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2
" 코오롱"으로 검색하여,
17 건의 기사가 검색 되었습니다.
-
2008년 12월 지정된 마곡산업단지는 서울시 강서구에 위치한 유일한 일반산업단지로 연구개발(R&D) 중심 혁신 전초기지로 개발되고 있다.서울의 서부 외딴지역이기는 하지만 김포공항 및 인천공항과 가깝고 외곽순환도로와 같은 도로의 접근성도 좋은 편이다. 2024년까지 LG그룹, 롯데그룹, 코오롱그룹, 에쓰오일, 넥센타이어 등 대기업과 중소기업 150개가 입주할 예정이다.서울시는 마곡산업단지를 도시개발사업으로 판단해 자족기능을 갖춘 연구개발 중심단지로 개발하고 있다. 서울 시내에 위치한 테헤란밸리와 구로디지털단지의 경우에는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된 산업단지이지만 마곡산업단지는 처음부터 계획도시로 개발됐다.서울시에 미래성장동력을 제공할 마곡산업단지의 안전을 평가하기 위해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K-Safety 진단모델’을 적용해 보면 다음과 같다.▲ K-안전진단 모델로 평가한 마곡산업단지 [출처=iNIS]◇ 계획도시로 개발되고 유관기업의 집적화로 시너지 효과 기대돼마곡산업단지에 입주한 기업을 지원하는 전담기관인 서울산업진흥원(SBA)은 융∙복합 R&D 글로벌 혁신지구(Innovation District)로 성장하도록 혁신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마곡산업단지에 가장 심혈을 기울인 기업인 LG그룹은 총 4조원을 투자해 ‘LG사이언스파크를 건설했다. LG전자∙LG디스플레이∙LG이노텍∙LG화학∙LG하우시스∙LG생활건강∙LG유플러스∙LG CNS 등 8개 계열사의 연구소가 위치해 있으며 연구인력만 1만7000명이 근무하고 있다.코오롱그룹도 주요 계열사인 코오롱인더스트리∙코오롱생명과학∙코오롱글로텍 3개 계열사가 2018년 4월 입주했다. 코오롱그룹은 연구개발뿐만 아니라 영업, 지원부서가 모두 입주해 집적된 시너지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롯데그룹은 식품연구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롯데중앙연구소가 2017년 입주했다. 고령화 시대를 대비한 건강기능식품, 바이오 등을 위한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을 추진하고 있다.이랜드그룹, 한국도레이그룹 등도 연구개발센터를 건설 중이다. 넥센타이어도 종합연구센터를 건립해 바이오∙나노∙IT∙그린 기술을 융합한 신제품을 개발할 계획이다. 에쓰오일은 석유화학 기초소재를 기반으로 첨단산업간 융∙복합을 추진할 수 있는 TS&D센터를 조성한다. 서울시도 공공지원센터를 건설해 강소기업에게 시세보다 저렴하게 입대할 방침이다.마곡산업단지의 중심지에는 MICE복합단지가 개발된다. 전시실, 호텔, 쇼핑몰 등을 조성해 ‘제2의 코엑스’로 조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포공항, 인천공항 등 해외 바이어의 접근성이 양호하다는 장점 때문에 동북아 R&D 허브로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지하철 5호선, 9호선, 공항철도가 지나가기 때문에 서울 중심부로 이동도 용이한 편이다.오랜 기간 동안 개발이 진행됐지만 최근에야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인프라 노후화로 인한 각종 폭발이나 화재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조성된 지 수십 년이 지난 산업단지들이 시설노후로 인한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지만 신생 산업단지라 당분간 후진적인 산업재해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2000년대초 스타트업의 요람으로 자리매김했던 서울 테헤란밸리와 달리 서울시가 주도적으로 개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LG그룹과 코오롱그룹은 계열사의 연구개발 시설을 전부 모아 입주시킴으로써 계열사별 시너지도 기대하고 있다. 더불어 서울시가 MICE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방안도 제시해 기존의 일반산업단지와는 다른 성장과정을 거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고학력 고임금 근로자가 근무하지만 안전사고 발생가능성은 높아사고발생 가능성 평가마곡산업단지에 입주하는 업종은 연구개발업, IT(컴퓨터, 정보통신 등), BT(유전공학, 바이오 신약 등), NI(나노소자), GT(에너지, 환경 등) 등으로 다양하다.일반적으로 연구소는 최첨단 장비와 설비를 사용하기 때문에 깨끗하고 안전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지만 새로운 장치∙물질을 이용한 비정형화된 실험을 하기 때문에 안전사고의 발생가능성도 높은 편이다.연구소는 소규모 공간에서 다품종 소량의 유해물질을 취급해 예측이 어려운 유해인자와 위험요소가 나타나 연구원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삼성전자의 반도체 생산라인에 근무한 직원들이 백혈병이나 암으로 고통을 받았지만 유해물질로 인한 산재라는 것을 입증하는데 수십 년이 소요됐다는 점을 기억하면 이해가 쉽다.연구소는 정규직으로 근무하는 연구자뿐만 아니라 대학생, 대학원생 등 연구에 참여하는 비 근로자가 다수 포함돼 있어서 안전사고의 예방이 중요하다.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안전장비와 보호구, 안전관리 시스템, 폐기물 관리 등도 중요해지고 있다. 연구자 보건관리, 연구실 사전유해인자위험분석, 시험연구용 유전자변형생물체 안전관리 등도 안전사고를 최소화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다.산업자원부는 2020년부터 산업기술 R&D 관리규정을 개정해 연구개발사업의 안전성을 대폭 강화했다. 재해유발 위험이 높거나 위험물질을 취급하는 등 사람의 신체, 재산에 피해를 줄 가능성이 높은 R&D 사업은 안전관리 대상 과제로 지정한다.중점 안전관리 대상으로 지정된 R&D과제는 기획단계부터 특별관리를 받아야 한다. 재해요인 분석, 안전관리 기준 유무파악 등 안전성 검토를 실시해야 한다.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안전불감증이 사라지지 않아 사고발생 가능성이 낮다고 보기는 어렵다. 고학력 고임금 근로자가 근무하는 시설이라고 안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유해성이 입증되지 않은 물질로 인한 피해가 나타나는데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도 사고발생 가능성을 평가하는데 유념해야 하는 요소다. ◇ 안전매뉴얼도 없어방어능력이 무엇인지도 파악하지 못해사고 방어능력 평가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2016년 이후대학과 기업의 연구소에서 발생한 안전사고는 700건이 넘는다. 안전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지만 안전관리대책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2019년 5월 발생한 강릉 수소탱크 폭발사고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연구원들은 방어능력이 전혀 없다. 공장 외부에 설치된 수소탱크 4기가 폭발하면서 2명이 사망하고 6명이 크게 다쳤다. 수소탱크 2기는 압력이 0.98MPa인 저압탱크로 안전점검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았다.2019년 11월 KAIST 신소재공학과 실험실 반도체 장비에서 염소가스가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2018년 10월 KAIST에서 동일한 사고가 발생했지만 안전은 개선되지 않았다.2018년 7월 공주대 천안컴퍼스 실험실에서 수소가스 주입 중 폭발이 일어나 사상자가 발생했다. 2019년 2월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서 연구원의 손가락이 협착되는 사고도 일어났다.2019년 12월 24일 포스코 광양제철소 내 포스하이메탈공장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과 포스코ICT직원 등 5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연구설비를 다루는 과정에서 폭발이 발생했지만 현장에는 실험 관련 안전매뉴얼조차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당연하게 연구원들은 수행하는 실험에서 어떤 위험이 있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위험한 현장에 투입됐다. 다른 안전사고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사고가 발생하면 연구원들의 생명이 위험한 대형 참사로 이어지는데도 불구하고 안전교육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사고방어능력은 취약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 안전사고로 인한 자산손실은 치명적이지만 안전불감증 여전해자산손실의 심각성 평가2019년 11월 13일 대전에 위치한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2019년 4월 시험 도중 화재로 일부 시설이 불탔고, 6월에는 실험실 냉장고에서 시작된 화재로 119가 출동했다.폭발사고 당시에 연구원들은 방호복이 아니나 평상복을 입고 있어 사상자가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연료가 연료탱크에서 연소기로 제대로 들어가는지 확인하는 실험으로 연소나 점화가 필요한 실험이 아니라 위험도 등급이 낮은 실험이었다고 주장한다.관할 노동청의 조사에 따르면 국방과학연구소는 화학물질정보의 취급표시 의무를 위반했고, 시험 전 위험성 평가도 소홀하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험실 부문 중지명령과 더불어 시험기구 1건도 사용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실험을 진행할 때 필요한 안전 관련 프로그램도 없었다.2019년 12월 27일 경북대 화학관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4명이 다쳤고 2명은 중태다. 학생들이 화학시료를 폐기하는 중에 폭발이 일어났다.매년 연말이 되면 진행하는 실험실 청소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안전사고라고 한다. 사고가 난 실험실 외벽에는 수소탱크가 설치돼 있었지만 다행히 폭발하지 않았다.해외에서도 연구소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일어난다. 2019년 9월 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에 위치한 생명공학연구소에 가스통이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에볼라 바이러스, 돼지독감, 인간면역결필바이러스(HIV) 등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기관인데, 폭발로 생화학물질이 유출됐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주민들은 불안에 떨었다. 과거에는 생화학무기제조를 위해 탄저병 등 감염병을 연구한 연구소이기 때문이다.연구소의 안전사고는 산업현장의 사고에 비해서 심각한 경우가 많다. 마곡산업단지에도 연구시설이 많이 입주했기 때문에 안전성이 높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산자부가 연구개발사업의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 국내 기업에는 안전전문가도 부족하고 안전관리매뉴얼을 개발할 수 있는 내부 전문가도 많지 않은 편이다. ◇ 0.1%의 오류나 자만도 허용하지 않아야 안심할 수 있어안전 위험도 평가마곡산업단지의 안전위험도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면‘High : 높은 수준의 위험’으로 안전관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서울시, 서울산업진흥원(SBA), 산업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기벤처기업부, 지방자치단체, 기업 등이 제시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명령계통상의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과거의 안전사고 수습과정을 연구해 보면 안전사고는 예방을 위해 아무리 많은 예산을 투입해도 0.1% 가능성으로 발생한 사고에 대한 피해보상에 비하면 절대 많지 않다.마곡산업단지도 첨단 R&D연구단지이고 개발된 지 오래되지 않아 100% 안전할 것이라고 믿겠지만 안전사고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해 미리 예방하는 조치가 필요하다.최근에 발생한 국방과학연구소나 경북대 실험실도 위험물질을 상시적으로 사용해 안전사고가 예견됐지만 막지는 못했다. 연구소 안전사고는 심각한 자산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안전매뉴얼부터 준비해 소속 연구원의 안전교육 강화에 활용해야 한다.4차산업혁명을 이끌 주요 기술을 연구하는 기관이 많이 입주했기 때문에 안전사고가 발생할 경우에 한국경제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은 가늠조차 어렵다. 0.1%의 오류나 자만도 생기지 않도록 관련자들의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더 강조한다. – 계속 -▲ 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 [출처=iNIS]
