못했다는 것은 아쉽다. 2008년 만도를 인수한 이후 한라가 재도약의 계기를 마련했지만, 다시 어려움에 봉착한 것도 기업혁신에 대한 명확한 장기전략을 수립하지 않고 단기 전술에만 골몰하기 때문이다.한라의 정몽원 회장도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전술을 구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창업자가 가졌던 사업보국의 정신을 잊지 않아야 한라의 화려했던 과거를 재현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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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의 창업자인 정인영 회장은 일제시대에 영어를 배웠고, 6∙25동란 때는 통역을 할 정도로 새로운 학문과 지식을 빨리 받아 들였다고 볼 수 있다.한국이 현대적 의미의 자본주의를 받아들이면서 이들 양국의 영향을 크게 받았기 때문에 정인영 회장이 영어로 된 책을 읽고, 대화를 할 수 있었다는 것은 큰 행운이었다고 볼 수 있다. 다른 대기업 오너들과는 달리 1960년대 초에 중공업이 경공업을 대체할 것이고, 1980년대 자동차가 미래산업이라고 파악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보인다.한라의 기업문화를 진단하기 위해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SWEAT Model의 두 번째 DNA인 사업(Business)을 제품(product)와 시장(market) 측면에서 평가해 보자.◇ 중공업에서 시작해 자동차 부품전문기업으로 사업전환정인영 회장이 현대양행을 설립하면서 경공업에 치중된 한국경제의 미래가 중공업에 있다고 확신한 것은 적절했다.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서 국가의 산업발전단계가 저가의 노동력에 기반한 경공업이 발전하게 되면, 경공업으로 축적한 기술과 자본을 바탕으로 중공업이 발전한다는 논리를 파악한 것이다.그러나 중공업이 한국경제의 주력산업으로 부상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에 시장이 형성되기 이전에 너무 일찍 뛰어 들었다. 중공업은 단순히 원료를 수입해 가공해 수출하는 경공업과는 달리 기술력이 필요한 산업이다. 한라가 현대양행의 창원공장을 국가에 빼앗겼다고 억울해 하지만, 당시의 신군부는 대기업들이 빚으로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해 국가경제에 부담을 지우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신군부의 산업합리화 조치가 강압적인 형태로 띄어 문제가 있었지만 나름 합리적인 의사결정이라는 평가도 받았다.5공화국 정부가 산업의 강제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국가자원의 합리적인 배분을 유도했고, 결과적으로 1980년대 중∙후반 이후 한국경제는 고도성장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한국중공업이 담수화설비, 발전설비 등 플랜트 사업부문에서 호실적을 내면서 한라가 내내 아쉬워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현대양행을 국가에 빼앗기고 나서 1980년 만도기계와 한라건설을 세워 자동차부품과 건설을 그룹의 양대 산업으로 키우기 시작했다. 자동차부품사업을 시작한 것도 현대자동차와의 특수성을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아주 적절한 선택이었다.당시 수입에 의존하던 자동차부품의 국산화는 매력적인 사업이었다. 현대자동차가 1980년대, 1990년대 급성장하면서 만도기계의 실적도 덩달아 좋아졌다.한라가 자동차부품사업을 하지 않았다면 건설이나 시멘트 등 사업만으로 그룹을 유지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본다. 물론 건설사업이 한라가 IMF외환위기로 해체된 이후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 줬다는 측면에서는 희망의 씨앗이 되기는 했다. 한라는 만도를 50대 글로벌 자동차 부품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그룹차원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자동차부품회사의 경쟁력은 품질이라는 점을 강조해 R&D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으며, 외국의 기술보유기업과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만도는 주요 고객인 현대∙기아자동차가 글로벌 시장에 주력함으로써 중국, 미국, 인도, 브라질 등에 동반 진출하는 방법으로 글로벌 기업을 지향하고 있다. 조향 및 제동장치 등 일부 부품의 경우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도 받고 있어 자동차 부품기업으로서 만도의 미래는 밝은 편이다. ◇ 조선과 플랜트 사업으로의 확장은 패착한라는 조선산업의 미래를 너무 밝게 본 나머지 한라중공업에 그룹의 전 역량을 쏟아 부었다. 자동차부품사업에서 자신감을 회복한 이후 중공업에 다시 뛰어 들었다.삼호공단 조성, 조선소건설, 플랜트공장 건설 등을 하면서 한라뿐만 아니라 현대그룹에도 손을 벌려 투자를 늘렸다. 조선과 플랜트사업이 국내에서 포화상태라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추진했고, 공장입지도 기존의 업체들과 다른 선택을 하면서 어려움이 가중되었다. 조선과 플랜트공장의 대부분은 부품조달이나 노동력 확보가 유리한 포항, 울산, 부산, 진해, 창원, 거제 등에 동해안 남부와 남해안에 위치해 있는데 반해 한라중공업은 서해안의 전남 영암에 공장을 세웠다.