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문화] 1편 대기업 23. 농심 기업문화 (4) 성과-이익과 위험... 비핵심사업으로 외도도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 높아
끊임없는 R&D로 라면시장, 스낵시장 1위로 군림
민진규 대기자
2014-03-17
농심은 국내 1위 라면업체인 삼양라면에 이어 라면시장의 후발주자였지만 과감한 도전과 제품개발 노력을 기반으로 지존의 자리에 올랐다. 스낵시장의 시장지배력도 여전히 높은 편이지만, 일부 제품의 경우 후발주자인 오리온에 밀리고 있다.

식품전문그룹으로서 정체된 라면시장을 넘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사업다각화를 벌이고 있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 지속성장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커지고 있다.

농심의 기업문화를 진단하기 위해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SWEAT Model의 세 번째 DNA인 성과(Performance)을 이익(profit)와 위험(risk) 측면에서 평가해 보자.


◇ 끊임없는 R&D로 라면시장, 스낵시장 1위로 군림

신춘호 회장은 형인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라면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에 어떻게든 성공시켜야 하겠다는 의지가 강해 제품개발을 위한 노력에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 농심은 회사설립과 동시에 제품개발연구소를 오픈한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 촉발된 것이다.

국내 최초로 개발한 짜장면, 스낵, 냉면, 사출 쌀국수 등에서 농심의 도전정신과 제품개발 노력을 엿 볼 수 있다. 한국인이 가장 즐겨 먹던 짜장면을 라면으로 만들려고 도전한 것이나, 정크푸드에 불과한 라면에 사골국물을 넣어 신라면블랙을 개발한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다. 사발면과 같은 용기면도 도전정신의 결과물이다. 


농심이 제품을 개발하면서 고민한 것은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는 맛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매운 맛, 독특한 맛, 이미 길들여진 맛 등을 적절하게 반영해 제품을 개발하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1986년 발매된 신라면은 한국인이 좋아하는 얼큰하고 매콤한 맛을 재현해 지난 40여 년 동안 인기를 누리고 있는 장수 브랜드다. 해외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이 고국을 생각하면서 가장 즐겨 먹는 음식이 김치가 아니라 신라면이라는 사실은 신라면이 얼마나 한국인의 입맛을 잘 반영한 것인지 증명한다. 1971년 출시한 새우깡도 국내 최초의 스낵으로 짠 맛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입맛에 맞춰 장수하고 있는 제품이다.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유지하면서 농심은 식품시장에서 확고한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라면시장은 1985년 업계 1위인 삼양라면을 추월한 이후 30여 년 동안 1위 자리를 굳건하게 수성하고 있으며, 그 지위는 오히려 더 확고해지고 있다.

2위인 삼양라면은 최근 만년 3위 업체였던 오뚜기라면에게 2위 자리를 넘겨 줬다. 오뚜기라면은 특정 브랜드로 일반 소매점을 공략하기보다는 조리용 사리면으로 음식점을 대상으로 시장점유율을 늘리고 있어 한계가 있다. 이런 사업방식에 익숙한 오뚜기라면이 라면시장에서 농심을 이기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농심은 라면시장뿐만 아니라 스낵시장에서도 새우깡, 양파링 등을 앞세워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생 감자 칩만 오리온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최근 국내산 감자로 1위 탈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오리온은 포카 칩이라는 브랜드로 감자칩 시장점유율 60%를 점유해 2위인 농심의 포테토 칩의 30%에 비해 2배 가까이 격차를 벌렸다. 일각에서는 농심이 감자 칩 시장에서는 오리온을 이기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식품산업에서 R&D가 중요한 이유는 소비자들의 입맛은 까다롭고 정직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광고를 잘하고, 브랜드 로열티가 강하다고 해도 맛이 없으면 소비자는 떠나기 때문이다.

하얀 국물 열풍을 불러 일으킨 꼬꼬면도 결국 특별한 맛이 없었기 때문에 시장정착에 실패한 것이다. 이경규라는 연예인의 인지도를 바탕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시장진입에는 성공했지만 소비자의 재 구매를 유도할 확실한 맛은 없었다.

신라면이 하얀 국물라면과의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도 결국 얼큰하고 매콤한 맛 때문이다. 농심이 그동안 후진적인 식품업계에서 끊임없이 강력한 신제품을 출시할 수 있었던 것도 탄탄하고 꾸준한 R&D 투자덕분이다.