-
2019-02-11테헤란벨리도 높은 임대료로 판교벨리 등에 기업 빼앗기면서 기술산업단지 기능 상실, 4차산업혁명을 떠들지만 산업화 시대의 발상과 행정에 머물러▶젊은이가 등을 돌리면 기업도 산업도 자연스럽게 무너져기술자치행정 평가에서 기술은 공단과 같은 산업기반 시설, 지역에 위치한 기업의 유형과 규모, 지역에 위치한 대학, 인재유치 전략 등을 통해 평가할 수 있다.서울시는 한때 구로공단, 청계천 봉제공장 등을 기반으로 국내 제조업의 심장부였지만 이제는 금융, 유통, 물류, 관광 등 서비스업종으로 경제기반이 변했다.2000년대 초반 강남 테헤란벨리를 중심으로 ICT산업이 부흥했지만 임대료 상승, 인재유출 등으로 인해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국내 최대 ICT기업인 삼성전자는 경기도 수원과 기흥에 제조업 클러스터를 구축했고, LG전자는 경기도 평택과 파주에 대규모 제조기지를 조성했다.LG그룹과 코오롱그룹 등이 서울시 강서구에 R&D센터를 건설하면서 최첨단산업의 육성을 위한 기초를 닦았지만 아직 성과는 미미한 수준이다.서울시에 본사를 두고 있던 다수의 공기업이 정부의 강제 이전 정책에 따라 서울을 떠났고, 상성그룹도 전자 관련 계열사의 본사를 강남에서 경기도로 옮기고 있는 중이다.강남에 집중돼 있던 벤처기업들은 이미 테헤란벨리를 떠난 지 오래됐다. 인재와 돈을 집어삼키던 서울을 산업적 측면에서 보면 빈 껍데기만 남은 셈이다. 4차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금융의 중심지인 여의도도 공동화되고 있는 중이다.서울은 국내 우수 인재가 몰리는 최고 수준의 대학 대다수가 위치해 있어 인재육성 측면에서는 유리한 편이다. 하지만 우수 인재가 몰린다고 대학이 배출하는 인력이 우수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국 대학교육의 질은 낮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또한 서울 소재 대학을 졸업한 젊은이들이 모두 서울에 정착하는 것은 아니다. 높은 임대료와 집값으로 인해 서울 생활을 포기하고 경기도로 거주지를 옮기는 비자발적 전출자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우수한 청년 인재가 경제적 부담을 느끼지 않고 마음 편하게 경제활동에 매진할 수 있을 때 기업이 모여들고, 저절로 산업기반이 구축되는 것이다.자본주의 사회에서 재화나 서비스를 독과점하고 있는 기득권이‘지대를 추구(rent seeking)’하는 행위는 불가피하게 존재할 수밖에 없지만 일정 수준을 넘을 경우에 사회적 활력을 파괴한다.서울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 측면에서 보면 기득권의 지대추구가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청년이 떠나는 서울의 미래는 밝지 않고 당연하게 서울에 소재하고 있는 기업도 경쟁력을 확보하기는 점점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공장은 없어져도 서비스업의 기반은 살아 남아야 그나마 있은 인구를 먹여 살릴 수 있는데 서울시의 자치행정은 그러한 희망마저 접게 만들고 있다. ▶시장 출신이 대통령 된다고 서울시가 저절로 잘 살게 되지는 않아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지방자치행정을 평가하기 개발한 5G Valley Model’에 적용해 서울시의 자치행정을 평가해 다음과 같은 결과를 도출했다. ▲ 5-Valley Model로 평가한 서울시 자치행정서울시 자치행정은 10점 만점에 평균 4점 수준으로 낙제점을 벗어나지 못했다. 간단하게 살펴보면 정치와 문화가 10점 만점에 2점으로 존재감이 전혀 없었고, 경제와 사회는 4점으로 평균 점수, 기술은 6점으로 가장 좋은 평가를 각각 받았다.지난 20여년 동안 서울시 자치행정은 전진하기는커녕 퇴보에 퇴보를 거듭했다고 볼 수 있으며 현재도 몰락은 진행 중이다. 세부 내역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첫째, 정치는 단체장, 자치의회 의원, 공무원, 주민 등이 모두 지방행정의 본질을 깨닫지 못하고 있을뿐만 아니라 오히려 적극적 행정으로 서울을 망치고 있다. 한국 정치의 1번지라고 불리는 것처럼 중앙정치의 나쁜 점은 모조리 답습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건의 치적만 쌓으면 된다는 ‘한탕주의’ 전시행정과 ‘땅 파기’식 토건행정에서 벗어나지 못했다.입으로는 4차산업혁명을 외치지만 정작 정치인과 공무원들은 2차산업혁명 시기에 머물고 있다. 보수 출신의 시장은 이명박과 오세훈, 진보 출신은 조순, 고건, 박원순 등이다.행정의 수준이나 정치적 역량발휘 측면에서 보면 진보와 보수 모두 무능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자신의 정치적 입지 강화를 위해 서울시정은 등한시하고 중앙정치와 대립각을 세우는데 행정력을 낭비했기 때문이다.둘째, 경제는 예산, 소득, 지속가능성 등의 측면에서 보면 덩치는 커졌는데 정작 이를 집행하는 머리는 그대로라고 볼 수 있다. 경제는 좋아졌다고 하고 국민소득은 높아졌지만 서울시민이 피부로 느끼는 서울 생활은 더 팍팍해졌다.진보 정부는 부동산 투기를 근절한다며 집 값을 올렸고, 보수 정부는 소비경제를 유지시키기 위해 부동산 거품을 조장해 주택을 투기대상으로 전락시켰다.부동산에 의존한 서울경제의 끝은 부채에 허덕이는 가계, 기형적 대출구조를 갖춘 금융기관, 쇠퇴하는 유통∙소매업으로 귀결되고 있다. 시장경제에서 거품은 고통을 초래하고, 그 피해는 모두 경제흐름을 읽지 못하는 일반 서민에게 돌아간다.지방자치단체도 국가와 마찬가지로 자체 경제정책을 수립해 실천해야 하지만 정치놀음에 정신이 팔린 단체장과 의원들은 손을 놓고 있다. 경제가 어려워져도 국가 탓만 하는 것도 변하지 않았다.셋째, 사회는 인구, 부패, 태도 등으로 평가할 수 있는데 서울시의 사회 영역 평가도 낙제점으로 나타났다. 국가 전체적으로 인구 성장속도가 위축되기는 했지만 서울시의 인구 감소는 심각한 수준이다.특히 경제의 활력소라고 볼 수 있는 30~40대 우수 인재는 밀려나고, 지대추구(rent-seeking)로 기반을 구축한 노인세대가 늘어나는 것은 우려해야 할 부문이다.아직 지대에 대한 세금제도가 불비한 한국에서 지대는 개인의 이익인 반면 사회복지비용은 공공재원으로 충당해야 하는 것도 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를 낮추는 결과를 초래한다.사회보장제도가 미비하고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가 바닥을 기면서 영리한 공무원들조차도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사익추구에 여념이 없다. 2014년 박원순 시장이 서울시 공무원은 ‘1000원만 받아도 처벌한다’고 발표했지만 정작 뇌물수수와 이익 챙기기는 교묘하게 진화하고 있다.넷째, 문화는 역사, 행사, 정체성 등으로 평가할 수 있는데 5개 대분류 중 정치와 마찬가지로 2점을 받는데 그쳤다. 필자도 해외에 나가서 다른 국가의 문화유산을 보기 전에는 학교에서 배운 대로 한국 문화유산에 대한 자부심이 충만했다. 하지만 넓은 세상을 돌아보고 나서 잘못된 교육에 대해 느낀 배신감은 문화적 격차보다 컸다.한민족 5000년의 역사와 6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서울시도 해외에 자랑스럽게 내놓을 수 있는 상징물 하나 없는 것을 부끄러워해야 한다. 그나마 있는 문화재조차도 엉터리 외국어로 된 안내판과 소개 책자로 인해 제대로 된 평가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쥐꼬리만한 보조금 배분권한을 악용해 예술가를 천대하는 행정이 존재하는 한 서울시의 문화는 영원히 진흙 구렁텅이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점도 확인했다.다섯째, 기술은 산업, 기업, 인재 등의 지표로 구성되는데 그나마 5개 대분류 중 가장 높은 점수인 6점을 획득했다. 서울에 국내 대표 대학들이 위치해 있어 자연스럽게 우수 인재가 몰려들고 있다.하지만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창의적인 인재를 육성하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다. 서울시가 서울시립대에 소위 말하는 ‘반값 등록금’ 정책을 도입했지만 ‘제로섬게임(zero-sum game)에 불과하다.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인재를 서울과 한국을 떠나는 행렬에 줄을 서고 있다. 서울시 예산 중에 일자리 창출과 청년층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금액은 2018년 기준 총 31조 중에서 몇 천억 원에 불과하다.교통∙안전에 3조6400억원을 집행하는 것과 비교하면 너무 적은 금액이며 잘못된 예산 배분기준을 갖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젊은 인재가 떠나면 도시가 망하는데 교통과 안전에 대한 투자가 무슨 소용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한심하기 그지없다.결론적으로 한국의 정치 1번지 서울시의 지방행정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기술 등 5가지 대분류 모두 낙제점으로 평가를 받았으며 획기적인 조치가 없다면 도시가 점점 더 쇠락할 것으로 판단된다.서울시장과 시의원 다수가 진보와 보수라는 정치적 색깔과는 관계없이 모두 공공의 이익보다는 자기 이익확대에 골몰하고 있다는 점도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감시활동이 강화되지 않는다면 과거와 마찬가지로 서울시 자치행정은 정치꾼들의 놀이터에 불과하고 도시의 퇴보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서울시장 출신이 대통령이 된다고 서울시 자치행정이 개선되거나 모두가 저절로 잘 살게 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이명박의 사례에서도 충분하게 파악했을 것이라 믿는다. 시민 모두가 24시간 365일 깨어 있어야 서울시정이 올곧게 간다는 것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끝-
-
2014-11-2410대 그룹 중에서는 삼성그룹의 삼성코닝이 1위를 차지했고, 한진그룹의 ㈜한진이 최하위를 기록했다. 구직자의 입장에서 국내 최대 기업집단인 삼성그룹의 계열사가 1위를 차지한 것은 당연하다고 여길 수도 있다.하지만 삼성그룹과 호각세를 유지하던 LG그룹의 주요 계열사가 규모가 작은 그룹의 계열사보다 더 낮은 평가를 받은 것은 보면 왜 ‘위대한 직장찾기’를 연재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그렇기 때문에 20대, 30대, 40대, 50대, 60대, 70대, 80대, 90대, 100대 그룹 들 중에서는 어떤 기업이 가장 위대한 직장으로 평가를 받았는지 살펴볼 필요성이 있다. 개별 그룹별로 계열사를 평가하다 보니 어떤 그룹이 경쟁그룹에 비해 더 나은지 비교를 통해 평가하는 것도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에필로그를 정리하게 된 것이다. ◇ 100대 그룹 계열사 중 아모레퍼시픽이 1위, 삼화전자공업이 최하위 기록 그동안 평가한 100대 그룹 중에서 20대, 30대, 40대, 50대, 60대, 70대, 80대, 90, 100대 그룹의 최고 기업과 최저기업을 정리하면 아래 표와 같다.▲ 표1. 100대 그룹의 최고기업과 최저기업20 대그룹에는 GS그룹, 금호그룹, 효성그룹, 웅진그룹, 동부그룹, 대림그룹, 코오롱그룹, 신세계그룹, 대성그룹, 한라그룹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STX그룹이 공중분해되면서 GS그룹을 10대 그룹에 포함시키면서 빠졌고, 웅진그룹도 평가한 이후 유동성위기로 주력 계열사들이 매각되면서 그룹으로서의 위상을 잃었다.동부그룹도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통해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다. 20대 그룹에서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금호아시아나항공이 61점으로 최고점수를 기록했고, 반면에 대성그룹의 대성산업이 41점으로 최저점을 획득했다. 