서해안은 조수간만의 차이가 심하고, 갯벌이 많아 대형선박의 입∙출항에 불리해 조선소나 플랜트 공장의 입지로서는 불리하다. 한라가 입지가 불리한 영암에 공장을 세우면서 얼마나 남은 초과비용이 투입되었는지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지만, 좋은 입지보다 더 많은 돈이 투자되었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이미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중공업 등의 대형 조선사들이 즐비한 시장에서 한라중공업이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상식적인 판단기준에 맞지 않는 사업을 벌이다가 망한 그룹은 한라 외에도 한보그룹, 웅진그룹도 있다.한보그룹도 철강, 웅진그룹은 태양광에 그룹의 규모나 역량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투자하다가 무너졌다. 한라중공업처럼 삼성자동차의 경우 허가를 얻기 위해 입지조건이 나쁜 부산에 공장을 세우면서 망한 사례로 꼽힌다. 국내 최고의 그룹으로 꼽히는 삼성그룹도 이건희 회장의 개인적인 욕심을 바탕으로 자동차산업에 무리하게 진출했었다. 김영삼 정부는 섬유와 신발산업의 부진으로 어려워진 부산지역의 경제를 살리기 위해 부산에 공장을 세우는 조건으로 자동차사업을 허가했다.삼성자동차는 지반이 약한 모래밭인 녹산공단의 기초공사에 너무 많은 돈을 투자하면서 정상적인 가동조차 못하고 무너졌다. 자동차사업은 하는 사업마다 성공하던 삼성그룹이 철저하게 실패한 사업으로 기록되었다. 당시로서는 천문학적인 투자규모인 8000억 원 이상을 투자했지만 투자비를 회수하지 못하고, 이자도 제대로 갚지 못하던 와중에 IMF외환위기로 한라는 한라중공업을 포기해야 했다. 한라중공업은 현대중공업그룹에 인수된 후 현대삼호중공업으로 이름을 바꿨지만, 현대중공업에서 처리하지 못하는 수주물량의 일부를 담당하는 보조역할에 머물고 있다.2000년대 초∙중반 조선업과 플랜트제조가 활황세를 보이면서 잠깐 정상적인 가동이 이뤄졌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조선산업이 기술적인 측면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보유하지 못하면서 미래가 불투명하다. ◇ 건설업을 살리겠다는 의지는 좋지만 가능성은 낮아한라가 모기업인 ㈜한라를 살리기 위해 우량계열사인 만도를 동원하면서 투자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한라의 입장에서 모기업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지만, 과연 ㈜한라가 살아남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정몽원 회장은 2012년부터 그룹의 근간인 한라건설을 살리기 위해 전방위 지원을 시작했다. 2012년 12월 한라엠켐주식 510만주를 무상으로 한라건설에 증여했고, 2013년 4월 만도는 100%자회사인 마이스터를 통해 한라건설의 유상증자에 3435억 원 참여했다. 2013년 9월 한라건설은 사명을 ㈜한라로 변경했다. 전통적인 토건만으로 기업을 살리기 어렵다고 판단해 사업분야를 환경과 에너지, 발전, 산업플랜트, IT, 자원개발, 물류 등으로 확장했다.사업영역도 그동안 국내사업에 한정했던 것도 중동, 동남아시아, 중국,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유럽, 북남미 등으로 넓히기로 했다. 해외사업 추진하는 원칙을 need, solution, visualization, action plan 등 4가지로 정했다. 임직원이 해외진출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 새롭게 노력하며, 성과를 내고,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실천하겠다는 의미라고 한다. 올해도 미래사업본부를 신설해 환경, 에너지, 해외 플랜트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해외사업의 비중을 높이고, 국내사업도 주택사업보다는 상하수도 등 환경기초시설의 유지관리사업에 집중하기로 했다. 지난해부터 강원도 평창에서 지하수를 개발해 생수사업을 하기 위한 준비도 하고 있다.주택과 공공사업에 치중된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돈이 되는 사업이라면 무엇이든지 하겠다는 발상은 좋지만 ㈜한라의 정체성(identity)를 잃어버린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 아직도 매출의 대부분이 건설부문에서 나오고 있는데, 건설회사가 건설이라는 이름을 없애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고, 경험도 없이 무차별적으로 새로운 사업분야에 뛰어드는 것도 위험하다. 2014년은 경기불황, 자금난, 불확실성 등 건설업계 전체가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MB정부가 건설업계를 살리기 위해 4대강 사업을 무리하게 펼쳐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4대강 사업 자체가 가격담합, 부실공사, 뇌물 등으로 얼룩지면서 건설업계 전체가 부도덕한 집단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건설업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지난 몇 년 동안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던 국내 건설업체들이 과잉경쟁으로 저가수주를 하면서 대규모 손실을 내고 있는 것도 건설업체들의 숨통이 조이는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사업만 하던 ㈜한라가 해외 건설시장을 돌파구로 삼겠다는 구상은 설득력이 약하다. 