◇ 비핵심사업으로 외도도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 높아

수십 년간 식품산업이란 한 우물을 파던 농심이 최근 들어 식품 외 사업으로 외도를 하고 있어 찬사 반 걱정 반을 받고 있다. 정체된 라면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신 사업을 발굴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현재 추진하고 있는 신 사업이 식품기업으로서 적절한지 여부가 논란의 초점이다.

이미 몇몇 사업은 정부의 정책방향과 배치돼 사업을 접었고, 다른 사업들도 신수종 사업으로 적절하기는 하지만 추진전략이 산만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선 야심 차게 출발한 외식사업인 뚝배기집은 박근혜정부가 들어서면서 동반성장위원회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및 대기업 외식업 규제발표 이후 철수했다. 사업성과도 부진해 진퇴여부를 고민하던 차에 정부의 정책이 퇴로의 명분을 제공했다.

농심은 호
텔농심을 통해 호텔사업도 영위하고 있다. 호텔농심은 1960년 동래관광호텔로 출발해 2002년 상호가 변경되었으며, 호텔과 온천인 허심청 등을 운영하고 있다. 그룹의 연수원으로도 활용하고 있지만 식품전문업체로서 연관성은 낮으며, 부동산 투자목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사업이다. 

그리고 농심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 중 하나가 부산과 경남 동부지역에서 운영하고 있는 메가마트다. 할인형 슈퍼마켓인 메가마트는 1975년 동양수퍼마켓개발로 출발했고 2002년 상호를 변경했다.

자매그룹인 롯데그룹도 경남과 부산지역에서 할인점 사업을 강화하고 있어 양사는 할인점 사업으로 충돌하고 있다. 신춘호 회장의 삼남인 신동익 부회장이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메가마트는 매출이 늘어나면서 지역에서 자리를 확고하게 굳히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의약품판매, 패션사업까지 추진하면서 문어발 확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메가마트는 CJ그룹, 코오롱그룹, GS그룹, 신세계그룹, 삼양그룹 등이 진출하고 있는 드러그스토어 시장에 판도라라는 브랜드로 뛰어 들었다. 메가마트의 드러그스토어 사업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있다.

외식업사업인 뚝배기와 더불어 중소기업 업종으로 지정될 경우 철수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해외에서는 드러그스토어 사업이 체인점으로 활성화되어 있지만 국내의 경우 정부의 정책 등으로 인해 소규모 동네약국과 체인약국들이 확고한 위치를 점유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할인점사업 외에도 패션사업까지 추진하고 있다. 2005년티뷰라는 패션 브랜드를 론칭해 SPA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15년까지 매장을 1000개로 늘리고, 1000억 원의 매출을 늘리겠다는 목표도 세우고 있다.

세계적인 SPA브랜드인 유니클로와 마찬가지로 메가브랜드로 키우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지만 용두사미로 전락했다. 제일모직, LG패션, 이랜드 등의 국내 패션그룹들이 외국계 SPA업체인 유니클로, 자라, H&M 등에게 밀려 명맥조차 유지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너무 과소평가한 것이 패인이다.

국내 대기업들이 실패한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시장접근전략을 수립해야 했는데, 화려한 청사진을 그리는데 만 열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티뷰라는 브랜드를 아는 소비자도 없고, 미래도 밝지 않다. 


또한 2007년에는 인테리어 전문숍 하우스데코도 시작했다. 가구업체인 한샘, 리바트 등의 업체들이 포진하고 있는 인테리어산업도 진입이 쉽지 않다.

인테리어 사업도 대기업이 하기보다는 중소 규모의 전문브랜드가 사업을 영위하는 산업이다. 신춘호 회장의 3남인 신동익 부회장이 메가마트를 유통, 패션, 인터리어 등의 복합기업으로 성장시키고자 하지만 정작 메가마트 자체도 할인점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 확신을 가지기 어렵다.

할인점은 일정 규모 이상의 바게닝파워를 갖추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GS그룹이 할인점 사업을 포기한 것도 롯데그룹, 신세계그룹, 홈플러스 등과의 경쟁을 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메가마트가 새로운 사업을 펼치고자 한다면 농심과 계열분리를 하고 난 후에 하는 것이 농심의 사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그리고 농심은 비전문사업은 정리하고 식품전문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유리하다.

국내 시장이 협소하다고 판단하면 해외시장으로 진출하면 되고, 기존의 라면시장이 포화되었다고 생각하면 다양한 맛의 라면을 개발하면 된다.

일반적으로 식품산업이 후진적이라고 인식하지만 인류가 지구상에 존재하는 한 전망이 가장 밝은 분야가 식품산업이다. 농심의 미래는 식품산업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말고, 신사업도 식품제조와 연관된 분야로 확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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