대성합동지주, 대성그룹, 서울도시가스그룹 등으로 분리되고 사업전환에 실패하면서 성장성, 수익성 등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결과다.30대 그룹은 KCC그룹, 농심그룹, LS그룹, 삼양그룹, 한솔그룹, 유진그룹, 태영그룹, SPC그룹, LIG그룹, 태광그룹 등이다. 30대 그룹 중에서는 유진그룹은 무리한 M&A확장을 중단하면서 규모가 축소됐고, LS그룹과 태광그룹 등은 오너가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돼 그룹 이미지가 훼손됐다.30대 그룹 중에서는 농심이 60점으로 가장 위대한 직장으로 뽑혔고, 유진그룹의 유진투자증권은 39점으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농심이 신라면으로 라면시장을 장악하고, 스낵시장마저 압도적인 우위를 유지하고 있는 점이 높이 평가됐다.40대 그룹은 대한전선그룹, 대상그룹, 대한제당그룹, 이랜드그룹, 통일그룹, 빙그레그룹, 동양그룹, 세아그룹, 영풍그룹, 현대백화점그룹 등이 포함됐다. 대한전선그룹은 경영실패로 오너가 퇴진했고, 동양그룹은 동양증권의 회사채 사기판매 건으로 오너가 구속되면서 해체됐다.40대 그룹 중에서는 대상그룹의 대상이 62점으로 최고점, 대한제당의 삼성상호저축은행이 36점으로 최저점을 기록했다. 대상은 미원이라는 조미료를 제조·판매하는 기업으로 삼성의 계열사였던 제일제당이 막대한 자금력을 투입하고도 이기지 못한 기업으로 유명하다.50대 그룹은 오리온그룹, 프라임그룹, OCI그룹, 동국제강그룹, 아주그룹, 동원그룹, 보령제약그룹, 사조그룹, 파라다이스그룹 등이다. 오리온그룹은 형제사인 동양그룹이 어려워지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고, 프라임그룹은 강변테크노마트의 흔들림 사건 등으로 많이 알려졌다.동원그룹의 동원산업이 58점으로 최고, 보광그룹의 휘빅스벤딩서비스가 34점으로 최저점을 기록했다. 동원그룹은 참치 원양어업으로 성장해 식품, 음료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중견그룹이다.60대 그룹은 현대산업개발그룹, 부영그룹, 에쓰오일, 미래에셋그룹, S&T그룹, 삼화콘덴스그룹, 교보생명그룹, 한국타이어, 화이트진로, 아모레퍼시픽그룹 등이다.에쓰오일은 최근 유동성위기를 겪은 한진그룹이 에쓰오일의 보유지분을 매각하면서 사우디 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가 완전하게 소유하게 된 외자기업이다. 미래에셋그룹은 박현주 회장이 세운 투자금융기업군으로 대기업의 금융계열사보다 우수한 실적을 자랑한다.아모레퍼시픽그룹의 ㈜아모레퍼시픽이 70점으로 최고, 삼화콘덴서그룹의 삼화전자공업은 34점으로 최저 점수를 받았다. ㈜아모레퍼시픽은 설화수 등 다양한 유명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으며 한류붐을 기초로 중국, 동남아시아, 중동 등지에서 유럽의 유명 브랜드와 동등하게 경쟁하고 있을 정도로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자랑한다.70대 그룹은 동아쏘시오그룹, 세방그룹, 오뚜기그룹, 이수그룹, 삼천리그룹, AK(애경)그룹, KISCO(한국철강)홀딩스, 동국산업그룹, 아주L&F홀딩스, 종근당홀딩스 등이 있다. 동아쏘시오그룹은 동아제약이며, 아주 L&F홀딩스는 아주그룹에서 분리된 그룹이다.오뚜기그룹의 ㈜오뚜기가 65점으로 최고점수, 아주L&F의 에이제이셀카가 38점으로 최저점수를 기록했다. ㈜오뚜기는 참기름, 캐첩, 마요네즈 등에서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으며, 최근 라면시장에서도 진라면과 사리면을 앞세워2위인 삼양식품을 제치는 이변을 낳았다.80대 그룹은 한국투자금융지주그룹, KG(경기화학)그룹, SM그룹, 크라운제과그룹, JW중외제약그룹, 일동제약그룹, 녹십자그룹, 유한양행, 한미약품그룹, 대웅제약그룹 등이다. 한국투자금융지주그룹은 동원그룹에서 분리됐고, KG그룹은 활발한 M&A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유한양행은 국내에서 가장 직원 친화적인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위대한 직장찾기 평가에서도 ㈜유한이 64점으로 1위를 기록했다. 가장 낮은 평가를 받은 기업은 일동제약의 일동후디스로 38점을 받았다. 분유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새롭게 시작한 음료사업도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90대 그룹은 대교그룹, 풍산금속, 넥센그룹, 영원무역, KCC정보통신, 노루홀딩스, KPX그룹, 일진그룹, 풀무원그룹, 대명홀딩스그룹 등이다. 대교그룹은 어린이 학습지로 유명한 기업이고, 넥센그룹은 타이저제조전문기업으로서 2014년 한국시리즈에서 돌풍을 몰고 온 넥센히어로즈를 스폰서하고 있다.영원무역은 중고등학생의 사이에서‘등골브레이크’라는 말을 탄생시킨 노스페이스를 판매하고 있는 아웃도어 전문업체로 57점으로 최고 점수를 받았다. 대교그룹의 대교에듀피아기 35점으로 최저점수를 기록했다.100대 그룹은 휴맥스홀딩, 제일홀딩스(하림), 나이스그룹, 한국콜마홀딩스, 인터파크, 홈플러스, 이지바이오(마니커), 동화약품, SG그룹, 서울반도체 등이다. 제일홀딩스는 닭고기로 유명한 하림을 소유하고 있으며, 이지바오도는 마니커통닭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SG그룹은 가로수라는 지역생활정보지 사업으로 성장해 섬유, 제조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은행 ATM기기를 관리하는 것을 주업으로 하고 있는 나이스홀딩스의 NICE평가정보가 61점으로 1위, SG그룹의 SG세계물산이 38점으로 최하점을 기록했다. ◇ 세월호 침몰과 미생열풍에서 스스로 인재가 돼야 한다는 교훈을 얻어종합적으로 보면 20대그룹부터 100대그룹까지 90개의 그룹의 계열사 중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한 기업은 ㈜아모레퍼시픽이었다. 10대 그룹의 계열사들과 비교해도 삼성코닝(79점), SK텔레콤(71점)을 제외하고는 최고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아모레퍼시픽이 화장품산업에 특화돼 있지만 실질적으로 구직자에게 최고의 기업이라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10대 그룹의 계열사들이 최소한 50점 정도는 유지하는 것과 달리 20~100대 그룹의 계열사들은 30점대 초반까지 떨어진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중견그룹들이 경영자의 리더십, 사회적 책임, 성장성, 수익성, 자기계발 가능성, 기업의 인지도 등의 차원에서 낮은 점수를 받으면서 나타난 결과다. 반면에 10대 그룹이 최소한 50점 정도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도 경영자의 리더십, 성장성, 수익성, 인지도 등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대기업들이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독과점 지위를 기반으로 가격을 통제할 수 있어 적정 수익률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하지만 대기업들도 사회적 책임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고, 직원들의 자기계발차원에 대한 노력은 많이 부족했다. 한국 대기업들이 1997년 IMF외환위기 이후 인재육성에 소홀한 결과물이다.최근 사회적으로 ‘미생’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그동안 TV나 영화에서 직장인들의 애환보다는 재벌 자식의 직장 연애담이나 신화적인 성공담을 다뤘다면 미생은 우리시대 평범하면서 일상적인 직장인을 조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왜 많은 직장인들이 미생의 이야기에 환호하고, 위안을 느끼는지 기업도 생각해봐야 한다. 그리고 이제 직원들도 기업이 자신을 인재를 만들어주기를 기대하기 보다는 스스로 인재가 되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한다. 올해 세월호 침몰로부터 많은 국민들이 얻은 교훈은 ‘스스로 자신을 지키지 않으면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평범한 진리다.- 끝 -
-
농심은 국내 1위 라면업체인 삼양라면에 이어 라면시장의 후발주자였지만 과감한 도전과 제품개발 노력을 기반으로 지존의 자리에 올랐다. 스낵시장의 시장지배력도 여전히 높은 편이지만, 일부 제품의 경우 후발주자인 오리온에 밀리고 있다.식품전문그룹으로서 정체된 라면시장을 넘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사업다각화를 벌이고 있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 지속성장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커지고 있다.농심의 기업문화를 진단하기 위해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SWEAT Model의 세 번째 DNA인 성과(Performance)을 이익(profit)와 위험(risk) 측면에서 평가해 보자.◇ 끊임없는 R&D로 라면시장, 스낵시장 1위로 군림신춘호 회장은 형인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라면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에 어떻게든 성공시켜야 하겠다는 의지가 강해 제품개발을 위한 노력에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 농심은 회사설립과 동시에 제품개발연구소를 오픈한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 촉발된 것이다.국내 최초로 개발한 짜장면, 스낵, 냉면, 사출 쌀국수 등에서 농심의 도전정신과 제품개발 노력을 엿 볼 수 있다. 한국인이 가장 즐겨 먹던 짜장면을 라면으로 만들려고 도전한 것이나, 정크푸드에 불과한 라면에 사골국물을 넣어 신라면블랙을 개발한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다. 사발면과 같은 용기면도 도전정신의 결과물이다. 농심이 제품을 개발하면서 고민한 것은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는 맛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매운 맛, 독특한 맛, 이미 길들여진 맛 등을 적절하게 반영해 제품을 개발하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특히 1986년 발매된 신라면은 한국인이 좋아하는 얼큰하고 매콤한 맛을 재현해 지난 40여 년 동안 인기를 누리고 있는 장수 브랜드다. 해외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이 고국을 생각하면서 가장 즐겨 먹는 음식이 김치가 아니라 신라면이라는 사실은 신라면이 얼마나 한국인의 입맛을 잘 반영한 것인지 증명한다. 1971년 출시한 새우깡도 국내 최초의 스낵으로 짠 맛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입맛에 맞춰 장수하고 있는 제품이다.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유지하면서 농심은 식품시장에서 확고한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라면시장은 1985년 업계 1위인 삼양라면을 추월한 이후 30여 년 동안 1위 자리를 굳건하게 수성하고 있으며, 그 지위는 오히려 더 확고해지고 있다.2위인 삼양라면은 최근 만년 3위 업체였던 오뚜기라면에게 2위 자리를 넘겨 줬다. 오뚜기라면은 특정 브랜드로 일반 소매점을 공략하기보다는 조리용 사리면으로 음식점을 대상으로 시장점유율을 늘리고 있어 한계가 있다. 이런 사업방식에 익숙한 오뚜기라면이 라면시장에서 농심을 이기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농심은 라면시장뿐만 아니라 스낵시장에서도 새우깡, 양파링 등을 앞세워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생 감자 칩만 오리온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최근 국내산 감자로 1위 탈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오리온은 포카 칩이라는 브랜드로 감자칩 시장점유율 60%를 점유해 2위인 농심의 포테토 칩의 30%에 비해 2배 가까이 격차를 벌렸다. 일각에서는 농심이 감자 칩 시장에서는 오리온을 이기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식품산업에서 R&D가 중요한 이유는 소비자들의 입맛은 까다롭고 정직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광고를 잘하고, 브랜드 로열티가 강하다고 해도 맛이 없으면 소비자는 떠나기 때문이다.하얀 국물 열풍을 불러 일으킨 꼬꼬면도 결국 특별한 맛이 없었기 때문에 시장정착에 실패한 것이다. 이경규라는 연예인의 인지도를 바탕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시장진입에는 성공했지만 소비자의 재 구매를 유도할 확실한 맛은 없었다.신라면이 하얀 국물라면과의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도 결국 얼큰하고 매콤한 맛 때문이다. 