정몽원 회장이 지난해부터 ㈜한라의 대표를 맡아 살리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특별한 성과는 나지 않고 있다.해외사업 추진 4대 원칙이라는 것도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해외사업만이 ㈜한라의 유일한 희망이고, 해외사업에서 성공하지 못하면 ㈜한라의 미래가 어둡다는 인식을 임직원이 공유하겠다는 것은 좋은데, 그것이 해외사업이 성공할 수 있는 핵심경쟁력(core competency)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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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그룹(이하 한라)는 일반인에게 생소한 그룹이다. 한라시멘트와 한라중공업 등과 같은 기업 이름에는 친숙하지만, 만도, 한라건설 등의 이름을 들어본 사람은 많지 않다.한라는 현대그룹의 창업자인 정주영 회장의 동생, 정인영 회장이 1962년 창업한 대기업 집단이다. 1980년 국가의 산업화 조치로 주력계열사를 국가에 헌납해야 했고, 1997년 IMF외환위기로 그룹이 공중 분해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이후 한라건설을 디딤돌로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지만, 최근 건설산업이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1997년 사태가 재연되는 것은 아닌지 의심을 받고 있다. ◇ 중공업으로 한국경제에 이바지하기 위해 창업한라의 창업자인 정인영 회장은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일본에서 영어를 공부한 정인영 회장은 해방 이후 신문사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지만, 6∙25동란 때는 부산으로 피난을 가서 미군의 통역으로 일했다. 전쟁 통에 먹고 살기 어려워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일을 해야 하던 시기에 일본에서 공부한 영어실력을 잘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이다.형인 정주영 회장이 미군 관련 공사를 수주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서 현대그룹의 창업 초기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 정주영 회장과 같이 현대그룹의 기반을 닦았지만 1962년 형의 그늘에서 벗어나 독립했다. 부존자원이 없는 나라에서 중공업 개발 없이는 경제발전을 이룰 수 없다는 일념으로 1962년 현대양행을 설립했다고 한다.한라는 국내 최초로 건설중장비를 생산했으며, 발전설비, 해외 플랜트를 제작하는 기업으로 출발했다. 경남 창원에 대규모 중장비건설공장을 지었지만 1980년 중공업합리화 조치를 명분으로 내건 신군부에게 빼앗겠다.정부는 이 공장을 기반으로 한국중공업을 설립했으며, 이후 한국중공업은 민영화되면서 두산중공업이 되었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발전설비, 담수화설비, 각종 플랜트 기업인 두산중공업의 뿌리는 현대양행이다. 현대양행을 국가에 빼앗긴 이후 자동차부품 회사인 만도기계를 설립해 현대자동차에 납품하기 시작했다. 1997년 IMF외환위기로 그룹이 해체될 때 만도기계를 잃었지만 2008년 다시 경영권을 되찾았고, 현재는 한라의 핵심계열사이다.만도기계는 현대자동차라는 막강한 사업파트너를 갖고 있었기에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현대그룹과 관련이 없는 기업이었다면 만도기계도 세계적인 자동차 부품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정인영 회장이 정주영 회장의 동생이었기 때문에 만도기계의 성장신화가 가능했다. 한라가 1980년의 위기에서 벗어나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했지만, 조선회사인 한라중공업에 무리한 투자를 하면서 위기를 자초했다. 1990년대 초부터 조선사업이 활황을 보이자 조선이 미래성장동력이라고 판단해 다른 계열사를 총동원해 투자했지만 외환위기의 파고를 넘지 못했다.1996년 가동을 시작한 한라중공업은 적자가 누적되면서 상호출자, 지급보증을 무리하게 하면서 그룹을 해체시키는 뇌관이 되었다. 당시 한라처럼 철강업에 무리하게 투자했던 한보그룹도 부도 처리되었다. 한라는 지난 50년 동안 한국국가산업발전의 원동력인 중공업과 역사를 같이 했지만 2번의 위기로 좌초된 것이다. 신군부가 현대양행을 빼앗은 1980년이 첫 번째 위기였고, 외환위기로 한국경제가 초토화된 1997년이 두 번째 위기였다.두 번의 위기를 넘으면서 그룹이라고 부르기 초라할 정도로 사업이 축소되었다. 계열사 중 한라건설만 남았지만, 범현대가의 지원을 받으면서 재기할 수 있었다.2008년 KCC그룹의 지원을 받아 초우량기업인 만도를 재인수하면서 과거의 위상을 회복하고 있다. 현재 한라는 자동차 부품, 건설, 유통, 항만, 투자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 도전을 강조하며 제 2의 창업을 강조한라는 2008년 만도를 인수하면서 재기에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그룹이 해체된 이후 한라건설만으로 겨우 명맥을 유지하다가 만도를 인수하면서 자동차부품 전문그룹으로서 위상을 정립할 수 있게 된 것이다.2008년 캐나다 STackpole사가 합작해 한라스택폴을 설립했고, 같은 해 독일의 Hella와 합작해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도 만들었다. 2011년에는 독일의 Brose사와 제휴해 만도브로제도를 설립해 전기자동차 및 자동차용 전기모토를 제조하고 있다. 2012년 창업 50주년을 맞이해 정인영 회장의 도전정신을 살려 제 2의 도약을 꿈꾸자고 역설한 것도 만도의 인수로 사세가 확장되면서 생긴 자신감이 바탕이 되었다.