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시아 금융허브로 육성] 32. 뉴욕의 금융허브 경쟁력 평가
민진규 대기자
2023-02-02
세계 1위에 자만하지 않고 혁신 강화해야 지위 유지…불필요한 전쟁 개입보다 경제 개발에 예산 투입 필요

최근 몇 년 동안 국내 투자자에게 익숙해진 용어가 서학개미다. 개인 투자자 중 국내 증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매물을 힘겹게 받아내는 사람을 동학개미라고 지칭하는 반면 미국 등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사람은 서학개미라고 일컫는다. 국내 증권시장의 폐쇄성에 실망해 투명성이 보장된 미국으로 눈을 돌린 사람들이다.

1차 세계 대전 이후 세계 경제의 중심은 유럽에서 미국으로 이동했으며 영국 런던 대신에 미국 뉴욕이 국제 금융 중심지로 자리매김했다.

런던은 금융 중개지로 성장했지만 뉴욕은 거대한 산업을 기반으로 금융업 체질을 강화해 글로벌 금융 허브의 지위를 빼앗기지 않고 있다. 미국 증시가 재채기만 해도 한국 증시에는 태풍이 몰아칠 정도로 파급력은 대단하다.

국가정보전략연구소(국정연)가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선거공약을 평가하기 위해 개발한 ‘오곡(五穀)밸리혁신(5G Valley Innovation)’ 모델을 적용해 뉴욕의 금융허브 경쟁력을 정치·경제·사회·문화·기술 측면에서 평가했다.


▲ 미국 뉴욕의 금융허브 경쟁력 평가 [출처 = iNIS]


◇ 재정적자·국가부채로 경제대국 지위 흔들리며 고심 중

글로벌 컨설팅그룹인 지옌(Z/Yen)이 평가하는 국제금융센터지수(GFCI)가 지난해 9월 세계 1위인 뉴욕은 2위인 런던과 3위인 싱가포르에게 선두 자리를 내놓지 않기 위해 여전히 해결해야할 과제가 많다.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경쟁력이 취약해진 런던과 홍콩의 빈자리를 메꿔주며 급성장한 싱가포르가 여전히 경쟁자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정치적으로 극우 정치세력의 성장세 유지, 포퓰리즘에 영합한 정치인 증가, 기업에 부정적 인식 갖는 정치인 증가 등이 금융업의 성장을 방해한다.

미국은 네오콘(neocons)이라 불리는 신보수주의자가 있지만 최근 발호한 극우주의자와는 차별화된다. 네오콘은 국제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만 극우세력은 미국 우선주의를 주창하기 때문이다.

국민이 원하는 정치로 영합하는 정치인의 포퓰리즘은 자연스러운 선택이지만 이민 제한·경찰국가 역할 축소·백신접종 반대 등은 사회적으로 용인받기 어렵다. 극우주의자를 대변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1년 1월 발생한 의회 난입사태를 선동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경제적으로 보면 막대한 규모의 재정적자·국가부채, 베이비 부머 세대의 조기 은퇴, 제조업 경쟁력 회복 지연 등도 세계 1위 경제대국인 미국의 지위를 흔든다.

2022년 회계연도 재정적자는 1조3700억 달러(약 1688조 원)로 전년 대비 절반으로 축소됐지만 여전히 많다. 국가부채는 법정 한도인 31조4000억 달러를 넘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베이비 부머 세대들이 은퇴하면서 근로자가 부족해 촉발된 임금인상이 인플레이션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들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건강상의 위협은 증폭되고 자산가치도 급등한 반면 노동의욕은 상실해 노동시장을 떠났다. 트럼프 행정부부터 제조업을 복원하기 위해 다양한 조치를 취했지만 성과는 미진한 상태다.

사회는 백인 중심으로 아시아인·히스패닉계에 대한 인종 차별 심화, 마약·총기 등이 연루된 범죄 증가, 높은 주택가격과 물가로 정주 여건 악화 등도 해소해야 한다.

아시아계에 비해 인구가 많은 히스패닉계는 주류사회에 편입되기 위해 적극 투쟁하는 편이다. 멕시코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남부가 주요 근거지다.

슬럼가를 중심으로 발생하던 마약·총기 관련 범죄가 직장이나 학교까지 확산되면서 통제 불능 상태에 도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초등학생이 학교에서 자신을 훈계하는 교사에게 총격을 가하는 사건도 대수롭지 않게 일어난다. 살인적인 물가와 높은 주택가격도 생활 여건을 악화시킨다.

문화는 지배계층에서 외부 문화에 대한 포용력 부족, 금융 현장과 동떨어진 대학 교육, 문화의 정체성 확립 부족 등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백인 위주로 형성된 지배계층은 동양 문화를 포용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일부 지식인이나 연예인은 다른 문화에 개방적인 태도를 보이지만 정치인과 경제인은 폐쇄적인 사고를 유지한다.

금융시장은 전통적인 은행과 증권시장을 넘어 다양한 파생상품을 거래하며 복잡하게 발전했지만 대학에서 가르치는 과목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대학이 현장에서 필요한 금융기법을 배운 학생을 배출해야 금융업 고도화에 기여할 수 있다.