농심이 그동안 후진적인 식품업계에서 끊임없이 강력한 신제품을 출시할 수 있었던 것도 탄탄하고 꾸준한 R&D 투자덕분이다.◇ 비핵심사업으로 외도도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 높아수십 년간 식품산업이란 한 우물을 파던 농심이 최근 들어 식품 외 사업으로 외도를 하고 있어 찬사 반 걱정 반을 받고 있다. 정체된 라면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신 사업을 발굴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현재 추진하고 있는 신 사업이 식품기업으로서 적절한지 여부가 논란의 초점이다.이미 몇몇 사업은 정부의 정책방향과 배치돼 사업을 접었고, 다른 사업들도 신수종 사업으로 적절하기는 하지만 추진전략이 산만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선 야심 차게 출발한 외식사업인 ‘뚝배기집’은 박근혜정부가 들어서면서 동반성장위원회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및 대기업 외식업 규제발표 이후 철수했다. 사업성과도 부진해 진퇴여부를 고민하던 차에 정부의 정책이 퇴로의 명분을 제공했다.농심은 호텔농심을 통해 호텔사업도 영위하고 있다. 호텔농심은 1960년 동래관광호텔로 출발해 2002년 상호가 변경되었으며, 호텔과 온천인 허심청 등을 운영하고 있다. 그룹의 연수원으로도 활용하고 있지만 식품전문업체로서 연관성은 낮으며, 부동산 투자목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사업이다. 그리고 농심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 중 하나가 부산과 경남 동부지역에서 운영하고 있는 메가마트다. 할인형 슈퍼마켓인 메가마트는 1975년 동양수퍼마켓개발로 출발했고 2002년 상호를 변경했다.자매그룹인 롯데그룹도 경남과 부산지역에서 할인점 사업을 강화하고 있어 양사는 할인점 사업으로 충돌하고 있다. 신춘호 회장의 삼남인 신동익 부회장이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메가마트는 매출이 늘어나면서 지역에서 자리를 확고하게 굳히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의약품판매, 패션사업까지 추진하면서 문어발 확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메가마트는 CJ그룹, 코오롱그룹, GS그룹, 신세계그룹, 삼양그룹 등이 진출하고 있는 드러그스토어 시장에 ‘판도라’라는 브랜드로 뛰어 들었다. 메가마트의 드러그스토어 사업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있다.외식업사업인 뚝배기와 더불어 중소기업 업종으로 지정될 경우 철수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해외에서는 드러그스토어 사업이 체인점으로 활성화되어 있지만 국내의 경우 정부의 정책 등으로 인해 소규모 동네약국과 체인약국들이 확고한 위치를 점유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할인점사업 외에도 패션사업까지 추진하고 있다. 2005년‘티뷰’라는 패션 브랜드를 론칭해 SPA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15년까지 매장을 1000개로 늘리고, 1000억 원의 매출을 늘리겠다는 목표도 세우고 있다.세계적인 SPA브랜드인 유니클로와 마찬가지로 메가브랜드로 키우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지만 용두사미로 전락했다. 제일모직, LG패션, 이랜드 등의 국내 패션그룹들이 외국계 SPA업체인 유니클로, 자라, H&M 등에게 밀려 명맥조차 유지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너무 과소평가한 것이 패인이다.국내 대기업들이 실패한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시장접근전략을 수립해야 했는데, 화려한 청사진을 그리는데 만 열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티뷰라는 브랜드를 아는 소비자도 없고, 미래도 밝지 않다. 또한 2007년에는 인테리어 전문숍 하우스데코도 시작했다. 가구업체인 한샘, 리바트 등의 업체들이 포진하고 있는 인테리어산업도 진입이 쉽지 않다.인테리어 사업도 대기업이 하기보다는 중소 규모의 전문브랜드가 사업을 영위하는 산업이다. 신춘호 회장의 3남인 신동익 부회장이 메가마트를 유통, 패션, 인터리어 등의 복합기업으로 성장시키고자 하지만 정작 메가마트 자체도 할인점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 확신을 가지기 어렵다.할인점은 일정 규모 이상의 바게닝파워를 갖추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GS그룹이 할인점 사업을 포기한 것도 롯데그룹, 신세계그룹, 홈플러스 등과의 경쟁을 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메가마트가 새로운 사업을 펼치고자 한다면 농심과 계열분리를 하고 난 후에 하는 것이 농심의 사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그리고 농심은 비전문사업은 정리하고 식품전문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유리하다.국내 시장이 협소하다고 판단하면 해외시장으로 진출하면 되고, 기존의 라면시장이 포화되었다고 생각하면 다양한 맛의 라면을 개발하면 된다.일반적으로 식품산업이 후진적이라고 인식하지만 인류가 지구상에 존재하는 한 전망이 가장 밝은 분야가 식품산업이다. 농심의 미래는 식품산업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말고, 신사업도 식품제조와 연관된 분야로 확장해야 한다.- 계속 -
-
대성은 연탄사업에서 시작해 연탄사업이 사양화되자 도시가스 공급사업으로 자연스럽게 사업전환을 한 대기업이다. 다른 연탄사업자였던 삼천리와 비슷한 사업구조를 갖고 있다. 하지만 창업주가 사망한 이후 그룹이 사분오열되었고 개별 기업집단은 사업다각화 노력을 했지만 오히려 위험을 초래했다.대성의 기업문화를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기업문화 측정과 혁신도구인‘SWEAT Model’에 적용해 5-DNA 10-Element의 성취도, 기업문화 위험관리, 혁신전략 등을 종합적으로 진단하고 평가해 보자. ◇ 5-DNA 10-Element의 성취도 분석▲ [그림 20-1. 5-DNA 10-Element 분석]대성의 기업문화를 SWEAT Model의 5-DNA 10-Element를 점수로 평가해 보면 [그림 20-1]과 같다.대성의 기업문화 성취도를 평가하면 대부분의 중견그룹에 비해서도 매우 낮은 편이다. 그룹이 3개 기업집단으로 분리되면서 시너지가 나지 않고, 신규로 추진한 사업의 실적도 부진한 것이 그 이유다.DNA 1인 비전의 경우 에너지 사업이라는 사업목표는 좋지만 다른 중견 대기업과 마찬가지로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는 인식이 낮다. 사업목표도 그룹이 분리된 이후 유통을 신성장동력으로 삼은 대성합동지주, 신재생에너지에 주력하고 있는 대성그룹, 교육사업을 하다가 접은 서울도시가스그룹, 모두 방향이 뚜렷하지 않아 보통 이하의 점수를 받았다. DNA 2인 사업은 제품은 과거 연탄생산, 도시가스공급을 할 때는 에너지사업이라는 특화된 영역을 갖고 있었지만 현재는 교육, 신재생에너지, 유통 등으로 복잡해지면서 그룹의 주력 아이템이 보이지 않는다.시장도 대성그룹이 ODA사업 일환으로 해외 태양광발전사업을 하고 있지만 정상적인 사업이라 보기 어렵고, 다른 기업은 해외사업은 전혀 하지 않고 국내사업에만 열중하고 있다.DNA 3인 성과의 이익과 위험 요소 모두 낙제점을 벗어나지 못했다. 대성그룹의 간판기업인 대성산업이 유통업으로 진출해 막대한 채무를 지고 있으며, 자구노력을 하고 있지만 쉽게 해소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DNA 4인 조직의 일과 사람은 다른 중견 그룹과 마찬가지 수준으로 겨우 낙제점은 벗어났지만 보통 이하의 점수를 받았다. 업무 분장이나 직원육성에 대한 특별한 노하우나 체계를 보유하고 있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는다.DNA 5인 시스템의 경영도구도 다른 기업과 차별화를 보이지 못하고 있으며 최소한의 업무효율성 도구만 도입한 수준이다. 전체적으로 대성의 5-DNA 10-Element점수는 보통 이하로 다른 중견그룹보다 낮아 기업문화 혁신을 위한 노력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 기업문화 위험의 관리전략▲ [그림 20-2. 기업문화 위험의 관리]대성이 기업문화 5-DNA를 인식하고 관리하는 수준을 평가해 정리한 것이 [그림 20-2]다. 5-DNA 10-Element를 평가한 결과를 반영하면 사업, 성과의 50%정도와 비전의 일부가 받아 들이기 어려운 위험군에 속한다.조직과 시스템은 관리 가능한 위험군에 속하기는 하지만 우기적 조화도가 중급 이하로 낮았다. 대성의 5 DNA 중 어느 것 하나 무시할 수 있는 위험군에 속한 것은 없을 정도로 전반적인 검토와 보완이 필요하다. 전략상 중요도가 높은 사업의 경우 에너지사업에서 사업다각화를 추진했지만 위험분산보다는 오히려 위기를 초래했다. 중견그룹으로서 안정적인 성장을 원한다면 반드시 해외사업을 벌여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시장의 편중은 큰 문제점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성과도 원칙 없는 신사업 덕분에 빚은 늘었고, 정부의 가스공급가 규제로 인해 이익률은 낮아지고 있다. 비전에서 목표를 다시 재정립할 필요성이 높다. 그룹 전체를 위기로 몰고 갈 정도의 신규사업을 벌이는데도 위험을 최소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는 점에서 위험관리도 부족한 것으로 판단된다.대성산업이 명확한 비전이나 전략도 수립하지 않은 채 디큐브시티개발을 밀어 부쳐 막대한 부채를 만들고, 유동성 위기에 봉착하게 된 것은 리스크관리 측면에서 보면 상당히 우려된다. ◇ 대성이 채용하고 있는 혁신 전략▲ [그림 20-3. SWEAT Model로 분석한 대성 기업문화]SWEAT Model로 대성의 기업혁신방법을 분석해 보면 [그림 20-3]과 같다. 대성의 기업혁신전략은 일본기업들이 선호하는 ‘T-Type Model’을 채용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 중에서는 코오롱그룹, 대림그룹, 현대그룹, 현대자동차그룹, GS그룹, 효성그룹, 롯데그룹 등이 동일한 모델을 통해 기업문화를 혁신하고 있다.T-Type Model을 선택한 기업들은 대부분 창업주가 일본식 공부를 한 경험이 있거나 일본 기업의 사업아이템을 모방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대성의 창업주도 일제 강점기 일본인이 운영하던 연탄공장에서 일을 하고, 일본에서 공부한 경험이 창업의 발판이 되었다. 대성의 경우 황폐화되는 산림을 보호하고 에너지보국이라는 비전을 강조하고 있지만, 연탄제조업체로서 사업을 시작한 것은 산림자원이 부족한 한국에서 연탄이 돈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즉 일본 기업들처럼 시장수요가 있으며 미래전망이 밝은 아이템인 연탄사업을 선택하고, 제조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 살아 남은 것이다. 사업을 처음 시작한 대구가 6∙25동란에도 점령당하지 않아 피해를 입지 않은 것도 천운을 받은 것이라고 봐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대성이 에너지를 통한 사업보국이라는 키워드를 제시한 것은 T-Type Model에서 가장 취약한 비전을 보완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판단된다. 비전을 사회적 명분을 얻을 수 있는 키워드로 설정을 했지만 연탄산업이 사양길에 접어들자 사업을 정확하게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야 할 것인지 고민도 한 것으로 보인다.비전이 사업과 괴리된 이유이고, 창업자가 사망한 이후 그룹이 분할되고, 개별 기업군이 신사업을 발굴한다고 우왕좌왕한 것도 비전이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시급한 과제는 창업주가 강조한 사업보국에 걸맞게 비전을 새롭게 정립하는 것이다. 국내 다른 대기업과 마찬가지로 일본 기업들의 경영전략을 잘 모방하기는 했지만 조직으로 완전하게 확장하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다.도시가스 사업자체가 업무가 단순하다는 측면은 있지만 업무가 잘 분화되지 못했고, 직원들의 역량개발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일본 기업들이 직원들의 역량개발에 집중해 생산효율성을 높이고, 혁신에 성공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성과가 부진하면서 시스템에 대한 투자도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볼 수 있다. 시스템이 단순한 업무도구가 아니라 직원들의 교육교재라는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대성의 기업문화 혁신전략은 성과에서 멈춘 혁신노력을 조직과 시스템으로 확대하고, 비전을 정립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된다.- 계속 -