실제로 그룹에 돈을 벌어주는 회사들은 하나같이 자동차부품과 관련된 회사들이다. 그룹의 모기업은 한라건설이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을 때 대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한 한라마이스터의 경우에도 자동차부품 유통업으로 시작한 만도의 자회사이다. 한라건설은 건설사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다양한 사업을 펼치기 위해 ㈜한라로 사명을 변경했다. 정몽원 회장은 우량기업인 만도관련 기업들이 부실기업으로 전락한 ㈜한라를 지원하면서 각종 논란이 초래되자 만도의 대표이사를 사임하고 ㈜한라의 경영정상화에 집중하고 있다. 한라의 사령탑인 정몽원 회장은 정인영 회장의 둘째 아들로 아버지로부터 경영능력을 인정받아 그룹을 물려 받았다.대부분의 대기업은 장자상속이라는 원칙을 유지하고 있지만 범현대가는 능력에 따른 상속을 중시하고 있다.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도 둘째 아들인 정몽구가 아니라 넷째 아들인 정몽헌을 후계자로 지정하면서 분란을 초래했다. 정몽원 회장은 ‘진취적인 노력, 창의적인 계발, 공동체 의식’을 한라정신이라고 강조하며 도약을 하자며 임직원을 독려한다. 진취적인 노력은 도전정신으로 어떠한 난관에 부딪혀도 굴하지 않고 목표를 달성하도록 한다.창의적인 계발은 문제의식을 갖고 업무를 수행하고, 자신의 역량을 계발하는 기반이 된다. 공동체 의식은 서로 격려하며 화합과 동료애를 바탕으로 한라라는 공동체를 만들어 가자는 주문이다. 한라가 범현대가에 포함되는 그룹이기는 하지만 존재감이 미약해 한라정신도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한라가 도전을 강조하면서 제 2의 도약을 꿈꾸고 있지만 건설업을 전문으로 하고 있는 ㈜한라로 인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초우량기업으로 불리는 만도의 경우에도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라는 확실한 거래처가 있는 것을 제외하면 경쟁력이 높지 않다.만도가 보쉬나 덴소와 같은 글로벌 자동차부품기업들과 비교하면 확고한 기술을 갖고 있지 못한 것도 만도의 미래를 어둡게 만든다. 만도가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 투입해야 하는 이익을 ㈜한라를 지원하는데 낭비하고 있는 것도 잘못된 의사결정이다.◇ 정치권력과 거리를 두고 기업경영에만 몰두정인영 회장은 다른 대기업의 창업자들과 달리 기자라는 경력을 갖고 있었고, 영어로 소통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기자라는 경력은 사회현상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데 도움을 줬을 것이라고 판단된다.창업 당시에도 다른 대기업 오너들이 소비재생산과 건설과 같은 단순한 사업에 전념한 것과 달리 중공업이라는 새로운 산업이 국가경제에 중요할 것이라는 것을 예견했다. 정인형 회장은 산업의 흐름은 잘 판단했지만 정치권력의 변화에는 잘 대응하지 못했다. 1980년 인생을 걸고 투자한 현대양행의 창원기계공장을 신군부에게 빼앗겼다. 정치권의 변화를 예측하고 대비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을 것이라고 본다.정인영 회장은 정치자금을 제공하며 정치권력에 줄을 대어 특혜금융을 받고, 사업을 확장하던 다른 대기업 오너들과는 다른 길을 걸었다. 권력의 도움을 받으면 기업이 정상적인 사업을 하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5공화국, 6공화국 정치권력과는 거리를 둔 덕분에 불법 정치자금과 관련된 수사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정인영 회장이 정치권력과 깊은 유대를 가졌다면 두 번의 위기를 경험하지 않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본다. 한라가 두산중공업과 한라중공업을 정상적으로 성장시켰다면 현재 재계서열 10위권을 유지할 수도 있었다. 한라중공업의 경우에도 김대중 정부가 구조조정의 시범사례로 선정하지 않고 지원을 했더라면 2000년대 초∙중반의 조선업 호황의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물론 조선업의 호황이 반짝 경기에 불과했고, 지난해 조선관련 전문그룹이었던 STX그룹마저 해체된 것을 감안하면 한라중공업을 당시 회생시켰더라도 밝은 미래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 기업을 유지하려면 불법 정치자금으로 정치권과 밀착을 하지는 않더라도 정치변화는 잘 대비해야 한다는 것을 한라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다.정인영 회장은 정치권과 거리를 두면서 깨끗한 경영자라는 이미지를 얻었지만, 한라를 성장시키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정치와 거리를 두는 것도 중요했지만, 정치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것이다.정몽원 회장도 재계 서열 12위였던 과거의 영화를 회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사회나 정치변화에 둔감해서는 안된다. 