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적이고 배타적인 제주, 국제자유도시로 부상하는 것은 불가능해(1)
민진규 대기자
2019-08-19
중앙정치와 차별화된 지방정치로 지역정치인에게 안식처 제공, 환경보존과 차별화된 콘텐츠로 글로벌 경쟁력 확보해야 관광산업도 발전 가능해

어른 시절 겨울철 최고급 과일을 제주 감귤이었다. 지리산 산골에서 사과나 곶감은 그나마 구하기 쉬웠지만 비싸고 귀한 제주 감귤은 명절인 설날에나 구경하고 한 조각 먹는 호사를 누릴 수 있었다.

제주도는 여자, 바람, 돌이 많아 3다도로 불렸던 척박한 섬이었지만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이하 제주)로 승격된 이후 도약의 몸부림으로 앓고 있다.

▲국가정보전략연구소장 민진규(출처 : iNIS)

4∙3사건이라는 역사적 아픔을 갖고 있는 대한민국 최대의 섬으로 육지와는 다른 방언, 문화, 음식, 경제구조 등이 특징이다. 지난 몇 년 동안 유명 연예인, 국제학교에 아이들을 보내려는 학부모, 노년생활을 즐기는 은퇴자 등이 제주로 보금자리를 옮기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인구도 증가하고 있다.

외국인이 투자할 경우에 영주권을 발급해 중국인들의 이주와 투자도 증가하고 있다. 올레길이라는 오래된 마을 길을 걷는 도보 여행이 인기를 끌면서 관광객이 폭증했다.

이들이 관광지가 아닌 시골 마을을 헤집고 다니면서 주민들의 평안한 삶이 방해를 받고 있으며 관광객이 버린 쓰레기가 주변을 오염시켜 이들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필자의 경험에 비춰보면 제주는 육지와는 크게 차별화된 이국적인 풍경으로 한국인이 한번쯤 가볼 필요가 있을 정도로 매력적이지만 미국 하와이, 필리핀 보라카이, 태국 푸켓, 중국 하이난, 일본의 오키나와 등과 비교하면 오히려 경쟁력이 떨어진다.

제주의 자치행정을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오곡밸리모델을 적용해 평가해 세부 지표별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무소속 정당 정치가 기회이자 정치발전의 걸림돌로 작용

정치 제주는 삼국시대부터 독립국가인 탐라국으로 백제와 신라 등과 교류했다. 1105년 고려 숙종 때부터 고려의 직접 통치를 받았고, 1153년 제주라는 명칭을 부여 받았다. 몽고가 목마장을 설치해 탐라라는 명칭이 복원됐지만 몽고가 물러간 이후 다시 제주로 환원됐다.

이후 조선이 개국하면서 제주목이 설치됐다가 1896년 전라도에 소속됐다. 1946년 도(道)로 승격되면서 현재와 같은 행정체제가 정비됐다.

역대 민선 제주 도지사는 신구범, 우근민, 김태환, 원희룡 등이며 우근민과 신구범은 관선 제주 도지사를 역임한 인물이다. 우근민은 3선, 김태환과 윈희룡은 2선을 각각 역임했다.

신구범과 우근민은 진보정당, 김태환과 원희룡은 보수 정당 출신이다. 신구범은 31대와 36대에 무소속으로 출마했고, 김태환은 34대에는 한나라당으로 당선됐지만 35대에서는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현 도지사인 원희룡은 37대에는 새누리당으로 도지사를 역임했지만 38대에는 반 자유한국당 분위기를 극복한다며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원희룡은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과 보수정당의 차세대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구축했지만 중앙정치에서 멀어졌다.

이들 중 남경필은 자발적으로 정계를 은퇴했다. 원희룡도 자신의 정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했기 때문에 보수의 적자라는 지위는 잃어버렸다고 평가할 수 있다.

도정 구호를 살펴보면 민선 1기를 연 신구범은 ‘위대한 제주시대를 연다’, 2기와 3기를 책임진 우근민은 ‘100만 제주인 함께 열린 세계로’와 ‘세계를 향한 강한 제주’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다. 김태환은 ‘제2의 도약 제주, 하나된 힘으로’와 ‘도민의 시대 새로운 도전 제주특별자치도’로 미래를 준비하자는 비전을 제시했다.

6기에 다시 도지사로 당선된 우근민은 ‘세계가 찾는 제주, 세계로 가는 제주’를 구호로 정했다. 민선 7기와 8기를 책임지고 있는 원희룡은 ‘자연∙문화∙사람의 가치를 키우는 제주’라는 목표가 뚜렷한 구호와 전임자들과 차별화를 추구했다. 서울의 송파구보다 작은 규모의 인구와 폐쇄적인 지역특성을 가진 제주에서 차별화된 정치를 펼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제주 민선 도지사 선거 8회 중에서 4회에서 무소속이 당선되는 이변이 발생했다. 정당보다는 인물에 따른 투표성향, 특정 성씨로 구성된 문중의 단결력, 외딴 섬이라는 지역적 특색 등이 중앙정치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있도록 만든 것으로 판단된다.

결과적으로 보수와 진보를 불문하고 지역 정치에 무리하게 개입하려는 중앙당의 편향된 공천은 대부분 성공하지 못했다. 제주만의 고유한 정치색이 무소속이라는 새로운 제3지대 정당을 만들어낸 셈이다.

제주만의 무소속 정당정치가 지역출신 정치인의 마지막 안식처를 제공할 수는 있겠지만 중앙 정치무대에 화려하게 데뷔할 수 있는 거물 정치인을 배출하는 토양이 되기에는 부족하다.