-
코오롱은 주력사업이 섬유업이 한국에서 사양길에 접어들면서 사업다각화를 추진했지만 의도한 성과를 얻지는 못했다. 1.5세대 경영인인 이동찬 회장이 건설, 금융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했고, 3세 경영인인 이웅열 회장은 환경, 신 재생에너지 등을 신 성장동력으로 추진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코오롱의 기업문화를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기업문화 측정과 혁신도구인‘SWEAT Model’에 적용해 5-DNA 10-Element의 성취도, 기업문화 위험관리, 혁신전략 등을 종합적으로 진단하고 평가해 보자. ◇ 5-DNA 10-Element의 성취도 분석▲ [그림 18-1. 5-DNA 10-Element 분석]코오롱의 기업문화를 SWEAT Model의 5-DNA 10-Element를 점수로 평가해 보면 [그림 18-1]과 같다. 코오롱은 비전, 사업, 성과, 조직, 시스템 등 전 부문에서 낙제점을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비전의 목표, 성과의 위험, 시스템의 운영은 최저점을 받았다.코오롱도 대림그룹과 마찬가지로 명확한 목표가 보이지 않는다. 섬유기업에서 신재생에너지, 수처리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지만 미래에 어떤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는 없다. 단순히 돈이 되는 사업을 찾고, 망하지 않겠다는 의지만 갖고 있다.사회적 책임도 다른 그룹보다 덜 활성화되어 있다. 이웅열 회장이 다른 그룹의 회장과 비교하면 나이가 젊은 편인데, 비슷한 나이 또래인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직접 현장을 뛰는 것과도 차이가 난다.사업은 제품이나 시장에서 특별하게 잘하는 것이 보이지 않는다. 신재생에너지와 수처리 등이 미래산업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지만 코오롱이 잘 할 수 있는 사업인지는 평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 코오롱이 이들 사업에 투신한 이후 우량계열사마저 미래성장동력을 지원하기 위해 허리가 휠 지경이다.수처리도 MB정부가 상하수도사업을 민자사업으로 추진하다가 국민의 반발에 의해 좌절되면서 4대강 사업에 참여해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4대강의 총인시설 입찰에서 담합과 뇌물공여 혐의를 받고 있으며, 박근혜정부가 4대강 사업에 대한 정밀감사를 진행하고 있어 후폭풍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성과의 이익은 주력 계열사 모두 저조하고, 위험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 건설 등 주요사업이 부진하자 계열사 사업조정과 통합으로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지만 부실을 잠시 숨겨두는 것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받는다.다른 부문에 비해 그나마 보통수준으로 평가 받은 조직의 일과 사람은 좋은 것도 없고, 나쁜 것도 없었다. 코오롱의 직원들은 다른 대기업에 비해 조용하고 순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무분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직원의 역량개발과는 연계시키는데 성공하지는 못했다. 시스템의 경영도구 도입은 다양하게 노력하고 있어 좋은 평가를 받았다. ◇ 기업문화 위험의 관리전략▲ [그림 18-2. 기업문화 위험의 관리]코오롱이 기업문화 5-DNA를 인식하고 관리하는 수준을 평가해 정리한 것이 [그림 18-2]다. 5-DNA 10-Element를 평가한 결과를 반영하면 비전, 사업, 시스템의 일부분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위험에 속하고, 조직과 성과는 관리 가능한 위험에 속한다.하지만 위험관리의 시급성을 따지면 사업, 조직, 시스템, 성과, 비전의 순이다. 다른 그룹과 달리 코오롱은 무시할 수 있는 위험영역에 포함된 DNA와 요소가 하나도 없어 5-DNA 10-Element 모두 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업문화를 혁신하기 위해서는 비전의 설정이 가장 중요하지만 코오롱의 경우 사업의 정비와 방향설정이 오히려 더 시급하다고 본 것이다. 특히 신성장동력으로 선정해 투자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와 수처리 부문을 어떻게 할 것인지 빨리 결정해야 한다.현재처럼 돈 먹는 하마로 계속 유지할 경우 우량 계열사마저 동반부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시스템은 경영도구를 도입하려는 의지는 높지만, 운영혁신은 하지 못하고 있다. 경영도구를 도입할 때 조직의 역량과 사업의 특성 등을 잘 반영하고 있지 못해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조직도 다른 대기업과 달리 코오롱만의 특징을 찾을 수 없다. 코오롱 직원들의 업무에 대한 자세나 역량을 파악해 낼 수가 없다. 직원들이 업무에 열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삼성그룹처럼 조직화되어 있지는 못하다. 삼성그룹의 직원들은 개개인의 역량은 뛰어나지 않지만 조직적 역량은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성과는 이익과 위험 모두 관리 가능한 위험군에 속해 있다. 물론 코오롱의 이익이 사업의 규모를 유지하고, 지속성장가능 기반을 구축할 정도가 된다고 평가한 것은 아니다. 위험관리도 사업조정이나 통합으로 단기간의 대처는 잘 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찾지 못하고 있다. ◇ 코오롱이 채용하고 있는 혁신 전략▲ [그림 18-3. SWEAT Model로 분석한 코오롱 기업문화]SWEAT Model로 코오롱의 기업혁신방법을 분석해 보면 [그림 18-3]과 같다. 코오롱의 기업혁신전략은 일본기업들이 선호하는 ‘T-Type Model’을 채용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 중에서는 현대그룹, 대림그룹 등이 코오롱과 동일한 모델을 통해 기업문화를 혁신하고 있다.어떻게 하다 보니 시대상황에 적합한 사업 아이템을 찾았고, 첫 번째 사업에서 성공을 하면서 그 성과를 기반으로 조직을 정비하고, 경영시스템을 체계화하는 성장과정을 거친다. 여기까지는 국내 기업들과 일본 기업들의 기업문화 혁신전략은 동일하다.하지만 차이점은 일본 기업들이 한 우물만을 팔 때, 한국 기업들은 사업다각화를 선택한 것이다. 일본 기업은 전문점, 한국 기업은 잡화상이 된 것이다. 코오롱의 경우 섬유산업에 집중한 후 사업을 다각화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기업의 경쟁력은 단순히 사업영역의 확장만으로 획득할 수 없다.SK그룹이 섬유산업에서 출발해 석유화학, 섬유제조, 패션 등으로 수직계열화를 선택한 것과 달리 코오롱은 섬유제조에서 패션으로만 영역을 확장했다. 이동찬 회장이 금융, 건설 등을 선택해 복합화를 추진했지만 덩치만 키웠지 내실은 없다.이웅열 회장이 추진한 신사업들도 그룹의 성장동력이 되기보다는 부실의 단초가 되었다. 다른 대기업과 마찬가지로 코오롱도 산업복합화를 통해 대마불사(大馬不死)라는 불로장생의 영약을 얻으려고 한 것이다. 기업의 신사업과 미래성장동력을 어떻게 선정해야 하는지 잘 파악하지 못한 결과다.- 계속 -
-
코오롱이라는 기업의 이미지는 섬유회사와 마라톤이 강하다. 나일론을 처음으로 소개한 기업이니 섬유가 회사의 이미지로 자리잡은 것은 당연한 귀결이지만 마라톤이 연상되는 것은 이동찬 회장의 노력 덕분이다.이동찬 회장이 마라톤을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했으며, 코오롱이 후원하고 육성한 황영조와 이봉주 등은 한국 마라톤 역사에 커다란 업적을 남겼다. 사람들이 먹고 살만하면서 마라톤에 대한 열기도 사라졌고, 스포츠 종목이라기 보다는 생활체육으로 자리매김했다. 마라톤에 대한 사회적 열기가 사라진 것처럼 코오롱의 사업도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마라톤의 진정한 묘미를 깨닫지 못했을 수도 있다현 이웅열 회장의 아버지인 이동찬 회장은 정치계의 거물이었던 아버지 이원만 회장과 삼촌인 이원천 회장의 그늘 아래에서 오랫동안 실력을 쌓으며 1인자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절치부심했다고 한다. 2인자의 삶이라는 것은 언뜻 화려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권도 없고 책임만 있는 자리이다.조직의 실적이 나쁘거나 1인자의 리더십에 문제가 생기면 2인자가 제일 먼저 희생양이 된다. 2인자 중에서는 언젠가는 1인자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있고, 영원히 1인자가 될 수 없는 사람도 있다. 전자의 경우에 2인자가 받는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한다. 고대국가가 성립되면서 동서양을 불문하고 국가나 가정 모두 장자세습이라는 전통이 생겼다. 국가나 가정에 1인자는 1명뿐이기 때문에 2인자는 1인자가 사망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왕이나 조직의 수장이 죽어야 그 자리를 계승할 수 있다.개인마다 수명이 다르기 때문에 2인자는 1인자가 언제 죽을 지도 모르기 때문에 초조하게 기다릴 수 밖에 없다. 운(?) 좋게 1인자가 빨리 죽으면 좋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평생을 기다릴 수 밖에 없다. 기다림의 미학이라는 현란한 수사어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당사자로서는 정신고문을 받는 것과 마찬가지다. 오랜 시간 동안 굳세게 버티면서 묵묵히 나아가야 하는 것이 마라톤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마라톤은 인간의 한계를 넘어야 하기 때문에 자신과의 경쟁이라고 볼 수 있다.대기업 오너의 자식들이 경영권을 물려 받기 위해 기다리는 것을 마라톤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경영수업을 받는 것이 어렵지도 않고, 고통을 감내할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동찬 회장은 본인도 한창 일을 할 나이에 아들에게 경영권을 물려 준다. 명예롭게 은퇴하려고 한 것인지, 아니면 회장 자리만 쳐다보고 있는 자식이 안타까웠는지도 모른다. 언젠가는 자리를 물려 줘야 하는데 빨리 자리를 물려 받아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소신껏 경영을 해 보라는 배려일 수도 있다.어떤 의도를 가졌던 크게 성공한 의사결정은 아니었다고 본다. 이웅열 회장이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기존 사업도 특별한 진전이 없고, 새롭게 선택한 사업도 미래의 성장동력이 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전문 마라토너가 아닌 일반인이 마라톤에서 완주하려면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손기정옹이 마라톤 금메달을 따낸 것은 한국인의 자랑이라고 설명했다. 황영조 선수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따냈다는 점도 소개했다. 이후 1997년 한국이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를 겪으면서 일반인 사이에도 등산과 마라톤이 엄청나게 확산했다고 덧붙였다.IMF외환위기 이후 인생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면서 일반인들이 마라톤에 많이 도전하고 있다. 인생을 바친 기업이 나의 인생을 보호해 주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이 강해지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에서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고 싶은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국내 대기업 후계자 중 경영수업을 받으면서 이런 절박한 심정을 느끼는 사람이 있을까? 죽도록 노력을 해 부모가 물려준 기업과 직원들의 인생을 보호해야겠다는 의지를 불태워 본적이 있을까? 만약 이동찬 회장이나 이웅열 회장이 이런 생각을 가졌다면 코오롱의 현재는 지금과는 달랐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 적당주의 문화 척결로 한 단계 도약을 꿈꾼다 이웅열 회장은 그룹 내에 만연한 적당주의 문화를 척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코오롱뿐만 아니라 국내 공조직, 사조직 모두 적당주의 문화가 만연되어 있어 제품개발도, 업무처리도‘대충 이만하면 충분하다’는 생각으로 하기 때문에 발전이 없다.