기업경영이 열심히 노력하고 도전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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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는 한 때 재계서열 12위의 기업집단으로 한라건설, 한라시멘트, 한라중공업, 만도기계 등 21개의 계열사를 보유하기도 했다. 그러나 IMF외환위기 당시 그룹이 공중 분해된 이후 건설만으로 겨우 명맥을 유지하며 과거의 영화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했다.2008년 만도를 인수하면서 자신감을 회복했고, 2012년 창업 50주년을 맞이해 100년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한라의 기업문화를 진단하기 위해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SWEAT Model의 첫 번째 DNA인 비전(Vision)을 목표(goal)와 책임(responsibility) 측면에서 평가해 보자.◇ 사랑 받는 기업, 우량기업이라는 비전 설정한라는 100년 기업이 되기 위한 중장기 비전(Vision)으로 ‘사랑 받는 기업, 우량하고, 튼실한 세계적 기업’을 정했다.사랑 받는 기업은 환경친화적인 기업,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 투명하고 도덕적인 기업, 노사가 화합하고 임직원 상하, 동료간에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지며 훈훈한 정이 통하는 기업, 우리를 둘러싼 모든 사람들과 함께하는 Good relationship 기업을 말한다. 기업이 주변의 모든 이해관계자로부터 사랑을 받을 수 있어야 영속적인 기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다음으로 우량하고 튼실한 세계적인 기업은 재무 안정성과 지속성장을 통해 주주가 투자하고 싶은 기업, 최고 품질의 제품과 서비스로 고객에게 만족을 넘어 행복을 전하는 기업, 한라 인재상을 기반으로 우수인력을 양성하고 임직원이 높은 사기와 자긍심을 가지고 항상 근무하고 싶어하는 기업, 우수 인력과 기술력을 토대로 각 분야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기업 등이다.우량하고 튼실한 기업이라는 것이 매우 추상적인 개념인데,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기술력을 통해 최고 품질의 제품을 개발해 고객을 만족시키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인력양성도 기업의 주요 임무라는 점도 비전에 명시하고 있다. 2012년 창립 50주년을 맞이해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Think Global, Work Smart’라는 슬로건을 만들었고 품질경영, 세계화, 지속가능경영의 목표를 세웠다. 세계화를 통해서만 한라의 미래가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그리고 임직원들의 공모를 통해 ‘꿈과 열정으로 High! Higher! HALLA!(높이, 더 높이, 한라)’라는 슬로건도 제정했다. High는 과거 50년을, Higher는 향후 50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점차 성장하는 모습을 압축한 것이라고 한다. 2010년에는 2015년까지 매출 17조원 달성이라는 5개년 중기계획을 수립했다. 우선 만도는 비전으로 ‘Global Leader of Safety & Convenience’으로 정하고 ‘2015년 세계 1등 제품을 보유한 글로벌 30위 자동차시스템 회사’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만도는 글로벌화를 위해 해외에 생산공장을 늘리고 있으며, 품질경영을 위해 만도 글로벌 R&D센터를 중심으로 핵심기술을 개발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있다. 2012년의 경영방침도 지속가능 경쟁력 배양으로 정한 이후 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만도를 제외하고 어떤 계열사도 우량기업이나 지속가능 경쟁력을 보유한 기업으로 평가 받지는 못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2015년의 중기계획목표도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직원들에게 막연한 꿈과 열정을 가지라고 하기 보다는 명확한 사업목표를 세우도록 해야 한다. 만도가 세계 1등 제품을 보유하겠다고 하는데, 특정 제품을 정해 세계 1등이 되겠다고 하는 것이 더 구체적이고 달성확률을 높일 수 있다. ◇ 정도경영을 강조하지만 노조파괴기업이라는 오명 받아한라는 창업자인 정인영 회장이 주창한 정도경영을 한라의 창업정신이자 자부심이라고 주장한다. 한라의 경영방침인 지속가능경영의 조건도 단순히 법과 제도를 준수하는 준법경영을 넘어 이해관계자 모두와 공존공영하겠다는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y)과 의무를 다하는 수준으로 격상시켜야 한다고 말한다.정도의 의미도 ‘누가 지켜보지 않더라고 항상 옳은 일을 행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해서는 안되는 일을 하지 않고, 정확한 정보를 모두가 공유하는 방법으로 실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깨끗하고 투명한 방식으로 정정당당하게 경쟁하며, 신뢰를 기반으로 강한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되는 것이 한라의 정도경영의 목표다. 정인영 회장은 머리와 가슴, 땀만으로 목표를 달성해야 하고, 야합과 협잡, 다른 사람의 희생 위에서 이루어낸 성취는 자기기만이라고 말했다. 