제주의 정치가 발전하려면 배타적인 지역 정서를 필터링하고 발전적 사고를 갖춘 지역 정치인을 중앙으로 많이 보낼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정치상황만 고려한다면 낙후된 제주 지방정치가 발전될 가능성은 전무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핵심인 관광산업 육성과 부가가치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 잡아야

경제 제주는 작은 인구 규모이지만 특별자치도라는 명칭에 걸 맞는 경제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19년 제주도 세입예산은 6조323억원으로 2018년 5조7761억원, 2017년 5조1042억원, 2016년 4조6069억원, 2015년 4조2831억원에 비해 매년 증가하고 있다.

세입예산은 지방세, 세외수입, 지방교부세, 보조금, 지방채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지방세 수입은 2015년 28.31%에서 2018년 33.44%로 상승했다가 2019년 31.99%로 하락했다. 지방교부세가 증가해 지방세의 비중이 줄어든 것이다.

2019년 기준 주요 지출항목을 살펴보면 사회복지가 1조133억원으로 전체의 22.55%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농림해양수산은 5159억원으로 지출 중 11.48%를 점유했다. 관광산업이 주력인 제주의 특성을 감안하면 문화 및 관광에 지출을 늘려야 하지만 2657억원, 전체 예산의 5.91%를 할당하는데 그쳤다.

다른 광역자치단체와 마찬가지로 사회복지 등 소모성 예산 지출이 많아 지속가능성장의 기반을 구축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래의 경제성장 잠재력을 평가할 수 있는 산업∙중소기업 관련 예산은 1902억원으로 4.23%, 교육은 1091억원으로 2.43%, 과학기술은 714억원으로 0.02% 등으로 전체 예산 중 총 6.68%에 불과했다.

제대로 구색을 갖춘 기업과 대학이 없다는 한계도 존재하지만 현실만 핑계 대지 말고 지방자치단체가 ‘마중물’을 붓지 않으면 기업과 과학기술을 영원히 발전시킬 수 없다.

제주는 선사시대 이후로 육지와 떨어져 있고, 강한 바람과 척박한 농토를 기반으로 경제구조를 갖춰 생활이 어렵지 않았던 역사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1000년을 이어져 온 감귤농사도 1965년 한라봉 등 새로운 개량종이 도입되고 난 후 핵심 농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제주도는 한 때 감귤농사로 고소득을 올리는 농가가 많았다. 감귤나무 몇 그루만 있으면 대학생 1명의 학자금은 충분히 조달할 수 있다는 말이 회자됐다.

하지만 농산물 개방으로 저렴한 미국산 오렌지가 수입되고 포도, 키위 등 다양한 대체 과일이 사시사철 식탁을 점령하면서 제주감귤의 선호도는 떨어져 가격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제주는 2019년 8월 1차 산업인 농업의 고부가가치를 높여 농업인의 소득을 증대시키고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6차산업화지원센터를 창설했다. 청정이미지를 활용해 관광, 가공 등과 복합적으로 연결하기 위한 목적이다.

농업 외에 다른 핵심 산업은 관광산업인데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이 논란이다. 제주도 관광객은 2010년 500만명에 불과했지만 10년만에 1500만명까지 늘어났다.

관광객이 많이 몰리면서 교통혼잡, 쓰레기 투기, 문화재 훼손, 자연파괴, 현지인의 사생활 침해, 물가 상승, 주택가격과 임대료 폭등 등 부작용이 나타났지만 마땅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필리핀의 두테르테 대통령은 유명 관광지인 세부 해변이 환경오염 문제로 몸살을 앓자 ‘시궁창’이라고 표현하며 6개월 동안 폐쇄하고 대대적인 정비활동을 벌였다.

숙박업소나 식당이 몰래 투기하던 하수관을 정비하고 해변에서 음주, 쓰레기 투기 등을 강력하게 단속해 관광유산을 보호하고 있다. 하지만 제주 도지사가 두테르테 대통령처럼 강력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아주 낮다.

일각에서는 네델란드의 암스테르담과 마찬가지로 관광객 유치를 중단하고 제주 도청이 환경보전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관광객 유치 중단이라는 극약처방보다는 행정지도가 더 우선해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해변과 중산간의 난개발은 허가권으로 통제가 가능하고, 해변에 쓰레기를 버리거나 정화하지 않은 하수를 바다로 버리는 행위를 강력하게 단속하면 된다.

‘교각살우(矯角殺牛)’라고 소뿔을 바로 잡으려다 자칫 소를 죽일 수 있다. 관광객이 적었을 때는 관광객 유치에 전 행정력을 동원하고 주민들이 읍소하다가 조금 불편해졌다고 불평불만부터 터뜨려서는 안 된다.

지속 가능한 관광산업을 육성하고 주민소득 창출을 위해서 고부가가치 선진국 관광객을 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한 주장인지도 의문이다.

제주의 관광객이 많이 늘어난 것은 좋은 징조이다. 제주가 이국적인 자연환경을 제외하면 음식이나 문화 등의 특별한 관광자원은 빈약하기 때문이다. 이국적인 자연환경도 한국의 육지에 사는 사람에게만 해당된다. 특색도 맛도 없는 비싼 음식, 불친절한 현지인, 비싼 숙박요금, 바가지 요금을 받는 렌터카 등도 관광제주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다.

제주만의 독특한 문화와 다양한 체험 콘텐츠를 활용하고 주장하지만 50년 이상을 한국인으로 살아온 필자도 ‘그러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지 못했다. ‘2023년까지 행복을 키우는 청정한 휴양형 제주관광도시건설’을 목표로 생태관광체험을 다변화시키겠다는 구상이지만 이것도 무슨 소리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지역 주민조차 이해하기 어려운 애매한 구호만 떠드는 지방행정의 표본인 셈이다. 모호한 개념으로 관광산업을 육성하거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공무원 스스로 알 것이라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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