이웅열 회장이 적당주의를 타파하자는 것은 좋은 말이지만 실천전략이 모호하다.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 주고, 잘못된 것도 숨기지 말고 이야기 하는 식으로 적당주의를 타파하자고 주장한다. 승진을 위해 치열한 경쟁이 일상화되어 있어 동료의 단점을 찾기 바쁜데 단점을 보완해 주라고 하면 황당하게 여길 것이다. 해보지 않은 일을 하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하다. 소신 없이 현상유지로 사는 것이 유리한 대기업의 직원들이 용기를 내기는 어렵다.그리고 연공서열이 확고하게 정착되어 있고, 업무상 작은 실수로도 승진에서 밀리고 해고될 수 있는데 실수를 고백할 멍청한 직원은 없을 것으로 본다. 적당주의를 없애야 조직이 발전한다는 주장은 충분히 납득되지만 실행방안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현재 국내 최고의 그룹으로 인정받고 있는 삼성그룹도 적당주의 팽배했던 조직이다. 이건희 회장은 ‘일류삼성’이라는 슬로건을 내 세우며 직원들의 가슴에 불을 지펴 적당주의를 어느 정도 해소했다는 평가를 받는다.국내 1등을 넘어 글로벌 1등이 되기 위해 철저히 1등을 연구했다. 내부의 토론이나 실수를 지적하는데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1등을 따라잡는다는 목표를 주고, 무조건 열심히 일하도록 만든 것이다. 최고의 기업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적당주의가 통하지 않는다.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소송에서 쟁점이 되는 것 중 하나가 모방의 정도다. 삼성전자는 애플의 제품을 철저하게 연구한 후 베낄 수 있는 것은 모두 베꼈다. 디자인, 기능, 마케팅 전략 등 도의적으로는 문제가 되어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는 것은 주저하지 않고 모방한 결과 애플을 넘을 수 있었다.아직 법적 분쟁이 종료된 것은 아니지만 삼성전자는 애플의 따라 잡겠다는 목표를 이뤘다. 삼성전자는 애플을 따라잡기 위해 동료끼리 단점을 보완해주라고 요구하기 보다는 성과급이라는 당근을 제시하면서 경쟁을 유도했다.코오롱도 삼성전자처럼 코오롱의 역량으로 글로벌 강자로 부상하고 있는 영역을 정해 1등 기업을 철저하게 연구하고 모방해 2등이 되는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모방할 때는 ‘대충’이나 ‘적당히’가 아니라 철저하게 하는 것이 좋다. 제품의 성능과 품질은 사소한 차이가 결정하기 때문이다.철저하게 모방한 직원들에게는 충분한 보상을 해 줘야 한다. 회장보다 더 높은 연봉을 받는 직원이 나와야 그 기업이 발전한다. 이런 점에서 보면 코오롱이 듀폰의 기술력을 따라잡겠다는 전략을 수립한 것까지는 아주 좋았다고 판단된다.◇ 사업가는 정치를 멀리해야 오래 살아 남는다평범한 중견그룹에 불과하던 코오롱이 인구에 회자되기 시작한 시기는 MB정부가 출범하면서부터다. 대통령의 정치적 선배이자 친형인 이상득 의원이 코오롱 출신이고, 이상득 전 의원의 정치적 후원자가 코오롱이었기 때문이다.특히 MB정부가 상하수도 민자사업을 추진하면서 수처리 사업을 미래성장동력으로 추진하고 있던 코오롱이 큰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압도적이었다. 이 같은 전망은 MB정부가 광우병 사태로 촉발된 촛불집회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사라졌다. 그 이후 큰 이슈가 없었던 코오롱이 언론의 전면에 등장하게 된 것은 이상득씨가 불법정치자금 혐의로 구속되면서부터다. 이상득씨의 보좌관으로 근무하던 사람들도 코오롱 출신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코오롱이 불법정치자금의 근원지처럼 비춰졌다.그리고 2012년 안철수 의원이 대통령후보로 거론되면서 ‘브이소사이어티’라는 재벌 2세들의 친목단체가 주목을 받았다. SK그룹의 최태원 회장이 2003년 SK글로벌사태로 구속되면서 탄원서를 내면서 서명을 한 회원들의 명단이 밝혀졌는데, 안철수 의원도 포함되어 있었다. 벤처기업 활성화에 기여하겠다는 명목으로 만들어졌던 브이소사이어티에도 이웅열 회장이 포함되어 있었다.한국 재벌사에서 정치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현재 명성을 떨치고 있는 재벌기업들 대부분이 해방 이후 식산재산의 불하나 정부주도의 경제성장정책에서 정치적 특혜를 받아 성장했기 때문이다.정권교체의 고비마다 정치적 결단을 잘해 생명을 연장해 온 대기업도 있고, 정권과 맞서다 공중분해가 된 대기업도 많다. 특정 정권과 밀착해 성장한 기업은 다음 정권에서 탄압을 받으면서 사세가 위축되기도 한다. 이제 정치권과 결탁해서 기업이 장수하기란 쉽지 않다. 국경이 무너지고, 관세가 사라지면서 기업들은 글로벌 무한경쟁에 직면해 있다. 특정 국가의 정치권이 특혜를 베푼다고 본원적인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기업이 살아남기는 어렵다.지난 봄 STX그룹이 유동성위기로 어려움을 겪자 중국 정부차원의 지원이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었지만 중국 정부의 지원은 없었다. 중국 시진핑 주석이 STX가 대규모 투자한 다련시의 서기로 근무했기 때문에 친분이 있다는 것이 이유다. 박근혜정부가 전임 MB정부의 실정을 파헤치고 있어 MB정부로부터 유∙무형의 특혜를 받았을 것으로 의심을 받고 있는 코오롱이 당분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인은 가급적 정치권과 거리를 두는 것이 좋다.권력을 가진 정치인이나 관료에 가깝게 지내면 당장 도움을 받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기업이 지속가능성장을 유지하려면 기술개발에 전념해야 한다. 코오롱과 이웅열 회장도 정치에 기웃거리지 말고 본원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것이 좋다.- 끝 -
-
코오롱은 창업주 이원만 회장이 일찍 정치계에 몸을 담게 되면서 아들인 이동찬 회장이 경영전면에 나서게 되었다. 이동찬 회장도 죽을 때까지 경영권을 행사하던 다른 그룹의 회장들과 달리 빨리 은퇴하고 아들에게 경영권을 넘겨 주었다.나름 승계의 전통을 이어가려는 의도도 보이고, 인생에서 죽도록 돈만 버는 기업경영이 전부는 아니다라는 신념이 반영된 것일 수도 있다. 코오롱의 기업문화를 진단하기 위해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SWEAT Model의 네 번째 DNA인 조직(Organization)을 일(job)과 사람(people) 측면에서 평가해 보자.◇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경영관코오롱의 경영관은 Rich & Famous로 주주, 고객, 직원, 협력업체, 지역사회가 모두 부유해지는 것이다. 모든 이해관계자가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면 모두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논리이다. 직원이 윤택해야 회사가 윤택해진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직원들에게 회사를 위해 희생하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고 한다. 직원들도 자신을 위해 일하고, 가족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 일을 하라고 요구한다.다른 대기업에서 볼 수 없는 파격적인 발상이다. 대부분 직원은 기업이라는 기계의 소모적인 부품에 불과하고, 조직의 발전을 위해 죽도로 일을 해야 하는 노예에 불과하다. 노예와 차이점은 조직을 스스로 떠날 수 있는 자유뿐이다.이웅열 회장이 주창하는 경영관은 아무런 부족함이 없이 자란 재벌의 자식들이 가질 수 있는 생각이다. 코오롱의 사업속성, 기업의 경쟁력, 급여 수준 등을 감안하면 직원들이 풍요로운 삶을 누리기는 쉽지 않다. ‘나는 모든 것이 풍족하고 인생에 만족하는데, 당신들은 왜 풍족한 삶을 누리지 못하는가?’라는 반문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단한 발상이기는 하지만 직원들에게 막연한 환상을 심어주는 것보다 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기업혁신을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보인다.대부분의 직원들은 죽도록 일을 해도 양질의 삶을 보장받지 못한다. 그리고 코오롱의 직원들이 모두 특출한 재능을 가진 1등 인재라고 볼 수 없기 때문에 많은 급여를 받을 수도 없다. 직원들이 자신과 가족을 위해 일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다만 열심히 일을 한다고 기업이 잘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어떻게 열심히 일을 해야 하는지 방법을 제시해 줘야 한다. 2012년 이웅열 회장은 경영지침으로 ‘몰입의 즐거움’을 제시했다. 당시 기업문화 혁신을 위한 핵심동인(key driver)이 몰입이었다. 열심히 하는 사람이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즐기는 사람이 미친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몰입을 통해 성과를 얻어 동료와 나눌 경우 인생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주장도 했다.상당히 재미있는 발상이고, 실제 몰입은 이웅열 회장이 주장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몰입을 통해 외부환경의 어려움을 돌파할 경영전략을 수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 것이다.이웅열 회장이 주창하는 경영관은 매우 파격적이라는 것은 부인하지 않는다. 다만 코오롱의 위치나 사업, 직원들의 역량, 사회분위기 등을 감안하면 현실성이 떨어진다.재벌의 오너로서 직원들에게 ‘너 자신을 위해 열심히 살아라’고 배포 있게 주장할 수 있겠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직원들은 당황스러울 것으로 보인다. 직원들은 차라리 회장이 강력한 카리스마를 내 세워 직원들에게 정확한 방향을 제시하고 자신도 죽도록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원할 것이다. 회장과 직원들의 처지가 다르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면 조직을 이끌어 나갈 수 없다. ◇ 다양성과 소통을 중시하지만 동질성과 폐쇄적 토론코오롱은 비전인 ‘Lifestyle Innovator’를 달성하기 위해 ‘꿈을 꾸고 그 꿈을 실현하는 사람’을 찾고 있다. 인재상은 창의, 도전, 긍정, 미래지향이라는 키워드에 부합하는 인재다. 창의를 즐거운 상상을 하는 사람, 도전은 끊임없이 새로운 목표를 추구하는 사람이다.긍정은 ‘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진 사람, 미래지향은 미래를 위해 현재를 투자할 줄 아는 사람이다. 3세인 이웅열 회장으로서는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창의적인 도전이 필요하고, 모든 직원이 미래지향적인 사고를 가져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볼 수 있다. 인재관은 미국 해병대의 모토인 미국 해병대의 Always Faithful처럼 직원 한 명 한 명이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식만 있다면 그 기업은 성공한다고 본다. 직원의 장점을 보고, 직원에 대한 나쁜 이야기를 들어도 흘려버린다. 직원을 쓰면서 의심하지 않는다는 말이다.이웅열 회장은 그룹에서 회장의 역할은 계열사의 경영에 관여하기 보다는 미래를 위한 그림을 그리고, 이에 필요한 새로운 사업영역을 개척해 나가는 비전 메이커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2012년에는 크로스펑셔널 커뮤니케이션(Cross Functional Communication)을 주창했다. 직급과 부서를 넘어 다양한 구성원 간의 대화를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소통을 강조하는 이웅열 회장이 주도하고 있다고 한다. 창조경제의 새로운 키워드로 융∙복합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인력의 융∙복합을 통해 경영혁신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벽을 넘는 대화를 통해 다른 부서나 직원의 업무나 고충을 이해할 수도 있다. 공유의 바람이 불고 섬유, 의료, IT부문 등으로 확산하고 있다.대기업 조직에서 획일성을 강조하지만 융∙복합을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구성원을 확보해야 한다. 인력채용에서 학력파괴가 이슈로 등장했지만 학력파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직원의 다양성이다. 