정치권과 거리를 두고, 오로지 기업경영에만 매진해 온 그의 인생을 보면 정도경영을 필생의 신념으로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한국 현대사에서 대부분의 대기업이 불법 정치자금제공으로 검찰의 수사를 1번 이상 받았지만 한라는 피해갈 수 있었던 것도 정도경영의 결과라는 것이다. 하지만 정인영 회장 이후 아들인 정몽원 회장이 이끌고 있는 한라는 정도경영을 지키는 기업이라고 평가 받기 어렵다. 정몽원 회장의 경영철학이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지만 2008년 만도를 인수한 이후의 경영전략을 보면 정도경영과는 거리가 멀다.만도를 기반으로 덩치를 키우려는 전략을 추진하면서 정도경영 원칙도 사라졌고, 그룹의 비전인 사랑 받는 기업도 되지 못하고 있다.2012년 만도 노조가 임금협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하자 한라는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1500여명의 용역을 투입해 직장을 폐쇄하고, 친기업 성향의 복수노조 설립을 유도해 노-노간 갈등까지 부추겼다. 민주노총 산하의 금속노조가 강성노조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지만 파업 3일만에 용역을 투입해 직장을 폐쇄한 것은 노사가 화합하고 정이 통하는 기업을 만들겠다는 비전과도 맞지 않는다. 만도가 한라에 재 인수된 이후 사업의 분할이나 부실계열사 지원으로 2015년 글로벌 30위 부품회사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달성은 오히려 더 어려워지고 있다.모기업인 ㈜한라에 대한 무리한 지원은 만도의 성장잠재력을 훼손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세계 1등 제품을 보유하기 위해서는 기술개발을 통한 품질향상이 중요한데, 직원들의 연합체인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고는 달성하기 어렵다. 1987년 민주화 항쟁 이후 국내기업의 노조는 임금과 근로조건 개선 외에 정치투쟁을 일삼고, 경영진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을 요구하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한라가 신뢰를 강조하고, 정도경영도 정확한 정보를 모두가 공유하는 방법으로 실천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있기 때문에 노조와 타협할 수 있는 여지는 많다.일부 전문가들은 초우량기업이었던 만도가 한라에 인수된 후 만신창이가 되었다는 주장을 한다. 돈이 되는 핵심사업은 분사되고, 미래사업은 별도로 만든 회사가 전담하고, 공장건설과 같은 프로젝트는 일감 몰아주기식으로 모기업인 ㈜한라에 맡겨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몽원 회장의 입장에서는 과거의 영화를 회복하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도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끼겠지만 정말 옛날의 화려한 시절로 돌아가고자 한다면 먼저 임직원과 주주, 사회, 국가 등 이해관계자를 설득해야 한다.한라의 새로운 비전이 무엇이고, 그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수립하고 있는지 등에 대한 명확한 계획을 갖고 있어야 한다. 한라의 현재 사업구조를 보면 자동차부품관련 사업을 빼면 제대로 영속 가능한 사업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결국 만도를 중심으로 한 자동차부품사업만 남기 때문에 만도의 임직원과 미래비전을 공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도의 노동조합과 극한의 대립을 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만도가 모기업인 ㈜한라는 왜 지원해야 하고, 사업분할이나 별도부품회사 설립이 그룹의 전략과 일치하는지, 만도의 사업과 어떤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지 등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한라의 성장과 발전이 만도 임직원의 미래와 복지에도 중요하다는 것을 공감시켜야 한다. 한라가 이해관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공유함으로써 정도경영을 실천하겠다고 했는데, 노조와 투자자에게 모두 관련 정보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지역사회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직원과 투자자에 대한 사회적 책임부터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만도가 한라마이스터를 앞세워 ㈜한라를 지원하자 개인투자자뿐만 아니라 기관투자자들까지 크게 반발했던 것도 정보의 투명성 부족 때문이다. 만도의 주주들은 만도가 ㈜한라의 대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정몽원 회장에게 그룹을 다시 키우는 것이 우선이겠지만 아버지 정인영 회장이 사적인 이익을 포기하고 평생을 지켜왔던 정도경영을 이어받는 것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야 한다.영원히 죽지 않고, 늙지도 않는 사람이 없듯이 기업도 불노장생(不老長生)할 수는 없다. 