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ESG 경영 평가] 26. 부채 264조 갚는데만 130년… 투자금 회수 노력 ‘뒷전’
‘ESG채권’ 마구잡이식 발행… 리스크 관리·규제확립 필요
김백건 기자
2022-04-08
KDB캐피탈·KDB인베스트먼트 등 자회사 퇴직후 재취업
‘ESG채권’ 마구잡이식 발행… 리스크 관리·규제확립 필요
印尼 석탄화력발전소 15년간 투자 환경파괴 논란 일으켜

최근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선임을 두고 정권 말 ‘알박기 인사’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인수위가 대우조선해양의 대표이사까지 눈독을 들였냐고 힐난했다. 신·구 권력이 공기업 낙하산 인사 임명권을 두고 충돌한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은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이 지분 55.7%를 소유한 사실상 공기업이다.

KDB산업은행·IBK기업은행이 공적자금을 투입해 소유한 기업의 경영진 인사는 항상 낙하산 인사 논란이 일었다. 정계를 은퇴한 정치인이나 퇴직 관료들은 눈에 쌍심지를 켜고 이들 기업에서 자신이 차지할 빈자리를 찾는다. 경영 실패로 한번 망한 기업이라 적자를 내도 무방할 뿐 아니라 급여·복지 수준도 우수하기 때문이다.

KDB산업은행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현황을 진단하기 위해 홈페이지, 스카이데일리·국가정보전략연구소 데이터베이스(DB), 국정감사·감사원 자료, 각종 제보 등을 참조했다. 글로벌 스탠다드를 지향하며 개발된 ‘팔기(八旗)생태계(8-Flag Ecosystem)’ 모델을 적용해 KDB산업은행의 ESG 경영 현황을 진단해봤다. 

◇ESG 경영 선포했지만 준비 미흡… 부패 갚는데 최소 130년 소요 전망

KDB산업은행은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ESG 경영을 실천해 나기고 있다. 2021년 ESG·뉴딜기획부를 신설한 것이 시작이다. ESG 경영 헌장이나 선언문은 없으며 신설된 조직은 회장과 전무이사 산하 9개 사업 부문 중 하나인 정책·녹색기획 부문에 속해 있다.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오래전부터 ESG 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지만 KDB산업은행의 ESG 경영 이행계획 수립·액션플랜 도출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오히려 자회사인 KDB캐피탈은 ESG 책임경영 선언문을 제정했다. 선언문은 환경·사회적 가치·건전한 지배구조 확립·정책금융 기능 수행 등을 위한 책임경영과 정보 투명성을 포함하고 있다.

윤리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윤리헌장·윤리경영 선언문은 제정했다. 임직원 행동강령·행동강령 운영지침·행동강령 준수 서약서·직무청렴 계약서 등을 정비했다. 인권경영을 위한 선언문·제도 등도 마련했다. 2010년대 초부터 윤리경영에 대한 인식이 강화되면서 관련 제도는 체계적으로 운영하는 셈이다.

KDB산업은행 역시 다른 공공기관들과 마찬가지로 낙하산 인사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현역에서 물러난 정치인·관료나 정치권에 줄을 댄 내부인이 능력에 관계없이 주요 직책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KDB캐피탈·KDB인베스트먼트 등 자회사도 낙하산 인사의 먹잇감으로 전락했다.

반부패 계획·실행, 취약 분야 개선, 처벌·관리·교육 강화, 청렴도 측정, 부패사건 현황 등을 평가하는 국민권익위원회의 부패방지 시책평가에서 산업은행은 2017년 2등급, 2018년 4등급, 2019년 3등급, 2020년 3등급, 2021년 4등급을 각각 기록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간 발생한 금융사고는 185건, 사고금액은 4792억원에 달한다. 이 중 산업은행의 사고금액은 1297억원으로 IBK기업은행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2020년 기준 매출액은 42조7342억원이고 당기순이익은 1조9613억원이다. 자산은 20조7657억원인데 부채는 264조69억원에 달한다. 부채 비율은 644.03%로 경영성과로 부채를 해결하려면 최소한 130년이 걸린다. 인수한 기업의 경영을 정상화해 투자금을 회수하려는 노력이 절실하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KDB생명의 민원건수 업계 최고 수준… 무분별한 해외투자 부실 우려

KDB생명은 2017년 구조조정·사업비 절감을 위해 법인보험대리점(GA)을 영업채널로 지정했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2020년 KDB생명의 민원건수는 4311건으로 전년 대비 16.2% 감소했다. 하지만 환산민원건수(10만건 당 민원건수)는 230건으로 업체 전체 평균 대비 6.3배 높은 편이다.