관심분야나 성향 등이 다른 직원들을 많이 채용해야 조직 내에 창의적인 토론이 활성화될 수 있다.코오롱이 혁신의 방법을 제대로 파악한 것으로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있는지는 알기 어렵다. 구호는 요란하지만 실제 실천하기는 매우 어려운 것이 소통이다.서구의 기업들이 소통과 격의 없는 대화로 끊임없는 혁신을 추진하는데 반해 일본, 한국 등의 기업들은 획일적인 지시만 있을 뿐이다. 뛰어난 기술력과 직원의 성실성을 겸비한 일본 기업들이 혁신에 실패하고 있는 이유도 보수적인 조직문화 때문이다.자유로운 토론은 보장되지 않고, 관행을 파괴할 수도 없다. 코오롱 뿐만 아니라 국내 대기업 모두 직원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데도 실패했다. 다양성보다는 동질성을 강조해 대학 간판, 학점, 영어성적 등을 기본으로 채용한다. 선호하는 인상도 동일해 얼굴 생김새도 비슷하다.이런 여건 속에서 파격적인 토론과 창의적인 아이디어 나올 가능성은 낮다. 국내 대기업들이 21세기 정보화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이유다. ◇ 여성인력 우대는 미래지향적인 조직문화 창출 가능성 높아코오롱이 다른 그룹보다 여직원의 중요성을 일찍 파악해 2007년 여성 멘토링제도를 도입했다. 과장 이상의 여성관리자가 여직원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업무에 대해 조언을 해 주는 제도다. 여성들이 자신의 역량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다.여성인력의 할당제도를 도입해 대졸 신입사원의 30% 이상을 여성으로 의무 선발하도록 하고 있다. 그룹의 주력사업이 제조, 건설 등으로 남성인력에 대한 수요가 많지만 여성들을 선발해 전략기획, 마케팅 등에 배치시키고 있다.여성을 사회적 약자로 보는 것이 아니라 우수한 여성인력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여건을 제공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서구 국가의 기업들은 여성인력을 잘 활용하고 있다.남성중심의 기업보다는 여성과 균형을 맞춘 기업들이 외부 환경변화에 더 잘 적응하고 성과도 높은 편이다. 여성의 섬세함과 유연한 사고가 기업의 변화를 유도하고 있는 셈이다. 코오롱도 이러한 점을 간파해 여성인력에 인사정책의 중심을 두고 있는 것이다.대기업의 업무 대부분이 관리업무이고, 소통이 중요해 남성보다는 여성이 더 잘 어울린다고 주장하는 인사전문가들이 많다. 남성에 비해 여성은 납품비리, 뇌물수수, 부정행위 등 부패에 연루되는 일도 많지 않다.다만 여성이 평균적으로 추진력이 부족한 것이 흠으로 지적되고 있지만 개인적인 편차가 크기 때문에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들이 여성인력을 잘 활용하고 있는데, 좋은 성과를 내는 기업이 많다. 특이 외국계기업은 여성을 대표이사뿐만 아니라 임원진에까지 대거 포진시키고 있다. 이제 대기업의 업무도 공무원이나 정치인에게 접대나 뇌물을 제공해 이권을 확보하는 음성적인 업무가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또한 글로벌 기업들은 부정경쟁에 대한 기준이 엄격해 지금과 같은 한국 대기업의 업무관행을 용인하지 않는다.코오롱이 사업기획, 마케팅과 같은 유연한 사고가 요구되는 업무에 여성인력을 전진 배치시키는 것은 좋은 결정이다. 산업보안 분야도 전통적으로 남성의 고유영역이었지만, 보안정책, 보안관리와 같은 분야에 여성인력의 활용도도 높아지고 있다.코오롱의 여성인력 활용정책이 다양한 업무까지 적용되면서 조직의 변화의 이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 받고 있다. 장기간 운용할 경우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계속 -
-
코오롱과 같은 중견 그룹들은 오랜 역사에도 불구하고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고 있지 못한 경우가 많다. 시스템이 부족한 기업들은 주로 회장 개인의 능력에 좌우되는 인치(人治)에 의존하게 된다.산업화 시대에 대규모 제조공장의 직원을 이끌어가기 위한 리더십과 정보화시대에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창출해야 하는 아이디어뱅크들을 이끌어가기 위한 리더십은 다르다. 코오롱의 기업문화를 진단하기 위해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SWEAT Model의 다섯 번째 DNA인 시스템(System)을 경영도구(methodology)와 운영(operation) 측면에서 평가해 보자.◇ 인적자원개발시스템의 진화로 인재관리 강화‘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다. 사람을 적재적소에 잘 쓰는 용인술은 국가뿐만 아니라 기업에도 적용되지만 공조직을 포함해 국내 대기업의 인사정책은 패거리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특정 지역이나 학교에 편향된 인사를 하는 것이 관행화되어 있다.직원의 능력과 승진, 보직, 연봉은 전혀 상관이 없다. 열심히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이 구비되지 않은 것이다. 인재의 선발도 유능한 인재를 선발하기 보다는 인사담당자들의 입맛에 맞는 튀지 않는 지원자를 골라내는데 치중되어 있다. 코오롱도 이러한 경향에서 자유롭지 못하지만 1999년 코오롱 인적자원개발(Human Resource Development, HRD)시스템을 개발했다. 코오롱의 HRD는 기존 직원보다 신입사원의 교육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잠재역량을 보유한 신입직원들이 코오롱의 기업문화에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목적이다.2002년에는 오프라인 위주의 시스템을 온라인으로 전환해 100% 웹 기반의 eHRM을 구축했다. 단순히 인사관리만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인재채용, 사이버교육, 복리후생관리까지 포함하고 있다. HRM은 ‘Human Resource Management’의 약자로 인적자원관리라는 말이다. 채용한 인력의 역량개발을 지원한다는 HRD라는 개념에 비해 HRM은 단순 관리에 초점을 맞춘다.대기업이 직원을 채용해 역량개발을 지원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대기업의 업무가 복잡하거나 고차원적이지 않은 단순 관리업무가 대부분이라는 점도 역량개발의 필요성을 떨어뜨린다. 코오롱의 경우에도 섬유개발을 위한 R&D를 제외하고 건설, 수 처리 등 대부분이 영업과 관리업무만으로 운영이 가능하다. 코오롱이 운영하고 있다는 eHRM은 채용과 사이버교육까지 웹 기반시스템으로 관리를 하고 있지만 특장점은 보이지 않는다. 실제 코오롱연수원에서 직원교육을 강화하고 있지만 역량이 개발되었다고 주장하는 직원도 발견하기 어렵다. 대기업 연수원은 회사의 분위기를 알려주는 강좌 외에는 특별한 강좌도 운영하지 않는다. 연수원들이 직원들의 역량개발을 할 수 없는 이유다. 연수원이 직원의 역량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싶으면 어떤 역량을 개발시켜 줄 것인지 명확하게 정의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리고 나서 그 역량을 개발시켜줄 강사진을 확보해야 한다.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소리는 듣는 강사보다는 다양하고 특이한 이력과 사고를 가진 강사를 확보해야 한다. 리더십, 혁신 등과 같은 과정도 이름만 그럴듯하게 포장했지, 교육내용은 천편일률적이다. 연수원이 격무로 인한 심신의 피로를 풀기 위한 여가의 공간으로 전락한지 오래지만, 여전히 구태의연한 프로그램으로 직원의 역량개발 산실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는 셈이다. 코오롱이 진정으로 인력개발을 하고 싶다면 모든 기업이 도입하는 웹 기반의 솔루션을 구축했다는 자부심보다는 인력개발프로그램의 충실성과 독창성을 내 세울 수 있어야 한다. 인사가 만사이고, 인재가 기업경쟁력의 핵심이기 때문에 인재개발프로그램 개발을 소홀히 할 수가 없다. ◇ ERP, SCM 등 솔루션 도입으로 ICT역량강화 추진코오롱은 그룹 ICT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IT거버넌스위원회(ITGC)를 운영하고 있다. 그룹의 IT시스템의 발전방향과 추진전략을 논의해 결정한다. 현재 주요 경영도구로 도입한 것이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전사적 자원관리), SCM(Supply Chain Management, 공급망관리) 등이다.ERP의 경우 주요 계열사 모두 제조업 기반으로 오라클 ERP패키지를 도입했으며 그룹 차원에서 통합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규모가 작거나 업무가 제조업과 연관성이 낮은 제약, 생명과학 등은 ERP가 구축되어 있지 않다. ERP의 도입은 단순한 업무전산화 개념을 넘어 업무 프로세스 정립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며, 그룹의 업무통일성도 고려해야 한다. 일부 전문 솔루션 업체들이 ERP 고도화를 명분으로 재 구축사업을 추천하지만 실효성은 의문이다.코오롱도 2009년부터 2002년도에 구축한 ERP를 구 버전으로 치부하고, 사업변화에 따른 ERP고도화를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 ERP고도화는 사업구조나 규모가 획기적으로 변하지 않았다면 고려할 필요도 없는데, 국내 대기업들은 유행처럼 추진해 돈만 낭비하고 있다. 업무프로세스를 정돈하는 ERP와 달리 공급망을 관리하는 SCM은 사업특성과 고객에 따라 다르게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섬유제조업과 의류판매업은 사업의 속성이 전혀 다르다. 섬유제조업은 B2B(Business to Business)를 하고, 의류판매업은 B2C(Business to Customer)를 해 업무특성에 따라 다른 SCM 솔루션이 필요하다.실제 개별 사업을 하는 계열사들은 각 사의 특성에 따라 SCM을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 현재 SCM의 경우에는 그룹 차원에서 통합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코오롱이 직접 고객을 상대하는 사업이 많지 않아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고객관계관리)에 대한 고민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업고객도 고객이므로 CRM에 대한 전략수립이 필요하다. 코오롱이 아웃도어나 일반 의류사업에서 적극적으로 사업을 펼쳤지만, 후발업체에 밀리고 있는 것도 CRM에 대한 개념이 제대로 정립되어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국내 대기업들이 소비자 의식수준이 높아지고, 소비자 보호규정이 강화되고 있는 추세에 적응하지 못해 시장을 잃고 있다. ERP, SCM도 기업경영에서 중요한 솔루션이지만 이에 못지 않게 CRM도 중요한 솔루션이다.◇ 그룹경영현황파악 위해 RTE시스템 운영하지만 제한적그룹의 경영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대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도입했지만 활용가치가 떨어진 시스템이 RTE(Real Time Enterprise, 실시간기업)이다. 일명 콕픽(cockpit)시스템으로도 불리는데, 그룹의 경영현황을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정보시스템의 한 종류라고 볼 수 있다. 주요 계열사의 매출, 순이익, 재고, 영업 현황 등이 개별 LCD모니터에 표시되기 때문에 그룹의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 RTE 시스템의 정보는 회장뿐만 아니라 관계 계열사 경영진에게도 제공되기 때문에 이들도 신경을 곤두세운다고 한다.경영정보는 숫자가 아닌 계기판 형태로 나타나 위험도 여부를 직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예를 들어 매출이 목표치의 85%에 미달할 경우 빨간 불이 들어오게 함으로써 경각심을 일깨운다.경영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어 의사결정을 하는 속도가 빨라지는 장점이 있다. 이를 두고 신호등시스템이라는 표현도 한다. RTE개념을 적용한 시스템을 운영하는 국내 대기업은 삼성그룹, 포스코, 동부그룹, 신한금융그룹 등이 있다. 글로벌 기업 중에서는 GE, 월마트, 씨티은행 등이 활용하고 있다.2000년대 초반부터 국내에 소개되기 시작한 RTE시스템은 그룹 회장이 계열사의 경영현황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계기판만 보더라도 어느 계열사, 어떤 제품, 어떤 공장이 문제가 있는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초창기 많은 기업들이 RTE시스템에 관심을 가졌지만 잠깐 바람만 불고, 열풍은 잠잠해졌다. 가장 큰 문제는 RTE시스템이 과거의 정보만 담고 있기 때문에 기업의 경영전략을 수립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시간이라는 개념도 월 단위, 주간 단위, 일 단위 등 특정 시점에 마감한 결과값에 불과하기 때문에 올바른 표현은 아니다. 매일매일이 아니라 주간단위라면 월요일, 월간단위라면 월초에만 유용할 뿐이다. 그럴듯하고 많은 돈을 투자한 RTE시스템 대부분이 애물단지로 전락한 이유다. 대기업 회장이 그룹의 경영내용을 실시간으로 보려고 한다면 현재와 같은 RTE시스템으로 불가능하다. ERP SCM, CRM 등의 시스템에서 처리된 데이터는 과거의 죽은 정보일 뿐만 아니라 내부정보에 불과하다.그룹 회장이 미래지향적인 경영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현재 살아있는 정보와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정보가 필요하다. 코오롱도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고자 한다면 글로벌 정보를 수집해야 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수집, 분석해 경영전략에 반영하는 정보조직을 운용해야 한다.글로벌 기업인 GE, 월마트 같은 기업들은 내부 정보조직을 통해 글로벌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내부정보와 통합해 글로벌 정보경영전략(GIMS)을 수립하기 때문에 지속가능성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계속 -