기업의 수명을 늘리고 덩치는 키우는 일도 중요하지만,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를 실현하고,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이제 정몽원 회장도 노조와 투자자를 진심으로 설득해 같이 공감할 수 있는 비전을 세우고 정도경영을 실천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본인이 그토록 원하는 한라의 영화를 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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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은 창업주시절부터 에너지 한길만을 파고 든 고집불통의 기업이며, 보수적인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대성과 비슷한 시기에 출발한 기업들이 무원칙적인 문어발 사업확장에 열중할 때도 흔들리지 않았다. 대성이 체계적으로 성장하지 못한 대기업이라 부족한 것이 많지만 나름 존재감을 가지는 이유다.하지만 대성은 다른 중견 대기업과 마찬가지로 업무의 분화나 인력양성에 대한 체계는 부족하다. 대성의 기업문화를 진단하기 위해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SWEAT Model의 네 번째 DNA인 조직(Organization)을 일(job)과 사람(people) 측면에서 평가해 보자.◇ 형제가 화합하지 못하는데, 직원 등 이해관계자를 존중하기 어려워대성은 일반인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기업이고, 연탄이 무엇인지 모르고 자란 젊은이들에게는 친숙한 이름은 아니다. 창업주가 자신의 철학은 명쾌하게 갖고 있었지만 기업문화로까지 승화시키는 데는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창업주 사망 이후 지분정리와 상호사용문제로 자식들이 치열하게 싸웠다. 분쟁결과 3형제가 개별 기업군을 갖고 독립적으로 사업을 하기로 했지만, 피를 나눈 형제들끼리도 배려와 화합을 하지 못하는데 직원, 주주, 채권자, 사회, 국가 등의 다른 이해관계자를 존중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어렵다. 맨주먹으로 기업을 일군 아버지가 자식들에게 재산을 분할할 때는 나름대로 명분과 이유가 있었다고 보여진다. 자식들이 자신의 배분방식에 대해 치열하게 다툼을 벌이고, 반목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자식들의 입장에서는 한 푼이라도 자신의 몫을 챙겨야겠다는 욕심이 앞섰겠지만 부모는 어렵게 일궈 물려준 재산이 자식들의 우애를 깨고 불행하게 만드는 것은 원하지 않았을 것이다. 대구경북지역의 도시가스사업을 갖고 분가한 막내, 서울지역 도시가스사업을 물려 받은 둘째, 도시가스사업의 설비와 공사 등의 사업을 물려 받은 큰 아들, 모두 합심해야 시너지(synergy)가 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아버지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죽고 나서도 형제가 서로 도우면서 우애를 지켜나가야 사업을 키울 수 있도록 배분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이미 도시가스나 가스판매업 시장에 대기업들과 중견그룹들이 포진하고 있어 대성도 생존을 위해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 하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솔로몬의 지혜로 형제간에 화합을 하고 우애를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지만 자식들이 따라주지 못하면서 대성의 장점이 사라진 것이다.서로 반목하면서 덩치를 키우기 위해 주력이 아닌 사업을 경쟁적으로 진출해 위기를 자초하고 있는 것도 어리석은 선택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서로 대성의 정신을 이어받고 있다는 주장을 하지만 정작 누구도 창업주의 깊은 뜻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 속담에 ‘집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는 말이 있다. 한국 대기업의 오너들이 착각하는 것이 하나 있다. 기업은 자신의 것이고, 직원들은 내가 돈을 주고 부리는 머슴에 불과하기 때문에 직원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하지만 주식회사의 주인은 주주이고, 오너의 지분은 불과 몇 퍼센트밖에 되지 않아 모든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정부나 시민단체의 감시가 부실해 오너들이 경영권을 전횡하고 있을 뿐이다. 직원들도 오너가 월급 몇 푼 주고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머슴은 아니고, 공동의 이해관계자라고 봐야 한다. ◇ 별도의 인재상 제시하지만 실천의지는 보이지 않아기업의 인재상은 기업이 현재의 사업뿐만 아니라 미래에 영위할 사업까지 잘 이끌어갈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사람이어야 하는데, 사업과는 연관성이 없는 좋은 말만 나열한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기업 인재상을 살펴보면서 ‘과연 몇 명이나 부합할까’하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오너의 형제들은 유산을 갖고 수십 년 간 반목하고 다투며 직원들에게는 경영철학이니 인재상이니 하면서 이상적인 요구를 한다. 대성만의 얘기는 아니지만 대성도 예외는 아니다.대성합동 지주의 간판기업인 대성산업의 인재상은 ‘성실하고 진취적인 인재’, ‘자기계발에 힘쓰는 인재’,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지닌 인재’, ‘회사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인재’이다.