기술은 발전된 금융시장과 달리 낙후된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 우수한 소프트웨어(S/W) 엔지니어 부족, 사물인터넷(IoT)·인공지능(AI)·빅데이터(Big Data) 등의 금융 적용 사례 부족 등도 지적된다.

우리나라가 국토는 좁고 인구밀도가 높아 ICT 인프라가 우수하다기보다는 정부와 산업계가 투자를 적극 확대한 결과다. 미국은 정부 주도의 인프라 투자가 쉽지 않다.

금융업이 우수 인력의 확보보다 대규모 시스템에 대한 투자가 요구되는 장치산업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복잡한 금융상품의 거래를 처리할 시스템을 개발하려면 우수한 S/W 엔지니어가 필요하다. 아직도 S/W 개발은 인도와 같이 인건비가 저렴한 국가에 아웃소싱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 

◇ 제조업·서비스업 균형 통해 금융업 발전 가능성 높아

미국은 세계 1위 금융도시인 뉴욕을 필두로 △5위 샌프란시스코 △7위 로스앤젤레스(LA) △12위 시카고 △14위 보스톤 △15위 워싱턴 DC 등 다수 도시가 상위권에 자리를 잡고 있다.

중국의 제조업이 미국을 위협할 정도로 급성장했지만 금융업의 경쟁력은 크게 뒤쳐져 있다. 뉴욕의 금융허브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개선방안은 다음과 같다.

정치적으로 보면 글로벌 마인드를 갖춘 정치인 양성, 군사안보에 걸맞은 경제안보 인식 제고, 아프리카·중동·남아시아 등과 외교협력 강화 등이 시급한 추진 과제다.

100년 이상 세계의 중심지라 자부하는 미국은 글로벌 마인드를 갖춘 정치인이 부족하다. 이들은 북아메리카에 있는 국가만 연합해도 자체적으로 생존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미국은 2차 세계 대전 이후 막강한 군사력으로 베트남전·걸프전·아프가니스탄전·이라크전 등에 개입하면 막대한 전비를 낭비했다. 관련 예산을 경제개발에 투입했다면 미국이 제조업의 경쟁력을 잃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급부상하는 아프리카·중동·남아시아 등의 경제력을 경제안보를 확보할 디딤돌로 삼아야 한다.

경제는 재정 건전성 확보해 달러화 가치 유지, 금융업 자체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 방지 노력 필요,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균형 발전 등도 해결을 늦추기 어려운 이슈다. 미국의 재정적자는 국가부도에 대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기 때문에 한도 증액만으로 해소하기 어렵다.

금융업은 고도의 지식산업이므로 지식인의 도덕적 해이를 예방하지 못하면 파국을 피할 수 없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몰고 온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도 최소한의 직업윤리마저 무시한 탐욕에서 출발했다. 금융기관 내부에 합리적인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으면 내부 담합을 예방할 수 없다.

사회는 인종차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 우수 이민자 유치, 치안을 확보해 안전한 사회 구축, 부동산 투기 억제해 주택 가격 안정 등으로 금융업 발전을 지원해야 한다. 뉴욕 한복판에서 인종차별 테러가 발생하는 상황이 지속되는 한 우수한 능력을 갖춘 이민자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세계 1위 경제대국을 달성하는데 기여한 미국의 혁신은 대부분 이민자의 손에 이뤄졌기 때문에 지속적인 변혁을 위해서도 이민정책을 유연하게 변경해야 한다. 이민자뿐 아니라 주민이 각종 범죄에 대한 공포를 갖지 않도록 치안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문화는 중국어·힌두어·아랍어 등 다양한 외국어 교육 강화, 다문화 인식 개선을 위한 학교 교육 강화, 새로운 글로벌 문화 표준 정립 등도 금융업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필요하다. 미국 백인 주류층 중에는 다국어 구사자도 적지 않지만 유럽어가 대부분이고 급부상하는 중국·인도·중동 등의 언어는 냉대한다.

외국어 학습은 단순 언어 습득을 넘어 문화에 대한 소양을 쌓는데 크게 도움이 된다. 미국의 저력은 다양한 민족과 문화를 융합한 문화의 용광로에서 출발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최근에는 배타주의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다양한 문화를 융합해 글로벌 사회에 적합한 표준을 만들어 확산시켜야 한다.

기술은 5G망·초고속 인터넷 등 ICT 인프라 투자 확대, 해외 우수 S/W 엔지니어의 이민 확대, 클라우드 컴퓨팅·빅데이터·AI 등을 융합 모델 개발 등을 유도해야 한다.

1992년 클린턴행정부의 앨 고어 부통령이 정보슈퍼하이웨이 건설을 선언한 지 30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정보 인프라는 열악한 상태에 놓여 있다.

실리콘밸리에 있는 ICT기업을 이끌고 S/W 엔지니어 다수가 인도계이지만 뉴욕의 금융업으로 진출한 사례는 많지 않다. ICT업계에 비해 금융업이 보수적이기 때문에 이들을 적극 수용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금융업에 필요한 ICT 융·복합 기술 개발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 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 [출처 = iN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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