-
코오롱의 사업은 화학/소재/바이오, 패션/유통/서비스, 건설/환경/레저 등 3가지 영역으로 구분된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처럼 코오롱은 원사와 패션 등 섬유 관련사업을 중심으로 특화된 그룹이었지만, 이동찬 회장부터 석유화학, 건설, 전자부품, 이동통신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해 왔다.코오롱의 기업문화를 진단하기 위해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SWEAT Model의 두 번째 DNA인 사업(Business)을 제품(product)와 시장(market) 측면에서 평가해 보자.◇ 사업다각화에도 불구하고 섬유기술개발에 매진코오롱은 화학, 첨단소재, 패션, 바이오, 환경, 건설, 레저, 유통 등의 사업을 통해 라이프스타일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 라이프스타일 사업이 무엇인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일반적으로 인프라사업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사업이 라이프스타일 영역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코오롱이 섬유산업에서 탈피해 라이프스타일 사업으로 확장하면서 바이오, 환경, 건설, 레저, 유통 등의 사업으로 확장했지만 시장경쟁력을 확보하는 수준을 달성하는데 성공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나마 아직도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산업은 섬유다. 1964년 나이론 원사공장을 본격적으로 가동하면서 합성섬유를 생산했다. 국내수요량을 충당하는 것을 넘어서 해외수출도 시작했지만 1970년대 1차 오일쇼크로 인한 원자재가격 상승, 중국의 저가물량공세 등으로 어려움이 커졌다.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1977년 한국나일론과 한국포리에스테르를 합병했다. 이후 고부가가치 섬유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R&D를 강화했다. 1993년 머리카락 굵기의 1000 ~10,000만 분의 1 정도인 초극세사를 이용한 원사기술을 개발했다. 또한 같은 해 첨단 섬유소재로 인공피혁인 ‘샤무드’를 전세계에서 세 번째로 양산하기 시작했다.2005년에는 헤라크론이라는 섬유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는데, 강철보다 강한 섬유로 알려져 있다. 2008년에 개발한 히텍스는 저항발열 매커니즘을 기반으로 자체 발열하는 스마트 섬유소재다. 히텍스는 코오롱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섬유다. 코오롱이 섬유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첨단 기술개발에 전력을 기울였지만 정작 사업의 본질을 파악하는 데는 실패했다. 섬유산업에서 화학, 첨단소재, 패션 등으로 수직계열화를 시도했지만 소비자와 접점에 위치한 패션은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다. 코오롱이 섬유제조기술력을 바탕으로 스포츠용품, 등산복 등 아웃도어시장에 가장 먼저 진입했지만 현재는 존재감이 거의 없다.반면에 중소기업에 불과했던 노스페이스, 블랙야크, K2 등 국내외브랜드들이 창사 이래 최대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등산복을 포함한 아웃도어시장은 매년 급성장하고 있는데, 대기업인 코오롱은 오히려 시장지배력을 잃고 있다.아웃도어시장뿐만 아니라 일반 패션시장도 유니클로, 자라, H&M 등 글로벌 SPA업체들이 급성장하는 동안 코오롱, 제일모직, LG패션, 등의 대기업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급기야 최근 제일모직은 패션사업을 포기하면서 사업권을 모두 에버랜드에 넘겼다. 막강한 자금력과 조직, 월등한 브랜드 이미지로 성장가도를 달리던 대기업들이 좌초하는 이유는 사업환경변화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기업이 시장을 변화를 따라가기보다는 주도할 수 있다고 착각을 한 것이나 혁신보다는 현상유지로 일관한 것이 실패 요인이다. 또한 경영진들도 섬유산업이 인건비가 높아지면서 한국에서 할 수 없는 사양산업이라고 판단하지 않았나 생각된다.섬유는 인간이 생활하는 데 필수적인 의식주에 해당되기 때문에 인류가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한 사라지지 않는 산업이다. 이미 한 물 간 고리타분한 산업이 아니라 미래지향적 산업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 코오롱도 보수적인 관리문화로 인해 사업혁신에 실패했다. ◇ 사업구조 혁신을 위해 노력 중이나 성과는 미진코오롱이 섬유산업보다는 화학, 환경, 바이오, 레저, 유통 등의 신사업을 펼친 것도 바람직한 결정이라고 보기 어렵다. 사업구조를 혁신하기 위해 코오롱이 내 건 구호가 ‘섬유기업을 넘어 첨단소재 전문그룹’이다. 2000년대 들어 디스플레이 소재, 전자재료 부문의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2002년 LCD용 광확산 필름과 프리즘 필름을 개발했다. 광학용 필름생산을 늘리면서 관련 제품의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광학용 필름은 터치스크린, PDP용으로도 활용될 수 있으며, 태양광 산업에까지 응용분야가 다양하다. 대부분 일본산 제품에 의존하고 있지만, 코오롱은 독자기술 개발로 정면돌파를 하고 있다. 수 처리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2010년 캐나다 기업인 프로셉과 합작해 프로셉코오롱을 설립했다. 프로셉은 오염물처리 전문회사다.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과 한국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벌였지만 성과는 미진하다. 결과적으로 올해 초 양사는 합작을 청산했다.MB정부가 상하수도 민자사업을 추진했지만 전국민적인 저항에 부딪혀 실행하지 못하면서 실적이 저조했기 때문이다. 중국시장 개척도 아직까지 진척이 더디다. 프로셉과 합작으로 세계 10대 물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구상도 공염불에 그친 것이다.국내 다른 대기업과 마찬가지로 태양광사업도 코오롱이 2008년부터 집중한 사업이다. 실리콘 및 유기(organic) 소재 박막태양전지를 개발해 태양광 발전사업에 진출하겠다는 구상을 한 것이다.태양전지 셀에 관한 원천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광주 과기원 히거 신소재 연구센터와 유기태양전지를 공동 개발해 2010년까지 상용화하겠다고 발표했었다. 태양광 모듈은 일본 카네카사와 전략적 제휴를 해 건물일체형 태양광시스템(BIPV)를 국내에서 생산하기로 했다. 원천기술 개발에서부터 소재개발, 설치/운영, 어플리케이션 개발 등 모든 프로세스를 그룹 내 계열사들이 전담해 태양광산업의 수직계열화를 추진했었다.코오롱이 추진한 신사업 중 전자재료 부문은 나름 성과가 나고 있지만 수 처리나 태양광사업은 부진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수 처리사업은 MB정부의 4대강 수질개선사업에 참여해 외형을 확장했지만 박근혜정부가 4대강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를 추진하고 있어 향후 전망은 밝지 않다. 최근 5,000억 원대의 총인시설에 대한 사전담합과 뇌물비리가 밝혀져 관련업체들이 사법처리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태양광사업은 2008년부터 대부분의 국내대기업들이 뛰어들었지만 막대한 손실만 냈다. 웅진그룹은 태양광사업에 무리하게 투자했다가 그룹이 공중 분해되었다.한화그룹은 태양광산업의 미래가 어둡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투자를 늘리고 있어 더 깊은 수렁을 빠져들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그룹도 제일모직, 에버랜드 등의 계열사가 태양광전지나 패널, 태양광 발전사업에 투자를 했지만 성과가 없다.코오롱도 태양광사업에 대한 투자를 늘렸지만 성과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돈 먹는 하마에 불과하고 원천기술도 확보하지 못한 코오롱이 태양광사업을 미래 수종산업으로 선정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이다. ◇ 중국,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시장진출을 강화코오롱은 2003년부터 중국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2003년 코오롱글로텍이 칭다오, 베이징에 공장을 건설했고, 잭니클라우스가 중국 백화점에 입점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2004년 난징, 2005년 쑤저우에 공장을 오픈 했다.2006년에는 코오롱스포츠가 베이징 옌사백화점에 1호 매장을 열었다. 코오롱스포츠는 2012년 4월 100호 점을 돌파했고, 2013년 말까지 200호 점까지 늘릴 계획을 세우고 있다. 코오롱워터앤에너지도 장쑤성의 정수처리와 운영사업을 진행하고 있다.코오롱이 2010년과 2011년 중국사업에서 흑자를 냈다고 하지만 2012년에 적자로 돌아섰고, 올해 영업실적도 낙관하기 어렵다는 점은 중국사업의 난맥상을 보여준다.미지의 대륙에서 화려한 백조로 부상하고 있는 아프리카 대륙도 제약산업을 필두로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이슬람상공회의소가 설립한 투자회사인 포라스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현지에서 생산한 약품을 공급하기로 했다.아프리카 서부 모리타니아에 제약공장을 신설해 50여개 기초 의약품을 생산할 예정이다. 모리타니아 공장이 활성화되면 중부, 동부 아프리카 지역에도 제약공장을 세울 목표를 갖고 있다.아프리카 대륙은 자원개발로 경제 붐이 조성되고 있어 중국 이후 세계경제의 새로운 활력소로 부상하고 있다. 아프리카 대륙의 문제는 아직도 낙후된 인프라와 종교, 민족, 정치적 분쟁이 빈발해 사업의 안전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한국가스공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중앙아시아 지역에도 진출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 주요 도시 및 교통 간선망에 압축천연가스(CNG) 충전소를 건설하고 있다. 충전소 사업이 경제성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지만 시도는 나쁘지 않다.하지만 공기업인 한국가스공사가 해외에서 본연의 설립목적과 관련성이 낮은 충전소 사업을 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우즈베키스탄 충전소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은 낮다.MB정부 하에서 공기업들이 추진한 해외사업 대부분은 부실로 판명 나고 있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코오롱도 자사의 사업과 연관성이 낮은 해외사업에서 성공할 확률이 낮기 때문에 무리하게 추진하지 않는 것이 좋다.- 계속 -
1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