서울도시가스의 인재상은 ‘행동하는 인재’, ‘창조하는 인재’, ‘소통하는 인재’ 이다. 대성에너지의 인재상은 ‘변화(Change), 도전(Challenge), 창조(Creativity)’의 정신을 가지고 기동성의 경제(Economy of mobility)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인재이다. 대기업들이 분화되면서 가급적 과거의 전통과 역사를 살리기 위해 인재상을 유사하게 정립하는 것과 달리 대성의 3개 그룹은 전혀 다르다. 대성산업의 인재상은 성실, 자기계발, 합리적인 사고, 상생 등의 키워드로 요약될 수 있다. 다른 대기업의 인재상과 유사하고 현실적이다.서울도시가스의 인재상은 행동, 창조, 소통인데, 도시가스공급업과는 연관성이 낮다. 가족친화적 기업문화를 정립하기 위해 정직, 신의, 사랑도 중시하고 있다. 대성에너지는 신성장동력으로 태양열발전, 태양광발전, 교육사업 등으로 확장하면서 변화, 도전, 창조의 정신을 중시하고 있다. 기업의 인재상은 인재의 선발에서부터 육성과정까지 영향을 미쳐야 하는데, 대성의 경우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지 파악하기가 어렵다. 대성산업의 경우 교육과정을 통해 직원들의 자질향상과 역량개발을 하고 있지만 다른 기업과의 차별성도 없고, 대기업의 교육과정에 비해 부실하다.중견그룹들이 대기업의 인재양성제도를 모방하는데 그치고 있는데 대성도 마찬가지다. 구호는 그럴듯하게 제시하고 있지만,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삼성그룹, LG그룹, SK그룹, GS그룹, 두산그룹, CJ그룹 등 주요 대기업의 직원들을 만나면 ‘이 기업 소속 직원들은 이런 성향을 가졌구나’라는 생각이 들거나 기업의 인재상이 직원들의 성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유추가 가능한데, 대성의 직원들을 만나면 어떤 특징을 찾을 수가 없다. 대성이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지만 직원들이 공유할 수 있는 가치를 정립하는데 성공하지 못한 것이다.일체화된 기업문화를 개발하지 못한 기업이 오래 생존하기는 어렵다. 이제라도 내부 임직원이 협력해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기업문화를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 창조적 기업가형 인재육성에 대한 인식은 훌륭해3형제 중 막내인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이 가장 활발한 경영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평가 받는다. 대성그룹은 창의와 자율을 존중하며,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창조적 기업가형 인재상을 제시하고 있다.김영훈 회장은 직원들에게 30대 중반, 40대 초반이 기업인으로서 전환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자립을 권유한다고 한다. 상당히 미래 지향적이고 신선한 발상이다. 대부분의 한국기업이 1998년 IMF외환위기 이전까지 직원들에게 자기 기업에 목숨을 바쳐 충성을 하고 뼈를 묻으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외환위기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하고, 이후에도 구조조정이 일상화되면서 직원은 소모품에 불과해졌고, 평생직장이 사라지면서 여러 직장을 전전해야 하는 처지다.사오정, 오륙도이라는 말이 일상화되고, 재취업이 어렵게 되면서 기업에서 퇴출된 직장인들이 생계형 창업전선으로 내 몰리고 있지만 대부분 돈만 날리고 실패한다. 이런 현실을 감안한다면 김영훈 회장이 주장하는 것처럼 40대 중반 이후에 대책 없이 길거리에 나 앉는 것보다 미리 스스로 걸어 나와 창업을 하는 것이 현명하다. 나이가 들면 판단력도 흐려지고, 열정도 사라져서 창업을 한다고 해도 성공할 확률이 낮아지기 때문이다.특별한 지식이나 노하우가 없어도 창업할 수 있는 것은 통닭집이나 삼겹살집 등 요식업인데, 쉽게 시작한 만큼 쉽게 망한다. 30대부터 미리 준비하고, 요식업이 아니라 기술이나 지식을 기반으로 한 창업을 할 경우 성공가능성은 높아진다. 김영훈 회장이 직원들에게 창업을 하라고 조언하는 것은 매우 좋다. 아쉬운 점은 늦기 전에 창업을 하라고 권유하는 것은 좋은데, 이들에게 어떻게 역량을 강화해야 하는지 명확한 방향과 방법을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완성된 기업을 물려받은 입장에서 소위 말하는 ‘맨 땅에 헤딩’해야 하는 창업과정을 조언을 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박근혜정부도 창조경제와 창조적 기업가라는 말은 많이 하지만 창업을 해보지 않은 관료와 정치인이 창조적 기업가의 바람직한 모델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대성의 출신들이 대성에서 쌓은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창업을 해 성공사례가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대성은 성공한 대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대성만의 기업문화 DNA가 다양한 성공스토리를 형성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면 수 많은 인재들이 대성으로 몰려 들 것은 자명하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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