무기계약직 1인당 평균 급여는 5308만원으로 일반 공기업 대비 다소 높으나 정규직 1억1199만원 대비 47.39%에 불과하다. 정규직과 무기계약직의 업무가 비슷함에도 급여가 비상식적인 수준으로 차이가 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채용 프로세스가 다른 직원 간 갑질의 전형이다.

2017년부터 재생에너지·에너지효율·기초인프라·일자리 창출을 지원하기 위해 녹색·사회적·지속가능 등 다양한 유형의 ESG채권을 발행하고 있다. 2017년 이후 발행된 채권 규모는 녹색채권 8300억원, 사회적채권 2조2500억원, 지속가능채권 4000억원, 녹색채권 5억유로·16억3800만달러, 외화 사회적채권 5억달러 등으로 6조700억원이 넘는다.

명칭도 다양한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지만 늘어나는 부채를 제대로 관리·감독할 역량을 갖췄는지 의심스럽다. 미래 신성장 동력 확충을 위해 2021년 혁신성장 펀드 33조6000억원을 조성했는데 2020년 25조4000억 대비 32.3% 증가한 규모다.

막대한 금액의 부채에도 불구하고 KDB산업은행은 2021년 영국 에너지 기업 SSE와 노르웨이 에퀴노르가 추진한 세계 최대 해상풍력사업, 미국 미시건주 태양광발전소, 사우디아라비아·칠레 태양광발전소 등 해외 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금융전문가들은 이명박정부의 ‘자원외교’정책과 유사하다며 우려를 표명한다.

KDB산업은행은 ESG 경영을 실천하기 위한 교육을 전혀 시행하지 않았다. 교육용 교안·교재도 없다. 매년 청렴·갑질옴부즈만 활동 내역은 공개하고 있다. 준법감시인·윤리준법부장·기획팀장 등이 정기회의를 개최하지만 윤리경영에 대한 교육은 이뤄지지 않았다. KDB캐피탈은 환경책임 경영을 위해 정기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 KDB산업은행의 ‘팔기(八旗)생태계(8-Flag Ecosystem)’ 모델 평가 결과


◇친환경 관련 투자 확대 긍정적 평가… 해외 석탄화력발전소 투자 중단

2021년 기준 향후 5년간 태양광·수소 등 친환경에너지 분야 인수합병(M&A)·연구개발(R&D)·시설투자·운영자금 등에 최대 5조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KDB산업은행은 한화그룹과 함께 녹색기술 관련 중소·중견기업을 위한 저탄소 산업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1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할 방침이다.

올 3월 KDB산업은행·KDB인프라자산운용은 약 1조원 규모의 대전 하수처리장 현대화 민간투자사업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금융주선기관으로 선정됐다. 향후 해상풍력, 수소·전기차 충전시설, 하수·폐기물 처리와 관련된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2021년부터 재생에너지 전기를 선택적으로 구매해 사용할 수 있는 한국형 재생에너지 100%(K-RE100)에 가입했다. RE 100(재생에너지 100%)은 2050년까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대체하자는 국제 캠페인이다. 2024년까지 100% 전기차로 전환하자는 ‘K-EV100’에도 가입했다. 2024년까지 보유·임차 차량은 모두 무공해차로 전환할 계획이다.

KDB산업은행은 경제성 부족·환경파괴 등으로 논란이 된 인도네시아 석탄화력발전소에 15년간 5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지만 중단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21년 4월 개최된 기후정상회의에서 신규 해외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공적금융 지원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금융공기업 본업 충실 필요… 환경 우선 고려한 대출·투자정책 중요

KDB산업은행은 금융플랫폼 공기업으로 미래성장 기반 구축을 위한 혁신성장 가속화, 기업체질 개선·산업경쟁력 강화, 부실기업정리 등을 담당하는 공기업이다. 따라서 보험·생명·투자 등과 같은 민간 금융기업의 사업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회사인 KDB생명·KDB캐피탈·KDB인베스트먼트·KDB인프라자산운용 등을 하루빨리 매각하고 본업에 충실해야 한다. 공기업의 거버넌스(Governance·지배구조), 사회(Social)를 강조하는 이유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환경(Environment)은 금융공기업으로서 자체 에너지 수요가 높지 않고, 환경오염을 유발할 요인은 없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다. 하지만 기업·공공기관에 대한 대출·투자를 결정할 때 가장 우선적으로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 선의가 악행으로 전락한 사례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 김백건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출처=iN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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